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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짝사랑 중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여자 외 1편

by 무한 2015. 4. 14.

뭔가에 마음을 쓰고 있을 경우엔, 평소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던 것들에까지 일희일비 할 수 있다. 나 역시 밤마다 별을 보러 다닐 때가 있었는데, 그땐 아침에 일어나 일기예보부터 보며 날씨가 좋지 않으면 한숨부터 쉬었던 것 같다. 별은 비 내리는 밤에는 볼 수 없다. 구름이 많은 날에도 볼 수 없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도 보기 힘들며, 달이 너무 밝아도 보기 힘들다. 때문에 그런 날들엔 시무룩해졌고, 아침엔 맑다가 저녁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하면 절망했다. 별을 보러 다니는 일을 잠시 접어둔 지금은, 비가 오든 구름이 끼었든 아무 상관없이 잘 살고 있지만 말이다.

 

짝사랑을 할 때에도 그렇다. 평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넘기던 상대의 게임 초대에 까지도

 

'왜 요즘 들어서는 나한테 게임 초대를 안 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고, 또 상대는 그냥 비도 오고 마음도 가라앉아 무덤덤하게 대답한 건데도

 

'더 다가오지 말라는 뜻인가? 오늘은 왜 이렇게 무뚝뚝하지? 내가 뭐 잘못한 거 있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될 수 있다. 이런 고민만을 하고 있으면 점점 소심해지고, 나아가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자포자기 하는 심정 때문에 놓칠 수 있으니, 이런 고민에 빠져있는 첫 사연의 주인공 M양부터 구출해 보자.

 

 

1. 짝사랑 중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여자.

 

상대가 M양을 불편해 할 거라든지, 아니면 M양이 상대에게 민폐만을 끼치는 것 같다든지 하는 생각은 내려두어도 좋다.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현재 뭔가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건, 초기에 보여준 M양의 이미지와 짝사랑을 시작한 이후 M양의 이미지가 달라 상대가 감을 못 잡고 있을 뿐이다.

 

M양이 속한 모임에서 '개인기 있는 여자'가 M양의 캐릭터이며, M양은 살짝 짓궂은 장난을 쳐도 받아줄 것 같은 이미지인 것 같다. 내게도 M양과 비슷한 여자후배가 하나 있는데, 난 그녀와

 

무한 - 효은아, 너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후배 - 주말? 어 있어. 왜?

무한 - 시간 있으면 면도 좀 해. 너 콧수염 난다.

후배 - 이거 기르는 중이거든?

 

하는 장난을 치곤 한다. M양이 짝사랑한다는 상대 역시, M양과 저런 '개그콤비'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지, M양에게

 

"M양 오늘 스카프 예쁜 거 하고 왔네. 어머니 거야?"

 

하는 장난을 쳐댔다. 평소 M양이라면 상대의 저런 드립에

 

"아니 아니. 추워서. 오빠 저 마음에 안 들죠?"

 

하며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무래도 상대에게 마음이 있다 보니

 

"제 돈 주고 산 거예요."

 

하며 다큐로 받고 말았다. "스카프 아빠 거예요. 취향이니까 존중해주세요."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상대는 M양에게 평소처럼 장난을 치는 걸 주저하게 되고, M양은 자신이 대답을 해 놓고는 그 대답이 어색하고 황당했다는 생각에

 

"그를 마주치면 자꾸 전 방어부터 하려 들고…, 그러다 보니 그를 안 마주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라는 얘기까지 하게 되었다.

 

난 M양이 둘 중 하나를 먼저 결정했으면 한다. 그의 드립을 받아주고 맞장구를 치며 가까워질 것인가, 아니면 진지하고 젠틀한 관계로 만들어갈 것인가를 말이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M양의 개그욕심과 더불어 성대모사 개인기 같은 건 내려놔야 한다. 뜬금없이 어깨춤을 춰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몸개그도 내려놔야 한다. 상대와의 카톡대화 역시 "ㅋㅋㅋ 멋지구만유~"라는 식의 장난스런 멘트를 날리는 대신, 장난기를 걷어낸 뉘앙스로 대화를 해야 한다. 현실에서 M양이 상대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전자인데, 기대하고 있는 건 후자가 되어선 안 된다.

 

물론 난 전자를 권한다. M양의 개인기와 재치는 내려놓기 아까운 매력이며, 상대 역시 M양이 받아 줄 거라 생각하며 장난을 걸어오는 까닭에 금방 가까워질 수 있다. M양은 그러다가 상대가 M양의 관심을 눈치 채곤 "너 일부러 이 시간대 차 타는 거지?"류의 돌직구를 던질까봐 걱정하던데, 그런 건 그냥

 

"왜 그런지 궁금해요? 얼큰한 거 사주면 얘기해 드릴게요. 카페모카 같은 거."

 

정도로 받으면 된다. 지금처럼 급격히 심각해지며 진지한 표정을 짓는 대신, 늘 그래왔듯 그냥 약간의 능청을 섞어 장난으로 받아주면 되는 거다. 그리고 현재 둘이 같은 차를 타게 되는 일이 많다고 했는데, 그럴 땐 아침마다 챙겨 먹는 거라며 견과류나 주스 같은 것도 좀 건네면 되는 거다. 현재 M양은은 오로지 상대에게만 정신 팔려 '옆자리에 앉느냐, 아니면 한 칸 떨어져 앉느냐'만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자연스레 캐러멜이라도 하나 건네자. 이런 지름길 놔두고 괜히 멀리 돌아가려 하진 말자.

 

 

2. 소개팅 어플로 만난 30대 남자와 30일의 연애.

 

어플에 서식하고 30대 남자 중엔, 그냥 가사도우미 겸 애인대행의 역할을 해 줄 여자를 고르고 있는 남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레퍼토리는 짠 듯이 비슷해서, 그냥 사연만 봐도 바로 눈치 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외모를 칭찬하고 젠틀한 모습을 보이며 상대의 환심을 삼.

ⓑ'나중에 ~하자'는 이야기로 바람을 넣으며 현실에서는 스킨십에 몰두함.

ⓒ여자가 명확한 관계 정립을 요구하면 그런 걸 말로 해야 하냐며 원한다면 고백하겠다고 하곤 고백함.

ⓓ여자는 연인이 되었으니 '데이트'를 원하지만, 상대는 쉬러 갈 생각만을 함.

ⓔ남자가 자기 집에 와서 맛있는 것도 좀 해주고 피부 관리도 해달라는 식의 이야기를 함.

ⓕ여자가 초반에 말한 것들과 다르다고 따지면, 그냥 요즘 너무 바쁘고 피곤하다고 함.

ⓖ여자가 아무래도 좀 이상한 것 아니냐고 말하면, 남자는 맞춰줄 수 없을 것 같다며 손을 놓음.

ⓗ여자가 후회하며 다시 잡아볼까 생각하는 중에, 남자는 어플로 다른 사람 만나고 있음.

 

저런 남자들을 만난 여성대원들이 상대의 프로필이나 자기소개, 그리고 SNS페이지를 캡쳐해 보내서 참 많이 봐왔습니다. 그들의 프로필을 보면 바른 사람 같고, 또 그들이 올린 사진을 보면 다이나믹하고도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으며, 그들이 올린 글을 보면 참 바람직한 미래를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 술은 분위기를 위해 마시지만, 흡연은 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과 만났을 때 벌어진 사연들을 들어보면, 그들이 프로필이나 자기소개에 써 놓은 소개와는 전혀 다른 모습들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혹시 인터넷으로 티를 샀더니 상품소개에 있던 제품과는 모양만 비슷할 뿐 무슨 거즈 같은 느낌이라 걸레로나 써야 했던 경험 없으십니까? 전 그런 경험이 있는데, 대략 그것과 비슷한 상황이 '사람'에게서 일어났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이나믹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만나보면 그냥 계속 피곤하고 쉬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자전거 라이딩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면 '소싯적에' 자전거 좀 많이 탔었다는 대답을 할 뿐이고 말입니다. 그리고 분명 흡연은 안 한다고 했는데 담배를 피우길래 물어보니 프로필 작성할 때에는 금연 중이었다는 변명을 하는 사례도 있고, 같이 하자고 한 것들을 언제 하냐고 물어보면 지금은 일이 바빠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다며 그냥 이해해주길 바라기만 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냥 딱 봐도 그의 프로필과 자기소개가 '허위광고' 같았다는 걸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뚜껑 열어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개 빠져나오질 못 합니다. 그들이 닳고 닳아 말은 참 잘 하는 까닭에 그 말에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이쪽에서도 상대 아니면 별다른 대안이 없기에 좀 더 만나보고 결정하자고 미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상대가 '바쁘다,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니 그걸 이해해줘야 하는 건 아닌지 망설이며 계속 묶여 있는 경우도 있고, 상대가 궤변을 늘어놓으며 이쪽의 문제를 지적하는 까닭에 '정말 내가 이상한 건가?'하는 고민을 하며 머뭇거리고만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꺼내는 멘트들 또한 비슷비슷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는 게 정말 좋아하는 것 아닌가."

"기대하면 힘들어 지는 거다. 기대해서 서로를 힘들게 하지 말자."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우린 다투거나 헤어질 일 없이 사귈 수 있다."

"난 그냥 놔두면 알아서 잘 하는 스타일이다. 내게 뭐라고 하면 못 한다."

"난 네가 바라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네가 바라는 걸 못 맞춰줄 것 같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들의 행동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 저건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말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건 내가 필요해서 부르면 달려오고, 그렇지 않을 땐 방치해둬도 불평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는 말입니다. 게다가 꼬투리 잡는 건 또 국가대표급인 까닭에

 

"지금 이렇게 네가 추궁하듯 말하는 것까지도 사실 난 부담스러워."

 

라며 또 꼬투리를 잡습니다. 자신의 의도대로 될 것 같지 않으면 "우린 안 맞는 것 같다."라는 얘기도 쉽게 하고 말입니다. 이런 남자와의 연애를 한 Y양은

 

"제가 어떤 부분을 잘못한 걸까요? 이 남자는 저한테 진심이었을까요? 왜 절 이렇게 쉽게 포기한 걸까요? 그리고 관계의 정립을 요구한 제가 잘못된 걸까요?"

 

라며 폭풍 질문을 하고 계신데, 전 Y양이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그냥 자신이 원하는 대로 스킨십 진도 나가고 Y양이 자신의 자취방에 와서 요리도 하고 팩도 올려줘 가며 헌신하길 바란 건데,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Y양이 '마음이 없다는 게 빤히 보이는' 그에게 헌신하진 않았기에 헤어진 것일 뿐입니다. 그는 그냥 대충 어영부영 넘어가면 다 될 거라 생각했는데, Y양이 쉽지 않았기에 일찍 손을 놓은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제 분석이 모두 틀린 것이고 그가 Y양과의 만남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다가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내 비위를 맞추지 않으면 사귈 수 없다고 말하는 남자에게선 벗어나는 게 답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며칠 전에도 제가 매뉴얼을 통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만나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까지 상대 눈치를 봐야 하거나, 만나서 늘 '우리는 왜 이런 건가?'하는 토론만 하게 되는 연애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겁니다. 이 좋은 봄날을 그렇게 낭비하진 마시길 권합니다.

 

 

생각해 보니, 주말에 벚꽃탐사를 다녀와서 보고하는 걸 빼 먹은 것 같다. 26년 만에 일반인에게 개방했다고 하는 과천 '렛츠런 파크', 그리고 일산의 자랑 '호수공원'에 다녀왔다.

 

우선 '렛츠런 파크'의 벚나무들은, 그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오래 된 나무들이라서 그런지 대부분 '아름드리' 수준이었다. 때문에 사진을 찍으면 사람과 벚꽃 사이에 큰 여백이 생겼으며, 시기가 좀 이른 까닭에 그렇겠지만 벚꽃들이 죄다 짱짱하게 매달려 있었다. 벚꽃놀이의 포인트는 '흩날리는 벚꽃'을 맞는 건데, 내가 갔을 땐 사람들이 막대기로 후려쳐도 벚꽃이 두세 개 떨어졌을 뿐이었다. 그래도 '신의 한 수'로 조명을 설치해 황홀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일산 호수공원의 벚꽃은, 가볍게 흩날릴 정도로 알맞게 피어 있었다. 벚나무의 높이나 크기가 사진 찍기에도 딱 좋고, 그 규모 면에서도 여의도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다만, 꽃박람회 준비를 위해 곳곳에서 공사중이었으며, 자전거와 인라인, 그리고 유모차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산책로에서 사고를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내가 갔을 땐 꼬마 하나가 자전거를 타다가 뭔가를 떨어뜨려 멈춰 섰는데, 뒤에 오던 자전거들이 전부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거기다 산책로와 자전거도로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고, 둘이서 유모차 끌고 오며 길을 다 막는 사람, 강아지 목줄을 길게 늘어뜨려 길을 막는 사람 등으로 인해 이동이 쉽지 않았다.

 

이번 주말쯤 가면 비처럼 내리는 벚꽃 잎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소식이 있기에 좀 더 일찍 끝나버릴 수 있는데, 서울과 일산에서의 벚꽃을 다 놓치면 파주로 한 번 구경 오길 권한다. 파주 벚꽃은 여의도 벚꽃축제가 끝나고 나면 피어나기 시작한다.

 

벚꽃을 다 놓쳤다면, 진달래와 철쭉축제를 노려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등산이 싫다면 튤립축제를 노려봐도 좋고, 튤립도 싫다면 5월 하순에 있는 장미축제를 노려보는 것도 괜찮다. 나도 사실 이런 거 가봐야 사람만 많고 피곤하며 바가지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그래도 한 번씩 찾아가 보면 거기서 만의 이야기가 생기기도 하고, 분위기 전환도 된다. 낮에는 손수건이나 돗자리, 그리고 생수를 챙기길 권하고, 저녁까지 있을 거라면 핫팩이나 무릎담요를 챙기길 권한다. 또, 생각보다 많이 걸을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편한 신발을 신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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