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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제가 착한 남자라 헤어진 거죠? 나쁜 남자가 되고 싶어요

by 무한 2017. 4. 28.

연애상담이든 심리상담이든,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문제점을 함께 살펴봤다면 해결책도 거기서 구하는 게 가장 좋다. 간이 좋지 않아서 입냄새가 나는 거라는 처방을 어딘가에서 받았으면 해결책도 거기서 찾아야지, 다른 곳에 가서 간 회복에 대해 묻고 있으면 그 질문을 듣는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M군이 착한 남자이기 때문에 헤어진 것이며 여친은 나쁜 여자였고, 그러므로 앞으로 M군은 못된 남자가 아닌 나쁜 남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해설이 내게는 저 ‘간이 안 좋아서’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여기서 보기엔 입냄새가 나는 건 충치 때문인데, 저기선 애먼 간을 탓하며 ‘입냄새엔 간장약’이란 결론을 내린 것이다.

 

누가 어디서 무슨 약을 팔든 난 관여할 생각이 없는데, 어쨌든 그 약을 샀으면 약에 대한 복용법과 이후 효능에 대한 책임을 약 판 사람에게 물어야지, 그걸 내게 들고 와 물으면 곤란하다. M군은 현재 그 약을 엄청나게 신뢰하며 이제 ‘완전히 새로운 나쁜 남자’로 거듭날 일만 남았다는 환상까지를 가지게 된 것 같은데, 이왕 이렇게 말을 꺼낸 김에 그 얘기부터 시작해 M군의 사연을 살펴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착한 남자? 못된 남자? 나쁜 남자?

 

소제목 1번의 내용을 거의 다 작성해가던 중 영어로 된 단어들을 검색해 보니, M군이 내게 보낸 글은 M군이 직접 상담 받은 내용이 아니라 웹에서 긁어 온 글 같다. 그러면 그렇다고 내게 말을 해줘야지, 위에다간 상담을 받았다고 적어두곤 아래에다간 웹에서 긁어온 글을 붙여두면 어쩌자는 건가?

 

괜히 하나하나 가져다가 설명하며 길게 적어간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남의 글에 대한 부연설명은 그 글을 쓴 사람에게 묻길 바란다. 그 사람은 그 사람만의 생각이 있으니 공들여 그 글을 적었을 텐데, 내게 뭐라고 한 것도 아닌 글을 내가 반박할 필요는 없잖은가.

 

써 놓은 글이 아까워 그 중 일부만 옮겨 적을까 한다. 이게 연애가 아닌 다른 부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보자. 내가

 

“모든 건 호흡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짧은 호흡을 하는 사람은 집중력과 지구력과 암기력이 떨어집니다. 때문에 머리는 좋아도 집중해서 뭔가를 길게 하기 어렵고, 들인 노력에 비해 남는 것이 별로 없기 마련입니다. 짧은 호흡으로 인해 신체가 여유롭지 못하기에 정신도 늘 조급해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빠르게 포기를 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원래 가지고 있는 능력의 1/10도 쓰지 못하는 거죠. 호흡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고 하는 일이라, 이게 원인이라는 걸 깨닫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도 아셨다면, 이제 긴 호흡을 연습해 몸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몸의 변화가 마음의 변화가 되고, 마음의 변화가 상황의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M군이

 

‘맞아. 내가 저래. 모든 건 호흡 때문이었어!’

 

라며 심호흡을 인생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면, 그건 그냥 바보 같은 짓에 지나지 않는다. 긴 호흡을 한다고 살림살이 나아지며 모든 것이 다 해결되겠는가?

 

M군이 첨부한 그 글을 쓴 사람은, ‘착한 남자, 못된 남자, 나쁜 남자’라는 걸 절대적으로 설정해둔 채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착한 남자에게는 저 위에서의 호흡 비유처럼, 모든 게 착해서 잘못된 것이며 나쁜 남자가 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착한 것, 못된 것, 나쁜 것은 절대적인 게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며, 난 굶어가면서까지 상대에게 맛있는 거 먹이려 한다 해도 그 외의 부분에서 상대에게 집착하고 구속하려 든다면 그건 ‘착한 것’이라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 접어둔 채 누군가의 분류 하나만을 맹신해 ‘나쁜 남자’가 되겠다고 하는 건,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장점마저도 잃은 채 ‘이상한 남자’로 보이게 되는 지름길일 뿐이다.

 

 

2. 정말 착한 남자라서 헤어진 걸까?

 

바로 위에서 말했지만, 간과 쓸개까지 다 내어줄 것처럼 상대에게 헌신한다 해도, 다른 부분에서 상대를 구속하거나 제어하려 들면 상대는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상대의 흡연에 대해 M군이 한 말을 보자.

 

“네 주변 친구들 다 담배 피우니까, 친구부터 끊어야 해.”

 

이런 부분에서 숨이 막히는 거다. M군은 상대만 있으면 세상의 다른 누구는 아무도 필요 없다는 생각이 있기에 저런 얘기를 했을지 모르지만, 상대는 만족할 만한 대인관계를 맺으며 여럿과 어울리던 중 연애를 하게 된 건데, 그런 와중에 M군이 그녀의 삶까지를 M군 생각대로 재단하고 정리하려 드니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이성인 친구를 만나는 것, 연락하는 것에 대해서도 M군은

 

- 그 친구가 의심된다. 난 그 친구가 마음에 안 든다.

- 걔는 남친 있는 거 알면서 왜 네게 밤에 전화를 하냐.

 

라는 이야기를 상대에게 했는데, 역시나 M군이 상대에게 얼마나 헌신을 했든 사귄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간섭과 요구가 많아지면 그게 다 상대에게 부담으로 치환되는 건 필연적인 일이다.

 

새를 기르는 일에 비유하자면, 상대가 이별을 고한 건 M군이 먹이와 물을 풍족하게 주었기에 배가 불러서가 아니라, 새장에 가두고 날개 깃털을 뽑아 못 날게 하려 했기 때문이다. M군은 알게 된 지 아직 100일도 지나지 않은 상대를 혼자 ‘결혼할 여자’로 설정한 채 간섭하고 참견하고 교정하려 들지 않았는가. 그게 버거웠기에 상대가 떠난 거지, M군이 착한 남자라 너무 잘해주기만 해서 상대가 오만해져 흥미를 잃고 이별을 선택한 건 아니라는 얘길 해주고 싶다.

 

 

3. 꺼지라고 말하지 않으면 가지고 노는 걸까?

 

연애는 두 사람이 한 것이며, 상대의 마음에 대해선 상대가 분명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M군은 왜 상대가 하는 얘기들을 모두 겉으로만 듣는 척 하며 모두 무시하곤 제 3자에게 상대의 마음을 묻거나 다른 곳에서 듣고 온 이야기를 상대에게 풀어 놓으며 둘의 관계를 설명하려 하는가?

 

상대가 M군에게 부드럽게 이별을 통보한 건, M군과의 사이에 서로 원수가 될 만한 갈등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연애 중 M군이 자신을 위해 해준 것도 많기에 예의를 갖춰 말한 거다. 그녀의 이별통보 방식이 부드러웠기에 M군은 여기서 조금만 더 어떻게 설득을 하면 그녀가 마음을 달리 먹게 될 거라 여긴 것 같은데, 이별을 말하는 태도에만 그렇게 의미를 부여할 게 아니라, 그녀는 분명 헤어지자는 얘기를 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그녀에게 제가 싫고, 가줬으면 좋겠고, 헤어지자고 왜 모질게 말을 못하냐고 물어보니, 꼭 그렇게까지 얘기를 극단적으로 안 좋게 해야겠냐고 하더군요.”

 

M군은 저런 부분을 내밀며 내게 ‘그녀의 의도’를 묻고 있는데, 그녀는 ‘통화하는 것도 불편하다’며 M군에게 확실히 자신의 마음을 밝히지 않았는가?

 

꺼지라고 말하고, 차단을 하고, 다시는 보지 말자는 통보를 해야만 이별인 게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해서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말 한 마디만 잘해도 다시 재회할 수 있는 관계인 게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지금 M군이 보이고 있는 태도를 달리 보자면, M군은 여전히 자기 마음 편하자고 상대에게 ‘더 모질고 냉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이 상황을 이상하게 해석해선,

 

“상담 받고 나오면서 웃음이 지어지더라고요. 다 제가 착한 남자라서 그런 거라고 하니….”

“지금 그냥 저는, 그녀에게 버려도 다시 부르면 올 착한 남자였고, 그녀는 그걸 알고 착한남자에게 질려버린 나쁜 여자였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역시 난 좀 답답하다. 그럼, M군과 사귀다가 먼저 헤어지자는 얘기를 하는 여자는 전부 나쁜 여자인가? M군이 겪는 이별은 모두 M군이 착한 남자라서 발생한 것이고?

 

이게, 어떤 이유라도 갖다 붙여서 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별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던 중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알겠다. 알겠는데, M군이 낸 결론은 M군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제 나쁜 남자가 되어 더는 착한 남자로서 나쁜 여자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다짐은 괴상한 결론일 뿐이라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내가 M군과 만났는데 M군이 내게 호의와 친절을 베풀며 살갑게 대한다면 우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 나도 점점 M군에게 마음을 열며 받은 만큼의 호의와 친절을 베풀 것이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은 당연히 도와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게 된 지 아직 계절 하나도 안 지났는데, M군이 내게

 

- 날 가장 친한 동생으로, 다른 어떤 사람보다 중요한 사람으로, 평생 나만한 사람은 다시 못 만날 거란 마음으로 대해달라.

 

라는 걸 요구하기 시작하면 나는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친구 J군과 만나고 있을 때에도 M군이 내게 연락을 해

 

“형 실망이네요. 저는 불금에 저랑 맥주 한 잔 할 줄 알았는데, 형은 다른 사람이랑 술 마시고 있네요. 전 형이랑 술 마시려고 시간 비워놨는데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또

 

“형, 저랑 8월에 같이 발리 가요. 형 영어 잘하세요? 못 하시면 저랑 회화학원 같이 다니실래요? 제가 학원비도 내드릴게요. 비행기요? 티켓도 제가 끊어드릴게요. 형은 그냥 몸만 와도 돼요. 싫어요? 왜요? 전 형이랑 여행도 같이 가고 싶고 형을 위해서 학원비며 티켓도 부담할 생각까지 했는데, 형은 왜 곤란하다는 거예요?”

 

라는 식으로 들이댄다면 난 점점 M군의 연락을 피하게 될 수 있다.

 

내가 본 M군의 문제는 위와 같다. M군이 너무 착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베풀고 헌신해야 얼른 상대의 마음을 얻을 거라는 생각에 일방적으로 퍼준 뒤 혼자 만족했던 거고, 나아가 자신이 설정한 이상적인 관계에 상대를 우겨넣으려 했다가 상대가 튕겨져 나가고 만 거다.

 

M군이 내게 보낸 글을 보면 남자가 막말과 조롱에 가까운 말을 할 경우 여자가 남자를 ‘이용의 대상이 아닌 존경의 대상’으로 본다는 설명이 있고, 또 싸구려 선물이라도 무심하게 ‘던져’주면 여자의 부담감이 없어져 편안해진다는 설명이 있던데, 그걸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여 따라할 경우 ‘미친 놈’ 소리를 듣는 건 시간문제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자 그럼, 다들 편안한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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