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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연애의 타이밍을 놓치면 벌어지기 쉬운 일들

by 무한 2010. 12. 28.
월요일 아침 5시 19분 쯤 도착한 사연이 있기에 이 사연을 주제로 새로운 매뉴얼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Rialto의 <Monday Morning 5:19>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아직 안 들어 본 대원들이 있다면 시간 날 때 들어보시길 권한다. 대략 일요일 밤 8시에 헤어져 월요일 아침 5시 19분 까지 그녀에게 전화를 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노래인데, 더 전화하지 않겠다는 남자의 체념이 가슴 시렵다. 계속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면, 둘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은 이별밖에 남지 않을 것 같다는 부분에선 일산으로 초대해 뜨끈한 순댓국이라도 하나 말아 먹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순댓국은 순댓국이고, "그녀는 26일에 있었던 송년 모임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메신저에서도 볼 수 없었습니다. 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끝을 맺는 사연을 읽으며 위의 노래가 생각났다. 메일을 보낸 시간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고, 사연을 작성하느라 밤을 새 버렸다는 대원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니, 오늘은 그의 연애 사연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센스 부족의 과거 연애사
 

주인공이 짧게 적어주신 '과거 연애사'를 잠시 들춰보자. 현재 32세인 주인공, 그의 10여 년 전 첫 사랑은 4일 만에 막을 내렸다. 주인공은 사귄 지 4일 만에 상대에게 "아무래도 사귀는 건 아닌 것 같아. 미안해.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건 "행정상 오류로 합격통보를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귀하는 불합격 입니다."라는 얘기 이상의 충격과 공포를 포함하고 있다. 이 얘기를 들은 주인공은 서둘러 군입대를 한다.

4년 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주인공에게 또 다시 '연애전선'이 찾아온다. 분명 행복한 나날과 즐거운 미래가 곧 시작될 거라 믿고 '절친'인 여자후배에게 고백을 했지만, 그 여자후배에겐 이주일 된 신상(응?)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 사건 이후 주인공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자'라는 좌우명을 갖게 된다.

취업 후, 같은 회사의 여직원이 주인공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왔고, 주인공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상대의 '남자친구 유무'도 확인했다. 하지만 익명으로 꽃다발까지 보내며 준비한 고백은 퇴짜 맞았고, 그녀는 주인공의 직장동료와 연애를 시작했다. 주인공은 단지 그녀에게 '관심남에게 가기 위한 우회로'였던 것이다. 그 충격으로 주인공은 직장을 옮긴다.

이 '과거 연애사'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센스 부족'이라 할 수 있겠다. 첫사랑에선 누구나 어설프고, 또 이야기의 자세한 내막도 알 수 없으니 접어 두더라도, 상대의 '이별통보'에 너무 수동적으로 대처한 모습이 안타깝다. 혼란스러워 하는 상대에게 '확신'이라는 카드를 내밀진 못하고, 친구들을 불러 술을 마시거나 '나 상처받았네.'라며 여기저기 광고하고 다닌 모습이 아쉽다.

절친인 여자 후배와의 이야기에선, 주인공의 눈치가 빠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대화 중 상대가 '남자들은 만약에' 따위의 가정을 자주 단다면, 상대는 '당신'에 대해 궁금 하다기 보단 그저 '남자'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취업 후 같은 회사의 여직원과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여직원이 직장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흘릴 때 눈치를 챘어야 한다. 다 같이 놀자 거나, 어색하니 누구도 부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관계는 연애로 발전되기 쉽지 않다는 걸 기억하자.


2. 타이밍을 놓치게 만드는 오버센스


옮긴 직장에서 주인공은 능력을 인정받았고, 덕분에 평일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일이 생기면 회사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받은 추가 수당과 월급으로 주인공은 수도권에 '마이 홈'도 마련했고, '마이 카'도 마련했다. 하지만 정신없이 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서른두 살이 되어 있었다. 나이도 나이지만, 주변에 '연락하고 지내는 여자사람'이 한 명도 없음을 깨달았다. 이렇게 살다간 더 이상의 연애 없이 실버타운 독거노인동에 들어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인공은 동호회에 나가게 된다.

열심히 동호회 모임에 참석하던 주인공은 다섯 살 어린 여자회원에게 끌리게 된다. 그게 작년 초의 일이다. 주인공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역시 '남친 유무 확인'을 했고, 혹시 동호회원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지 떠보기도 했다. 결과는 둘 다 없음. 이쯤 되었으면 밥을 한 번 같이 먹든, 영화를 한 편 보든 해야 하는데,

주인공은 계속 돌다리를 두드렸다. 아무도 뭐라고 한 적 없는 '나이 차이'에 대해 혼자 진지한 고민을 했고, 혹시 고백을 했다가 퇴짜 맞으면 앞으로 동호회 활동을 하는 데 지장이 있을 거라는 걱정을 했다. 만약 그녀와 사귀게 되더라도 동호회에서 예쁨 받고 있는 그녀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질투하지는 않을까 하는 김칫국만 마시고 있었다.

그 사이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동호회 모임에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주인공은 그녀의 정황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미니홈피' 관찰을 시작했다. 관찰 결과 그녀는 올해 초 쯤 그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헤어진 후 잠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 중순 쯤, 그녀는 다시 동호회 모임에 나오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모임에 나오는 그녀에게 최선을 다해 챙겨주려 노력했고, 시간은 흘러흘러 지금이 되었다. 현재 상황은 매뉴얼 서두에 나와 있는 주인공의 간절한 하소연을 참고하면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오버센스로 인해 타이밍을 놓친 이후, 주인공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런 간절한 하소연까지 하게 된 걸까? 연애의 타이밍을 놓치고 계속해서 잘못된 단추를 끼운 주인공의 이야기, 아래에서 살펴보자.


3. 생각이 많아지면 연애는 안드로메다로 간다
 

관심 있는 상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은, 필연적으로 '잘못된 의미부여'를 부른다. 주인공의 경우 상대의 미니홈피를 관찰하며 "내 머리속 J"라고 써 놓은 글을 보곤 '날 생각한단 얘긴가?'라는 착각을 해 버렸다. '아닐 거야. 아니야. 아니겠지.'라고 하면서도 '어쩌면'이라는 희망의 끈을 더 꽉 붙잡았단 얘기다.

뭐, 이게 그닥 특별한 일은 아니다. 지금 메신저의 대화명을 "그렇게 살지 맙시다."라고 바꾸면,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평소 거의 대화하지 않고 지내던 사람들도 "요즘 잘 지내시죠?" 따위의 이야기를 건네올 테니 말이다.

한 번 시작된 착각은 다음 착각을 부르게 된다. 달랑 "고마워."라고 적힌 상대의 미니홈피 다이어리를 보며 주인공은 자신의 심증을 입증해 줄 증거를 찾는다. 고민 끝에 '아까, 추우니까 단추 꼭 잠그고 들어가라고 보낸 문자가 고마웠나 보군.'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주인공은 자신이 만든 착각을 상대에게 들이미는 모습도 보인다. 상대가 "말이 없어도 괜찮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람이니까."라고 적어 놓은 글을 본 주인공은 상대와 메신저에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

주인공 - 근데, 내가 말이 없는 편인가?
상대녀 - 네? 음... 그다지 많이 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이 대화를 나누고도 아직 현실을 모르겠는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머리속 J"라는 글을 써 놨으면, 그건 99.9% 전 남친과 관련된 얘기다. 주인공의 이니셜이 J라는 이유로 억지로 끼워 맞추면 어쩌자는 건가. 나도 이니셜이 J인데, 그럼 우리나라 장씨, 정씨, 조씨, 지씨, 전씨 다들 그녀 머리속으로 들어가야 한단 얘긴가? 그리고 주인공은 아직 상대와 말을 놓지 않은 상태인데, 상대가 주인공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면 "고마워."가 아니라 "고마워요."라고 적지 않았을까? 존대 따지고 싶은 생각이 아니니 이건 접어 두더라도, 당신의 단추 꼭 잠그고 들어가라는 문자 하나에 감격해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고마워."라고 적긴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내 친구가 위와 같은 사연을 술자리에서 풀어 놨다면, 아래와 같이 대답을 해 줬을 것 같다.

"딱 보면 모르냐? 이별에 힘들어 하다가, 위로해주는 다른 남자가 생겼고, 지금은 러브모드에 돌입하려 준비 중이잖아. J어쩌구 할 때에는 이별학습 할 때 누구나 한 번쯤 꺼내는 말이고, '고마워'는 이 추위에 호빵의 역할을 담당해 주고 있는 사람에게 하는 말이잖아. 동성일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동성에게 '말이 없어도 괜찮아.'라는 이야기를 하는 여자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송년 모임에 나오지 않은 거 보면 딱 사이즈 나오잖아. 정신 차려 이 친구야."

직관을 우습게 만들어 버리는 반전도 자주 일어나는 것이 사람 일이니, 위의 대답에 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진 말길 권한다. 요는, 주인공 혼자서 하는 생각들이 '현실'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거다. 계속 그런 식으로 의미부여를 하다보면, 나중엔 현실에서 '퇴짜'를 맞더라도 상상 속에서의 일들을 근거로 "그게 너의 진심이 아니잖아." 따위의 헛소리를 늘어 놓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객관적인 눈으로 현실부터 파악하자.


이처럼 타이밍을 놓치고 방황의 시간을 보내는 대원들은 극단적인 질문을 한다. "이 상황에서 제가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너무 늦었으니 그냥 깨끗이 포기할까요?"라는 질문인데, 꼭 그렇게 극단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비장한 각오도 좋고 용기도 좋지만, 자기 마음의 갈피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하는 것은 욕심 아닐까?

포기한다는 말이 쉽게 나온다면, 포기하길 권한다. 남김없이 자신을 하얗게 태워도 모자란데, 손익 계산해가며 적당히 선택하고 적당히 노력한다면 자신에게 먼저 반한 상대가 아닌 이상 연애하긴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과거의 경험에서 그 해답을 찾길 권한다. 상대에게 "내가 괜찮은 사람인 101가지 이유(1. 발마사지를 할 줄 안다. 2. 귀를 시원하게 판다.)"라는 메일이라도 보내 당신에 대한 '확신'을 주고, 혼자 걱정할 시간에 상대를 만나자. 그리고 돌다리가 무서워 망설이지 말고 물에 빠져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임해보자. 전에 한 번 빠졌지만 여전히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물에 빠진다고 죽지 않는다. 건너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꾹 쥐고, 발걸음을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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