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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무뚝뚝한 남친과 들이대는 썸남, 그녀의 선택은?

by 무한 2012. 7. 20.
무뚝뚝한 남친과 들이대는 썸남, 그녀의 선택은?
먼저, K양이 현재 하고 있는 행동이 '바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좋겠다. K양은 회사 업무를 보다가 썸남을 알게 된 까닭에 둘의 관계가 사적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 대다수가 그렇기 시작한다. 친구나 소울메이트, 아는 오빠 뭐 그런 비스무레 한 관계로 말이다.

현재 상황에서 K양이 썸남에게 갈 확률은 98.72% 정도 된다. 그녀는 사연에 "전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썸남이 사귀자고만 하면 바로 갈아탈 생각인데, 얘가 사귀자고는 말을 안 하네요. 그 말을 어떻게 이끌어내죠?"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삑, 환승입니다.


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난 외양간을 이대로 방치해 두고 있는 K양의 현재 남친이 좀 답답하다. 대체 연애를 어떻게 하고 있기에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하루에 3시간씩 통화를 하고 카톡을 주고 받아도 모를 수 있는가. K양의 얘기에 따르면 K양의 남친은 현재 '사회인 야구단'에 푹 빠져있는 것 같은데, 그러다가 '솔로 야구단'에 입단하게 되는 거 시간문제다.

"연애보다 야구가 좋았어요."


이 순박하고 무뚝뚝하며 마초기질이 강한 남친을 대신해, 오늘은 K양에게 '환승 전 확실히 알아둬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출발해보자.


1. '쿨한 여자'라는 최면이 만든 괴물


난 '몸 생각'을 과하게 하시다가 돌아가신 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머니 친구 분의 지인의 아버지 되시는 분인데, 그분은 기력이 쇠하자 인삼을 사서 쌓아두고 드시다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인삼의 사포닌 성분 때문에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궁금했지만 전화를 걸어 물어볼 수도 없는 처지고 해서 자세히 듣진 못했다. 무조건 몸에 좋은 줄만 알았던 인삼도 과하면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 기억에 새겨두었다.

'이해와 배려'는 연애에서 인삼과 같은 존재다. 서로를 '성격이상자'나 '대책없는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애정이 사그라져가는 커플에게 '이해와 배려'를 복용시키면 기적처럼 애정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는 커플들에겐 이 '이해와 배려'의 처방이 만병통치약처럼 내려진다.

그런데 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설명한 것처럼, 일방적인 '이해와 배려'는 상대를 괴물로 만든다.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이 버릇없고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를 만들 듯이 말이다. K양의 남자친구가 K양을 방목하게 된 것은, K양의 이 '이해와 배려'와 관련이 깊다. 여기서 잠시 K양의 불평을 들어보자.

"만날 때 다른 사람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요. 친구나, 아는 형, 야구단 사람들 등등."
"야구단은 늘 주말에 모임을 가지는데, 오전에 모임 갔다가 돌아온 남친은 피곤하다고…."
"오빠가 멍청한 여자를 병적으로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뉴스 빠짐없이 봐 왔어요."



K양이 남자친구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읽다보면, 이건 '애인'이 아니라 '직장상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K양은 "쿨하게 이해했어요."라고 말하지만 그 뒤엔 "이해 못 하겠다고 하면 헤어지자고 말할까봐 불안해서 그랬어요."라고 말하는 소녀가 숨어있는 것 같다. 남자친구가 아무리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도 그렇지, 외로움에 까맣게 타들어가는 자신을 애써 부정하며 '난 쿨하니까."라고 최면만 걸어서야 되겠는가.

"난 원래 어딜 가든 연락을 잘 하는 타입이 아니야. 문자로도 필요한 말만 하고."


저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친구에겐 '이해와 배려'가 필요한 게 아니다. 폰을 바꾼 뒤 "난 이 자판으로는 못 쓰겠다. 원래 쓰던 자판이 아니라서 글씨 쓰기가 불편하네."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만 익숙해지면 괜찮다는 답을 해줘야 하는 법 아닌가. 그런데 K양은 저런 이야기를 하는 상대에게 "그래. 불편하면 글씨 쓰지 마. 괜찮아."라고 말하며 '이해와 배려'를 사용해 버리고 만다. 그렇게 오랜 시간 길들여진 까닭에 현재 K양의 남자친구와 K양은 주종관계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사이가 돼버렸다. 그 와중에 K양에게 들이대는 '썸남'이 나타났고 말이다.


2. 멋진 신세계


주말에 뭘 하자는 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으며 그저 야구 배트와 글러브를 챙겨드는 남자친구. 그런 남자친구 때문에 외로움에 질식하기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홀연히 나타난 썸남은, K양에게 신세계였다.

'남자에게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을 수도 있는 거구나.'


K양은 상대가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곤 "머리한 거 예쁘네요."라고 한 마디만 해도 하루 종일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통화를 할 때면 피곤하다며 늘 빨리 끊으려 하던 남친과 달리, 썸남은 목소리가 좋다느니, 전화를 끊기 싫다느니 하며 K양에게 들이댔다.

멋진 신세계를 만난 K양의 기쁨을 깨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미안하지만 '날 더 사랑하는 썸남'이란 말은 '날 더 사랑하는 듯한 썸남'이라고 써야 맞다. 또, 난 그 신세계의 유효기간이 세 달을 넘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내 국민은행 통장을 걸고 내기할 수 있다.

먼저 썸남에게 K양은 '군대용 여자친구'와 비슷한 상대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썸남은 지금 업무차 해외에 나가있고, 그가 K양과 마주한 것은 몇 달 전 아주 잠깐 동안 이었다. 해외에 오래 나가 있어 본 적은 없지만, 군대에 다녀온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자면, 그렇게 익숙한 사람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 보면 전화번호부가 가장 소중해 진다. 평소라면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을 것 같던 이성에게도 연락을 하게 되고, 괜히 안부 차 말을 걸기도 하며, 나중에 한 번 보자는 약속을 잡는 것만으로도 괜히 뿌듯해진다. 난 썸남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외로움의 오솔길을 걷다가 K양에게 노크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은 그 때에도 저한테 관심이 있었다고 했고,
제가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해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연락을 해 왔어요.
그래도 그게 외로움 때문이라고 하실 수 있나요?"



저런 상황에선 상대에게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편이 있어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화를 걸면 세 시간 동안 리액션 하며 웃는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있다 한들 거리낄 게 뭐가 있겠는가. 외로움이나 좀 지워볼까 하고 연락해 봤는데 불타오르듯 넘어오는 상대는, 외로움의 킬러로 고용하기 가장 좋은 상대다. 외국 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을 처치해 줄 킬러 말이다.

K양은 썸남과 연락한지 이제 한 달쯤 되었다고 했는데, 앞으로 2주만 더 지켜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썸남은 킬러를 고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이 또 찾아오는 걸 보곤, 또 다른 킬러를 고용할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다른 킬러를 고용한 듯 보인다. 때문에 K양은 점점 뜸해지는 썸남의 연락과 식어가는 듯한 썸남의 열정에 겁이 나 내게 사연을 보냈을 것이고 말이다. 유효기간이 지나면 이전의 열정은 흉내도 내기 힘든 법이니, 딱 2주만 더 지켜보길 권한다. 빨리 달궈진 건, 빨리 식는다.


3. 더 해보고, 안 되면 내려서 생각하기.


취미가 영어공부인 한 지인이 있는데, 그는 그간 영어책과 영어학습세트물을 사던 것에서 나아가 영어 관련 어플까지 구입하고 있다. 그만큼 공부했으면 바에서 만난 외국인과 간단한 대화라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그는 천천히, 또박또박, 아는 단어만 얘기해 주지 않으면 영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그의 영어공부가 대부분

- 듣다보면 알아듣는 영어.
- 외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영어.
- 보기만 해도 외워지는 영어.



따위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열심히 영어를 듣고 봤지만, 전혀 외우지 않았다. 따로 시간 내서 머리를 써가며 공부한 게 아니라, 그냥 쉽게 거저 먹을 수 있는 방식을 택해 공부했다. 귀찮은 건 싫으니까, 그냥 배경음악처럼 틀어 놓으면 어느 순간 원어민과 동급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실력이 되기를 바라면서.

유독 심한 영어학습에 대한 환상을 지울 수 있게, 영어를 아랍어로 바꿔서 생각해보면 저 학습법의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알자지라 방송을 틀어 놓고 생활한다고 해서 아랍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될까?

무작정 가장 편하고 쉬운 길만을 찾아가려 할 때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걸 잊지 말자. 별 노력 없이 큰 성과를 거두려는 욕심을 가진 사람만큼 속이기 쉬운 사람도 없다. K양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K양은 썸남에게 이미 넘어 간 상황에서도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끊지 않고 있는데, 그건 썸남이 대시해 오지 않을 걸 대비해 다리 하나 걸치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더 괜찮은 사람이 나타나면 갈아 탈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말이다. 

아직 썸남의 친한 친구 이름도 하나 모르면서, 썸남이 그대의 구원이 될 거라 굳게 믿지는 말길 바란다. 열정적으로 들이대는 모습 하나만 보고 '이 사람이야 말로 날 외롭게 만들지 않을 남자'라고 속단하지도 말고 말이다. 돌이켜보면, 무뚝뚝한 현재의 남친도 연애 초기엔 하루만 못 만나도 세상 무너지는 줄 알던 사람이 아닌가.

원하는 모든 걸 다 줄 것처럼 다가오는 남자에 현혹되지 말고, 이상하게 길들여진 현재의 연애를 손보는 데 힘쓰자. 싫은 걸 싫다고 말이라도 해 본 뒤에 뭘 끝내든가 말든가 해야지, 이건 죄다 '난 쿨하니까.'라며 상대를 괴물로 만들어 놓고 "저런 괴물과 더 사귈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그런 식이라면 세상에 괴물이 아닐 남자는 없다. 그대라는 사람은 좀 더 소중하게 대하지 않으면 언제든 날아가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남자친구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주고, 그대를 힘들게 만드는 남자친구의 모습에 대해선 해결안은 마련할 때까지 대화하자. 그렇게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내려서 다른 사람을 만나든가 하고 말이다.


삐치자. 그 훌륭한 '삐침'의 기술을 왜 사용하지 않는가. 금방 따귀라도 한 대 칠 기세로, 혹은 곧 헤어지기라도 할 기세로 삐치는 건 문제가 있지만 '나 지금 삐쳐있는 상태임. 이것은 얼른 관심을 쏟으라는 신호.'라는 걸 대놓고 보여주는 '삐침'은, 무뚝뚝한 남친도 애교스럽게 바꿀 수 있는 좋은 기술이다.

"나 지금 배가 너무 고파서 손이 떨리는데, 이대로 내버려 둘 거야?"


라고 말하면 그대를 방목하던 남자친구도 상황을 깨닫고 얼른 돌아올 것이다.

"무한님, 저렇게 보냈더니 '밥먹어'라고 답장 왔는데요?"


라고 말하는 대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불러다가 순댓국 한 그릇 먹이며 왕 깍두기 우걱우걱 씹으면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쓰리 아웃. 체인지."


자,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다들 씐나는 하루!  DJ play that music louder, お願い!



▲ 다음 영화일기는 <연가시>입니다. 극장가시란 얘긴 못 하겠고, 회충약 꼭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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