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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글모음/군생활매뉴얼

엄마와 여친, 그 사이에 갈등하는 남자

by 무한 2009. 5. 20.

얼마 전 메일을 한 통 받았다. 군대에 간지 얼마 안된 남친을 기다리며 이제 막 고무신(?)을 신기 시작한 여성분 이었다.

"남친 훈련소에서 전화를 시켜줬나봐요. 근데 한통만 시켜줬데요. 집에 했더라구요. 집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남친 어머니께 전화를 한통만 시켜줘서 집에 전화가 왔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나니까 속상하더라구요. 저라면 남친에게 제일 먼저 전화했을 것 같은데..."


속상한 마음을 알겠지만, 공개적으로 답변을 드리자면 진부할지도 모르는 구절을 하나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사랑은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이라고 말이다. 참 쉬운 말이긴 하지만, 둘이 마주하다 보면 '날 사랑하는게 맞아?' 하는 생각을 종종 갖게하는 그, 또는 그녀의 행동에 잊기 쉬운 말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위와 같은 고민(?)은 귀여운 질투심 정도로 생각한다. 그러니 너무 토라지지는 말고 [군생활매뉴얼]에 방탄헬멧님이 남겨주신 댓글을 보며 어느정도 군에 있는 남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셨으면 한다.

제가요 이 글들을 재미 있게 보다가... 군대에서 찍은 사진을 뒤졌어요... 걍 본건데... 거기에서 어미니께서 보내신 편지가 5통이 나오네요... 그걸 보니까 눈물이 나요. 어머니가 제가 제대하고 5개월후에 돌아가셨거든요. 괜찮아 졌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군대갈 가이들... 집에 편지 많이 쓰세요... 사람 앞일은 모르는 겁니다. 원래는 말뚝박고 여친이랑 빨리 결혼하려고 했는데 여친이랑 깨지는 바람에 그냥 제대했습니다. 여친이랑 안깨지고 말뚝 박았으면 어머니 마지막은 못 봤을 겁니다. 여친이랑 깨져도 그게 운명인 겁니다. 고민하지 마시고... 저처럼 전방은 죄다 지뢰밭이라는 편지는 집에 보내지 마시길... 집에서 걱정합니다.

사랑하는 내아들 보아라
조금 진즉 소식을 주었어야 했는데. 꽤
늦었구나!
사랑한다 내아들!
부디 몸조심하고 군 복무에 충실해라 (부탁한다)
오늘은 토요일 너에게 엄마 마음을 한번
전해 보려고 pen을 들었다.
아들, 2년 2개월이란 군생활 덜, 사회생활도
열심히 살아가자면 이보다도 힘든게 또
뭐가 있겠니?
굳게 마음 먹고 열심히 현제에 충실하면서
살아 보자꾸나!
집 걱정은. 조금도 걱정말고 정신똑바로 차리고
헛된 시간 보내지 말고 군 복무에 충실하고
항상. 네몸 주의해라.
막내. 삼촌 결혼소식을 전한다
결혼 상대자가 생겼단다.
이제 우리 아들 바호탓구나 기분좋지?
여자 친구하고는 소식전하고 재미있게 연락하니?
직은고모댁에서. 9남매. 자매가 다모여서. 놀고
18일 일요일날 19일날 할아버지. 제사를 우리집에서
지내고 하느라고 조금 너에게 서신이 늦었다
사랑한다 지금 몇자 적으면서. 봉투와 편지지를
부친다 알뜰히 사용해라. 또 다른 부탁을 해라
소식없어도 걱정마라 조금바쁘다보면
늦어지더라 안녕

아... 저는 편지에 군대의 훈련이 힘들다거나... 지뢰가 많아서 위험하다거나 하는 내용만 써서 보냈는데... 어머니는 항상 집에는 별일이 없고 경사만 편지에 써서 보내셨습니다.

예전에 제가 군대에서 아파서 집에 연락이 가자... 어머니는 택시를 타시고 부대에 오셨습니다... 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연락이 왔을떄는 기차를 타셨는데두요...

※ 자대가면 전화를 시켜줄텐데 여친보다 집에 먼저 전화를 합시다. 저는 군대가기 전에는 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았는데 훈련소에서 집에 전화를 걸 기회가 생겨서 집에 전화를 하였는데 아버지가 전화를 받으셨습니다. 제가 '아빠~ 하자 아버지는 우십니다... 저도 울었습니다. 그 뒤로 아버지와 싸운적이 없습니다.(뭐... 지금 서로 잔소리는 합니다만... 싸우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편지도 많이 보네세요. 전화는 기억에만 남지만 편지는 시간이 흘러도 읽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5통의 편지를 보니 왜 집에 더 많은 편지를 쓰지 않았는지 후회가 되네요.

[군생활매뉴얼]에 방탄헬멧님이 남겨주신 댓글


엄마나 여친, 모두 소중한 사람들이고 군대에서는 그리운 존재다. 사실, 방탄헬멧님의 위 댓글을 읽으며 울컥했다. 군대를 제대한 뒤라면 부모님 생각에 울컥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 한 없이 넓은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하며, 이제 막 군대를 가는 가이들이 이 글을 보더라도 집에 편지는 자주 쓰기 바란다. 군에 가면 첫사랑부터 시작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들이 다 떠오르겠지만, 부모님께 꼭 든든한 아들의 모습을 편지로 전해드리기 바란다.

남친을 군에 보낸 곰신들에게도 부탁하고 싶은 것은, 군대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을 남친을 위해 남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역시, 부모님에게도 투정과 상처가 되는 말이 아닌 따뜻한 말들로 주변을 돌보라는 것이다. 한 곳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쉽게 지칠 수가 있다. 집착할 수도 있고, 홀로 서운한 마음 가질 수도 있고,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보면 그 대상의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상처받을 수 있으니 넓은 마음을 가지길 권한다.

바다같은 마음을 가져 누가 돌맹이 던지듯 상처가 되는 일이 생겨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품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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