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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연락 없는 남자, 그의 진짜 속마음은?

by 무한 2010. 6. 21.
월드컵 시즌이라 그런지 삼삼오오 모여 응원하다 친구의 친구, 친구의 아는 오빠, 심지어 옆에서 부부젤라 불고 있던 남자사람 등에게 반했다는 메일이 줄을 잇고 있다. 

축구 같이 보자고 관심있는 여자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다가 답장이 없자 '혹시 통화량이 많아 문자가 안 갔나?' 하며 자기 핸드폰으로 자기가 문자를 보내보고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뒤, 보낸문자함을 찾아들어가 그녀에게 재전송을 눌러봤지만 역시나 답장이 없어 속상함을 달래려 전반전에 소주를 급하게 들이키곤 잠들어 후반전을 못 봤다는 남자대원의 메일을 생각하면 슬프기도 하다. 택배로 부부젤라라도 하나 보내드리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은 함께 응원하며 알게 되었고, 분명 집에 들어갈때 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아지만, 그 이후로 별다른 액션이 없는 남자에 대해서 살펴볼까 한다. 꼭 응원하다 만난 남자가 아니라도 적용되는 부분이니 당신의 심남이(관심가는 남자)는 왜 연락이 없는지 함께 들여다 보자.


1. 내 스타일이 아니야


어디가서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들었고, 길거리 지나다니면서도 번호 알려달라는 남자가 많았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여자대원이 있었다. 이번 월드컵 <대한민국-그리스>전을 할 때 그녀의 친구가 '대학교 동기들'이라며 세 명의 남자를 술자리로 불렀는데, 그 중 한 남자를 보고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평소 수염 기른 남자를 혐오하는 편인데, 그 남자의 수염은 볼을 부비고 싶도록 매력적이었으며, 간간히 그의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모습에 이쪽에선 넋이라도 있고 없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축구경기를 술집의 TV로 함께 보며 그에게 계속 '눈빛공격'을 가했지만, 그는 축구에 몰입해 이쪽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정수가 첫 골을 넣었을 때 다들 격하게 포옹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이쪽에서는 계획을 짰다고 한다. 또 골이 터지면 그의 쪽으로 붙어 '폭풍포옹'을 한 번 당하기로 말이다. 후반 박지성의 골이 터졌고, 이쪽에선 계획대로 그의 쪽으로 붙었다. 그는 포옹 대신 하이파이브를 했지만 그 하이파이브 만으로도 이쪽에선 경기가 끝날 때 까지 심장이 계속 뛰었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을 메일로 읽으며 조금 의아하긴 했다. "그의 손바닥 맛을 잊을 수가 없었어요." 라고 써 주셨는데, 그에게 "손바닥으로 나 따귀좀." 이런 부탁을 할게 아니라면, 나중에 그에게 메일을 보내더라도 이런 표현은 삼가시길 권한다. 오해의 여지가 있다. 아무튼 경기가 끝나고 '서로서로 번호저장'이 이루어 진 뒤, 다음 날 문자를 보냈고, 짧은 답장을 받은 뒤, 지금까지 먼저 문자를 보내지 않으면 연락이 오지 않으며 답장이라고 오는 문자도 모두 단답형이라고 한다.

"도대체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라고 물으시며 상세하게 메일을 보내주셨는데, 보내주신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상대의 현재 심리상태는 "내 스타일이 아니야." 일 가능성이 크다 결론이 나왔다. 이쪽에 별 관심 없거나 매력을 못 느꼈다는 말이다. 과거의 예를 들어가며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적어 주셨지만, 이쪽에 호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이 그 남자가 호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될 순 없지 않은가. 만남에서 실수를 하거나, 그가 연락하기 싫도록 만드는 일을 하지 않았더라도 연락이 없을 수 있단 얘기다.

혹시 이쪽에서 보낸 문자가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닌지, 아니면 이야기를 나누다가 뭔가 말실수를 한 것은 아닌지, 그에게 잘못 보인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으신 것 같다. 물론, 이와 같은 일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은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이러한 일이 없더라도 연락이 없을 수 있음을 인정하자. 아, 그리고 제발 메일로 자기 프로필 사진 보내며 외모를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라거나 하는 짓은 하지 말자. 지금 이 글 읽고 있는 사람 중 99.9%가 자신의 외모가 평균 이상이라 생각한다. 살을 빼거나, 머리만 좀 잘 만지거나, 의학의 도움을 받으면 남들이 깜짝 놀랄 거라는 신앙을 가지고 있다.


2. 놀자고 만난 거 아니었어?


가끔 이런 사연을 보내는 사람들끼리 서로 짜고 보내는 것인지, 아니면 한 사람이 계속해서 다른 아이디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내는 것인지 깜짝깜짝 놀라는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은 "저도 처음엔 정말 가볍게 만나려고 생각했어요..."라는 말로 시작한다. 대부분 장소는 클럽, 나이트, 채팅 등 이성의 밀도가 높으며 작은 스파크에도 불이 붙을 정도로 상대에 대한 욕구가 가득 차 있는 곳이다.

길게 말 안해도 무슨 얘긴지 알 거라 생각한다. 그런 공간이 나쁘다는 얘길 하는 게 아니다. "전 정말 남자를 만나러 간 게 아니고, 음악감상 하러 간 겁니다."라고 적어주셨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성석제의 <소설 쓰는 인간>이라는 단편소설을 보면 카바레에서 '왕제비'로 활동하는 주인공이 나온다. '왕제비'라는 단어만 보고 오해할 지 모르지만, 그 '왕제비'는 무언가를 바라고 춤을 추는 제비가 아니다. 진짜 춤이 좋아서 춤을 추는 '왕제비'인 것이다. 더 얘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직접 읽어보시길 권한다. 주제와는 좀 다르지만, 여성의 심리변화와 그 여자를 대하는 남자의 심리묘사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면 또 남자를 나쁘게 말한다느니 여자편은 든다느니 하는 '책상 위 삼팔선 긋기'가 시작될 수 있으니, 위에서 말한 단편을 꼭 찾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특히 '멸치장사하는 아주머니'부분을 주의깊게 읽으면, '무거운 마음'이 되었을 때 벌어질 최악의 상황을 알 수 있다.


3. 처음엔 괜찮았는데, 점점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들이대는 여자는 분명 매력없다. 오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적어두자면, 여기서 말하는 '들이댐'과 '먼저 연락하는 것'은 별 관련이 없다. 남자에게 먼저 연락하면 '자존심 없는 여자'로 보일까봐 속이 까맣게 타도 전화기만 바라보고 절대 연락을 안한다는 분들이 있는데, 먼저 연락했다고 '자존심 없는 여자'로 보이는 남자는 없으니 연락하길 바란다.

단, 답장이 없다고 무차별 '문자폭격'을 해선 안된다. 그 행동은 당신의 연락을 그가 '스팸'으로 인식하는 걸 도울 뿐이다. 답장이 왔다고 해도,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며 한 번에 다 해결(응?)하려 하진 말길 바란다. 긴 대화를 원한다면 만나서 얼굴 보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화를 하자. 마음이 여린 사람일 수록 문자로 다 해결하려는 증상을 보이는데, 그러다 그냥 문자친구 되는 거다. 그리고 문자를 보낼때엔 밸런스를 맞춰서 보내자. 잘 잤냐고 물어보는 상대의 짧은 문자에 어제 일기를 써서 보내는 대원들이 있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고, 상대의 문자엔 알맞은 답장을 보내주자. 받은 질문을 되물어주는 센스를 보이며 말이다. 면접보는 거 아니니까 똥꼬에 힘주고 혼자 장황하게 이야기 할 필요 없다.

그럼 '들이댐'은 무엇일까?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헛발질 이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간략한 예제로 알아보자.

(몇 개의 안부문자를 주고 받은 후)
솔로녀 - 오늘 저녁에 끝나고 맥주 한 잔 사주실려구요? 후후.
관심남 - 아, 오늘은 약속이 있어요. 친구 생일이라.
솔로녀 - 그럼 내일 영화 보여주세요. 보고 싶은 거 생겼는데.
관심남 - 음.. 야근 안하게 되면 괜찮은데, 야근하면...  
솔로녀 - 전에 보고 싶은 거 생기면 말하라면서요.
관심남 - 아. 그게. 주말엔 어때요? 토요일 정도? 
솔로녀 - 뭐, 할 수 없죠. 토요일 몇 시요? 어디서 볼까요?



위의 상황은 남자대원들도 많이 벌이는 헛발질이니 '남자'와 '여자'를 바꿔도 아무 이상이 없다. 이렇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면 뭐가 헛발질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지만, 저 상황에 처하면 바로 앞에 발 내딜 곳 밖에 못 보기 때문에 부푼마음을 따라가다 사고를 친다.

좀 특이한 경우들도 있는데, 호불호를 극단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여자대원은 선거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남자의 고향을 물었고, 자신이 가진 지역감정과 상관 없다는 것을 알고는 "A지역사람들은 다 그렇더라구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안타깝게도 그 남자 부모님의 고향이 A지역 이었다. "뭐뭐하는 사람들 이해 안가요."라거나 "뭐뭐는 다 별로죠."라는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하진 말길 권한다. 운명은 장난거리를 기가막히게 찾아내니 말이다.


이 외에도 남성대원들이 보냈던 사연을 토대로 몇 가지 이야기를 더 꺼내자면, 둘의 관계에 수동적인 여자에 대한 것이 있었다. 이건 여성들이 보낸 사연과 엇갈리는 부분인데, 만남 후 집에 돌아가 연락하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여자대원들은 "만남 후 집에 돌아왔는데 잠이 들 때까지 연락이 없더군요."라고 말하는 반면, 남자대원들은 만남 후 상대에게 연락이 있냐 없냐에 대한 것을 '오늘 만남에 대한 평가'로 여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둘 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 먼저 문자를 보내면 엎드려 절받는 느낌이 들까봐 진심은 꽁꽁 숨기고 서로 상대의 후기(응?)만 기다리고 있는 거다. 누구든 만남 후기는 행복을 듬뿍 담아 먼저 발표하자. 발표 한다고 관계에 종말이 오진 않으니 말이다.

여린마음동호회 회원의 경우는,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가졌지만 상대에 대한 뒷조사를 하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미니홈피에 들어가 일촌까지 맺는 건 좋았지만, 그 뒤 다른 남자들과 찍은 사진을 보며 실망하거나, 상대는 자신이 소유한 물건, 또는 가 본 좋은 곳을 올린다고 선별해 올린 건데 이쪽에선 '된장녀'로 낙인찍거나 '개념없음'으로 받아들인 경우도 있고 말이다.

월드컵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월드컵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자. 경기장 밖에서는 사람들이 강팀에게 최소한의 실점을 하거나 비기는 것을 목표로 삼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만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쉬운 경기 어려운 경기가 없다. 경기 중 골 차이가 많이 나면 여유로워 질 수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적당히 하거나 대충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닌가.

"이 남자, 연락이 없는데 접을까요? 말까요?"

이런 질문이 담긴 메일을 받을 때 마다 씁쓸하다. 진심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도박하듯 "이번 판 베팅 할까요? 말까요?"라는 질문을 받는 느낌이다. 19세기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연애와 결혼이 별개인 경우는 많다. 하지만 연애와 사랑까지 따로 취급하긴 너무 슬픈 일 아닐까. '마음 다해 누군가를 사랑'하진 못하고, '누구에게 사랑하는 척 해야 할지' 묻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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