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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헤어진 여자친구를 붙잡고 싶다면 알아야 할 것들

by 무한 2010. 11. 26.
바람을 피웠다거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상대에게 욕을 퍼붓거나, 나만 당할 수 없다며 할 짓 못할 짓 다 해버린 대원들에겐 이 매뉴얼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을 미리 밝힌다. 그런 행위는 함께 먹을 음식을 만들다가 한눈을 팔아 다 태우거나, 음식을 안 먹겠다며 침을 뱉거나, 홧김에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넣어버린 행위와 같다.

이와 같은 행위를 해 놓고 "전 탄 음식도 먹을 수 있는데요? 그녀에게 먹일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라든가 "더러워진 부분만 걸러내고 그녀에게 먹으라고 할 방법은 없나요?"라고 말하는 것은, 끝까지 당신 입장에서 상대가 당신의 요구대로 하길 원하는 모습일 뿐이다. 당신의 행동들로 인해 상대가 받았을 고통과 상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채, 옛 집 그리워 다시 찾아가는 마음으로 다가가거나 매번 이해해 줬으니 이번 한 번만 더 이해해 주기를 바라며 연락하진 말길 바란다.

이 매뉴얼은 함께 만들던 음식이 시거나, 맵거나, 짜거나, 달아서 어째야 할 줄을 모른 채 손 놓고 멍하니 있는 대원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꼭 맞다. "설탕을 더 넣을까요?"라거나 "물을 더 부을까요?"라고만 묻고 있는 대원들을 위한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이런 상황을 만든 '진짜 문제'부터 파악하자

결혼까지 생각하고 만나던 커플부대원들이 보내는 사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부모님의 반대'다. 많은 대원들이 그저 이 문제에 대해 부모님이 원망스럽다며 한탄하거나 부모님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방법이 뭐냐며 방법만을 묻는데, 그런 상황이 벌어진 원인은 51% 이상 당신이 제공했음을 기억하자. 새우가 8%만 들어가도 새우깡이라고 하는데, 51%이상 당신이 원인제공 했으면 당신 잘못 이라고 할 수 있단 얘기다.

그녀가 당신 집에 놀러와 부모님과 함께 당신의 어릴 적 사진들을 보다, "어머, 이 때는 포경수술 안 했네요?(응?)"라는 식의 얘기를 한 게 아니라면, 당신 부모님이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모두 당신을 통해 전해들은 것 아닌가. 누군가를 어떻게 소개하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에 대해선 이미 '미네르바 사건'을 통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경제 전망가'라는 말과 '삽십대 백수'라는 말의 차이 말이다.

어떻게 소개를 했길래 여자친구 가슴에 대못을 박을만한 멘트를 부모님이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긴 갈등을 "그냥 별 의미 없이 하신 말이야. 무시해도 되니까 신경쓰지마."라거나 "어차피 결혼하면 우리 둘이 사는 거잖아. 부모님하고 살 것도 아닌데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래."라는 말로 넘긴 것은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 상황을 축구에 비유하자면 후반 종료 5분을 남기고 한 골을 내줘 0:1 이 된 것과 같다. 5분 내로 한 골을 만회한 뒤 연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며 열심히 뛰던 그녀는 "결혼식과 돈 문제"라는 공격수에 또 다시 한 골을 내주고 만다. 스코어는 2:0, 의지가 바스러진다.

부모님의 반대와 돈 문제 등을 예로 들었지만, 이 외의 다양한 문제들이 비슷한 루트로 벌어지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들로 지쳐 혼자 있고 싶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무작정 "내가 잘 할게."라든가 "그냥 이렇게 끝내는 게 정말 맞다고 생각해?"따위의 이야기만 하진 말라는 거다. '진짜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정에 의지하거나 사랑에 호소를 하는 것은, 병원에 입원한 상대에게 치료가 되지 않은 상태로 퇴원만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

재회를 원한다면, '진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게 먼저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시 다가갈 땐 '연애의 기술'이나 '연애의 노하우'를 손에 들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답을 가지고 찾아가야 한다.


2. 조바심의 늪에 빠지지 말자

이게 참 어렵다. 며칠 전 발행한 매뉴얼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같이 자전거를 타던 친구가 넘어졌다면 척추나 경추에 손상이 갔을 수도 있으니 무작정 일으켜 세워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대부분의 대원들이 "일단 일어나봐. 괜찮아? 어디가 아파?"라며 일으켜 세우기 마련이다.

의식이 없는 상대에게 물을 뿌리고 뺨을 때리며 정신 차리라고 다그치는 일은 그만두자. 어떻게든 계기를 만들어 일단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조바심이나, 사과만 하면 일이 다 해결될 것 같은 심정이 들더라도 상대의 마음이 잔잔해질 때 까지 기다리자.

그새를 못 참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고, 이런 저런 이벤트를 마련하고, 얼굴 좀 보자고 찾아가는, 설레발을 잠시 접어두잔 얘기다. 그리고 이 기간엔 절대적으로 술을 피하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니?"
"뭐해?"
"잘 지내지?"

라는 "옛남친 1집" 수록곡을 참이슬의 피처링에 힘입어 열심히 부르게 될 테니 말이다. 술 마신 다음 날 "정말 기억이 안 나요. 근데 1분 37초간 통화한 기록이 있어요. 제가 무슨 짓을 한 걸까요?"라는 멘트는 이제 지겹다.

대부분의 '옛남친'들은 바로 이 부분에서 크고 아름다운 헛발질을 하기 마련이다. 요양 중인 상대에게 마음대로 정리한 결과를 통보한다거나, 당근과 채칙을 들고선 당근을 먹이고 채찍까지 먹이는 이상한 방법들을 쓰다가 뒤로 넘어져 코가 깨진다. 물속을 들여다보겠다며 휘저어 흙탕물을 만들지 말고, 잔잔하게 가라앉을 때 까지 잠시 기다리자.


3. 계산하거나 예상하지 말자


지금까지의 갈등이 대부분 '이러면 이럴 것이다.'라거나 '저러면 저럴 것이다.'라는 계산이나 예상 때문에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둘의 관계를 계산하거나 예상하는 대원들을 볼 수 있다.

"그녀에게 기다릴 거라는 언질을 하고, 꾸준히 연락하는 건 어떨까요?"
"준비하고 있는 시험이 있는데, 결과발표가 난 뒤 축하해주거나 위로해주며 다시 다가갈까요?"
"다른 남자가 만나보고 싶으면 만나보라고 했습니다. 다 만나 봐도 저보다 괜찮은 사람이 없으면, 그때 돌아와도 된다고. 잘한 걸까요?"


땅 사놓고 상대가 걸리길 기다리는 블루마블을 하지 말자. 당신은 기다리는 척 하고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대에게 어서 주사위를 던져 앞으로의 결과를 모두 책임지라며 등 떠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조건이 있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얼마든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늘 연락 없이 방목하던 당신 때문에 힘들었던 상대라면, 연락을 자주하고 다정하게 챙겨주는 사람이 '더 괜찮은 남자'가 된단 얘기다.

연락이 올 때 까지 절대 먼저 연락을 안 하고 기다린다거나, 상대가 연락을 해 와도 안부전화 정도로만 받으며 자신을 향한 마음이 커지게 유도한다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게 뭐하는 짓인가?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의 모집 공고가 떠도 '먼저 연락오기 전까지는 연락하지 말아야지.'라며 앉아 있을 생각인가? 아니면, 지원을 권고하는 전화가 오면 안부전화 정도로 받으며 정직원으로 바로 합격시켜 줄 때까지 인사담당자와 밀고 당기기를 할 생각인가?

시간이 아깝고 마음이 아프다. 왜 길지도 않은 인생에서 잠시 태풍이 왔다고 저 깊은 곳에 숨어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눈치만 보며 틀어박혀 있는가. 태풍 때문에 못한 빨래도 하고, 그간 햇볕을 보지 못한 이불들을 밖에 내다 너는 기분으로 다가가자. 아무렇지 않을 수 없겠지만, 약간의 능청을 동원해 당신이 찾은 '답'을 건네며 아무렇지 않게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더 많이 사랑하기로 약속한 두 사람 아니었는가. 그 약속을 지키면 되는 거다. 어제 매뉴얼에서 이야기 했듯 '말' 말고, '행동'으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더 하자면, 절대로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자신의 행동들을 합리화 하거나 정당화 시키려 노력하지 말자. 누구나 팔은 안으로 굽는 까닭에, 문제들을 돌아보다 보면 결국 자기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어떤 대원들은 왜곡까지 해가며 자신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모습을 보인다.

문자 보내면 답장은 한참 있다 하고, 무슨 생각 하는지 혼자 궁리만 할 뿐 말해주지 않으며, 약속은 기분 따라 마음대로 잡고, 약속을 했다가도 이런 저런 핑계로 흐지부지하게 만들며, 좀 쉬고 싶다고 얘길 하던 사람이 친구들과 당구장에 가서 놀고 있고, 옆구리 살을 툭툭 건드리며 놀리기나 했으면서,

"정말 끝일까... 내 사랑이 지겹다면 떠나도 좋아. 하지만 난 여기 있을게."

엉뚱하게 이런 글을 미니홈피 다이어리 같은 곳에 올리진 말잔 얘기다. 그런 글을 상대가 보곤 "내가 미안해. 우리, 다시 만나자."라며 달려올 것 같은가? 그 글을 본 상대의 머릿속엔 '얘 뭥미?'라는 생각만 가득할 것이 분명하다. 연락이라고 해 봐야 "그 글들 지워줬으면 좋겠어."따위의 이야기고 말이다. 그럼 또 당신은 그녀가 볼 수 있는 곳에다,

"마지막 부탁... 들어줄게... 네가 원한다면, 잊어도 볼게."

아 놔, 이거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아주 그냥 오글오글 하다. 이걸 또 훗날 소개팅 자리에 나가서는 "지금 나오는 이 노래, 전에 사귀던 그녀의 미니홈피 배경..."이라는 얘기로, 아 진짜 방법 없잖아. 이런, 미안하다. 잠시 흥분했던 것 같다.

아무튼, '할 수 있는데 까지 하는 것''망칠 수 있는데 까지 망치는 것'을 구분하잔 얘기다. 세상 누구보다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이라면, 두 사람을 지탱해주던 그 사랑을 믿길 바란다. 정말 사랑했다면, 동생과 싸웠다고 내 동생이 다른 사람의 동생이 되는 것이 아니듯, 그렇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남은 사랑을 더 부풀리려 애쓰지 말고, 그 남은 사랑을 가감 없이 상대에게 꺼내 보여주길 바란다.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사랑은 생각보다 크고 아름다우니 말이다.




▲ 넘어졌다고 울지 말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는 겁니다. 추천을 누르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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