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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이번 남자친구와도 비슷하게 또 헤어졌어요. 전 왜 이럴까요?

by 무한 2022. 1. 4.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에서

 

"카톡 프로필에 '기념일 D+' 하는 기능이 있어요. 그러니 아이 이름과 출산일로 설정하세요."

 

라고 교육이라도 해주는 건지, 꼬꼬마 시절 몇 번의 연애로 울고불고 하던 노멀로그의 많은 독자 분들 프사가, 이젠 그렇게 바뀌어있다. 물론 그 외에 

 

"백신 2차 접종 완료 D+51"
"조카 롱롱이 D+247"
"하나님 만난 지 D+103"

 

등으로 설정해 둔 독자분들도 있어서 깜짝깜짝 놀라긴 하지만 아무튼 그건 그렇고.

 

이번 매뉴얼에서는 오랜 기간 노멀로그를 구독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연애를 접으셨는지 이번에도 프사를 내려버리신 독자 분들의 사연을 좀 다뤄볼까 한다. 하도 지웠다 올렸다 해서 이제 화질구지가 되어버린 몇 장의 사진으로 돌려막기를 하고 계신 분들이 몇 있는데, 이번 매뉴얼을 통해 그 절망의 늪에서 좀 탈출하시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1. 다 줄테니 나만 사랑해.

 

A씨에겐, 이번부터는 '다 안 줘도 되는 남자'를 좀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 A씨의 연애패턴은 

 

-현재 가진 것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여자들에게 끼 부리는 것' 밖에 없는 남자

 

를 만나서는 숙식제공까지를 하다가, 남자가 '언제까지 이렇게 비위맞춰주며 살 순 없지'라거나 '내가 이 정도 되니까 얘가 나한테 헌신하지, 다른 여자도 다 그럴 거야', 또는 '힘겨운 시간 지나갔으니 이제 슬슬 내 살 길을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상대가 집을 나가버리게 된다.

 

이런 연애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가 이쪽을 '보험'이라 생각해 불입은 안 하면서 해지 역시 안 해 질질 끌거나, 나갔다가 또 속된 말로 '개털'이 되면 돌아와서 신세를 지거나, 세상 무서운 걸 경험할 때마다 이쪽에 찾아와 팬서비스하듯 환호를 이끌어내며 자신감 충전소로 삼아 충전 끝나면 또 갈 길 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숙식제공까지 하며 '다 주는 연애'를 두세 번만 해도 스물 다섯이 서른다섯이 되기 마련이며, 시간이 지나 이쪽이 경제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겼을 경우엔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연하남친의 폰 요금을 내주거나 신발, 패딩까지 사주며 헌신하다 헌신짝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랑 앞에 계산 없이 다 주는 여자'라는 게 뭔가 아름답고 순수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A씨는 '받지 않고는 살기 힘든 상대'가 아니라면 아예 일반적인 관계도 맺기 힘들어하며, 상대가 받기보단 뭘 좀 주려고 하면 A씨는 자신이 이 관계에서 할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데면데면하게 된다. 첫 단추를 매번 이렇게 세 칸 내려서만 끼우다 보니, 손톱 부러질 때까지 열심히 끼워도 결국 아래 세 칸이 남고 마는 게 아닐까? 2022년엔 첫 단추를 내려서 끼우지 않아도 연락하고, 만나고, 밥 같이 먹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과 만나봤으면 한다.

 

 

2. '멍뭉미'인 줄 알았는데 케르베로스

 

'강력한 무기를 고안하고 만들기 시작한 것은, 힘이 약하고 소심한 사람들'이라는 취지의 다큐를 본 건지 아니면 책을 읽은 건지, 아무튼 그런 적이 있다. 약하고 소심하다 보니 상대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것들을 고안해냈다는 건데, 실제로 연애에서도 사귀며 상대가 털어놓았던 비밀들을 날카롭게 갈아 갈등이 생겼을 때 인신공격의 무기로 쓰거나, 상대에게 반격 불가능할 정도의 치명상을 입혀야만 이기는 거라 생각해 관계가 끝장날만한 말들을 쏟아붓는 사례가 종종 있다.

 

B씨의 연애패턴 역시, 관계가 좋고 모든 게 평화로울 땐 여리고 멍뭉미(강아지 같은 귀여운 매력)있는 B씨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싸움이 시작되고 갈등이 깊어지면

 

'뭐야? 이 여자의 속마음은 이런 거였어? 이런 마음을 품고는 그동안 아닌 척 연기한 거야?'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날카로운 말들과 비아냥, 조롱을 뱉어내는 케르베로스(지옥의 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개)가 되고 만다. 

 

그냥 아주 단순하게, 만약 우리가 연인이고 싸우다가 내가

 

"우리 부모님이 뭐뭐한 뭐뭐들은 뭐뭐라고 하더라. 난 너는 안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너도 뭐뭐한 뭐뭐네. 뭐뭐한 뭐뭐라는 소리 듣기 싫지? 그럼 그런 소리 안 듣게 잘하지 그랬어?"

 

라는 얘기를 한다면, 우리가 화해를 한다 해도 저 말은 평생 머릿속에 남아 안 지워지지 않을까? B씨가 본성이 악한 사람은 아니며 오히려 여리고 겁이 많아, 그렇게 폭주하고는 또 혼자 울며 후회하지만,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아지질 않는다. 지금 다 끝장나는 것 같다며 보금자리에 불을 질러버리면, 거기엔 영영 다시 돌어갈 수 없다는 걸 기억하자. 상대를 제일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세상 그 누구도 상대에게 하지 않을 날 선 말들을 하고 치유하기 힘든 아픔을 가장 앞장서서 주는 일은 이제 졸업하기로 약속하자.


 

세 번째 사례까지 다뤄야 하는데, 주말에 군산까지 낚시하러 당일치기로 왕복한 피로 때문에 오늘은 어려울 것 같다. 이렇게 쓰다 접어 놓고는 또 임시저장해 두고 계속 묵히기보다, 발행 버튼을 눌러 생존신고라도 해두는 편이 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에겐 깃털같이 많은 날들이 있으니 다음 사연은 또 다음 매뉴얼에서 소개하기로 하며,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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