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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구남친은 의처증이었던 걸까요, 순수한 좋은 남자였던 걸까요.

by 무한 2019. 5. 9.

의처증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상대가

 

-과거 연애사를 계속 캐내려 하며, 듣고 나서는 분노함.

-너는 믿지만 주변 남자는 못 믿겠다며, 이성과의 관계를 모두 끊으라 함.

-어쩔 수 없는 회식인데도, 이쪽의 참석에 화를 내거나 격하게 실망을 표현함.

-남자와 관련해 위협, 협박, 폭언 등을 서슴지 않음.

 

등의 모습을 보인다면 헤어지는 게 맞다. 그게 얼핏 보면 진짜 이쪽을 사랑해서 그러는 것 같고, 또 소중한 둘의 관계가 타인으로 인해 훼손될까 염려해 그러는 거라 상대가 얘기하니 그럴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걸 다 들으며 상대의 주문대로 따르다간 대인관계에서 격리된 채 언제 또 상대가 폭발할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만 살게 될 수 있다.

 

여린 마음이었던 J양은, 상대와 얼마 만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좀 그런 상황에 접어든 듯 보인다. 연애 중 J양은 상대에게 수 시간씩 폭언을 듣거나, 외모부터 시선이나 표정까지 지적질을 당하거나, 상대로부터 자신이 어떻게 변하며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식의 위협과 협박을 당했는데, 그런 나머지 지금은 J양은

 

“식당에서도 직원이 남자면, 남자친구 앞에서 눈치 보며 주문하던 습관이 아직도 나옵니다. 남자친구에게 몇 시간씩 들었던 폭언에 대해서는, 거기에 제대로 한마디도 대꾸를 못 한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가, 그에게 당한 세뇌 때문인지 정말 제가 이상하고 잘못된 여자였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구남친은 의처증이었던 걸까요, 순수한 좋은 남자였던 걸까요.

 

의처증 증세를 보이는 상대와 연애를 한 대원들 중엔, 상대의 집착과 질투가 분명 무섭고 숨 막히지만, 감정이 좀 잔잔해진 후 다시 보면 그게 진짜 사랑인 것처럼 느껴진다거나, 상대가 눈물로 호소하는 일 등이 벌어져 흔들리는 사례가 꽤 많다. 더는 못 견딜 정도로 압박하던 상대가, 정말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면 그간 집착과 질투에 쏟았던 에너지를 호소와 매달림에 쏟는 까닭에, 그걸 보며 다시 한번 기회를 줘보고 싶어지거나 후자의 모습이 상대의 진심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연애 중 상대가 했던

 

-어디서 나 같은 남자 못 만난다. 그렇고 그런 애들이랑 만날 거냐.

-우리가 싸우는 모든 이유는 너에게서 비롯된다. 네가 이상하다.

-진짜 아끼고 사랑하는 남자라면 나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랑을 가장 소중하며 유일한 것으로 해달라는 건데, 그게 어렵냐.

-나 빼고는 다 나쁜 놈이다. 친목도, 다 널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다.

 

등의 세뇌로 인해,

 

-내가 상대에게 맞추기만 하면 변치 않은 사랑이 약속되는 건데, 내가 그걸 못 한 이상한 여자라서 순수하며 고결한 상대를 잃게 된 것.

 

이라는 생각까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연애 중 상대는

 

“다른 남자에게 절대 친근하게 말하지 말고 웃어주지도 말아라. 내가 그걸 목격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행여 같이 있는 모습이라도 내가 목격하면, 진짜 가만히 안 놔둘 거다.”

 

라는 말들을 수시로 했으면서, 헤어지며 그것에 대해 따지면

 

“내가 너에게 무슨 나쁜 짓을 하겠냐. 난 네게 나쁜 말도 못 하는 남자다. 그냥 널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건데, 날 그런 놈으로 봤다는 게 마음 아프다.”

 

라며 극단적인 태세전환을 하는 까닭에, 뭐가 본심인지 헷갈리며 진짜 괜찮은 남자를 의처증으로 몰아 놓치게 된 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하는 일도 벌어진다.

 

 

J양도 현재 위와 비슷한 패턴으로 고민하는 중인데, 이미 그렇게 다 경험하고 나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게 돌아간다면, J양은 바닥 밑에 바닥이 있다는 걸 알게 될 수 있으며 태어나서 처음 겪는 막장을 계속 갱신하며 겪게 될 수 있단 얘기를 난 해주고 싶다.

 

둘의 가장 마지막 카톡대화만 봐도, 상대는 그냥 J양이 말하는 고통에 대해 부정하거나 변명하고 있을 뿐이며, 그 와중에도 정말 이별을 선택하는 거냐고 J양을 몰아세우고 책임전가만 하지 않는가. 위협과 협박, 지적질을 한 것에 대해서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거나 자기가 정말 그럴 사람으로 보이냐는 이야기만 할 뿐이며, 팔다리를 자르는 듯한 고통을 견디지 못해 J양이 그만두려 하는 것임에도 그는 ‘J양이 결국 사랑을 지키지 못하고 이별통보를 해서 내가 이별의 피해자가 되는 것’이란 뉘앙스로 말할 뿐이다.

 

당장은 상대가 ‘인연’에 호소하며 이게 꼭 J양이 순수한 상대를 내치는 것 같은 뉘앙스로 말하니, J양 쪽에선 자신이 뭔가를 놓치는 듯한 마음이 들 수 있는데, 상대와의 연애에 과연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의 의미와 즐거움이 손톱만큼이라도 있었는지를 꼭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한다. 상대는 J양의 대인관계를 통제하려는 것도 모자라 가족과도 멀어지게 하려 했으며, ‘마지막 경고’ 따위의 말을 써가며 J양을 위협했고, 과거 연애사와 속마음을 다 털어놓아야만 순수하고 솔직한 연애를 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J양을 구슬려 다 들어 놓고는 자신이 들은 내용으로 J양에게 정서적 고문을 했다.

 

이건 상대가 자신의 판타지에 J양을 욱여넣으려 했던 연애이며, 그 와중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으면 모두 잘라내려 했고, 그것에 지친 나머지 J양이 등을 돌리려 하면 일단 붙잡기 위해서 무릎을 꿇든 눈물을 흘리던 했던 연애다.

 

J양 외에도 많은 대원들이 8할이 학대였던 그 힘든 연애는 잊고 상대가 붙잡으려 할 때 보인 드라마틱한 액션이나 앞으론 정말 다 해줄 것 같은 말, 진짜 바뀔 것 같은 말에 속아 그 지옥불로 다시 돌아가는데, 그러느라 1~2년 지나면 애증과 악연으로 3~4년도 또 훌쩍 지날 수 있단 얘기를 난 해주고 싶다. 이십 대 중후반에 만나 그 막장을 다 겪은 채 삼십 대 초중반에 만신창이가 되어 터덜터덜 걸어 나오지 말고, 하늘이 도와 일찍 벗어날 수 있게 된 지금 뒤도 돌아보지 말고 상대와 반대로 뛰어 도망치길 바라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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