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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25일 발행한, '아저씨' 사연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by 무한 2016. 11. 26.

좋은 주말 보내고 계십니까. 전 별 일이 없었으면 이미 신발을 사러 나갔을 텐데, 어제 발행한 글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어 이 글을 먼저 적게 되었습니다. 제 신발 사이즈가 300mm인 까닭에, 신발을 사러 나가면 저녁에나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에서 300mm의 신발을 신는 사람은, 디자인, 색상 뭐 이런 거 따질 게 아니라 그냥 그 사이즈의 신발이 있는지를 물어 구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매장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나가서 그러고 있다 보면 댓글창의 의견들이 점점 산으로 가는 동안 설명할 기회를 잃게 될 수 있고, 또 독자 분들께서도 괜히 이 좋은 주말을 격한 감정으로 토론만 하다 소비하게 되실 수 있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논란에 대한 제 입장설명과 부탁 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출발하겠습니다.

 

 

1. 사연에 대한 뒷 이야기.

 

사실 전 그 글로 인해 논란이 일어났다는 게 처음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연신청서는 제보자와 저만 볼 수 있는 까닭에 이 이야기를 하면 몇몇 독자 분들께서

 

“그걸 왜 지금 말하냐?”

 

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제보자인 P양의 사연은 약간의 신세한탄이 남긴 “아오, 진짜 짜증나요.”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도 사연을 채택했고, 매뉴얼을 발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늘 얘기하듯 전 병원, 법원, 경찰 등의 도움이 필요한 사연은 다루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여기서 1차적인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전 이 사연을 ‘사내 성폭력 피해자의 사연’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이 사연을 ‘사내 성폭력 피해자의 사연’으로 받아들이며 제목을

 

- 전 이십대 여잔데, 사십대 남자들만 대시해요. 왜 때문이죠?

 

라고 달았다면, 그거야 말로 미친 것 아니겠습니까? P양의 사연은 저 제목의 뉘앙스와 같았고, 그랬기 때문에 저도 이 사연을 다룬 거란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2. 들이댐과 성폭력.

 

위에서 한 제 이야기를 듣곤 더욱 화가 나실 분이 계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겨주신 댓글 중에는

 

“P양이 당하는 건 그냥 들이댐이 아니라 성추행과 성폭행입니다.”

 

이라는 댓글도 있었는데, 그런 시각에서 위의 제 이야기를 보면 그 분이 생각하시는 ‘성추행과 성폭력’을 제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매뉴얼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보시면서, ‘성추행과 성폭행’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어느 부분인지를 짚어보시길 바랍니다. 군것질거리를 자꾸 준 것? 질문한 것? 이런 것들까지 ‘성추행과 성폭행’으로 여기시진 않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 장난 친 것 하나가 남습니다.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상대가 팔을 벌리며 안으려는 제스처를 취한 것이 남는 건데, 이건 제가 설명을 부실하게 해 심각한 상황으로 보일 수도 있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노골적으로 가까이 다가와 금방이라도 껴안을 것처럼 몸을 갖다 댄 것이 아니라, 거리를 둔 상황에서 말 그대로 팔을 벌려 안으려는 제스처만 취한 것입니다. 혹 오해가 생길까봐 저는 그 앞 문장에

 

“상대가 장난을 걸어올 때도 마찬가지다.”

 

라고 적어두긴 했는데, 그 문장이 효과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또

 

“그건 장난이 아닙니다. 엄연한 성추행과 성폭행입니다.”

 

라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그게 제가 ‘장난’이라고 한 게 아니라 P양도 장난으로 느꼈고, 실제로 그렇게 사연을 작성하셨기에 저도 그렇게 옮겨 적은 것입니다. 당사자인 P양이 장난으로 받아들였던 거고 저도 그 얘기를 들으며 그게 장난이라는 것에 별 이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도 저 부분부터 문제가 먹을 걸 주거나 질문을 하는 ‘들이댐’의 선을 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매뉴얼을 발행했던 것입니다. 자꾸 먹을 걸 주는 것과 질문을 하는 것은 사양하거나 무성의한 답을 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저런 제스처를 취하는 건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는 부분이니 말입니다.

 

 

3. 오해할 행동인가,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한 건 아니죠. 사회생활 하다보면 P양의 행동은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지극히 매뉴얼적인 정상적인 태도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 는 소리를 듣거든요, 여자는.”

 

이라는 댓글이 달렸던데, 전 P양이 한

 

- 먼저 말을 걸고, 먼저 질문을 하고, 먼저 부탁을 한 것.

 

이, ‘사회적으로 요구받는 지극히 매뉴얼적인 정상적인 태도’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아재 외에 다른 사람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P양은 그 아재에 대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삼촌뻘이니 완전히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먼저 다가갔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연령이 차이나는 경우 거기에는 분명히 위계질서가 존재하게 되고, 유교의 가치관 아래 본이 의지와 상관없는 친절이 생기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친절을 사서 오해한 걸 가지고 P양이 오해할만한 행동을 했다니요? 위계질서가 존재하지 않더라고 마찬가지입니다. 타인에게 친절한 점이 오해를 살 수 있게 한다니, 그럼 도대체 매너가 넘치는 저 서양의 사람들은 모두를 오해하게 하기 위함인가요?”

 

라는 댓글도 남겨주셨던데, 전 어떻게 매뉴얼에 있는

 

“저런 생각 때문인지, P양은 이번 아재에게도 먼저 말을 걸고, 먼저 질문을 하고, 먼저 부탁을 했다. P양은 자신의 손이 미끄러운 까닭에 뭘 좀 열어 달라고 아재에게 부탁하기도 했는데….”

 

라는 부분이 그렇게 해석되는 것인지 좀 의아합니다. 매뉴얼에 적혀있는 내용 자체를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따로 만드신 후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느낌마저 듭니다.

 

P양이 그에게 한 행동은, 만약 그 아재가 P양과 두 살 정도만 차이 나는 남자였다면 누구라도 120% ‘다가감의 방법’을 실천할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들이대도 되나?’ 싶을 정도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이걸 P양이 ‘상대가 절대 이 관계를 이성적인 관계로 안 볼 거라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진 채 너무 안심해버린 문제로 봤고, 그래서

 

“나이와 상관없이, 남자에게 여자가 자꾸 다가와 웃으며 말을 거는 건 분명 ‘관심’으로 느껴질 수 있는 행위다.”

 

라는 문장을 적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맥락 속에서 나온 저 문장을, 따로 떼어내어선,

 

- 저건 모든 남자를 일반화 하는 오류이며, 남자는 다 그러니 여자들이 조심하라는 식의 남성주의적 시각.

 

으로 여기진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매뉴얼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괜찮다'는 P양의 생각과는 달리, ‘나이와 상관없이’ 그럴 수 있다는 걸 말하고자 적은 문장이니 말입니다.

 

 

4. 각색에 대한 이야기.

 

아시다시피 노멀로그에 올라오는 모든 매뉴얼은 각색작업을 거칩니다. 이게 각색을 해서 그런 거고 원래는 이러이러한 것이란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말하고 싶지만 말해서는 안 되는 부분 때문에 지금 이 글에도 적지 못하는 부분이 있음을 말씀드리고자 꺼낸 이야기입니다.

 

“직장을 그만둔 적도 있다는 정황상 사연자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로 볼 여지도 분명히 있으므로 피해자에게 '네가 오해하게 했다' 내지 '네가 여지를 줬다'는 뉘앙스의 조언이 반복된 것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댓글도 있었는데, 이것 역시 제가 ‘말해선 안 되는 것’을 안 말하고 뭉뚱그려서 말하다보니 이런 오해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읽어봐도

 

“P양은 바로 직전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그냥 자신이 그곳을 그만두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는데, 절대 그러지 말고 성희롱 관련 기관에 상담을 하거나 회사에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길 권한다.”

 

라는 문장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의미로 읽힐 것 같습니다. 그런데 P양이 그만 둔 곳이, 회사가 아닙니다. 저로서는

 

‘회사를 그만 두었던 것이라면 [이전 직장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그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는데]라고 적었겠지만….’

 

이라는 변명을 좀 하고 싶기도 합니다만, 여하튼 P양이 그만둔 곳은 회사가 아니라 좀 등록과 취소가 자유스러운 곳이었습니다. P양에게 돌아올 이렇다 할 불이익이 없기에 상대에게 항의를 하거나, 그 회사(상대와 연관된)에 항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P양은 그냥 피하는 것으로 그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 때의 상황 역시, 지금과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전개되었던 것이고 말입니다.

 

P양에게 할 이야기들을 말하느라 마음이 급한 나머지, P양과 저는 무엇을 말하는지 금방 알 수 있는 ‘그곳’ 등의 표현을 쓴 게 잘못인 것 같습니다. 다른 분들이 읽었을 때에도 오해가 없도록 완벽하게 설명을 했어야 하는데, 대명사로 적어두거나 불명확하게 지칭한 부분들 때문에 오해가 커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발행되는 매뉴얼의 1차 목표는 사연을 주신 분이 ‘사고다발지역’을 피하는 것, 그리고 안 그래도 되는 걸 그러느라 청춘을 낭비하게 되는 걸 막는 것, 또 연애에 관련된 고민으로 잠 못 이루거나 혼자 끙끙 앓거나 엄마도 모르는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걸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남겨주신 댓글 중엔

 

“P양을 자신의 딸, 여동생, 엄마라고 생각해보세요.”

 

라는 댓글도 있었는데, 바로 제가 그 마음으로 사연을 하나하나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기에 무작정 제보자의 편에서 제보자를 괴롭게 만드는 사람을 욕하고 상대의 잘못에 대해 비난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가장 빨리 그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느 댓글에서는 그 매뉴얼에 대해

 

“(제 요지는)병신에겐 먹이를 주지 말자, 입니다.”

 

라며 반대의견을 남겨주셨는데, 매뉴얼의 요지도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집중한 것은 ‘먹이를 주지 말자’는 부분이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이 집중한 건 ‘병신에겐’이라는 차이가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해당 매뉴얼 서두에 분명히

 

“결코 그게 아닌데 왜 그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한탄만 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 P양이 교정해야 할 그 부분들을 오늘 함께 살펴보자.”

 

라고 적어두었는데, 이런 전제는 아무 의미 없어진 채 ‘오해를 하게 만든 사람이 잘못’이란 의미의 글로 낙인찍혀 글을 수정하라는 요구까지 받으니 가슴이 먹먹하고 손발이 떨려옵니다. 그래도 전

 

“서두에 저렇게 적혀있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지금요?”

 

라고 묻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제가 혼이 비정상인 사람이라 성추행이나 성폭력 관련 사연에 대해 ‘오해를 하게 만든 사람도 잘못’이란 얘기를 하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걸, 좀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끝으로 부탁을 세 가지만 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다른 분들의 댓글마다 답글을 달진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에 대해 쫓아다니며 내 의견을 거듭 주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건전한 토론이라기보다는 그냥 강요에 가까운 일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의 댓글에 찬성하는 답글을 다는 건, 편 가르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일이고 말입니다. 하나의 댓글 창으로도 의견을 충분히 밝혀주실 수 있으니 답글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둘째, 노멀로그에 큰 애정을 가지고 계신 까닭에, 종종 제게 쓴소리나 날 선 이야기를 담은 댓글이 달리면 제 입장에서 변호를 해주시려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전 그냥 매화주 몇 잔 마시면서 ‘내가 이러려고 매뉴얼 썼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하며 울다 잠들어 깨고 나면 멀쩡해집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손발이 떨리는 건 카페인 과다복용 때문이지, 댓글 때문이 아닙니다. 그러니 저 대신 답글을 달지 않으셔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셋째, 닉네임을 바꿔가며 댓글을 달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번 ‘노멀로그 죽이기’ 논란 에서도 발생했던 일인데, 이런 일이 생기면 닉네임을 바꿔가며 댓글이나 답글을 다는 분들이 등장합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관리자 메뉴로 들어가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의 기록을 볼 수 있는데, 현재 해당 글에 세 개의 닉네임을 사용해 계속 댓글을 달고 계시는 분이, 사실은 한 분입니다. 그거, 참 비겁하고 나쁜 행동이니 그만두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댓글 중에는

 

“오히려 무한님이 통제를 한다고 느낄 만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라는 댓글도 있었는데, 내 집에 온 손님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다면 말리는 게 맞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싸움으로 누군가의 이념이 승리하고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천군만마를 얻게 되어 천하를 쥐락펴락하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람이 다칩니다. 마음이 다칩니다. 그러지 않아도 되며 다른 방법이 있는 거라면 그러지 말자는 거지, 누군가의 입을 막거나 어떤 주장만을 부각시키려는 게 아닙니다. 이 정도의 일도 ‘통제’라고 하신다면, 저는 노멀로그를 위해 이 정도의 통제는 얼마든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시는 분들께서는 그냥 그러다 가시면 그만일 수 있겠지만, 제게는 그 모든 게 남습니다. 그 싸움으로 인해 나눠진 편을 봐야 하고, 우쭐해진 누군가가 요구하는 걸 보고 있어야 하며, 반대로 위축된 누군가도 그냥 지켜봐야 하고, 또 누군가가 떠나가는 것도 지켜봐야 합니다. 바다처럼 늘 이 자리에 그대로 있겠다 말씀드렸지만, 그 바다에 철조망을 치거나 바다에 온 사람들을 내쫓으려 하는 일이 벌어지는 건 막고자 또 이렇게 나서게 되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누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보살피기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만이라도 해주셨으면 합니다. 사랑한다면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아프고 힘들게 하는 건 훗날 후회할 수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모자라고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올해 이번만 빼면 꽤 잘해왔으니, 크리스마스 선물 주신다 생각하며 한 번 넘어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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