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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양의 사연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P양의 연애는 코어가 두 개인 것 같다.

 

-현실의 무덤덤한 연애

-자기최면을 건 애절한 연애

 

P양과 남친의 현실적인 연애 모습을 보면

 

-카톡 몇 번 하다가 귀찮으면 P양이 씹기도 함.

-남친이 긴 데이트 하고 싶어 해도, P양이 그러고 싶지 않으면 핑계 대고 가버림.

-만나기로 했다가도, P양이 준비하고 나가는 걸 귀찮아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함.

 

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다지 호감이나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둘의 관계에 대한 P양의 설명은

 

-전 진짜 좋아하는데, 남친이 헤어지자 할까 봐 겁나요.

-겉으로 티는 절대 안 내지만, 제가 남친에게 집착하는 것 같아요.

-남친에게 말 한마디를 할 때도, 머릿속에서 엄청 계산하고는 하게 돼요.

 

라는 것으로, 그 괴리감이 상당하다. 사연에 털어놓은 그 마음의 1/3만 현실에 쏟거나 상대에게 표현해도 충분히 사랑받으며 행복한 연애할 것 같은데, 본심을 감춘 채 ‘연애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외적인 태도’로만 상대를 대하니, 현실에선 당황스럽게도 연인과 가볍고 별 의미 없는 대화만 나누게 될 뿐이다. ‘내가 이렇게 하면 상대가 어떻게 나오나’를 보려 떠보다가, 상대로 하여금 그냥 다 하기 싫게 만드는 일로 이어지기도 하고 말이다.

 

상처받기 싫어서, 남친에게 먼저 이별통보 하고 싶어요.

 

여기서 봤을 때 P양의 연애가 어떻게 보이냐 묻는다면, 난 대략

 

A.상대와 알게 됨.

B.큰 호감도 없고 대화가 재밌는 것도 아니었지만, 상대가 열심히 들이댔기에 대화함.

C.그러다 이쪽이 답장 띄엄띄엄하고 읽씹까지 해서 흐지부지됨.

D.그렇게 끝인 줄 알았는데, 상대에게 다시 연락이 와서 또 연락 주고받음.

E.상대가 리액션 잘해주고 적극적으로 들이대기도 하니, 나쁘지 않다 싶어 연애 시작.

F.연애한다는 건 신났지만, 귀찮을 때도 있고, 일부러 어떻게 나오나 떠보려 상대를 괴롭힘.

G.상대가 지쳐가는 것 같으면 이쪽이 조급해짐. 이별로 상처받을 것 같고 해서 무서워도 짐.

 

이라는 패턴으로, 상대만 바뀌어 가며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대답하겠다.

 

P양은 이십 대 중반의 나이에 ‘짧은 연애까지 합하면 수십 번’의 연애를 했다고 하는데, 저런 식의 연애는 사실 횟수로 카운팅을 해선 안 된다. 저건 여행으로 치자면 공항에만 들렀다가 나온 것과 같아서,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독일 뭐 다 다녀왔다고 해도 그저 경유만 해서 돌아온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한 나라를 가도 공항에서 나가 시내도 가보고 시장도 가보고 해야지 다른 나라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P양과 비슷한 패턴의 연애를 하는 대원들을 보면

 

가족 및 친한 친구 >>넘사벽>> 아는 사람, 남자친구, 모르는 사람

 

이라는 극명한 선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그런 까닭에 연애를 해도 남친을 ‘타인’으로만 둔 채 둘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연인이란 간판이 걸렸으니 보고 싶다, 사랑한다, 뭐 그런 말들을 하긴 하지만, 그건 현재 연애 중이니 연인 역할을 하며 말해주는 일종의 ‘서비스’인 거지, 실제로는 상대와의 대화를 귀찮아하거나 만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걸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비유하자면, 엄마에게 엄마라고 하는 게 아니라 옆집 아줌마에게 엄마라고 하기로 하곤 엄마라고 부르는 느낌과 비슷하달까. 연인과는 ‘사귀는 사이’이니 친구를 사귈 때처럼 그렇게 사귀면 되는 건데, 인간적으로 상대와 가까워지기보다는 ‘사귀는 사이를 연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P양을 비롯한 이런 대원들에게 난,

 

-답안을 제출하듯 대화하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하고 싶은 말 하기.

-연애에 웃을 일과 기쁜 일, 좋은 일, 행복한 일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걸 기억하기.

-연애엔 상처와 간섭과 다툼의 과정도 반드시 어느 정도 포함된다는 것도 기억하기.

-말로 티 안 내려 아무리 노력해도, 행동으로 누구나 알 수 있게 티가 난다는 걸 잊지 말기.

 

정도를 염두에 둔 채 그냥 좀 편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연애를 해보길 권해주고 싶다. 내 마음을 보여주고 나란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상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하며 알아가야 지속 가능한 연애를 할 수 있는 거지, ‘연애 시~작!’ 했다고 해서 ‘예쁜 여자친구로 보일법한 말이나 태도’를 연기하며 상처받지 않으려 마음도 안 주고 감추기만 한다면 얼마 안 지나 얼른 그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은 마음만 들 수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P양에겐 하나 더 해주고픈 말이 있는데, 그건 연애를 하면 유치해지고 아이 같아 지는 건 맞지만 그게 그냥 ‘어리고 별 생각 없이 단순해 보이는 것’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P양은 나름 ‘애교’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은데, 유치원생이 이래땅 저래땅 하며 1차원적인 감정표현하는 것처럼 내용도 없고 의미도 없는 멘트를 하는 건, 이제 나이에도 맞지 않으며 상대에겐 철이 없거나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일 위험이 있다.

 

사연신청서를 적어 내려간 P양은 전체를 조망할 줄 알며 어느 지점에서는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떻게 보일지까지를 예리하게 판단하는 똑똑이처럼 보였는데, 카톡대화 속 P양은 채팅으로 알게 된 오빠랑 사귀기로 한 뒤 밥 머거떠? 나 보고 시포? 우리 언제 만낭? 같은 멘트를 하는 사춘기 여중생처럼 보였다. 선배 대원 중에 불혹을 넘었음에도 여전히 연애만 하면 그런 혀 짧은소리와 의미없는 멘트만 하다가, 결국 헤어지고 나서는

 

“나랑 사귀었던 애들은 왜 단 한 번도 다시 전화를 안 하냐. 아 빡쳐.”

 

라는 말을 하는 대원도 있긴 한데, 여하튼 이거 나이들 때마다 그때그때 어느 정도 최신화 안 하면 귀여워 보이는 게 아니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라며, 다음 연애는 포장지 뜯고 바리케이트 치운 채 진짜 P양의 모습으로 자연스레 만나봤으면 한다. 자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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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2019.07.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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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선?!

그녀의2019.07.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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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P양에게는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헤어지면 상처받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어떤 건지. 연애를 시작하면서 내가 가지게 되는 상대에 대한 마음이나, 행동 이런걸 제 3자의 시각에서 한번 바라봐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가난한대학생2019.07.1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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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인가요??

가난한대학생2019.07.1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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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간만에 들어왔는데 포스팅이 두개나 있어서 알차게 읽고 댓글 답니다 ㅎㅎㅎ 늘 좋은 글 써주셔서 무한님께 감사해요.

늘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경우에서든 어디서든 개인적으로도 솔직한 게 더 나은 것 같아요. 나를 표현하고 오픈하는 것이 상대와 더 가까워지기 쉬운 것 같아요.

ㅇㅅㅇ2019.07.1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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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방어적이신거 같아요. p양

2019.07.10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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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완전 난가?? 하면서 봤어요.
저도 남친을 너무도 좋아하지만 제가 먼저 버림 받는게 싫고 무서워서 (자주) 머릿속으로 헤어지는 걸 그리곤 하거든요 ㅠㅠㅠㅠㅠㅠㅠㅠ

냥이2019.07.11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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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전 연애할때 불편한거 있으면 툭까놓고 말하자 스타일인가봐요. 저런 생각을하고 연애를 해본적은 없는거 같아서.. 연애엔 상처와 간섭과 다툼의 과정도 반드시 어느정도 포함된다. 오늘도 유익한 내용 감사합니다!

바람2019.07.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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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이기 전에 같은사람 이라고 본다면 그리 어렵진 않을텐데 누구에게나 시행착오는 있기 마련이죠. 잘 풀려가길 바랍니다.

김문도2019.07.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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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제나2019.07.11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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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 표현하는게 부끄럽고 또 그렇게 좋아해버리면 차였을 때 너무 슬플까봐 데면데면하게만 대한게 후회돼요.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솔직하게 털어놓는게 좋다는 걸 머리로는 알면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어렵네요

피안2019.07.1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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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서모임에 가입해서 책을 평소보다 더 읽는 중인데
유시민 작가의 표현의 기술을 읽다가
문득 무한님이 떠오르면서 약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무한님의 삶이 깊어지면서 글이 더 깊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예전의 재기발랄함이 가끔 그리워질 때가 있거든요
그래도 무한님의 글은 항상 제게 즐거움이 됩니다.
아침부터 감상 가득한 댓글~ ㅎㅎ
요즘 너무 잘보고 갑니다만 남긴 것 같아서
오랫만에 길게 적어봅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ㅇㅇ2019.07.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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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댓글에 펼쳐지는 일부 오지랖 ㅋㅋㅋㅋ

나그네2019.07.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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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한다 라는 말 정말 공감이요 전 우정을 연기하는 친구와 아웅다웅하다 작년에 절교했었네요. 겉으로는 좋은 친구 격려해주는 친구 별별 난리를 다 치던 친구였는데 막상 인간 대 인간으로서 진지한 상황에 접하면 홱 피하거나 아예 말을 하지 않거나... 그러다가도 또 같이 친구 코스프레 하는 상황이 반복돼서 제가 먼저 지치고 괴리감이 커 관계 잇기를 그만 두었네요 ㅠㅠ 근데 생각해보니 이 사연의 P양님과 마찬가지로 그 친구 나름의 상처(?)와 두려움과 고민이 있었을 듯 하네요.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

찐 고구마랑 삶은 달걀2019.07.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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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마워요.

언제나 마음을 다듬어 주는 글이에요.

꼭 대단할 필요가 있나요?

조금씩 어우르고 어우르며 쌓아가다 보면 대단해지는데요 뭘.

dd2019.07.1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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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님 -현실의 무덤덤한 연애 -> 현실에 무덤덤한 연애.. 같은데 맞나요? 간만에 칼럼 감사합니다 ㅠㅠ 기다렸어요

AtoZ2019.07.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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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질문거리예요.
자연스러움이란 무엇인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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