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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3년 만에 연락을 한 썸녀, 그녀의 속마음은?

by 무한 2013. 10. 8.
3년 만에 연락을 한 썸녀, 그녀의 속마음은?
재구야 이건 아주 간단한 문제야. 잘 봐봐. 우선 그녀가 뜬금없이 3년 만에 연락을 했다는 건, 아무래도 외롭고 심심하기 때문이겠지. 3년 전엔 그녀가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사회인이잖아. 학교는 또래의 이성을 집합시켜 두는 역할도 하는 까닭에, 학창시절엔 이성이 풍요로운 편이야. 교양수업을 듣다가 타 과의 이성을 만난다거나, 미팅을 통해 알게 된다거나, 그냥 학교 등교하다가 마주치게 된다거나, 같은 과의 복학생 및 신입생을 마주하게 된다거나 하며 '새로운 이성'을 접하게 되지.

그런데 졸업을 하고 몇 년 지나면 상황은 급격하게 바뀌어. 특별히 또래 사람들이 많은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이상 이성을 만날 기회는 좀처럼 오질 않지. 직장에 있는 또래의 이성이나 지인을 통한 소개팅 정도가 새로운 이성을 만날 수 있는 루트일 뿐이야. 그러다 보면 자연히 '옛 썸남(녀) 발굴'에 들어가게 된단다. 그 중 몇은 학창시절 자신의 짝사랑을 떠올리며 연락처를 알아내기도 하고, 몇은 흐지부지 되어버린 소개팅 상대에게 연락하기도 하며, 또 몇은 자신에게 고백했던 이성에게 안부를 묻기도 하지.

"3년 만에 연락한 걸 보면 그녀도 제게, 호감까진 아니어도 관심이 있는 듯한데…."


그 생각에 내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부터 풀어가 보자.


1. 호기심과 호감 사이, 기대와 관심 사이.


난 그녀가 재구에게 연락한 게, 기대를 동반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해. '아직도 날 좋아하려나?'하는 호기심 일수도 있고, '다시 연락해보면 이번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일 수 있으며, '어떻게 변했을까?(어떻게 살고 있을까?)'하는 호기심 일수도 있어. 저 세 가지가 혼합되어 있는 호기심 일수도 있고.

과거의 재구는 '여자친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연애하자고 조르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잖아. 그래서 그녀 역시 혼자 불타오르는 재구를 밀어냈던 건데, 이제 시간이 좀 지나고 했으니 그녀는 '그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했을 거라 생각해.

정리하자면, 그녀가 재구에게 가진 건 호감도 아니고 관심도 아니야. 그냥 다시 인연의 끈을 이어보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카톡 친구 리스트에 있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덮어두고 영영 모르는 사람으로 지내긴 좀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그녀가 말을 걸었다고 생각하자. 이것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기에 그녀가 말을 걸었을 거라 생각하면, 지금처럼 재구 혼자 불타올라 다시 열렬히 구애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거든. 난 재구가 그녀의 연락을, 초등학교 동창이 "야, 잘 지내냐?" 정도의 물음을 던진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그걸 두고

'이렇게 나에게 연락을 한 목적은 무엇일까? 나에게 뭘 바라고 연락을 한 것일까?'


하며 고민하기 시작하면, 혼자만 너무 심각해 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라.


2. 대화의 방식.


이거 어제도 한 얘긴데, 재구도 '목적'만을 가지고 대화를 해. 야구장 얘기를 예로 들어 보자. 재구와 상대가 '야구장'을 주제로 대화를 한다면, 아래와 같은 대화가 될 거야.

재구 - 야구 좋아해?
썸녀 - 음....
재구 - 안 좋아하는구나. ㅎㅎ
썸녀 - ㅎㅎㅎㅎ 야구장 가 본 적은 있어요 ㅎ
재구 - 그래? ㅎㅎ
썸녀 - 오빤 야구 좋아하세요? 무슨 팀?
재구 - 난 LG!
썸녀 - 엘지 ㅎ
재구 - 아, *** 노래 들어봤어?
썸녀 - 길거리 지나가다 잠깐 들어봤어요 ㅎ
재구 - 이번 음반 노래 완전 다 좋아. 진짜 ***는 타고 난 것 같아. 음악적으로.
썸녀 - 그렇군요. ㅎㅎ
재구 - 진짜 천재라는 게 있는 것 같아. 작사 작곡 직접 다 했다던데.
썸녀 - 멋있네요 ㅎ
재구 - 응 ㅎㅎ 아 근데 우리 전에 보기로 한 거, 이번 주 토요일에 볼까?



재구가 봐도 산만하지? 상대 입장에선 저 대화가 재미도 감동도 없을 거야. 노래방에서 전주만 듣고 노래 부르기도 전에 취소 버튼 눌러버리는 느낌이잖아.

"아 잠깐만, 이 노래 말고 다른 노래할게.
아 미안. 이것도 아니다. 다른 노래.
아 진짜 미안. 다른 노래…."



이런 느낌이라고. 그냥 애초에 '토요일에 보자'는 주제를 꺼내든가, 아니면 야구장 얘기를 좀 더 길게 이어 나갈 수 있었잖아. 내가 대화를 한다고 하면, 

무한 - 야구 직관 가본 적 있어?
썸녀 - 네 있어요 ㅎ
무한 - 오, 무슨 구장?
썸녀 - 잠실구장이요. ㅎ
무한 - 그럼 엘지나 두산 둘 중 하나 응원했겠군.
썸녀 - 어떻게 알았어요?
무한 - 난 관심법을 써.
썸녀 - ㅎㅎㅎ 어디 응원했을 것 같아요?
무한 - 엘지를 응원했다는 것에 치맥을 걸지.
썸녀 - 두산인데요? ㅎㅎㅎ 
무한 -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썸녀 - ㅎㅎㅎㅎ
무한 - 오빠닭 한 마리 적립했고, 그럼 내가 응원하는 팀 맞춰봐.
썸녀 - 엘지.
무한 - 헉. 어, 어떻게….
썸녀 - 아까 오빠가 엘지에 걸었잖아요. ㅎㅎㅎ
무한 - 아니 난, 틀려서 어떻게 하냐는 말을 하려던 거였는데? ㅎ
썸녀 - ㅎㅎㅎㅎ



정도로 이어갈 거야. 누구랑 갔었냐고 자세히는 묻지 않지만, 야구장의 느낌이 어땠는지는 묻겠지. 가서 치킨 먹었냐고도 물어볼 거고, 그 경기에서 응원하던 팀이 이겼는지 졌는지도 물어보겠지. 그렇게 하면, 야구장을 나랑 같이 갔던 건 아니지만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거든. 난 이런 식으로 공쥬님(여자친구)이 나를 만나기 전 여행을 갔던 일이나, 아니면 친구들과 어울렸던 일 등을 공유해. 그러면 지금도 가깝지만 한 뼘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거든. 내 사람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콘서트? 전시회? 음악회? 극장? 맛집? 그런 곳에 함께 가는 것보다 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게 더 중요해. 대화 이후의 것들은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거든. 지금도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되는데 왜 그렇게 만나는 것에 목숨을 걸어?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괜찮아? 영화 티켓이 생겼는데."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지 말란 얘기야. 상대가 시간 안 될 것 같다고 하면

"아…, 그럼 친구랑 가야겠네. 남자 둘이서 ㅠ.ㅠ"


따위의 얘기를 하느라 시간만 다 가 버리잖아. 만나자는 거 거절당했다고 혼자 시무룩해져선 "암튼 주말 잘 보내~" 따위의 얘기만 하고 있고 말야. 재구야 영화 백 편 같이 본다고 사귀는 거 아니야. 같이 영화 한 편 본 적 없어도 영화 얘기 나누는 게 즐거운 사이가 되는 게 먼저야. 꼭 기억해 둬.


3. 새 노트에 쓰기.
 

"그녀와 연락을 하게 되니, 3년 전의 감정이 되살아나서…." 따위의 얘기는 하지 마.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넌 그냥 무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3년 전에 퇴짜 놓았던 여자애가 연락을 해 오니 신기하기도 하고 좀 들뜨기도 했을 뿐이잖아. 솔직해 지자고. 퇴짜 맞은 이후 남남으로 지내도 무감각 할 만큼 별 관심 없었잖아. 상황에 맞춰서 마음의 역사를 억지로 이어 쓰지 마. 새 이야기는 새 노트에 써. 과거 노트 찾아다가 '계속 쓰던 것처럼 이쯤에서 이어서 쓰면 되겠구나.' 하며 꾸미지 말고. 

솔직히 말해도 돼? 난 이 관계가, 그녀가 '아 맞아. 이런 이유 때문에 그때 내가 밀어냈던 거지.'라는 걸 깨달으며 다시 가버리는 것으로 마무리 될 거라 생각해. 이미 재구는 그럴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거든. 

ⓐ3년 전에 고백했다가 퇴짜 맞았다. 이번엔 쟤가 먼저 연락했으니 고백을 받아줄 것 같다.
ⓑ나도 이직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하니, 질질 끌지 말고 확실하게 고백한 후 정리하자.
ⓒ이전에 안 만나본 것도 아니니, 다시 만나며 알아가고 뭐 하고 할 것 없이 고백하자.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재구는 '만남 징징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알면 알수록 "나 솔로라서 외로워."하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잖아. 저 위에 있는 재구의 말을 다시 한 번 가져다 보자.

"아…, 그럼 친구랑 가야겠네. 남자 둘이서 ㅠ.ㅠ"


왜 저런 말을 한 거야? 저런 말이 둘의 관계에 도움이 될까? 아마 재구는 

"저건, 영화를 다른 여자랑 보러 가는 게 아니라는 걸 돌려 말하고자 한 얘깁니다."


라고 대답할 수도 있어. 그러지 마 재구야. 그걸 신경 쓰고 있는 건 세상에 너 혼자야. 저런 얘기까지 꺼내가며 네 처지를 전부 오픈 할 필요는 없는 거라고. 상대가 거절했으면 그냥 조용히 넘어가면 돼. 신경이 쓰이는 거라면 상대가 묻겠지. 그런데 안 묻잖아. 지레짐작으로 상대가 혹시 오해할지도 모른다며 '네가 같이 보러 가주지 않으면 난 동성친구랑 가야하는 상황이야.'라는 걸 알리지 말라고. 외롭더라도 외롭다는 걸 들키지 말라는 얘기, 내가 질리도록 했잖아. 안 그래? 

좀 진정하고 천천히 가자. 아직 전화통화도 안 하는 사이인데, 3년 전의 감정이 되살아났다며 고백부터 하려 들면 그 결과는 안 봐도 뻔한 거야. 상대는 천천히 알아가고자 이런 저런 질문도 하며 잘 하고 있잖아. 재구도 그녀의 템포에 맞췄으면 좋겠어. 그녀는 이번 주엔 일이 많으니 다음 주 주말에 봤으면 하는데, 재구는 거기다 대고 "평일엔 안돼? 저녁에 잠깐도?" 하면서 또 매달리고 있잖아. 

너 자신을 봐봐. 넌 너의 예전 모습에 대해 '여자친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연애하자고 조르는 태도'였다고 말했지? 지금은 거기서 얼마나 달라졌어? 달라진 게 있기는 해? 여기서 보기엔 과거에 재구가 퇴짜를 맞던 순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어. 이제 이십대 후반이잖아. 여유를 좀 갖자 재구야. 새 이야기는 새 노트에 쓰고 말야. 


재구는 사연 신청서 '성격 및 성향'을 적는 란에

"낯을 가리지 않고 여자인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 성격.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며,
처음 소개팅 같은 장소에서도 무난하게 대화가 끊기지 않을 정도의 사교성을 지님."



이라고 적었잖아. 그게 사실이라면, '여자인 친구'들을 대하듯 그녀를 대해봐. 그럼 이 관계는 잘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연애도 따지고 보면 인간관계의 한 형태인 거거든.

재구가 자신에 대해 설명한 저 말과 다르게 내가 보는 재구는, 상대의 말을 듣기 보단 자기 얘길 더 많이 하고, 재구가 말하는 '무난하게 대화가 끊기지 않을 정도의 사교성'은 '어색해지기 전에 주제 돌리기'를 잘 하는 모습에 가까운 것 같아. 잘 생각해봐. 카톡대화로 미루어 난 재구가 무슨 가수를 좋아하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며, 어느 야구팀을 응원하고, 무슨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되었어. 그런데 그녀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어. 안 그래?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해 왔으니, 이미 절반쯤은 넘어온 것과 다름없다고 착각해서 그런 건가? 재구는 여기에 엄청 집요하게 의미부여를 하거든.

"사실 여자 쪽에서 먼저 연락하기는 매우 힘들지 않나요?"
"아무래도 그녀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그래서 뭐? 그냥 그것뿐이잖아. 그 이후로 걔가 만나자고 한 적 있어? 흔한 안부인사라도 걔가 먼저 한 적 있어? 없잖아. 그러니까 진정하자고. 마음에 바람이 불어 졸업앨범 펼쳐보듯 카톡 친구리스트 보다가, 그냥 생각이 나서 톡 한 번 먼저 보낸 걸 수도 있잖아. 다만 그 이후에 둘이 만나서 밥도 먹었고, 지금까지도 성실하게 대화에 임하며 관계를 맺어가고 있으니까 천천히 친해져 보자고. 고백은 아무리 빨라도 크리스마스 정도에 한다고 생각하면 그 이전까지는 여유를 가지고 상대를 대할 수 있을 거야. 위에서 한 얘기들 잊지 말고, 이번엔 '친구'부터 시작해 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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