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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기다림과 보상심리 때문에 헤어지는 커플, 그 과정은?

by 무한 2012. 4. 25.
기다림과 보상심리 때문에 헤어지는 커플, 왜 그럴까?
사연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뒤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남자의 판타지,
남자의 말에 기대하며 행복해질 준비만 하는 여자의 보상심리,
저 두 가지가 이 커플을 종말로 몰고 가겠구나.'



어제 어느 책에서 읽은 '소 젖 짜는 이야기(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이야기의 제목이 '소 젖'이었다.)'가 생각난다. 그 이야기에서 잔치를 준비하던 어느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날마다 소젖을 짜서 모아둔다면 마땅히 둘 곳도 없거니와
맛도 상해버리게 된다. 차라리 젖을 그대로 젖소의 몸 안에 두자.
그렇게 차곡차곡 모았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짜면 된다.'



다음 이야기는 다들 예상하듯, 잔치 전 날 젖소 몸 안에 모아 둔 젖을 한 번에 짠다며 소의 젖을 계속 비트는 장면과 젖소가 아픔을 못 이겨 요란하게 울어대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나 공부 시작하면 앞으로 데이트 같은 건 못 하게 될 거야.
조금만 참고 기다려줘. 내가 얼른 성공해서 자리를 잡아야 하잖아.
이번 시험만 합격하면, 여행도 자주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자.
약속할게. 그때까지만 참고 기다려줘. 시험 끝나면 행복할 거야."



소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결국 몇 달 후, 위의 커플은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다. 왜 기다린만큼의 보상이 나오지 않느냐며 여자는 남자를 들볶았고, 남자는 감당이 안 된다며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라는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다. 오늘은 소를 쓰다듬는 기분으로 이 커플의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1. 무관심의 학습
 

수고를 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연애는 죽어간다. 알아서 잘 돌아가는 연애에 무관심해 지는 것이다. 둘은 큰 목표를 위해 서로 인내하고 있기에 '발전적'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연애는 퇴보하게 된다.

"전 6개월 동안 남자친구 없는 셈 치고 꿋꿋하게 버텼거든요.
정말 열심히 기다렸는데, 너무 허무해요.
연락은 더 줄었고, 남친은 미쳤는지 지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제가 서운하다며 한 번 운 적 있는데, 그 때는 미안하다고
앞으로 정말 잘하겠다고 하더니, 똑같아요. 희망도 없고, 슬퍼요."



'연락은 더 줄었고, 남친은 미쳤는지 지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부분이 퇴보된 부분이다. 그간 그렇게 지내와도 별 문제가 없었기에 적응이 된 것이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그런 남친에게 화내고, 애원하고, 눈물로 호소하는 것으로 바꾸려 하는데 그런 방법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계속 반복되는 얘기를 잔소리로 생각하게 될 뿐이다.

"오늘도 연락 없는 남친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가는데,
내일은 핸드폰 꺼 놓고 혼쭐을 한 번 내주고 싶어요."



끄는 건 좀 아니고, 무음으로 해 놓는 것으로 충분하다. 단, 저녁엔 아무렇지 않게 "전화했었네? 저녁은 먹은 거야? 난 오늘 피곤해서 일찍 자려고. 잘 자." 정도의 문자를 보내줘야 한다.

남친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다고 "너도 한 번 느껴보라고. 연락 안 될때 느낌이 어떤지."라고 지르는 건 삼가기 바란다. 그랬다간 그냥 찌질한 여자가 될 뿐이다. "아니. 무슨 일 없는데? 나 스무디킹 키위 주스 먹고 싶어질라 그래." 정도만 얘기하면 된다. 3일 안에 두 사람은 스무디킹에 가서 키위 주스를 먹게 된다는 데에 내 기업은행 통장(외환통장 빼고)을 건다.


2. 교육과 성적


남친은 시험을 준비하기 전에도 선물을 택배상자 째로 전해주는 멋 없는 남자였는데, 시험 합격 했다고 센스 만점인 남자로 확 달라 질 거라 생각하는가? 그건 모니터를 닦았더니 인터넷이 빨라졌다는 얘기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깨달을 계기가 없다면, 백 년이 지나도 지금과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

"달라진 거라곤, 남자친구가 제 눈치를 본다는 것 말고는 없어요.
전 오히려 그게 다 답답하고 짜증나요.
뭐 먹자, 뭐 하자, 어디 가자, 이렇게 좀 리드해 주길 바랐는데,
지금은 제가 A에 가자 그러면, "A는 머니까 B에 가자."라고 했다가
제 눈치를 보곤 다시 "그럼 A로 가자."라고 바꿔요.
그런 일이 반복되니까 저도 남자친구에게 짜증을 좀 내는데,
남자친구는 그럴 때면 또 불쌍한 눈빛을 해선 시무룩해 있어요.
아아아아아아아악. 미쳐버릴 것 같아요."



데이트에 수동적인 남자친구. 그건 6개월 전에도 둘의 갈등이었던 부분 아닌가. 둘은 그저 6개월의 공백을 가졌을 뿐이다. 공백을 좀 가지고 그 이후에 잘 하겠다 약속해서 될 일 같으면 세상에 싸울 커플은 하나도 없다. 수동적인 태도 바꾸는 데 6개월, 잘 안 씻는 거 바꾸는 데 3개월, 연락 자주 안 하는 거 바꾸는 데 1년 뭐 이런 식으로 다 해결하면 될 것 아닌가.

그리고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사연을 읽다 보면 "왜 이렇게 심통을 부리지?"싶은 부분이 정말 많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전부 남자친구의 잘못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남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남자는 정말 대인배다. 하자고 하면 하고, 가자고 하면 가고, 둘의 의견차이가 있어도 어쨌든 여자친구가 하자는 대로 다 하지 않는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남자친구가 '하고도 욕먹는 스타일'이라는 거다. 물론 이건 여자와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여자의 "A커피숍 가고 싶어."라고 말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커피도 커피지만 거기에 지금 시간쯤 가면 멋진 야경도 볼 수 있을 것이고, 커피잔도 예쁘니 사진 찍어 웹에도 올릴 수 있다. 좀 멀긴 하지만 다들 가고 싶어 하는 곳이기에 훗날 친구들에게 "아, 거기? 나도 가 봤어."라며 자랑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거기 뭔데 뭐 하러 가? 동네에서 마시자."


라는 말을 하고 만다. 사냥감을 잡을 수 있는 최단거리를 찾도록 프로그램 된 유전자 때문이다. 남자친구는 아마 'A 커피숍은 멀다. 동네 커피숍이든 A커피숍이든 커피맛은 비슷비슷하다. 고로 A에 가는 것보단 동네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낫다.'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 얼마나 효율적인 계산인가! 하지만 커피가 목적이 아니었던 여자친구의 얼굴은 굳어가고, 남자는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다는 걸 직감한다. 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여자친구의 굳어가는 얼굴은 분명 좋지 않은 징조다. 그는 서둘러 자신의 주장을 철회한다. 여자친구의 말에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는 걸 밝히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여자친구는 한 번 짜증이 난 상태에서, 이랬다저랬다 하는 남친을 보며 한 번 더 짜증이 난다. 커피숍이고 뭐고 분위기는 산산조각 났다. 그 때, 남자친구가 "왜 그래? A 가자며. 지금 A로 가는 거야. 화 풀어. 미안해."라고 말한다. 더 이어서 쓰고 싶지만 너무 길어지는 것 같으니 이쯤에서 줄이고,

문제가 뭔지 모른 채 맹목적인 사과를 하는 남자친구, 그 사과에 더 화가 나는 여자친구. 저런 건 관계의 공백을 가진다고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남자친구는 "시험만 끝나면..."이라며 전부 바뀔 것처럼 얘기했고, 여자친구는 "기다리기만 하면 바뀌겠구나!"하며 기대했다. 문제를 풀지 않고 묵혀만 뒀는데 성적이 잘 나올 리 있겠는가.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면 지금이라도 서로 자신이 푼 '답'을 공유하며 함께 문제를 풀기 바란다.


3. 이상한 족쇄


보상심리와 관련된 사연을 보내는 여성대원들은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남자친구가 아예 없던 거면, 그 기간에 소개팅을 하거나
이성친구라도 만났겠죠. 그런데 그런 거 전혀 없이 정말 열심히 기다렸는데..."



아니, 남자친구가

"기다리는 동안 넌 회사-집-회사-집 만 반복해.
동성친구들도 만나지 말고, 공부나 다이어트 같은 것도 하지마.
책도 읽지 말고 영화도 보지 마.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생기 없이 수감생활 하는 사람처럼 지내."



라고 말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스스로 그 기간을 인생의 번외편처럼 지내놓고 그에 대한 보상을 남자친구가 해주길 바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사연을 보낸 대원은 '자, 이제 어떻게 보상하나 보겠어.'라며 남자친구를 매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다보니 사소한 것까지 다 실망거리가 되고 만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몇 개월 만의 데이트인데 남자친구가 후줄근하게 입고 왔다.
-> '나한텐 이성으로 잘 보이고 싶은 생각 같은 건 이제 안 드는 건가?'
ⓑ 거창한 데이트를 기대했는데 남자친구가 부대찌개를 먹자고 한다.
-> '장난하나?'
ⓒ 부대찌개 먹자는 말에 타박을 줬더니 남자친구가 미안하다고 한다.
-> '이건 뭐 예전하고 똑같고만. 수동적이고,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고.'
ⓓ 남자친구는 밥 먹고 나서 뭐 할지 아무 생각이 없다.
-> '드라이브라도 하자고 해서 겨우 드라이브를 했다. 앓느니 죽지.'
ⓔ 내일 뭐 할 거냐고 물어봤더니 못 했던 게임을 실컷 할 거라고 한다.
-> '내게서 뿜어져 나오는 살의가 넌 안 보이는 것이냐?'



저런 실망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음 날은 친구들과 게임하며 밤 샌 남자친구에게 열불이 날 것이고, 그 다음 날은 여행이며 뭐며 전에 했던 말들이 쏙 들어간 것에 화가 치밀 것이다. 그러다 폭발해서 남자친구에게 따지면 남자친구는 또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라며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볼 것이고, 여자친구는 그 맹목적인 사과에 더 화가 날 것이다. 자, 그러다 지친 남자도 어느 날 "난 너에게 부족한 사람인 것 같다."며 한 발 물러나고, 그렇게 안녕.


큰 기쁨과 행복을 맛보고 싶어 하는 그대에게 난 적금 붓듯 연애하길 권해주고 싶다. 하나 둘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가며 배운 것들은 훗날 둘의 단단한 기반이 된다. 두 사람만 알아들을 수 있는 둘 만의 언어는 얼마나 되는가? 그대와 남자친구는 서로의 일생을 읊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가? 그대는 남자친구가 무슨 색을 좋아하고, 요즘 무슨 음악을 듣는지 알고 있는가? 남자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남자친구가 살고 싶어 하는 곳은?

저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저 멋진 데 데려가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여행계획이나 짜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난 그대가 그날 짠 신선한 우유를 상대와 나눠 마셨으면 좋겠다. 서두에 소개한 이야기에서처럼, '나중에 한꺼번에'의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남자친구를 비틀어 가며 "빨리 보상을 내 놔."라는 얘기는 그만 하고, 오늘부터 새롭게 차곡차곡 모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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