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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인처럼 지내는데 사귀자는 말 없는 남자유형 1부

by 무한 2012. 8. 1.
연인처럼 지내는데 사귀자는 말 없는 남자유형 1부
어제 발행한 '어장관리'에 관한 매뉴얼을 읽고 많은 대원들이 사연을 보냈다. 그 대원들에게 짧은 답을 먼저 할까 한다.

'혹시 내가 따끔한 말을 하거나 만남을 거절했다가 영영 남이 되어버리는 것 아닐까?'
'지금은 아직 나에 대한 확신이 안 들어서 그러는 것일 뿐, 달라지지 않을까?'
'이렇게라도 연락을 하고 지내다보면 나에게 오지 않을까?'



위와 같은 마음들을 내려두길 바란다. 백화점 같은 여자가 되라고 한 말을 벌써 잊었는가? 백화점은 늦게 열고 일찍 닫는다. 한 명의 고객이 아쉽거나, 하나라도 더 팔아야겠다고 생각해 24시간 문을 열어 두는 건 편의점이다. 편의점엔 츄리닝 차림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가도 이상하지 않다. 모든 가능성에 매달리면 몸과 마음이 피곤해질 뿐더러 골치 아픈 객들만 마주하게 된다. 늘 얘기하지만, 아쉬운 여자가 쉬운 여자다.

앞의 매뉴얼을 읽지 않고 같은 질문을 계속 하는 몇몇 대원들 덕분에 했던 얘기들을 자꾸 하게 되는데, 사람이 바뀌어야 상황이 바뀐다. 상황이 바뀌어야 사람이 또 바뀌는 법이고 말이다. 상대의 마음을 바꾸는 것보다는 그대가 주인인 그대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 쉬울 것이다. 어쩌다 한 번 연락해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는 상대 때문에 힘들다면, 답장 보내는 시간을 10:30 ~ 20:00으로 제한이라도 해보길 권한다. 며칠만 그렇게 해도 상황은 분명 달라진다는 것에 난 내 모니터를 걸겠다.(새로 산 것 말고, 예전에 쓰던 걸로)

자 그럼, 오늘의 이야기 출발해 보자.


1. 찝쩍남


여자에게 반하는 주기가 상당히 빠른 남자들이 있다. 노멀로그 애독자들은 다들 기억하리라 생각하는데, 어느 동호회의 '찝쩍남' 얘기를 하며 설명한 적 있다. A양을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B양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그러다 C양이 동호회에 새로 들어오니 C양에게 고백을 하는 남자. 

그런 남자가 상대 여자들이 모두 친한 동호회나 커뮤니티 등에서 찝쩍거린다면 소문이 나서 자연히 매장당하게 된다. 하지만 여자들끼리 서로의 존재를 알 수 없는 외부에서 그런 일을 벌인다면 여자들은 그의 행각에 대해 알 방법이 없다.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실명을 밝힌 순 없고, 독자들이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아무개씨의 경우 여자를 만나면 해외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그간 세 명의 대원들에게서 이 사연을 받았는데, 레퍼토리가 모두 같았다.

"이젠 정착하고 싶다."
"여행 다니며 삶을 즐기고 싶다."
"나와 함께 해 줄 수 있느냐."



아무개씨는 매순간 진심을 담아 말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중에 메일을 보낸 한 대원을 제외한)두 대원이 사연을 보낸 것이 한 달 정도의 차이가 난다는 것으로 미루어, 그 분의 호감은 휘발성이 강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쉽게 불이 붙은 만큼 쉽게 꺼지며 쉽게 사라지는 것이다.

'찝쩍남'과 진지한 관계를 구축하려 했던 여성대원들의 마음속은, 휘발성 강한 상대의 호감에 모두 타버려 새카맣게 변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녀들은 상대가 예전의 그 감정, 그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지만 그건 불탄 집이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과 같다. 그 폐허에 멍하니 앉아 있지 말고, 어서 정리부터 하길 권한다.


2. 수다남


여자사람과 수다 떠는 것에 최적화가 되어 있는 남자도 있다. 보통 이런 남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가벼워 보인다.'는 평가를 듣거나, '지금처럼 좋은 친구로 지내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내게 사연을 보낸다. 사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이상한 개그욕심을 부려 망하는 편인데, 희한하게도 별로 관심이 없으며 '그냥 친구'로 생각하는 여자 앞에서는 막 던지는 개그가 스트라이크 존에 꽂힌다.

그래서 그 ''그냥 친구'로 생각하는 여자'들이 또 내게 사연을 보낸다. 이렇게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민감한 얘기들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으며, 함께 커피숍 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남자와 사귀면 어떻겠냐고. 

보통 이런 상황에서 그녀들은 

"이 애매한 관계에 대해서 한 번 짚고 넘어가려고요."


라고 말하는데, 난 그 '짚고 넘어가는 것'에 반대한다. 지금과 같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며 경계를 확실히 해 두는 것이 더 낫다. 썸남과 남자친구의 경계를 확실히 정해 놓고 행동하는 것이다. 베스트 프렌드라며 손을 잡는다든가, 같이 여행을 간다든가 하는 일은 금물이다. 그 경계만 확실히 유지하며 그대의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하나 더. 일부 수다남들의 귀엽다, 좋다, 예쁘다, 보고싶다 이런 멘트에 넘어가 정신줄을 놓는 여성대원들이 있는데 그건 그냥 수다의 일부라고 생각하길 권한다. 수다는 수다로 받아주자. 


3. 부성남


'아는 여자'에게 부성애를 발휘하는 남자들도 있기에 '부성남'이라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딱히 정의하기가 어려운데, 크게 '평판관리'를 목적으로 이타적인 모습을 보이는 '평판관리남'과 넓은 오지랖을 가진 '오지라퍼'로 나눌 수 있다.

'평판관리남'에는 선배나 리더인 남자들이 많다. 그들은 선거철에 후보자가 유권자들 대하듯 이성을 대한다. '교회 청년부 회장 오빠' 캐릭터를 떠올리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호감이 없는 이성이라고 해서 까칠하게 대하는 법이 없으며, 겉돌거나 멀어지는 이성이 있으면 멀리 가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고 먼저 말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그 관심에 반해 가까이 다가가면 그들은 울타리를 친다. 그 위로 넘어갈 수는 없지만 상대의 모습은 보이는 낮은 울타리다.

'오지라퍼'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남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들은 이성이 좀 무리한 부탁을 해도 그걸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며 해결하려 노력한다. 부탁하지 않았지만 그가 먼저 알아서 챙기는 일도 있기에, 상대는 그의 모습이 '관심'에서 비롯된 거라 착각하기 쉽다. 그건 순전히 그의 '오지랖'에서 비롯된 것인데 말이다.

이 역시 상대에게 "그 행동이 관심이냐 평판관리냐, 확실히 해 달라."라며 확인받으려 하지 말고 '부탁과 답례'를 활용해 다가가길 권한다. '나한테만 친절한 게 아니라, 모두에게 친절한 거였어.'라며 실망할 필요 없이 '나를 향한 그의 친절'의 부분을 키워 가면 된다는 얘기다. 포인트는 상대가 친절을 베풀 때마다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표정으로 감사함을 전하는 것이다. 남자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 놓는다는 걸 잊지 말자.


이 외에도 깨인남과 둥지남 등이 있는데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2부에서 더 살펴보기로 하자. 연인처럼 지내는데 사귀자고 말하지 않는 남자에 대해 할 말이 있는 대원들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면 된다. 아 그리고, 최병철 선수의 펜싱 남자 플뢰레 준결승 경기를 안 본 대원들은 꼭 보길 권한다. 3-4위전도 재미있었지만, 준결승 경기는 보는 사람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했다. 



▲ 최병철 선수의 변칙(혹은 사파) 펜싱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그대는 펜싱계의 잭 스패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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