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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소개팅으로 만난 수동적인 남자, 어떡해?

by 무한 2013. 12. 24.
소개팅으로 만난 수동적인 남자, 어떡해?
간단히 말하면 이 경우는, 썸남의 호감이 데이트 비용과 거리의 벽을 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Y양의 썸남이라 하더라도 차가운 머리가 스스로에게

'이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계속 이럴 수 있겠어?'


하는 소리를 할 것 같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아래에서 함께 살펴보자.


1. 그가 어떤지 말고, 내가 어땠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이렇게 생각해 보자. 친척동생이 Y양과 지하철역으로 스무 정거장 정도 떨어진 곳에 산다. 친척동생은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고시생이다. 어느 날 친척동생이 만나자는 연락을 해왔다. 둘은 약속한 날에 만났고, 친척동생은 간만에 너무 즐거웠다며 다음 주에 또 만나서 놀자고 했다. 이후 둘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놀았다.

만나서 노는 것까진 좋았는데, 문제가 두 개 생겼다. 하나는 친척동생보고 멀리까지 나오라고 할 수 없으니 Y양이 친척동생이 사는 곳까지 가야 한다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친척동생이 고시생이라 수입이 없으니 비용을 모두 Y양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한님, 제 이야기를 저기에 빗대어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사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절대 제가 얻어먹을 생각을 했던 건 아니에요.
밥도 사려고 했었고, 커피랑 술도 사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 분이 자신이 내겠다고 하시기도 했고,
또 어느 때는 제가 화장실 간 사이에 계산을 하시기도 해서 그런 거죠."



Y양이 '그럴 생각'이 아니었다는 건 잘 알겠다. 하지만 Y양이 무슨 생각을 했든 간에 여하튼 줄어든 것은 상대 통장의 잔고임으로, 상대는 'Y양의 생각'보다 '줄어든 내 통장 잔고'가 피부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물론 둘이 오래 알아온 사이라 상대가 Y양이 '그럴 생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면 문제없을 수 있다. 하지만 둘은 소개팅으로 처음 알게 된 사이고, 몇 번의 만남과 대화로 서로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은 Y양의 태도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도 사실 Y양과 비슷하게 '저 사람도 내 맘 알겠지'하고 생각하는 편이라 오해를 받는 일이 종종 있다. 특히 누군가에게 감사한 일이 있을 때 난 짧게 감사함을 표시하는 편인데, 상대는 내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얼마동안 난 '다른 사람들과 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스스로를 관찰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결과, 

- 남들은, 내가 '호들갑'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의 리액션을 하고 있다.


라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나와 달리 사소한 일에도 기쁨을 마음껏 표현하고, 거듭해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자리에 남들 대신 나를 갖다 놓고 생각해 보니, 이건 뭐 답답한 가마니 같은 사람 하나가 기쁜지 안 기쁜지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과묵하게 앉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만나보니 말도 잘 하시고 같이 있는 시간이 즐거워서 호감이 생겼습니다."
"그 분이 대화를 많이 주도하셨습니다. 전 즐겁게 들었고요." 
"그 분이 한 이러이러한 말들이 기억에 남아요.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Y양이 그 시간을 즐겁게 보냈고, 그에게 호감을 느꼈으며, 둘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았다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그러면 그는? 그가 어땠을지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길 권한다. 그에게 Y양은, 저 위에서 말한 '친척동생'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2. 만나면 만날수록 어색어색.


난 며칠 전에 중고 거래를 했다. 정발산역에서 만나 물건을 주고 돈을 받았다. 그러고는 인사를 하고 역에서 나오는데, 마침 구매자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지 에스컬레이터를 같이 탔다. 방금 작별인사를 한 관계로 다시 말을 걸기도 좀 뭐해서 난 일부러 모르는 체 했다. 구매자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봤다.

그런데 역을 나와 또 그 구매자와 횡단보도에서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역시 서로를 모르는 체 하느라 바빴다. 횡단보도를 건넌 후에도 우리는 꽤 긴 거리를 같이 걸어왔는데,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일부러 사이를 두고 걸었다. 다행히 목적지가 다른 까닭에 난 하행선 버스 정류장으로, 구매자는 상행선 버스정류장으로 가 엇갈릴 수 있었다. 만약 그와 같은 정류장에서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다면 어땠을지, 집에 돌아오며 혼자 상상을 좀 해보았다.

현재 Y양과 썸남이 꼭, 위의 이야기에서의 나와 구매자의 관계 같다. Y양은 분명 만나서 그와 깊은 대화까지 하며 가까워졌다고 했는데, 카톡 대화를 보면 둘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어색한 관계일 뿐이다. 둘의 대화를 살짝 각색하면 아래와 같다.

여자 - 오늘 날씨 춥네요. 퇴근하셨어요?
남자 - 정말 대박 춥네요. 아직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는데, 그게 다 해결되어야 퇴근할 수 있어서요.

여자 - 고생하시네요. 얼른 퇴근하셔서 따뜻한 집으로….
남자 - 네 그래야죠.
여자 - 그럼 토요일 날 뵐게요.
남자 - 네. 토요일 날 봬요.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대화가 너무 어렵다면 '밥'부터 시작해 보길 바란다. 밥은 먹었냐고 묻는 거다. 상대가 먹었다고 하면, 뭘 먹었는지를 물어봐도 된다. 그 이후엔 주로 그 음식을 먹는지, 질리진 않는지, 취향은 어떤지를 물어봐도 된다. 그러다 장어가 먹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 못 먹고 있다는 식으로 살짝 흘리면, 다음 데이트를 장어 먹는 것으로 정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경우에선 '이러이러한 일'에 관심을 갖고 리액션을 해도 된다. 어떤 일인지, 그 일에서 상대가 맡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또 이렇게 오버타임 하는 일이 종종 있는지를 물어도 된다. 그러면서 어떤 방한대책을 사용 중인지 물어도 되고, 손 시린데 지금 카톡하느라 곤란한 건 아닌지를 물어봐도 된다. 

지금처럼 3~5일 동안 둘이 한 마디도 안 하다가

"오늘 8시에 뵙는 거 맞죠?"


라는 질문만 하진 말길 바란다.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어색한데 자꾸 만나서 뭐하겠는가.(사실 이건 남자도 참 말 못하고 여자도 참 말 못하는 상황이라 답답한 건 둘 다 마찬가진데, 사연은 보낸 것이 Y양이니 Y양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를 적어두었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그나마 남자가 말을 좀 길게 하려고 해도 Y양이 "네. 그럼 쉬세요."하며 대화를 얼른 종결지어버리는 일이 많기에 이렇게 적어둔다.) 대화를 그저, 약속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하진 말길 바란다.  


3. 거리를 좁히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아래는 Y양의 질문이다.

"그 분과 나름 깊은 대화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게 되어도 관계에 진전이 없는 것 같아요.
대체 이런 거리감은 어떻게 해야 좁힐 수 있는 건가요?"



우선, Y양이 '나름 깊은 대화'라고 말하는 건, 여행지에서 당일에 알게 된 사람과도 나눌 수 있는 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과거의 에피소드들을 풀어낸다고 해서 속내를 터놓는 게 아니고, 군중 속 고독에 대한 이야기에 맞장구를 친다고 해서 잘 통하는 게 아니다.  

아니, 이런 건 다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치자. 만약 둘이 '깊은 대화'를 나눈 게 맞다 하더라도, 만남 이후 '상대의 행위'에만 점수를 매기고 있는 Y양의 태도는,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것에 방해가 된다.

"다음 날 아침인사를 나누고 난 뒤에 다음 만나는 날까지 연락이 없으셨어요."
"애프터 한 날 밤 잘 들어갔냐는 대화 나눈 뒤로 연락이 없으셨어요."
"언제 어디서 볼지 정하고 이틀간 연락이 없었어요. 바로 전날에야 연락 왔어요."
"집에 잘 들어갔냐는 이야기만 하고 또 연락이 없으셨어요."



일반적으로 Y양의 행동은 '소개팅남이 마음에 안 들었을 경우에 여자들이 하는 행동'이다. 상대가 전날 잘 들어갔냐고 물어봤으면, 다음 날 Y양이 아침인사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흔한 아침인사 한 번 안 보내놓고는 혼자

'어제 이후로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나에게 호감이 없는 것 같네.'


하고 있으면 보는 나도 갑갑해 진다. 리액션에 자신이 없으면 최소한 말이라도 한 번쯤 먼저 걸자. 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겉으로 표현해야 한다. 전에도 말했지만 친구가 집에 왔는데 반갑게 맞아주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 인사하면, 친구는 다시 집에 가 버리고 싶을 것 아닌가. 그런 경우 Y양은 "초대도 제가 한 건데요? 원래 제가 막 소란스럽게 반기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랬을 뿐인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상대가 신이 아닌 이상 어찌 Y양 속마음까지 다 파악해서 '쟤는 날 반가워하지만 원래 스타일이 저러니까 앉아서 인사하는 걸 거야.'라고 생각하겠는가. 만약 썸남이 내게 사연을 보낸다면,

"이 여자 뭐죠? 만나서 얘기할 때에는 저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는데
그 이후로는 제가 말을 걸 때에만 대답하네요.
그래서 마음이 없나 싶어서 마음을 접으려 하다가,
애프터로 잡아 놓은 전 날 연락하니까 나오겠다고는 하네요.
만나면 호감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제가 말을 걸면 바쁜 일이 있는지 쉬세요, 주무세요, 수고하세요만 하네요.
얼마 전에는 밥 먹자고 먼저 연락해 왔던데, 이건 심심해서 그러는 건가요?"



하는 질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난 두 사람 모두에게 "상대의 판정만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뭔갈 좀 해 보세요."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끝으로 소개팅 이후 연인이 되는 커플의 경우, 대부분 아래의 두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 지체 없는 연락 (즉시 카톡, 매일 연락)
ⓑ 최소한 30분 이상의 카톡대화.



Y양과 썸남은 두 조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 중에서도 2~10분의 텀이 있는 대화는 최악이다. 앞으론 대화하기 곤란한 상황에선 양해를 구한 뒤 나중에 한가해질 때 대화하고, 대화중에는 딴 짓을 하지 말길 바란다. 둘의 대화를 보면 내용이 이어지지도 않고, 답이 빨리 오질 않으니 대충 말 꺼냈다가 혼자 수습하는 식으로 대화가 마무리 된다. 별 것 아닌 카톡대화라 해도, 대화를 할 때엔 집중하길 바란다.

그리고 Y양에게 힘내세요, 주무세요, 쉬세요, 수고하세요 등의 말을 쓰지 말길 권해주고 싶다. 그것 때문에 긴 대화가 불가능해진다. 아래의 대화를 보자.

남자 - 오늘은 A에 다녀왔거든요. A가 진짜 크더라고요.
          그 큰 곳을 종일 걸어 다녔더니 엄청 피곤하네요.

Y양 - 다리도 아프시겠네요. ㅠ.ㅠ 그럼 얼른 쉬세요~



Y양이 그렇게 급하게 마무리 할 필요 없다. 그냥 "다리도 아프시겠네요. ㅠ.ㅠ"정도만 말해도 된다. 만약 Y양이 나랑 카톡대화를 하는데

Y양 - 무한님 안녕하세요~ 크리스마스 이븐데 오늘 공쥬님과 데이트 하시나요?
무한 - 안녕하세요. 네 그럴 계획입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해 버리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 같지 않은가? Y양의 '종결자 말투'가 상대에게 위와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자 그럼, 다들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이브 보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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