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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스마트폰 어플로 알게 된 남자, 만나도 될까?

by 무한 2011. 12. 13.
메신저에 로그인을 해 본다. 다양한 남김말을 적어 놓은 지인들이 있다. 매일 대화를 나누는 몇을 제외하고는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다들 알아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카톡에도 꽤 많은 지인들이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역시 그들도 말을 걸진 않는다. 외롭다. 내 인간관계는 아무래도 대 실패인 것 같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남들은 주머니 가득 아는 사람들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내 주머닌 텅 빈 것 같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추천어플을 소개하는 곳에 들어가니 주변에 있는, 혹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어플이 보인다. 어플을 내려 받고 접속해 본다. 흥미로운 코멘트를 적어 놓은 이성이 있다. 말을 걸어 본다. 상대는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지인들과 나눴던 형식적인 대화가 아니다. 상대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이후에도 난 상대와 연락을 하며 지낸다. 유머러스하고 세심하고 센스 있는 사람이다. 말을 놓고 장난을 칠 정도로 친해졌다. 이 사람, 만나도 될까?

딱 요 상황. 요기서부터 출발해 보자.


1. 그는 왜, 어떻게 왔는가?


그대는 그 어플에 왜, 어떻게 접속하게 되었는가? '그냥 재미로'라는 대답하는 대원들이 많겠지만, 그 보다 좀 더 깊은 이유를 생각해 보자. 그대는 만족스런 대인관계와 즐거운 현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속을 하게 된 것인가?

그런 어플엔 이상한 사람들만 온다는 얘기는 아니다. 욕구로 가득 찬 사람들의 밀도가 높을 뿐이지, 전부 그런 건 아니니 말이다. 말하고 싶은 건, 상대도 만족스럽고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을 가지고 있진 않다는 거다. 그대의 메신저나 카톡에 등록된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난 가끔, 혼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O / X )


라는 설문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설문에 'X'라고 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플로 이성을 만난 많은 여성대원들은 상대를 '100%'라고 생각한다. 그에겐 나처럼 외로운 순간이나, 모든 게 다 엉망이 된 것 같은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또 매력적이고, 센스 있고, 유머러스하며, 세심하기까지 하다고 말이다. 요기서 바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것이다.

때문에 기대하게 되고, 기대게 된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고, 그간 느껴온 외로움이 클수록 더욱 상대에게 의존한다. 이렇게 잘못 끼워진 첫 단추 때문에 다음 단추들도 계속해서 잘못 끼워진다. 물론 본인은 당장 단추를 끼워가는 즐거움에 눈치 채지 못한다. 킥킥 거리는 아기자기한 대화들이 연애로 가는 레드카펫이라 생각한다. 이때 몇몇 대원들은, 치한임이 분명한 상대에게 이상한 사진까지 찍어보내면서도 깨닫지 못한다.

이거, 웃긴 얘기가 아니라 슬픈 얘기다. 누구나 휴지가 없는 화장실에선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밖에 없듯, 단추를 계속해서 잘못 끼워 나간 대원들은 제정신으론 절대 하지 않을 일도 하고 만다. 그는 왜, 어떻게 왔는가. 그걸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게 첫 단추다.


2. 정말, 쉬운 여자


쉬운 여자 앞에 '아'자를 붙여보자. 아쉬운 여자. 아쉬운 여자가 쉬운 여자고, 쉬운 여자가 아쉬운 여자다. 그것만 기억하면 된다. 상대를 아쉬워하는 여자는, 쉬운 여자다.

J양의 사연을 좀 보자. 그녀는 위와 같은 상황 중에 상대의 '이중생활'을 알게 되었다. 상대가 J양과 연락하는 중, 다른 여자들과도 비슷한 방식으로 연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J양은 상대에게 화를 냈다. 상대는 J양에게 걔들이 일방적으로 연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곤

"믿지 못하는 관계는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그런 관계는 접어 두는 게 현명한 거겠지..."



라며 관계의 단절을 인질로 삼아 J양을 위협했다. 저런 경우엔 상대에게 "야, 그냥 쇼를 해라."라고 말하고 문을 쾅 닫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J양은 그러지 못했다. 왜? 아쉬우니까. 지금 상대와 대화를 나누는 즐거움으로 살고 있는데, 상대가 그만두겠다니. J양은 겁을 먹었다. 그래서 오히려 상대에게 사과를 하고, 앞으로 상대와 연락이 안 되더라도 의심하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했다.

몇 번 얘기했지만, 남자의 친절함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여자는 쉬운 여자가 되기 싶다. 그녀는 남자의 작은 친절에도 황송해 한다. 그 황송함을 상대에게 헌신하는 것으로 갚으려 하고, 그 헌신은 상대에게 '내가 잘나서 받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국 한 쪽은 계속 요구하고, 한 쪽은 계속 희생하는 이상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남자의 친절함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여자'가 어플에 접속한다고 해보자. 카톡이나 메신저 등에 추가 되어 있는 사람들과 달리, 그는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다정한 말들을 한다. 게다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달콤하게 들리는 고백도 한다. 연락은 어플 뿐만 아니라 카톡이나 전화로도 연결 되었다. 그 사람이 내 안부를 묻고, 하루를 챙겨주는 말들을 한다. 황송하다. 짜잔. 이렇게 쉬운 여자가 하나 탄생했다.


3. 멍충이가 되는 전형적인 과정


멍충이라고 해서 미안하지만, 이것 말고는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진짜 멍충이니까 말이다. 자, 멍충이의 생태에 대해 좀 알아보자.

우선, 멍충이들이 가장 잘 먹는 음식에 대해 알아보자.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멍충이는 김칫국을 먹는다. 그런 멍충이를 낚는 방법은 간단하다.

"심심하거나, 목소리 듣고 싶으면 언제든 전화해."


라는 떡밥을 사용하는 것이다. 저 떡밥을 던지고 잠수를 하면, 멍충이는 알아서 떡밥을 김칫국에 말아 먹는다. 꿀꺽꿀걱. 캬아. 참 잘 먹는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멍충이는 연락을 해 올 것이다. 왜 그간 연락이 없냐는 물음을 앞세워서. 그럼 이렇게 대답해 주면 된다.

"난 네가 연락하길 기다렸지. ㅠ.ㅠ"


그럼 또 멍충이는 신나서 냠냠. 아주 그냥 '정말 그런 건가?'하며 우걱우걱. 그렇게 몇 번 떡밥을 던지고 나면 송충이 아니, 멍충이는 다음 떡밥을 기다린다. 한 손엔 미리 준비해 둔 김칫국을 들고서 말이다. 그럼 이렇게 물어보면 된다.

"나 24일 날 서울 갈까? 가면 놀아주나?"


서로 시간을 내어 만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게 멍충이를 위한 것인 척 들이댄다. 그럼 또 멍충이는 신나서 냠냠. 자신에게 이상한 책임이 생겼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우걱우걱.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이게 다 밑밥이라는 건 절대 깨닫지 못한다. 멍충이는 그저

'날 만나서 실망하면 어쩌지?'
'혹시 나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난 말도 별로 없고 애교도 별로 없는데, 이성으로 마음에 안 들어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 이제 멍충에게 뭘 시키든 다 하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 멍충이는 이 떡밥을 여러 군데 뿌려도 눈치 채지 못한다. 이러다 틀어지면 언제든 새로운 사람과 다른 만남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니, 알아도 애써 부정하며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단한 공주대접을 받아서 휘말렸다면 또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고 저 형편없는 수작에 넘어가 사네 마네 하는 대원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이 글을 적게 되었다. 이번 주말에 만난기로 했다는 K양, 상대가 허튼 짓을 할 때 자리를 박차고 나올 용기가 없다면 만나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J양, 상대가 노래 한 곡 불러줬다고 제발 그렇게 황송해 하지 말자. 또 다른 J양, 상대에게 잘 데 없으면 오지 말라고 말하자. 걔가 무슨 생각하는지 빤히 보이지 않는가.

상대와 연락하며 연애하는 기분 좀 느꼈다고 특별한 사이로 착각하지 말잔 얘기다. 사람은 말을 통해서는 30%도 알기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 아직 상대의 열 가지 모습 중 세 가지도 못 본 거다. 그것만 보고 달려갔다간, 훗날 상상도 못한 이상한 곳에 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머지 일곱 가지 모습이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단 얘기다.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눈물 콧물 흘리며 울지 말고, 지금 표지판을 똑바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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