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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남자는 정말 자기 좋다는 여자를 싫어할까?

by 무한 2011. 7. 20.

오래 전, 솔로부대 남성대원들이 가득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를 좋아하는 여자 VS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 대한 뜨거운 토론이 있었다. 토론의 초반엔,

"난 전자. 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 좋아."
"연상이랑 사귈 마음 없지만, 날 좋아하는 여자라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당연히 나를 좋아하는 여자지.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잖아."



이런 의견들이 대세였다. 그러던 중 한 대원의 '양심고백' 댓글이 달렸다.

"나도 나 좋다는 여자가 나타나면,
그 여자에게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거라고 굳게 다짐하고 있었거든.
내가 혼자 짝사랑 할 때도 쟨 왜 내 마음을 몰라주나, 왜 날 안 받아주나 하며
원망도 하고 저주도 하고 그랬는데, 막상 나 좋다는 여자가 나타나니까
좀 그렇더라. 마음이 전혀 안 생기는데 억지로 사귈 수도 없는 거고."



위의 댓글 이후로는 '아는 형이 그러던데'라거나 '우리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응?)'따위의 '카더라'댓글만 달릴 뿐, '나를 좋아하는 여자'에 한 표를 던지는 대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체 '나 좋다는 여자'를 만나면 남자들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에 저 '양심고백'이 '나 좋다는 여자'를 택한 남성대원들을 '헐벗은 임금님(응?)'으로 만들었을까? 낭만이나 환상에 빠져있는 여성대원들이 알면 충격과 공포에 휩싸일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모르면 더 힘들어 질 수 있기에 공개하기로 했다. <남자는 정말 자기 좋다는 여자를 싫어할까?> 출발해 보자.


1. 정말, 나 좋다니까 싫은 걸까?


가슴 아픈 질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상대가 그대의 호감을 눈치 챈 뒤 '꽝, 다음 기회에'라는 통보를 내린 것이 정말 '나 좋다니까 싫어서'라는 이유 밖에 없을까? 상대에게 호감을 보이지 않았다면 잘 될 수 있었을 텐데, 호감을 들킨 까닭에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며칠 전 마트에 갔다가 5만 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주는 물병과 유리컵 세트를 받아왔다. 준다고 하니 받아는 왔는데, 우리 집은 약수터에서 물을 떠다 먹는 까닭에 유리로 된 물병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 게다가 유리컵은 동생과 어머니 둘 다 깨진 유리컵 때문에 응급실을 찾은 트라우마가 있는 까닭에 역시 사용할 일이 없었다. 오래 전 갈비탕 집에서 봤던 그 비커처럼 생긴 예쁜 유리컵 이라면 나 혼자 전용으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내 위시리스트를 깨알같이 적는 시간이 아니므로 이 얘긴 그만하고,

아무튼 준다고 하니 받아는 왔는데, 필요가 없다. 이 상황을 두고 물병과 유리컵은 이런 얘기를 할지도 모르겠다.

"필요 없으면 받질 말든가. 공짜로 받은 거라서 쉽게 생각하는 거 아냐? 물병과 유리컵이 정말 필요했다면, 비싼 값을 치러서라도 구입했을 거잖아. 그리고 그 물병과 유리컵을 보며 흐뭇해 할 거 아냐."


틀린 얘긴 아니다. 그 유리컵이 위에서 말한 비커처럼 생긴 예쁜 유리컵이었다면, 다른 컵보다 비싸더라도 망설이지 않고 구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넌 그 유리컵이 아니잖아?"


따지고 보면, 유리컵과 나의 문제가 '공짜라서 싫은 게 아니라, 공짜가 아니라도 싫다.'는 것이듯, 그대와 상대의 문제도 '나 좋다니까 싫은 게 아니라, 나 싫다고 해도 싫다.'란 것일 수 있단 얘기다. '호감을 들키면 끝장이야.'라는 생각으로 머뭇거리거나 애만 태우는 대원이 있다면, 먼저 호감을 보여줘도 괜찮다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자기 속내를 구구절절 다 풀어낼 작정으로 다가가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2. 투명한 포장지의 선물상자


내가 그대에게 2011년 7월 20일을 기념하며 선물이 담긴 상자 두 개를 줬다고 해 보자.

"7월 20일이 무슨 날이길래 기념하나요?"


나와 특별하게 연관된 기념일은 아니지만, 2011년 7월 20일은 인류의 역사상 딱 한 번뿐인 2011년 7월 20일이니 기념하자.

"그럼 내일도, 모레도 다 기념일이겠네요?"


기념일 지정에 돈 드는 것도 아닌데 마음껏 지정해서 기념하자. 영원히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영원히 사는 사람인양 살아있는 날들을 소홀히 여기지 말고 말이다. 기념일은 기념일이고, 그대가 주목해야 할 것은 내가 건넸다고 가정한 선물 상자 두 개다. 그리고 난 그대에게 두 상자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했다.

그 선물 상자 중 하나는 투명한 포장지로 포장된 까닭에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훤히 보인다.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내용물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포장지로 덮여 있다. 아, 가끔 포장지와 상관없이 "전 큰 거요."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으니 상자의 규격은 둘 다 같다고 가정하자. 그대는 어느 상자를 고르겠는가? 내용물이 훤히 보이는 쪽인가? 아니면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쪽인가?

많은 대원들이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쪽'의 상자를 집어 들 거란 예상을 해 본다. 투명한 포장지로 포장된 상자는 이미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았으니 흥미가 반감 되었을 것이며, 내용물을 알 수 있는 쪽을 선택하고 나면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쪽의 상자가 계속해서 궁금할 것 같으니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쪽'을 선택했으리라 생각한다.

그 '투명한 포장지로 포장한 선물상자'가 바로 '나 좋다는 여자'다. 그리고

"선택은 네 자유지만, 난 이미 네 거나 다름없어."


라고 말하는 선물상자는 '나에게 목숨 거는 여자'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데 내 것과 다름없다니 굳이 선택 할 필요도 없고, 궁금한 선물상자 먼저 열어보고 별로다 싶으면 언제든 마음 바꿔 가질 수 있는 그런.


'나 좋다는 여자'이기 때문에 상대가 싫어지는 남자는 없다. 오히려 남자들은 '나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자'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고, 그 호감이 실망으로 변하는 일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 집 오렌지 클라키를 걸고 얘기할 수 있다. 못 믿겠으면 오늘 당장 주변의 남자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고, 칭찬을 한 마디 하고, 그 남자의 말에 엄마미소를 한 번 지어보길 권한다. 그는 칭찬을 한 번 더 듣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꼬꼬마 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니 말이다.

남자들이 싫어하게 되는(이라기보다는 자신의 팬클럽 회원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여자란, 위에서도 얘기한 '나에게 목숨 거는 여자'다. 사귀는 것도 아니고, 이쪽에선 호감을 표현한 적도 없는데 이미 '내 여자'인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여자 말이다. 혼자 이상한 채무에 시달리며 알아서 연애의 감정을 갚아나가고 있는 여자는 자동문이 되고 만다. 손잡이를 잡아 밀거나 당기는 수고 없이도 알아서 열리고, 알아서 닫히는 자동문 말이다. 

자동문에겐 평생 단 한 번의 손길도 미치지 않는다. 고장 나 알아서 열리지 않을 때를 제외하곤 말이다. 그마저도 수리를 마치면 오랜 기간 다시 손길 갈 일이 없다.

"짝사랑이 너무 힘들어 마음 접으려 할 때마다 그가 연락을 해요. 왜 그럴까요?"


수리, 수리, 마수리(응?). 자동문 센서는 떼어 던져 버리고, 든든한 번호키 하나 다시길!




▲ 짝사랑이 너무 힘드실 땐 실컷 울어 보세요. 울고 나면 코는 막히지만 속은 뻥 뚫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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