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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저는 왜 이상한 남자들만 만나게 되는 거죠? 외 4편

by 무한 2015. 12. 28.

연말이라 그런지, 남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본인만 외로운 것 같아 위축된다는 이야기를 하신 분들이 있다. 난 그분들에게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을 해보시길 권해주고 싶다. 나도 요즘 괜히 떡집에 들어가 떡을 산다든지, 내 돈 주고는 절대 사먹지 않을 것 같은 콩나물 국밥을 사먹어 본다든지, 평생 탈 일 없을 것 같은 오토바이 매장에 들어가 오토바이를 구경한다든지, 인도나 아랍 음악을 들어본다든지 하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물론

 

'이게 왜 내 취향이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군….'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긴 하지만, 나쁘지 않다. 대화의 소재로 삼을 수 있는 것들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만났을 때에도 최근의 경험을 꺼내며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니 늘 똑같던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시길 권한다. 자 그럼, 묵은 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사귀었던 남친들이 전부 이상한 남자들이었어요.

 

아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미성년>에 나오는 문장이다.

 

"'의지할 곳 없는 여자'란 항상 그렇게 자신이 믿는 바에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S양이, 바로 저 '의지할 곳 없는 여자'의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애 전까지는 아무 문제없다가 연애만 시작하면 갑자기 돌변해 상대에게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S양이 그렇다.

 

내 주변에도 그런 지인이 하나 있어서 걱정이다. 그녀는 평소 연하는 남자로 안 본다며 자신에게 대시하던 연하남들을 거절했다. 그런데 그러다 어느 연하남의 열정적인 들이댐에 넘어가게 되자, 사귄 직후부터 상대를 '서방님'이라 부르며 자신의 모든 걸 상대에게 바쳤다. 그녀는 연애 전엔 상대에게 선톡 한 번 하지 않았는데, 그러던 사람이 사귀기로 한 이후엔 완전히 돌변해 한 시간 단위로 상대의 위치까지 파악하려 했다. S양이 보기엔 어떤가? S양이 그간 해온 연애의 레퍼토리와 거의 흡사하지 않은가?

 

내가 만약 S양과 사귄다면, 내 감정은 몇 달 이내에 다 사라질 것 같다. 내가 뭔가를 하기 전에 S양이 다 알아서 하니 긴장감이 사라지고, 그 다음으로는 S양이 오로지 연애만을 바라보며 '연인의 의무'만을 이야기 하니 피곤해질 것 같다. 그 와중에 난

 

'내가 헤어지자고 하지 않는 한, 이 연애는 내가 무슨 짓을 하든 계속 유지될 거야.'

 

라는 생각까지도 하게 될 것 같다. S양이 내게 모든 기대를 건 채 자신을 만족시켜주기만을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조금만 칭찬을 해줘도 그 다음부터는 자동으로 다 알아서 하는 S양이기에 난 그걸 이용할 수 있고,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면 다음에 내가 뭘 하든 또 다 이해해 주는 S양이기에 그것도 이용할 수 있다.

 

S양의 친구들이야 S양의 편이니 "넌 어떻게 골라도 그런 남자들만 고르냐?"라는 말만 하고 말 수 있겠지만, 난 S양에게 "내부 수리도 필요한 게 아닌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사귀었던 남자에 대해 '비밀이 많아 보임'이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그에 대해 잘 모르면서, 다짜고짜 그에게 모든 걸 다 걸고 그가 S양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바라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번호 달라면 주고, 만나자면 만나고, 사귀자면 사귀고, 연인이니 연인들이 하는 모든 걸 지금 당장 하자고하는 요구들에 너무 쉽게 다 승낙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 보길 바란다.

 

 

2. 어떻게 하면 연애를 잘 하고 결혼까지 할 수 있나요?

 

제가 M양의 행복한 연애, 그리고 결혼을 위해 이런 글들을 쓰고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 M양만 행복한 연애.

 

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M양이 괜찮은 사람을 만나 연애한다면, 그 연애의 목적은 두 사람 모두의 행복이 되어야 하는 거지, M양의 행복만 목적이 되면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 지인 중 하나가 병원에서 일하는데, 그 병원 원장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 원장은 매출을 '가장 잘 나가는 병원'이랑 비교하고, 직원들 급여는 '가장 짠 병원'이랑 비교합니다. 어느 병원은 2억 찍었다더라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동시에 또 어느 병원은 일주일에 두 번 야간진료 하고 주 6일 근무한다더라, 하는 겁니다. 성수기에 돈 많이 번다고 월급 더 주는 거 아니면서, 비수기에 환자가 줄면 월급으로 나가는 돈 아까우니 직원들 감봉이나 조정 얘기부터 꺼냅니다. 일 별로 없는데 많이 나와 있는 거 보기 싫으니 몇은 일당제로 돌리자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입니다.

 

저 원장에겐 저게 최선일지 모르겠지만, 밖에서 보기엔 그냥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하는 사람이라는 게 단번에 보이지 않습니까? 저런 원장과 함께 일하면서 애사심을 갖거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거고 말입니다.

 

바로 저런 문제 때문에 M양이 계속 연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연애에 임하는 M양의 태도가, 바로 저 원장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M양의 입장에선 그게 신중하게 살피며 따지는 일이겠지만, 상대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가 아닌 'M양'의 행복을 위해 자신이 모든 걸 양보하거나 맞춰가야 하는 것이 되고 맙니다.

 

더불어 A는 내게 충실하지만 표현이 부족해서, B는 표현은 잘 하지만 비전이 없어서, C는 비전은 있지만 너무 딱딱해서, D는 부드럽지만 결혼상대로는 뭔가 모자란 느낌이 들어서, 뭐 이런 식으로 다 잘라버리면 방법이 없는 겁니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 M양이 원하는 '완벽한 사람'을 만나게 될 수 있는 거라면, 저도 그냥 계속 고르시라고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완벽한 사람'은커녕 점점 '남자 사람'을 만나기도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가끔 티격태격하기도 하며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M양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하려고 누군가를 만나 연애하거나 결혼하는 것 아닙니다.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신다면, M양의 이력서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쓴다고 생각하시며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3. 헌드레드퍼센트 공대남자 선임을 좋아하는데요.

 

공대출신 남자가 뭘 자꾸 쏘라는 이야기를 하거나 보답으로 뭘 달라고 하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필요 없습니다. 계산적이라서가 아니라, 원래 좀 그런 것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이따 끝나고 커피 한 잔 할까요?"

 

라는 이야기를

 

"A씨가 커피 쏘는 거죠?"

 

라는 말로 치환해서 이야기하곤 하니 말입니다.

 

공대남자는 원래 그렇게 만나는 겁니다.(응?) 상대가 하는 말들을 너무 디테일하게 보지 말고, 큰 줄기만 보시기 바랍니다. 'YES'냐 'NO'냐를 중요하게 보면 되는 거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다른 이야기들은 크게 개의치 않으셔도 좋습니다.

 

선톡도 별로 없고 뭔가 만나자는 말을 유도하지 않으면 먼저 그런 얘기를 꺼내지도 않고 해서 좀 속상하지 않으십니까? 괜찮습니다. 그건 아주 정상적인 상황입니다. '공대-석박사-남초회사'의 테크를 밟은 남자를 만난 여성대원들은

 

"무한님, 저는 상대가 '초식남'이라기보다는 그냥 '식물'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라는 하소연을 할 때도 많은데, 공대 남자는 원래 그렇게 만나는 겁니다. 다육식물을 키우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들의 연락주기는 보통 달이 상현일 때 한 번, 하현일 때 한 번 인 경우가 많은데, 현재 K양과 상대의 연락은 그것보다 훨씬 더 잦지 않습니까? 그럼 아주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K양이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소재들로는, 우선 '내기'가 있습니다. 상대가 좋아하는 스포츠가 있나 살펴보시고 '승패 맞추기 내기'나 '우승팀 맞추기 내기' 등을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도 됩니다. 단, 약간 회의주의적 성향이 있어 '난 특별할 것 없이 그저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냈다는 게 자랑'이라는 식의 반응이 나올 수 있는데, 역시나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더불어 '로또'나 '군생활', '맛집' 등의 이야기를 꺼내보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꼭 뭔가를 먼저 넣어줘야만 나오는 게 있어 답답하실 수 있는데, 처음엔 그렇게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그런 단점이 있는 대신 약속 어기는 일 없고 말한 건 꼭 지키는 장점도 있으니, 좋은 면을 보며 다가가시길 권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4. 외국인 남친과의 연애, 근데 롱디는 못 하겠대요.

 

수진씨는 정신 차리고 이 글을 봐야합니다. 조각같이 생긴 외국인이라고 해서 그가 다 옳다고 여기면 안 되며, 애정을 느낄 수 없는 행동들을 하는 걸 문화차이로만 이해해선 곤란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겉으로 꺼내 말하기 좀 그런 것들'을 상대는 잘 꺼내 말한다고 해서, 그게 다 솔직하고 진실된 말이며 그 말에 궤변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을 거라 여기면 곤란합니다.

 

"연인으로서 널 잃는 것보다, 내 인생 전체에서 널 잃는 것이 더 슬플 것 같아."

 

상대의 저런 얘기를 그냥 듣고 있으면서 '문화차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상대는 '연인으로서의 널 잃지 않을 방법'이라는 걸 아예 배제한 채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상대가 한

 

"널 잃느니 차라리 네가 다른 사람과 연애하는 걸 보는 어려움을 택할래."

 

라는 말을, 한국 남자가 했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수진씨도 금방 '아, 얘 중2병이구나.'하는 생각을 할 것 같지 않으십니까? 바로 그렇게 보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수진씨는 상대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너무 많은 것을 이해해 왔고, 또 지금까지도 이해하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사랑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이 대신 희생이라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만국공통입니다. 외국인이라 문화차이로 정확히 칼 더치페이 하고,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연락 제대로 안 하고, 몸과 마음을 분리해 정신적인 사랑만 계속 이어나가는 게 가능하고, 무슨 윤리와 아무 관계없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다닐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란 얘깁니다. 이걸 수진씨도 머리로는 알지만 그래도 '그 시간만큼은 날 진심으로 사랑한 게 아니었을까'라며 또 '외국인 면죄부'를 주려 하시는데, 꽃 한 송이 내미는 일 없이 대립하면 차렷 자세 시키는 상대를, 이쯤에서 그만 놓으시길 권합니다.

 

 

5. 소개팅녀와 잘 되어가다 꼬였는데, 왜죠?

 

정말 그 이유를 모르시는 겁니까? 카톡대화에서 상대가 그걸 친절히 설명까지 다 해줬는데, 상대의 얘기는 아예 안 들으신 겁니까? 이유가 뭐냐고 물어서 딱 대답한 건 아니지만, 중간중간 그 이유들이 전부 나와 있습니다. 못 찾으신 것 같으니 제가 대신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정이 떨어지는 말들.

- 교장선생님 훈화조의 말들.

- 떠보기와 느끼함, 자기비하.

 

K씨의 단어선택과 말투에는 정말 큰 문제가 있습니다. 심각합니다. 초반 일주일 대화에서는 예의를 지키는 까닭에 이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데,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한 시점부터 '중학생 수준의 언어구사'가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냐', '~해라'라는 말투도 문제고, '헤픈 여자' 등의 단어선택도 문제입니다. 상대가 정말 착한 사람이었던 겁니다. K씨가 한 그런 언어구사를 보통의 여자사람에게 했으면, 그 자리에서 차단당해도 이상할 게 없는 일입니다. 이걸 K씨가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저는 사실 더 두렵습니다. 진심을 표현하겠다면서 "내가 너랑 하룻밤 어떻게 해보려고 한 것도 아니고…."라는 이야기를 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건지 정말 모르십니까? 저러니까 빛의 속도로 정이 뚝뚝 떨어지는 건데, 이 지점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계신 것 같아 진심으로 걱정됩니다.

 

'훈화말씀' 역시, 두 사람 다 존대를 하고 있을 땐 문제가 없습니다. 사실 이랬기 때문에 상대 역시 처음엔 K씨를 괜찮은 사람이라 여겼을 거고, 주선자가 분위기 좋은 것 같다고 말한 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말을 놓는 순간부터, K씨는 거의 모든 대화를 상대의 인생 고민, 신앙 고민 등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습니까?

 

그냥 좀, 들으셔야 합니다. K씨가 상대에게 덕담을 해주거나 뭔가를 가르쳐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땐 일단 참고 들으시길 권합니다. 그러다 이건 정말 얘기해야 싶은 게 떠올랐다면, 역시 그때도 한 번 더 참으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두 번은 참으셔야 합니다. 상대의 말 자르지 마시고, 또 상대가 꺼낸 얘기의 결론을 K씨가 어떤 가르침을 주며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도 넣어두셔야 합니다. 혹시 K씨가 상대에게 그런 훈화조의 이야기를 해 상대가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더라도, 자제해야 합니다. 상대가 "네, 네."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그건 뭔가 잘못 흘러가고 있을 확률이 높은 겁니다. 그게 진심 어린 호응이라 생각하며 일장연설을 계속하시면, 결국 그 끝엔 '고마워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굿바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떠보기'는 중반 이후 계속 등장합니다. 그 떠보기에는 '느끼함'도 동반 되는데, 이건 그냥 K씨가 무슨 얘기를 하든 상대가 호응을 잘 해주니 거기 넘어가 들뜬 채 막 던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아주 분명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지 않습니까? K씨는 본인과 상대 둘 다 카톡으로 그렇게까지 길고 깊은 대화한 게 처음이라고 하셨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는 '저는 다른 사람에게도 원래 속 얘기 잘 하는데'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두 분의 대화가 길고 깊게 이루어진 건 상대가 받아주는 대화의 허용범위가 넓으며 수다를 좋아하는 타입이라서 그런 건데, K씨는 이걸 전부 '특별한 사이라서 그런 것'으로 고정한 채 상대의 마음을 계속 확인하려 했습니다.

 

계속 떠봐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이후 K씨는 '자기비하'가 까지를 해버립니다. 상대가 그걸 부정해준 건 상대가 착한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주선자와도 엮여 있으니까 그런 거지, K씨에게 마음이 있다거나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닙니다. 또, K씨가 하도 자기비하 하니까 상대는 '자존감' 얘기를 꺼냈는데, 그러자 K씨는 말인지 막걸린지 모르게 '이건 자존감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해서 생긴 문제'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러니 상대 입장에선 연락하는 것도 피곤하고, 가끔 K씨가 틱틱 던지는 말들에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또 거절의 뜻을 밝혀도 계속 '진심', '물리적 시간이 문제가 아님', '진짜모습' 같은 얘기를 하며 들이대니 '대답 없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겁니다.

 

오답노트로 발행해야 할 사연을 여기에 몰아넣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여하튼 "야. 야. 야. 야. 대답 없네. 너무 하네."라며 시비 걸듯 연락하는 건 이제 그만 두시길 저는 권하고 싶습니다. K씨는 현재 자신이 회사 여직원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걸 상대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애먼 곳에서 헛다리를 짚고 계시는데, 그게 아니라 이건 K씨가 한 말과 행동들로 인해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 관계이니, 희망은 그만 내려놓으시길 권합니다. 고백 한 번 안 하고 어떻게 끝낼 수 있냐고 하실지 모르지만, 이미 수차례 벌어진 떠보기와 훈화를 빙자한 표현으로 K씨는 상대의 답을 충분히 들었습니다. 완벽히 틀어진 상황이니 여기서 더 찌르진 마시길 바랍니다.

 

 

다섯 번째 사연을 따로 분리해 오답노트로 발행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일단 관계가 더 악화되는 걸 하루라도 빨리 막기 위해 일단 그냥 두기로 했다. 다시 말하지만, '대답 없음'과 '늦은 응답'으로 관계의 종말을 알리는 상대에게 "야. 야. 야. 야. 대답 없네. 너무 하네."라는 이야기를 해 겨우 한 번 더 대답을 듣는 건,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걸 K씨가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러다 안 되면 대개 '기프티콘 조공'으로 넘어가 감사인사라도 들으려 하는 마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것 역시 아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 두길 권한다.

 

아,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K씨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 것 같아서 자꾸 마음이 쓰이는데. K씨는 '이상한 사람'이라기보다는 '뭘 모르는 사람'에 가깝다. 모르기 때문에 본인의 '옛 사랑'이야기를 로맨틱하다고 여기며 풀어 놓기도 하고, '안부'라는 단어를 '문안'이라고 쓰기도 한다. 이 외에 상대의 농담을 다큐로 받거나 진지해야 할 순간에 장난을 치고 마는 문제도 있는데, 여하튼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오답노트를 통해 만나기로 하자. 자 그럼, 다들 포근한 월요일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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