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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들이대는 썸남을 만난 모태솔로녀, 주의할 점은?

by 무한 2013. 10. 11.
들이대는 썸남을 만난 모태솔로녀, 주의할 점은?
사연을 보니 이미 K양은 상대에게 반 이상 넘어간 것 같은데, 나더러 얘기를 해달라고 하니 참 곤란하다. 그에 대한 내 의견이 궁금한 거라면, 난 그를

'능청스러운 정열남'


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K양에게 조언해 줬다는 A언니의 의견에 나는 동의한다. 어려운 상대다. 왜 그런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1. 솔직함이라는 그의 무기.


보수적이거나 고지식한 여자를 가장 쉽게 흔드는 방법은, 바로 '솔직함'을 내세워 대화를 하는 거다. 그 솔직함 하나라도 자신을 꾸미는 다른 남자들과 다르다는 걸 어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응. 나 어장관리 해. 사회생활을 위해서라면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인맥도 재산이잖아. 그런 의미에서 페북에 댓글도 남기고, 연락도 하지."



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간 '어장관리남 = 나쁜 남자"라고 생각하던 여자는 순식간에 흐리멍덩해져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아가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를 하는 걸 보니 그는 진솔한 사람'이라는 착각을 하는 경우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어렵다. 그가 하는 얘기를 듣다보면 분명 마음은 불쾌한데, 그렇다고 조목조목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사연 중엔, 남자가

"난 너에게 다른 핑계를 대고 친구들과 몰래 여행을 갈 수도 있었어.
그런데 난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이렇게 얘기하면 네가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어.
떳떳하지 않은 여행이라면 내가 이렇게 드러내놓고 너에게 양해를 구할까?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염려하느라 상대를 묶어두는 건 구속이라고 생각해.
난 네가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고 말하면, 잘 다녀오라고, 필요한 거 없냐고 물었을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례도 있었다. 여자친구가 그의 여행을 탐탁찮게 생각했던 건, 사실 아래와 같은 이유들 때문이었다.

ⓐ 언제나 여자친구보다 친구가 우선순위에 있는 것.
ⓑ 둘은 교외로 벗어나 본 적 없는데, 친구들과는 지방여행 간다는 것.
ⓒ 매번 돈 없다며 '방구석 데이트'하면서 자기 놀러갈 돈은 있다는 것.



그녀는 저 이유들을 꺼낼 생각을 하긴커녕, 그가 하는 말을 멍하니 듣다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아래에서 한 번 더 얘기하겠지만, K양의 썸남은 저 '솔직함'을 무기로 사용할 줄 아는 남자다. 그래서 난 K양이 앞으로 멍하니 그의 말을 듣고 있는 일이 많아 질까봐 걱정이다. 만약 둘이 연애를 시작했다가 저런 상황에 놓이면, 그땐 절대 괜찮은 척 하지 말고 K양 역시 '내 솔직한 심정'을 꺼내 맞대응하길 권한다.


2. 그의 '은근슬쩍'엔 '은근슬쩍'으로 응대하기.


K양 썸남의 대화를 가져다가 "이렇게 말하는 남자를 주의하세요."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가 사용하는 대화법이 노멀로그에서 솔로부대 남성대원들에게 권장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다. K양이 판을 깨는 말을 해도 그는 자연스레 다시 대화를 이을 줄 안다.

그는 소심남들처럼 카톡만 부여잡고 있지도 않는다. 대화 중 구실이 될 만한 주제를 잡으면 바로 전화도 할 줄 알고, 상대를 챙길 줄도 안다. 비슷한 상황에서 금사빠 남자들이 졸랐을 만한 행동도 그는 하지 않는다. 여유롭다. 센스도 있고, 칭찬도 잘 사용한다. 묻는 것도 잘하고, 기억하는 것도 잘한다. 기억한 걸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대화에 활용하기도 한다. 같이 하자고 권하면서 여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도 안다. "같이 할 거야? 같이 할 거지?"라며 확인에 목숨을 거는 일부 남자들과는 확연히 레벨차이가 난다.

복사한 듯 비슷비슷한 일상을 보내다가 하루하루를 설레게 만들어주는 이런 남자를 만났는데, 어찌 K양이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또 걱정이 된다. 둘이 알게 된 지는 이제 갓 일주일 정도가 지났는데, 함께 하기로 약속한 게 벌서 네 개나 된다. K양에겐 아래의 세 가지를 주의하길 권해주고 싶다.

ⓐ 은근슬쩍(특히 막연한 듯 약속잡기)에 넘어가 쉬운 여자 되지 말기.
ⓑ 그의 일상보고와 수다는 가볍게 생각하기.
ⓒ 그가 여자친구에게나 요구할 만한 것을 말할 때 승낙하지 않기.



K양은 점점 '예스걸'이 되어 가고 있다. 상대가 음식 얘기를 하다가 나중에 먹으러 가자고 하면 예스, 운동 얘기를 하다가 나중에 함께 그 운동을 하자고 말하면 예스, 놀러갈 곳 얘기를 하다가 나중에 같이 놀러 가자고 하면 예스.

이렇게 하라고 권하기가 좀 그렇긴 한데, 여하튼 고지식하게 '응/아니'로만 대답하지 말고 웃어넘기거나 자연스레 화제전한 하는 방법도 종종 사용하길 권한다. 상대가 "나중에 스키 타러 같이 가자."라는 말을 하면, "응. 그래."라고만 대답하지 말고, "오빤 스키 언제부터 탔어?" 정도로 대답하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의 일상보고와 수다는 썸녀가 생기면 자연스레 이어지를 레퍼토리인 듯 보이니 너무 큰 의미부여 하지 말고, 그가 은근슬쩍 "그럼 네가 **해줘."라는 식의 말을 할 땐 K양 역시 '승낙도 거절도 아닌' 방식으로 은근슬쩍 넘기길 바란다. 이거 내가 너무 여우짓을 권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상대가 '은근슬쩍'이라는 카드를 사용할 땐 같은 카드를 내밀어야 최소한 비길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니,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3. 몇 가지 더.


사실 이걸 좀 자세히 적어야 하는데 K양 모임의 사람들 중 노멀로그 구독자가 있는 까닭에, 그의 멘트를 가져다 살펴보기가 어렵다. 이건 딱 하나 밖에 없는 부분이라 다른 것으로 각색해서 쓰기도 난감하다. 그러니 아주 간략하게만 얘기하도록 하자.

'남자의 본능'을 진리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부분에서 난 K양의 썸남에게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싶다. 위에서 말한 어장관리와도 닿아있는 부분인데, 그는 솔직하지만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상처에는 무감각한 것 같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바람을 피우니 이해해줘야 한다.
마음이 아니라 몸만 바람을 피우는 것은 괜찮다."



그는 저것 외에 몇 가지 더 고개를 젓게 만드는 말을 했는데,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남자와 K양이 썸을 타는 게 나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지금은 K양을 위해 헌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하루하루 K양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호르몬의 도움이 사라지고 나면 K양에게 궤변만 늘어놓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또 하나 걱정되는 것은, 그가 '리액션 잘 해주는 뉴페이스'인 K양과의 관계에서 '썸의 달달한 즐거움'만을 얻으려는 게 목적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특히 둘의 지인인 A언니가 썸남에 대해 '능글맞다'는 평가를 했다는 부분에서, 그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알고 지내는 여자들과 모두 다정하게 지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때문에 난 K양이 그와 사귀기는 것에 대해, 그를 충분히 지켜본 뒤에 결정하길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만났을 때 그가 스킨십을 시도하는 건 아니라고 해서 '꾸러기 아님' 판정을 너무 쉽게 내리진 말길 바란다. 요즘 꾸러기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한 번 참고 지켜주면 여자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킬 수 있다'는 걸 다 알고 있다. 더군다나 K양과 그가 속해있는 모임은 소문에 민감한 곳이라, 바보가 아닌 이상 어쭙잖게 손잡으려 들다 무덤을 파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가 꾸러기라면, 앞으로의 예상 진로는 'K양 자취방에 초대받기'일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여행계획을 말하며 같이 여행가자는 권유로 '얘가 나에게 얼마나 빠졌나'를 측정할 것이고, 미리 뿌려 둔 요리 떡밥을 사용해 '직접 만든 음식'을 해 달라며 초대를 부탁할 것이다. 여기다 밝힐 순 없지만 대화 중 그가 물어본 적 있는 '그것'을 선물로 사올 것으로 예상되며, 그 전에 이미 몇 번의 데이트를 더 한 상황이라면 그 날은 함께 술 한 잔 하곤 음주 때문에 운전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할 수도 있다.

나도 K양의 첫 연애가 될지 모르는 이 관계에 희망적인 얘기들을 좀 해주고 싶은데, 사연과 카톡대화에 있는 여러 증거들이 아무래도 '금사빠+꾸러기'를 가리키고 있기에 이런 얘기들 밖에 할 수 없음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현재 둘은 자는 시간 빼고 거의 절반을 카톡대화하며 보내는 것 같은데, 오늘 이후로는 K양도 좀 바빠지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친구들과도 많이 연락하고, 지인들과 약속을 잡아 만나는 일도 늘리길 권한다. 지금처럼 지내다가 상대가 갑자기 연락을 끊으면 K양의 하루는 온통 '왜 연락이 없지?'라는 고민으로 꽉 찰 수 있다. 그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땅에 꼭 발을 붙이고 있길 바란다.
 
ps. 오늘 불금이었군요. 금사모 올리는 날인데 금사모 대신 일반사연을 올리고 말았습니다. 믿을지 모르시겠지만, 금요일이라는 걸 정말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사연모음 기다리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즐거운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 신청서 파일에 비번 걸어 보내시는 분들, 제게는 비번을 알려 주셔야죠….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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