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띠동갑 연상남과 결혼을 생각 중이라는 민지에게

by 무한 2013. 3. 18.
띠동갑 연상남과 결혼을 생각 중이라는 민지에게
민지야, 우선 매뉴얼을 시작하기 전에 스마트 폰에는 '캡처'라는 편리한 기능이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구나. 폰 화면을 그렇게 하나하나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면, 보내는 너도 고생이고 읽는 나도 눈이 빠질 것 같단다. 하지만 500장이 넘는 '노가다 스크릿 샷'을 찍은 그 근성은 훌륭하기에, 나도 인내심을 갖고 읽었단다.

사실 난 민지의 사연을 다루지 않으려고 생각했었단다. 그 이유는 첫째, 민지가 물어 본 것이 '연애를 지속하려면 고쳐야 할 모습들'이었기 때문이지. 결혼까지 생각하며 애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민지에게, 내 솔직한 심정을 얘기하면 괜히 초 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둘째, 굳이 나까지 나서지 않더라도 민지의 부모님께서 파리채를 거꾸로 잡으신 채 상황을 정리해 주시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부모님이라는 1차 방어선이 있는데, 거길 넘기도 전에 내가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발행하는 이유는, 민지처럼 온순하고 순종적이며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 가끔씩 엉뚱한 부분에서 엇나가는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줄리엣 효과'같은 게 나타나, 민지가 심한 마음고생을 하거나 사고를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다 몇 년이 지나 나에게,

"무한님께 메일까지 보내며 호소했는데, 그때 왜 아무 말도 안 해 주셨나요?
덕분에 제 삶은 이렇게 되고 말았네요. 그때 무한님이 한 마디라도 해 주셨다면…."



이런 메일을 보낼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야. 그래서 하는 얘기니, 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이상한 얘기를 하냐고 화내지 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좋겠구나.


1. 민지 거기서 뭐하니?


내게 보낸 그 카톡대화와 문자대화를, 주변의 아는 지인들에게 보여주길 권하고 싶구나. 나이 문제가 아니란다. 그 사람이 민지보다 한두 살 많다고 소개하고 그 대화들을 보여줘도 좋단다. 그들의 반응이,

"이 사람 뭐야, 무서워…."


일 가능성이 90% 이상일 거라고 난 생각한단다. 띠동갑이라는 얘기를 하면, 그들은 경악할 거고 말이야.

이걸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나. 민지가 지금 하고 있는 건, 현실과는 아주 동떨어진 연애란다. 그런 건 열다섯 살 무렵에 낯모르는 사람과 채팅을 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일이지.

남자 - 내가 참을게, 그러면 우린 행복할 수 있으니까.
여자 - 아니에요. 오빠 내가 미안해요. 오빠가 말한 거 보낼게요.
남자 - 아냐. 내가 미안해. 널 괴롭게 하고 싶지 않아. 
         널 부담스럽게 하면서까지 받고 싶지 않아.
여자 - (셀카사진) 보냈어요.
남자 - 고마워. 날 이해해 줘서.
여자 - 이따가 또 보낼게요.
남자 - 샤워하고 나와서 찍었나 보구나. 예쁘다. 다른 사진 더 있니?



민지는 지금의 연애를 원빈 주연의 <아저씨> 같은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던데, 나는 민지의 사연을 읽으며 <완전한 사육>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단다. 저 영화는 군대에서 <푸른 산호초>와 함께 군인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영화인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여하튼 난 민지와 상대의 '나이 차'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란다. 둘의 나이가 같다고 해도 이건 분명 문제가 있는 연애란다.

- 세 시간에 한 번씩 전화하기.
- 한 시간에 두 번씩 카톡 보내기.



저런 규칙을 만들어 여자친구에게 지키길 강요하는 남자는, 정상이 아니란다. 집착의 늪에 빠진 까닭에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벌점' 운운하며 '주-종'관계를 성립하려는 저 태도는, 민지의 판타지를 인질로 삼아 민지를 길들이는 것일 뿐이란다. 아래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이건 자신의 뒤가 구리기 때문에 민지를 더욱 몰아붙이는 거고 말이야.


2. 남자친구가 보수적이라고?


난 민지가 남자친구를 '보수적'이라고 지칭한 걸 이해할 수 없단다. 민지와 사귀는 도중에

"12일, XXXXX(뮤지컬) 예약해 두었습니다.
끝나는 시간에 맞춰 XXXX(레스토랑)도 예약해 두었습니다.
함께 하실 수 있는 여자 분은 연락 주세요."



저런 글을 커뮤니티에 올리는 남자를, 보수적이라고 말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구나. 민지야. 넌 지금 그냥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만 생각하고 있을 뿐이란다. 안에서는 사진을 보내라는 둥 연락을 하라는 둥 민지를 갈구면서, 밖에서는 다른 여자를 찾아 돌아다니는 남자. 그런 남자의 모습도 경악스럽지만, 저 일에 두고

"그럴 의도로 그랬던 건 아니다. 억울하다."


라고 말하는 남자를 이해해 주기로 한, 민지의 행동도 경악스럽단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민지가 저 남자를 만난 게 그 커뮤니티였고, 저런 제의를 받아들이며 시작되었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단다. 난 개인적으로 그런 곳이 '클럽'이나 '나이트'보다 더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한단다. 판타지가 가미된 떡밥을 물게 되면, 영혼까지 털릴 수 있기 때문이지.

"넌 나에게 더 잘 할 수 있어. 더 잘해야 해. 더 잘해!"


이미 민지는 깊은 수렁 속에 빠져 있는 듯 보이는 구나. 자신은 서운한 게 쌓였으니, 그걸 풀고 싶으면 앞으로 한 시간에 두 번씩 전화하라는 남자는, 다시 말하지만 정상이 아니란다.

"그가 원나잇 같은 거 할 사람은 아니에요."


민지야. 가입한 카페가 대부분 '친목'을 내세운 만남 카페고, 픽업아티스트에 관심이 많고, 연애 중에 다른 이성을 만나려 구인공고까지 올리는 남자. 그를 두고 '보수적이며 원나잇 같은 거 할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민지도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단다.


3. 민지는 왜?


남자의 친절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민지가 그에게 더 쉽게 빠져들었다고 난 생각한단다. 초반 일주일간의 카톡대화내용을 보면, 그는 연애에 대한 판타지를 가진 여자에게 '스트라이크'가 될 수 있는 말들을 던지지. 동화 속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내는 소재들도 많이 사용하고, 무엇보다 민지가 들뜰 수 있을 만큼 칭찬에 공을 들인단다. 민지를 '꼬마'취급하는 듯 보이지만, 그는 사실 모든 행동을 '썸을 타는 여자'를 대하듯 하고 있단다. 민지의 '수호천사'가 되어주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이지.

민지가 내게

"힘들어요. 오빠가 바라는 대로 다 맞추고 있는데, 너무 힘들어요.
오빠는 저보고 노력을 더 하라고 하고,
앞으로 결혼해서 살려면 더 잘해야 한다고 하는데,
요구사항에 다 맞추다가 지칠 것 같아요.
정말 오빠 말대로 제가 부족하고 모자라서 그런 건가요?
제 행동이 오빠에게 상처가 되고, 실망하게 만든다는데, 전 어떻게 해야 하죠?"



라는 이야기를 하는 지금과, 저 초창기의 모습을 비교해 보길 권해주고 싶구나. 그가 민지의 '수호천사'가 되어줄 듯 굴었던 건 어떻게든 민지와 만나려고 애쓰던 초창기 때뿐이지. 비교해 보면, 이제 아쉬울 게 없어진 그는 "수호천사가 되어 주길 바란다면, 내게 더 잘해!"라며 윽박만 지르고 있다는 걸 금방 발견할 수 있을 거란다.

또 하나는, 민지가 아직 어리기 때문이라고 난 생각한단다. 민지가 민지 또래의 남자들과 데이트를 하면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는 걸 큰 맘 먹어야 한 번 갈 수 있지. 하지만 띠동갑 정도 되는 남자와 만나면 특별한 구실 없이도 저녁 식사를 하려고 패밀리 레스토랑에 갈 수 있는 거란다. 이십대 초반의 남자와 삼십대 중반의 남자는, 경제력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걸 말해주고 싶구나. 그 차이만큼을 '사랑의 척도'로 생각하는 건 위험한 일이고 말이야.


민지야. 위의 이야기만이 전부였다면 나는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거란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할 이야기들 속엔 저것보다 훨씬 염려와 의심이 되는 부분이 가득하단다.

"그래도 저희는, 결혼 이야기까지 하면서 만난 커플인데요?"


결혼 얘기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 자다가 일어나서도 할 수 있단다. 여기서 보기엔, 결혼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점점 자신의 사생활을 감추고 있다는 게 더 이상하단다. '결혼 할 사이'라는 걸 핑계로 하나 둘 강요하는 부분이 늘어가는 것은 더욱 이상하고 말이야.

민지가 처음으로 한 연애, 그것도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연애를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구나. 하지만 지금은 이 글이 충격적으로 읽힐지라도, 오 년 쯤 지나서는, 이 글 덕분에 살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을 거라 난 생각한단다. 협박과 강요 빼면 남는 게 없는 연애, 사생활이 철저히 감춰진 상대, 둘 사이에 공유할만한 아무런 비전도 없는 관계, 하루 빨리 내려놓기를 난 진심으로 권한다.



▲ 정상적인 연애 중이라면, 홀로 오래 고민해야 할 일은 생기지 않습니다. 사연 주세요!





<연관글>

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2년 전 썸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Y양에게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