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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그는, 사귀고 싶을 만큼 저를 좋아하진 않았던 걸까요? 외 1편

by 무한 2017. 2. 21.

이번 주나 다음 주 중에 까망이(고양이, 고등어태비) 중성화수술을 시킬 예정이다. 수술 후에도 울고, 물고, 할퀴는 게 고쳐지지 않으면, 지인의 공장으로 보내게 될 것 같다. 생체적으로 프로그램이라도 되어 있는 듯 녀석이 밤 12시, 새벽 3시, 아침 6시에 맞춰 울어대는 까닭에 몇 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귀여웠던 울음소리는 이제 신경질적으로 변한 채 높고 길어졌고, 잠시 안겨 있다가도 쓰다듬으면 얼굴이나 팔 가리지 않고 할퀴는 까닭에 점점 미움을 받고 있다.

 

그래도 내게는 다가와서 냄새 맡고, 핥고, 부비긴 하지만, 다른 가족들이 고통 받는 까닭에, 날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앞에 와선 털퍼덕 뒹굴뒹굴 하는 게 눈에 밟혀도 보내야 할 것 같다. 산책 나가면 그 자리에 얼어붙어선 찍소리도 못 내는 녀석인데, 낯선 곳에 가서 잘 살 수 있을지…. 여하튼 까망이와 관련해선 중성화수술에 마지막 기대를 걸어보기로 하고, 우린 또 매뉴얼 시작해 보자. 출발.

 

 

1. 그는, 사귀고 싶을 만큼 저를 좋아하진 않았던 걸까요?

 

H양의 썸남은, 흔히들 말하는 ‘초식남’이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성향도 성향이지만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기고 나면 ‘강제 초식모드’에 진입하기도 하는데, H양의 썸남이 바로 그런

 

- 집돌이 성향

- 연애와 결혼에 대한 무관심

- 그저 딱 무난할 정도의 관계 맺기

 

등의 조건까지를 모두 갖추고 있다. 원래 좀 수동적이었는데, 이제는 관심을 할애하는 일에까지 소홀해진 거라 할 수 있겠다.

 

주변 지인들이 시집이나 장가를 막 가기 시작할 때에는 본인도 얼른 그 흐름을 따르고 싶다고 생각하고, 이후 대부분의 지인들이 결혼을 한 후에는 어서 나도 가야 한다는 약간의 조급증을 내다가, 더 시간이 지나 불혹이 가까워오면 일종의 ‘달관’ 상태에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 대략

 

- 지금 또 누굴 만나 처음부터 결혼까지 가기는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 독신으로 사는 것도 아주 나쁘진 않은 것 같다.

- 결혼이란 의무를 위해서 연애를 시작하고 에너지를 쏟아가야 하는가.

- 그냥, 아는 여자사람과 가끔 수다나 떨면서 지내도 큰 문제는 없잖은가.

 

등의 마음으로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이럴 때 기회가 닿으면 소개팅을 하기도 하지만 열정은 손톱만큼 밖에 안 되며, 그냥 모든 걸 운이나 운명에 맡기거나 약간만 부정적인 신호가 보여도 금방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난, H양과 썸남의 관계에서 H양이 잘못한 것은 2% 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 98%의 잘못은 상대가 한 것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아니, 사실 H양의 잘못은 2%도 되지 않는다. 아주 보통의 남자를 만났다면 H양의 태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H양의 썸남은 보통의 남자가 아니었고, 때문에 H양이 미지근한 그의 태도를 지적하려 하자 그는 놀라서 뒷걸음질 치며 H양과의 관계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남자를 만난 여성대원 대부분이

 

‘상대가 내게 완전히 반한 게 아니라서 그런가. 사귈 만큼 날 좋아한 건 아니었던 건가?’

 

하며 자괴감을 느끼거나 괴로워하곤 하는데, 난 그게 이쪽이 뭔가를 잘못하거나 매력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상대가 ‘뜨내기’인 까닭에 벌어진 일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상대가 그냥 타인과의 관계에 적당히 반응을 해주며 특별한 호불호도 내비치지 않기에 벌어진 일이지, 이쪽에게 문제가 있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런 남자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해주며 그것을 해주게끔 유도하는 것이고, 변화시키려하다가 놀라 도망가게 하는 방법은 ‘너는 도대체 왜 그러냐’라고 말하는 것이다. H양은 후자를 택했고, 그래서 상대는 모든 연락을 끊고 말았다. H양은 이렇게 연락이 끊긴 상황에서 자신이 먼저 연락해 봐도 되냐고 내게 물었는데, 당연히 그래도 된다. 다만 연락해서 ‘어쩔 생각이냐’고 묻진 말고,

 

“난 이 관계를 이러이러하게 생각했고, 이러이러한 감정이 있었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일이 일어났을 땐 이러이러한 마음이었다. 우리가 이대로 연락 끊고 남남으로 살 수도 있겠지만, 속에 있는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락했고, 내 마음이 이렇다는 걸 지금 말하는 것이다.”

 

라며 부드럽게 H양의 마음을 털어 놓아보길 바란다. 저 말 한 마디로 상대를 잡을 수 있을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놀라서 날아가 버리려했던 상대를 다시 주변에 앉힐 수는 있을 것이다. 행운을 빈다.

 

 

2. 사귄 지 3주 만에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

 

난 J양과 남친의 관계를 연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다 실수로 한 번 진도를 나가게 된 까닭에 몸이 친해진 거고, 그러다 보니 그 정도로 진도를 나가는 관계라면 연애하는 거라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해 계속 만나거나 연락하는 것 같다.

 

J양의 연애를 폄하하거나 비하하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J양을 향한 상대의 애정이 손톱만큼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보기엔 그가 이 연애를 ‘날 좋아하는 여자와 만나주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카톡대화를 하다가 상대에게 사정이 생기면 안 읽고 씹어버리는 점, 전화통화하다 그 대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상대가 전화를 끊어버리는 점, 그리고 거의 모든 결정을 J양에게 맡긴 채 그걸 ‘배려’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점 등이 그렇다. 정상적인 연애라면, 여친이 주말에 남친을 만나러 오겠다고 할 경우,

 

“여기까지 오기 힘드니까 내가 올라갈까?”

“정말? 그럼 A도 먹고 B도 먹자. C도 먹고!”

“몇 시 차야? 내가 시간 맞춰서 역으로 픽업 갈게.”

 

등의 이야기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J양의 남친은

 

“내려오길 바라는지 묻지 마라. 네가 선택하고 행동해라.”

 

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저건 아무래도 ‘너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네 결정이니 결과에 대한 책임도 네가 져라’라는 의미에 더 가깝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두 사람이 ‘사귀고 있는 것’에 대한 그의 말은 더욱 가관이다.

 

“내가 널 좋아해서 만나는 건지, 아니면 미안해서 만나는 건지 모르겠다. 생각을 좀 정리하고 싶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 만날 건지 아닌지를 네가 선택해라’라는 뉘앙스로 선택을 J양에 떠맡기고 있는데, J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난 도시락을 싸들고 쫓아다니면서까지 이런 남자와는 당장 헤어져야 한다고 이별을 권할 것 같다. 깨가 쏟아져도 모자랄 연애 극 초반에,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찰을 빚는 그의 성격에 대해서는 접어두고서라도, 난 J양이 그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 게

 

- 그는 원래 싸가지가 없고 자기주장만 하며 독설을 날리는 사람인데, 어느 날 갑자기 J양에게 잘해주었기 때문에.

 

라는 이유 단 한 가지인 까닭에, 정말 이 연애를 꼭 지속해야하겠는지를 100번쯤 다시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

 

만난 지 몇 주 되지 않았는데 그는 J양이 연락하지 않으면 주말에 연락하지 않으며, J양도 화가 나 꿍해 있다가 왜 연락 안 하냐고 물으면 “네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할 뿐이지 않은가. 이런 관계를 왜 지속해야 하는지, 지속한다고 하면 대체 무슨 행복을 얻을 수 있으며 끝엔 뭐가 있을 것 같은지, 100번쯤 더 생각해 본 후 현명한 결정을 내렸으면 한다. 한 마디만 덧붙이자면,

 

-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이란 태도를 보이는 남자와는 아는 사이로도 지낼 필요 없는 거다. 그런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필욘 없는 것 아닌가. 이월도 안 되는 청춘을 낭비하지 말자. 고개를 돌려보면 주변에 좋은 남자 수두룩한데, 기쁨도 없고 볕도 들지 않는 그 곳에서 소중한 청춘을 보내진 말았으면 한다.

 

 

내일부터는 마중글과 배웅글을 다 생략한, 말 그대로 딱 한 편의 사연에 대한 결론만 이야기하는 새 코너를 시작할 예정이다. 계속 이대로 쓰다가는 사연의 골든타임 다 놓치게 될 것 같다. 마중글과 배웅글이 없는 새 코너의 글이 올라와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마시라고 이렇게 미리 알려드린다. 자 그럼, 다들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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