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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그 남자와 벚꽃놀이 가고 싶다면 알아야 할 것들

by 무한 2010. 4. 21.
가끔, 뭐라고 대답하기 힘든 사연들이 온다.

"분명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안 들이대는 남자는 왜 그런가요?
지난 달에 소개팅으로 L사의 과장으로 있는 남자를 만났어요.
주선자가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고.. 첫인상도 괜찮았죠.
친구들은 그런 조건의 남자는 만나기 힘들다며 부러워 하기도 했고..
아무튼 노멀로그에 나오는 사연들 처럼 연락이 없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그런데 딱 거기까진 거 같아요. 더이상 뭔가 진전이 없네요.
전화통화도 하고 문자도 하고 그러는데.. 뭐가 더 없어요.
아, 자기 월급 날이라고 밥 같이 먹자고 해서 나간 적 있는데..
사실 좀 기대했거든요.. 고백 같은 걸 바란 건 아니구요..
그래도 정식으로 만나는 날인데.. 게다가 L사의 과장..
레스토랑이나 일식집을 갈 줄 알았어요.. 근데..
감자탕을 먹으러 가자고 하더군요... 먹긴 했지만.. 좀.. 마음이 그랬죠..

그리고 제 생일이 4월 초였거든요... 그 사람이 선물을 했는데..
몇 만원 안하는 귀걸이더군요... 백까지는 안 바라더라도..
그래도 나름 생일인데.. 뭐 좀 괜찮은 걸 받을거라 기대했었는데..
아직 고백도 안하고.. 마음이 없어서 그런 건지... 에휴..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잡아야 할 지 접어야 할 지.. 답장은 제 메일로 보내주세요."
 

위와 같은 사연을 보내는 대원들이 있는 까닭에 어렸을 적에는 엄마한테 파리채나 옷걸이 같은 걸로 좀 맞아 봐야 한다는 거다. 등짝이 파리채의 망사모양으로 부풀어 본 적 있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오후 두 시 넘어서 맥도널드에 갔더니 알바가 런치타임에서 2분이 지나 제 가격을 내야 한다길래, 울컥하며 쓸쓸한 거리를 하이애나처럼 걸어오는 남자에게 감자탕 먹어서 불만이라는 메일은 보내지 말길 바란다. 감자탕이 먹고 싶었지만, 가격대 성능비로는 뼈해장국이 밥도 기본으로 나오고 뼈도 더 많다는 위안을 하며 '뼈해장국 셋이요.'를 외쳐본 적 없다면 감자탕을 욕하지 말자.(응?)

이렇게 사연만 소개하면 결론을 왜 안 내냐고 할 지 모르니 결론도 내 보자. 그 남자는 그냥 무조건 접길 바란다.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남자를 위해서 보내주란 얘기다. 아직 목 뒤에 점이 있나 없나도 모르는데 생일날 '몇 만원'짜리 선물밖에 안 해서 불만이라면, 그를 지금 보내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감자탕도 맛있게 먹고 귀걸이에 행복할 수 있는 여자사람과 만나도록 놔 두길 바란다.

까칠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긴급 공지를 하나 띄워야겠다. 노멀로그 독자들이 '벚꽃놀이'플랜을 하나 둘 실천하고 있다는 소식이 메일을 통해 들어오는데, 절대로 그 벚꽃놀이에 다른 사람을 데려가지 말길 바란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단 둘이 있으면 부담이 될 테니까 사람이 좀 더 있는 게 여유도 가질 수 있고 좋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에 대한 마음도 그만큼 줄어든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이 얘긴 나중에 더 이어서 하기로 하고, 벚꽃놀이를 가게 된다면 주변의 상황도 꼭 미리 파악해 둬야 한다는 얘기 까지만 적어두기로 한다. 상대도 솔로부대원이라 같은 거 신고 나왔다가 안 그래도 벚꽃놀이로 지친 다리, 집으로 가는 차를 어디서 타야하는 지 몰라 헤매다가 발 뒤꿈치에서 피를 흘리는 대원들이 있다. 또, 부담이 안 되어서 좋긴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며 방청객 알바 하고 온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말이다. 여의도로 벚꽃을 보러 갔으면 노량진 들러서 회 한 접시 먹어주는 것도 괜춘하다고 적어두겠다.

이런 얘길 하면 초속 5센티미터로 떨어지는 벚꽃 떠올리며 얼얼한 청량고추 한 토막 들어간 쌈 하나 입에 문 듯 침이 고인 -흐뭇한 엄마미소 짓고 있는- 대원들이 있겠지만 이미지트레이닝만 하지 말고 실제로 해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정신줄을 꽉 움켜 쥐고 오늘도 매뉴얼을 공부해 보는 거다. 긴장 풀지 말고 달려보자.


1. 바닥을 쳐라


매뉴얼로 백 날 "당신의 두 다리로 일어서세요."라고 해 봐야 의지가 약한 대원들의 경우는 "절 슬픔에 잠시만 더 머물게 해 주세요."같은 손발 로그아웃하기 딱 좋은 대답만 할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밑바닥 까지 더 깊숙히 들어가보기를 권하겠다. 더 아파라.

당신의 사랑이 거미줄인지도 모르고
조심조심 다가갔지만 내 날개는 찢겼죠
그러나 진정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아주 좋다. 막 써라. 더 써라. 날개가 있고 없고는 문제되지 않는다. 글자 틀려도 시적 허용으로 용서가 된다. 글 잘 못쓰더라도 짧은 글 쓰면 티가 안나니까 짧게 짧게 많이 써라. 글은 별로고 음악 들으며 슬퍼 하는가? 정신 몽롱해 질때까지 들어라. '이거 내 얘긴데...' 싶으면 계속 들어라. 미니홈피 배경음악도 바꾸고, 미니홈피 제목은 그 사람에게 신호 보낸다는 생각으로 바꿔라. 잘려져 나간 듯한 그의 부재에 환지통을 느끼며 계속해서 어루만져라. 진지한 거니까 쉽게 얘기하지 말라고? 아니, 이건 쉽게 말하는 게 아니고 도와주는 거다. 어중간하게 아프며 겉돌지 않도록 '진짜' 바닥까지 내려가자는 거다. 어려운가? 그럼 또 메일도 써라. 대략 이런 내용들을 넣어라.

너와 만든 기억으로 가는 문턱, 너무 드나들어서 이젠 다 닳아 버렸어.
네가 찍은 마침표. 거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질 못 하겠어.
번외편 같은 날들, 이렇게 계속 지내도 괜찮을 걸까.



이런 거 좀 괜찮지 않은가? 내가 방금 지어낸 건데 필요하면 마음껏 가져다 써도 좋다. 누구한테 도와달라고 손 내밀지 말고, 남들에게 가볍게 말하지도 말고, 당신 혼자 심각하게 아파라. 단, 죽지만 마라. 그러면 된다. 그 슬픔의 바닥엔 분명 뭔가 있을 것 같은가? 그 바닥까지 내려가 보길 권한다. 엄살피우지 말고 끝까지 내려가라. 그리고, 그 바닥을 쳐라.

난 중학생이 될 때까지 무서워서 혼자 엘리베이터를 못 탔는데, 나밖에 없는 엘리베이터의 거울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보이게 될 거라는 생각과, 창이 있는 엘리베이터에서는 몇 층 올라가다 어느 여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늘 5층 정도의 건물도 걸어 올라 갔지만, 25층에 사는 친구네 집에 갔던 날 어쩔 수 없이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게 되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그 슬픔의 바닥에 뭔가 있을 것 같은가? 당신을 그 슬픔에서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건, 내가 엘리베이터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그것'과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당신을 슬픔에서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 그건 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당신이다.


2. 어장관리 같으면 무조건 잘라야 할까?


어장관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매뉴얼을 통해 늘 얘기했지만, 오늘은 좀 더 솔직한 얘기를 해 보자. 마음에 별로 들지 않을 이야기 일 지 모르지만, 백지상태인 것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성과는 메일 한 통 주고 받아본 적 없으며, 핸드폰에 성별이 다른 사람의 번호는 단 하나도 저장되어 있지 않은 대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대부분 인터넷사이트에 아이디를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누군가에게 로그인 하려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그저 상대를 쉽게 생각해 '어장관리'를 하는 게 아니더라도, 대부분 자신이 힘차게 헤엄치던 어장이 있고 누군가가 그 사람의 어장에서 힘차게 헤엄치고 있을 수 있단 얘기다. 주변에 커플부대원이 있다면 진지하게 물어보길 바란다.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 하기 전 삮아버린 다른 밧줄을 잡고 있거나,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진 않았는 지 말이다. 거의 대부분이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것 처럼, 심리전을 하기도 하고 가슴 졸이기도 하며, 뜨거운 물 찬 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 있었다는 거다.

이와 관련해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이 온다.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문을 열어보면 되는 건데, 나를 붙잡고 저 안에 뭐가 들었을 거 같냐고 묻는 대원들이 많다. 당신이 직접 문을 열어보는 것 보다 더 확실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같은 학원에서 근무하고, 늘 집에 갈 때 바래다 주고, 회식자리에서 챙기고, 우연히 주말에 다른 곳에서 만났는데 사람들이 쳐다 볼 정도로 반가워 하고,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묻곤 귀 기울여 경청해 주고, 이런 상황이라면 상대의 문자에 답만 하지 말고 먼저 문자를 보내보라는 거다.

물론 위의 상황에 '확실하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뭐가 무서운가? 상대가 다가오는 것 처럼, 당신도 다가가 보라는 거다. 지금 오디션 심사보러 나와 있는 거 아니지 않은가. 지난 주말에 도착한 사연처럼, 고백이 받아들여지자 마자 디비디방에 가야 한다며 애걸복걸하는 꼬꼬마라면, 그때 레드카드를 들어도 된다.

"근데.. 그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 한테도 친절하고.. 인기가 많거든요."

그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도 친절하든 큰절을 하든, 어쨋든 그의 옆 자리를 누가 차지하든 같은 조건을 가지는 것 아닌가.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실패'할 수 있다는 부담감을 안고 가야 하는 거다.

'가능성이 더 보이면 그 때 할게요.'

가능성은 당신이 만들어 가면 되는 거다. 인생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이 시기를 '자존감 부족'이라는 망토로 덮지 말길 바란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지금은 잘 모르겠고, 집에가서 조용한 시간에 다시 봐야지.'하고 덮은 책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어보지 않는다. 한 발짝 더, 삶에 바짝 다가서서 적극적으로 풀어보잔 얘기다.



진짜 강해져라. 철인 29호가 되어도 좋으니까, 여기저기 강해지겠다고 소문만 내는 짓은 그만두고 당신이 붙들고 있을 단단한 기둥을 먼저 잡아라. 그것이 공부든 취미든 뭐든간에 좋다. 작은 바람만 불어도 설레발을 치지 않을 정도로 꽉 붙들길 바란다. 하루하루를 나침반도 없이 생활한다면, 성공 뭐 그따위 단어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오늘은 여기로, 내일은 저기로, 이 바다에서 길을 잃는단 얘기다. 그러다 뭔가 반짝이는 것만 나타나도 등대인 줄 알고 올인해 버린다.

벚꽃놀이라니까 귀가 솔깃했을 수도 있지만, 마음엔 아직도 앙금들이 남아있고, 누군가 다가오면 방패부터 내세우며 면접보듯 상대를 만나는 일, 이 두 가지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벚꽃놀이 7박 8일동안 해도 마음에 행복이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퀴즈를 하나 풀어보자. 퇴근 길, 어느 아이가 놀이터에 넘어져 울고 있다. 아이의 엄마는 집에 있는 것 같고, 아이는 엄마만 찾으며 울고 있다. 이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서 당신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행동은 뭔가?

① 아이를 일으켜 세운다.
② 아이를 발로 찬다.
③ 말 없이 놀이터로 들어가 그네를 탄다.
④ 사타구니를 긁는다.



가끔 ①번 외의 답을 고르는 대원들이 있어서 난감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① 아이를 일으켜 세운다."를 골랐을 것이다. 알면서 왜 안 하는가?

이제 그만 울고, 일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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