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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떠나간 그녀를 다시 되찾고 싶다는 최형에게

by 무한 2011. 6. 27.
최형, 안 그래도 비와서 축축 늘어지는데, 그렇게 젖은 양말 같은 얼굴 하고 앉아 있지 마. 떠나간 그녀를 다시 되찾으려면 힘을 내야지, 젖은 양말 같은 얼굴 하고 있어서야 되겠어? 원래 그렇게 생긴 거라면 미안하고(응?), 아무튼

이따 오후부터는 비가 그치고 해도 쨍, 하게 난다고 하니 오랜만에 광합성도 좀 하고 그래. 마음에 곰팡이가 피어 버리면 곤란한 일들이 벌어지니까 '나이스'를 외칠 때의 기분을 잊지 말라고. 자, 그 '나이스'를 외칠 때의 기분으로 시작해 보자.


1. 사귄 시간이 후회된다는 그녀


후회가 된다는 그녀의 말에 실망하지 마. 그건 비명이야. 최형 겁먹으라고 내지르는 위협의 소리가 아니라, 아프다고 지르는 비명이야. 헤어지자는 얘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적지근한 포즈로 있는 최형에 대한 원망, 그리고 최형에게 내 준 그녀 마음의 방이 컸기에 그만큼의 빈자리를 느끼며 지르는 비명이라고. 

물론, 상대의 '사귄 시간이 후회된다.'는 말을 전부 위처럼 해석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보석이라 생각하며 아끼고, 닦고, 간직해 왔던 사람이, 실제론 '돌멩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도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 그래도 실망하지 마. 최형이 정말 보석이라면, '돌멩이'라는 오해를 풀기만 하면 되니까.

그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최형이 그녀의 '후회'라는 말에 겁먹고 있으면 방법이 없어. 운이 좋아서 어찌어찌 둘이 다시 만난다고 해도, 최형이 그 '후회'라는 아픈 단어를 계속 품고 있으면, 결국 그 단어가 최형의 마음속에서 자라, 최형의 마음속을 꽉 채워 버리고 말 거야. 그럼 최형의 마음속에는 그녀가 머물 수 있는 자리가 없어지겠지.

최형, 최형에게 이별이 찾아 온 이유는 '나'와 '내 감정'만 생각했기 때문이야. 최형이 사연에 적었잖아. 그녀에게 중요한 일을 최형이 사소한 것처럼 이야기 한 까닭에 다툼이 시작됐고, 그 다툼이 이별의 원인이었다고. 지금도 최형은 '나'와 '내 감정'만 생각하고 있어. 거기서 마음을 좀 더 넓혀 '그녀'와 '그녀의 감정'에 대한 자리도 마련해 보자. 그 말을 하기까지 그녀는 어땠을지, 그 말을 하는 그녀는 어떤 심정일지,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최형이 등을 돌리고 있는 시간동안 그녀는 어떨지.

서로 얼굴 보며 웃던 순간에 나눴던 말들, 함께 한 약속들, 그리고 고백들. 그런 것들을 '후회'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내치지 말자. 긍정의 말이든, 부정의 말이든 서로 나눈 이야기들에 모두 같은 무게를 두는 거야. 그럼 절대 한 쪽으로 기울어 균형을 잃을 일이 없으니까.


2. 진심은 왜 진상으로 변해 전달될까?


딴에는 정말 가리고, 감추는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이야기 한다는 심정으로 상대에게 털어 놓았는데, 상대는 그 모습을 그저 '진상'으로만 보는 거, 하늘 무너지는 일이지.

최형, 지나간 연애는 같이 화장실을 찾던 시절로 생각하자. "너도 급해? 난 장난 아냐. 좀 지린 듯."이라며 함께 화장실을 찾았던 거야. 휴지가 있고 없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열심히 화장실을 찾았지. (좀 더러운 비유라고 생각될 수 도 있겠지만, 절박함이나 절실함만 놓고 보자면 크게 다를 것도 없으니까 이해 좀 해줘.) 그러다 상대가 먼저 화장실을 찾았고, 볼일을 보고 나왔어. 이제 최형 차례야.

그런데 최형은 화장실에 들어가지 않고, 그녀에게

"넌 이제 마렵지 않다고?"
"양말을 벗으면 되니까 휴지 따윈 상관없다고 말했던 시절을 생각해봐."
"내가 잘할게. 우리, 마렵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까?"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거야. 이미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왔기에 '새 기분'이 된 상대는 그 말에 공감할 수가 없어. 최형한테 볼일을 다 봤다는 얘기가 아니라, '연애의 레벨업'이 이루어져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단 얘기야.

최형도 나이가 있으니,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꼬꼬마들을 보면 녀석들의 말이나 행동에 가끔 허무맹랑한 구석이 있다거나, 좀 몽상에 치우친 면이 있다거나 하는 것들을 알아볼 수 있잖아. 그녀가 최형을 보는 시각도 그럴 수 있어. 같이 사춘기를 보내다, 그녀의 겨드랑이 털이 먼저 났을 뿐인데 이쪽을 애 취급할 수 있단 얘기야. 괜찮아. 걱정하지 마. 최형도 곧 사춘기를 벗어날 테니까.

다만 이 상황에서 너무 많은 말은 하지 말자. 최형이 진심을 담았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하는 꺼내는 '진심'은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진상'으로 오해받을 수 있고, 또 다시 돌아와 달라는 부탁의 말은 언제나 '반성문'처럼 쓰게 될 수 있거든. 반성문 써 본 적 있으면 알거야. 아무리 열심히, 잘, 훌륭하게 써도 반성문은 반성문이거든. 내 구구절절한 사연도 반성문에 담기면, 그냥 '핑계'가 되어 버릴 위험이 있단 얘기야.

그러니 지금 당장 이해시키거나 납득시키려 노력하기보다, 우선 이 감정이 좀 잔잔해질 때 까지 기다리자. 늪에 빠졌을 땐 허우적거리기보다,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훨씬 나으니까 말야.


3. '다시'같은 건 버려. '앞으로'가 중요하니까.


정말 쉬운 문제를 하나 낼게, 맞춰봐.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슬리퍼가 벗겨져서 떠내려가고 있어. 떠내려가는 슬리퍼를 다시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떡하긴 뭘 어떡해. 얼른 따라 내려가서 슬리퍼를 잡아야지. 자, 근데 그 슬리퍼가 최형이 헤엄쳐서 쫓아갈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떠내려가고 있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물 밖으로 나와서 계곡물이 흘러가는 하류로 쪽으로 달려야지. 그래서 그 슬리퍼보다 빨리 하류에 도착해 다시 찾아야지. 쉽지?

이렇게 쉬운데, 연애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다시'만 외치고 있어. 난 개인적으로 '떠난 사람''떠내려 간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 열심히 쫓아가서 손을 내밀어도 잡히지 않는 다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 간 사람이지. 제자리에 서서 크게 외쳐서 될 일도 아니고, 기력이 다 할 때까지 헤엄쳐서 될 일도 아닌데, 뭍으로 나갈 생각은 안하고 그 자리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는 거야.

최형이 보낸 메일에서, 뭍으로 나가 다시 그녀를 찾겠다는 '다짐'은 읽었어. 근데, 최형은 아직 물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

"제가 변하려 한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전해줘도 될까요?"
"제 다짐을 그녀에게 적어서 보내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줄까요?"
"정말 전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근데, 그동안 그녀가 그냥 가 버리면 어쩌죠?"



일단 나와. 그 계곡 물에서 나와야 하류로 가서 만날 '희망'이라도 생길 거 아냐. 그래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결과도 알 수 있고 말야. 거기서 계속 다짐만 하고 있는 한, 결과는 무조건 부정적이라는 것에 내 국민은행 통장을 걸게.

물에서 나와 하류로 뛰어가며 최형은 바뀌게 될 거야. 물고기 떼에 관심을 두느라 그녀를 홀로 내버려 뒀던 일도 반성하게 될 거고, 같이 물놀이를 왔으면서 그녀를 챙기지 않았던 자신을 돌아보게 될 거야. 그런 것들을 그녀에게 말해주면 돼. 그러다

"저기 보여. 조금만 더 가면 만날 거야. 저 앞에서."


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분명, 다시 만날 거야.


자 그럼, 난 비가 그쳤으니 자전거 타러 나가야겠다. 아차, 최형,

"넌 지금도 변하지 않았어. 이 편지에도 핑계만 가득하잖아."


라는 얘기를 그녀가 했다고 해서 쫄지 마. 그런 멘트를 들었다고 또 젖은 양말 같은 얼굴 하지 말고,

"야, 기다려봐. 앞으로 세 번 정도 더 편지를 줄 건데,
두 번 정도는 마찬가지로 편지에 핑계가 가득할 거야.
그렇게 핑계를 다 편지에 적은 다음에, 
세 번째 편지엔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A4용지 50매 내외로 적어서 줄라니까. 딱 기다려봐."



정도의 멘트는 해줄 수 있어야지. 상대가 날 선 소리 좀 했다고 팩, 토라지는 남자 매력 없잖아. 지금은 둘 사이에 태풍이 와 있는 거고, 이 상황에서 최형의 텐트가 끄떡없다는 걸 보여주지 못하면, 그녀도 불안함에 더 머물지 못할 거야. 텐트가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그녀의 말에, 아무 대답 없이 '지금 내 텐트 까는 건가?'라며 뾰루퉁 해 있지 말고, 나가서 지주핀을 깊게 박아. 그리고 다시 텐트에 들어와 '나이스'를 외칠 때의 표정으로 말해.

"끄떡없지."


라고.



▲ 최형, 읽고 그냥 가지 말고 이 추천 버튼들도 좀 눌러 주고 그래. 기분이 '나이스' 해 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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