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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같이 일하는 알바 연하남, 친해지는 방법은? 외 1편

by 무한 2014. 3. 26.
같이 일하는 알바 연하남, 친해지는 방법은? 외 1편
첫 사연의 주인공인 C양에겐, 우선 그 무거운 직업적 책임감을 좀 내려놓길 권해주고 싶다. 세상을 살다보면 간혹 직업이나 직장에 과한 충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몇몇 볼 수 있는데, 그런 행동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할 뿐더러 동시에 그런 행동으로 인해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배척당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충성했던 직업이나 직장으로부터도 훗날 토사구팽 당할 위험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물론 C양은 정직원이고 그 아래에는 알바들이 있으니 관리하는 차원에서 그들에게 이야기를 한 것이겠지만, 알바생들의 입장에서는

"쟤는 그 위의 관리자도 가만히 있고, 또 더 위의 관리자도 가만히 있는데
왜 혼자 저렇게 심각해? 무슨 일 일어났어? 아무 일도 안 일어났잖아.
이 직장에 완벽히 자기 한 몸 바치고 싶으면 혼자 바치든지.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는데 왜 쟤 혼자 이렇게 군기 잡느라 안달이야?
내 월급 쟤가 주는 것도 아니고, 지나 나나 월급 받으며 일하는 입장인데."



하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다. 또, C양이 그렇게 알바들을 관리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업무를 수행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해도, C양의 상사는

"애들 너무 갈구지 말고 즐겁게 일하게 해.
다 하면서 배우는 거지 처음부터 잘 하나?"



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말이다. 그러니 늘 직장에서는 여유와 융통성을 가지고 일하길 권해주고 싶다. 직장에서 누군가가 실수하거나 문제를 일으킨다고 해서 세상 끝나는 거 아니라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자.

이게 C양을 탓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니 의기소침해 지진 말길 바란다. 내 주변만 보더라도 똑같이 5년 일하고 퇴사했지만 직장 후배들로부터 '연락하고 싶은 선배'인 지인이 있는 반면 '볼 일 없어서 후련한 선배'가 있다. 퇴사하고 난 뒤 둘 모두 그 직장에 바친 충성과는 관련 없이 '외부인'이 되었는데, 난 C양이 후자의 모습으로 직장생활을 하다가 퇴사해 덩그러니 혼자 남지 않았으면 한다.


1. 같이 일하는 연하 알바남, 친해지는 방법은?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게 사람에게도 해당된다. 가능하다면 무조건 자주 봐야 한다. 며칠 전 C양이 다시 보낸 두 번째 사연에서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C양과 연하 알바남(이후 심남이)은 다음 달부터 서로 전혀 다른 시간에 근무를 하게 될 수 있었다. 다행히 그 사건이 일어나 시간이 겹치게 되긴 했는데, 난 첫 사연을 받고 C양에게

"왜 회사를 위해 스케줄을 그렇게 짜? 스케줄은 너를 위해서 짜야지.
심남이랑 겹치게 짜면 되잖아.
다른 관리자와 다른 알바생이 함께 일하면 실수하고 잘못 할 수 있다고?
그걸 걱정하는 게 먼저가 아니지. 회사 걱정하기 전에 본인 걱정을 먼저 하자.
걔들도 실수하다보면 늘겠지. 뭐가 잘 안 되면 투닥투닥 해도 지들 둘이 할 거고.
거기까지 미리 걱정해서 네 스케줄을 심남이와 엇갈리게 짜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야. 그러니까 널 위해서 짜.
내가 너였다면, 내 상사가 말렸어도 상대와 같은 시간에 날 넣었을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뭐, 이건 어쨌든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나 다행히 시간이 겹치게 되었으니 넘어가자.

대화는 두 사람이 여행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났다고 생각하며 하면 된다. 현재 C양은 자신도 해 본 적 없는 걸 툭 던진 뒤 상대가 그 떡밥을 물면 "같이 해볼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게 상대가 '결심'을 하거나 움직여야만 하는 제안 보다는, 그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얘기를 하길 바란다. 남성대원들의 예를 보면, 그들은 그냥 대화를 해도 될 시간에 "시간 있어요? 주말에 같이 밥 먹을래요?"라는 이야기만 하다가 퇴짜를 맞긴 한다. C양이 남자는 아니지만 상대보다 연상이고, 또 먼저 호감을 느껴 다가가고 있는 중이라 남성대원들의 그것과 비슷한 태도를 보인다. 그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먼저 하며 친해져 보자.

이렇게만 말하면 또 "그 자리에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뭔가요?"라고 물을 텐데, 아무래도 C양은 상대보다 직장에 오래 있었으니, 직장과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몇 월이 되면 바빠지고 몇 월이 되면 한가해 진다는 얘기, 언제가 되면 이 부근 어디의 풍경이 예뻐진다는 얘기, 예전에 어떤 고객이 있었는데 그 고객이 어땠다는 얘기, 이 업무를 하다보면 어떤 일에 익숙해지는데 그러면 어느 자격증을 따기에 쉽다는 얘기 등으로 이어가면 된다. 또, 자신이 알고 있는 업무의 노하우를 알려주거나, 관련된 업무를 하는 법을 알려준 뒤 그 업무의 결과물을 상대에게 선물하는 것도 괜찮다. 예컨대 쿠키를 만드는 곳에서 일한다면, 새로운 쿠키 만드는 법을 알려준 뒤 그렇게 만든 쿠키를 상대에게 선물하는 것처럼 말이다.

C양보다 윗 직급의 친한 언니와 상의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선, 절대 그러지 말길 권해주고 싶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미 지난 매뉴얼들에서 질리도록 이야기 했으니 더 적진 않겠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성에게 내 연애를 도와달라고 말하는 일은 하지 말자. 특히 C양의 그 '친한 언니'는 심남이를 귀엽게 생각하고 있으니 더더욱 기도비닉을 유지하길 권한다.

그리고 하나 더.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상대와 직접 대화를 하며 알아가자. 내가 C양의 자리에 있었더라도 솔직히 상대 이력서를 찾아봤을 것 같긴 하지만, 그거 사실은 그러면 안 되는 거고, 또 그렇게 뒷조사 해 정보를 나 혼자 다 알고 있으면 상대에게 물어 볼 말이 없지 않은가. 가능하다면 손님이 별로 없는 한가한 스케줄에 두 사람 모두 들어가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길 권한다. 그러곤 이제 날도 많이 풀렸으니 퇴근하고 같이 치맥 한 잔 하면, 연애전선이 형성될 수 있는 많은 조건이 갖춰진다. 그렇게 시작해 보자.


2. 퇴사 이후 식어가는 썸?


저도 L양의 요청대로 "자, 이렇게 하시면 썸남이 먼저 연락도 하고 고백도 할 겁니다."라고 이야기 해드리고 싶거든요. 그런데 이게 L양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좀 많이, '아무 것도 아닌 관계'일 가능성이 높아요. 우선, 나쁜 의미의 '꾸러기'는 아니지만, L양의 심남이는 꾸러기 기질이 있거든요. 그는 여자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에 흥미도 가지고 있고, 적당히 능청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여자가 좋아하는지도 잘 알아요. 누나들에게 사랑받는 타입의 '다 받아주는 젠틀맨'이라고 할까요. 그 왜 L양이,

"심남이가 술은 안 마셨을 텐데,
술 마셨나 의심이 될 정도로 꽤 서슴없는 표현도 했었고요."



라고 한 부분 있잖아요. 그게 꾸러기들 아드레날린 분비될 때 보이는 증상이거든요. 카톡대화를 보면 아직 전혀 그럴만한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심남이가 무섭게 치고 들어와요. L양이 썸이라고 오해할만해요. 특히 그가 윙크 얘기로 시작해서 내기로 엮어 가는 부분에서 전

'오오, 이거 괜찮네. 나중에 솔로부대 남성대원들에게 추천해줘야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예요. 그가 L양에게 '너 귀엽다'가 아니라 '네 물건이 귀엽다'로 시작해서 서서히 넓혀가는 것도 제가 생각했을 땐 훌륭한 작전이고요. 전혀 거부감도 들지 않고, 가벼운 듯하면서도 여자가 고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거거든요.

그는 능숙해요. 여자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 약속을 잡을 줄도 알고, 밖에서 둘이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여자가 감동할지도 알아요. 보통 누군가에게 어깨 좀 주물러 달라고 하면, 대충 몇 번 주무르다 말잖아요. 그런데 그는 그만 주무르라고 할 때까지 주물러 줄 거예요. 똑똑해요. 살을 주고 뼈를 치는 방법을 알아요. 그의 우직함을 제가 계산적인 행동으로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사연에 적힌 그의 '포장'을 보고 하는 얘기에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형에 대해서 소문이 났어요. 싸움을 잘하는 형이었는데, 그 형이 길을 걷다가 다른 학교 짱이랑 시비가 붙어서 싸운 적이 있어요. 그 형이 이겼죠. 그 싸움에서 일어났던 -남자들이 환호할만한- 멋진 일들이 순식간에 학교로 퍼졌어요. 많은 학생들이 그 형의 싸움을 자신이 목격한 것 마냥 중계하고 다녔죠. 싸움이 시작된 순간에 마이를 벗어서 곱게 개 놓은 것이라든가, 날아올라서 무릎으로 상대의 턱을 가격한 일이라든가 하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말예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저 싸움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거든요. 그 자리에 있었던 건 그 형 하나뿐이고, 모든 이야기들은 그 형의 입을 통해서 나왔겠죠. 그 싸움에 대한 모든 포장도 그 형이 직접 한 걸 거고 말이에요. 이걸 심남이가 말한 '과거 연애사'에 대입해 보세요. L양은 현재 그의 말을 액면가 그대로 믿으며

"그는 과거에 이러이러한 행동도 했을 정도로 이러이러한 남자예요."


라고 말하고 있거든요. 제가 보기엔 그 이야기에 에누리가 잔뜩 붙어 있는데, L양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를 '그런 남자'라고 아무 필터링도 없이 받아들여요. 그가 "난 이러이러한 일까지 했을 정도로 순수한 남자였어."라고 말하면, L양은 "아, 쟤는 순수한 남자구나."하고 만단 말이에요. 아주 냉정하게, 그 포장들을 다 뜯고 그의 행동만을 근거로도 그를 한 번 살펴보세요. 그게 그냥 그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한 광고문구 같은 말은 아닌지를요. 

그가 악의를 가지고 저런 행동들을 했던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를 위한 변명을 잠시 하자면, 그건 그냥 그가 여자와 친해지는 방법인 거죠. L양은

"그가 그냥 거절하기 미안해서 제 연락을 받아주는 건가요?
아니면 절 가지고 노는 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제가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자신도 외로우니 그냥 만나주는 건가요?"



라고 물었는데, 셋 다 아니에요. 다시 말하지만 그건 그냥 그의 '여자와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솔로부대원 시절에는 같이 일하는 여자 동료와 치맥 한 잔 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거든요. 술 마시며 원장선생님 뒷담화도 하고, 살아온 얘기들도 하고, 연애 얘기도 하고 그랬었죠. 제가 왜 다른 동료들과는 안 그랬지만 그 동료와 친하게 지냈는가를 생각해 보니까, 잘 받아줘서 그랬던 것 같아요. 장난을 쳐도 정색하는 법 없고, 농담을 해도 잘 웃어주니까. 그러다 보니 친해지고, 나중엔 친구처럼 지내며 직장생활을 함께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그녀와 인연이 끊기게 되었나를 생각해 보니까, 그녀가 직장을 그만 둬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직장 동료'였는데 직장에서 볼 일이 없어지니, 그녀가 직장을 그만 둔 후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말고는 별로 할 말이 없었거든요. L양도 현재 직장을 그만뒀잖아요. 그 이후 심남이의 연락과 장난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말이에요.

"그는 제가 연락하면 전화도 잘 받아주고, 만나면 잘해주고,
만났을 때 비용도 거의 전부 그가 부담했는데요?"



음, 직장 동료라고 해서 전부 직장이나 회식자리에서 놀리거나, 커피 등을 사라고 하면서 뭔가를 얻어먹으려고 하거나, 도와줘 놓고 생색내려 하거나, 훈계하려 들거나, 업무 외의 얘기는 절대 카톡으로 하지 않거나 하진 않거든요. 몰래 둘이 암호 만들어 수신호 하면서 놀 줄 아는 남자도 있고, 어디 나갔다 들어오면서 간식거리 사다 주는 남자도 있어요. 집에 있는 노트북 고장 났다고 하면, 고쳐줄 테니 가져오라고 하거나 동네로 갈 테니 가지고 집 앞 커피숍으로 나오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도 그런 남자 중 하나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면, 그가 여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줘야 한다'는 걸 의무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부탁'을 사용하시면 될 것 같아요. "혹시 ~할 줄 알아?"라면서 말을 꺼내 보세요. "잘 지내?"라고 물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초롱초롱한 그의 눈빛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어제 사연에 "저거 제 사연인데요."라면서 답글을 다셨던 분은 당사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아마 다른 사연을 보내시곤

'어? 구남친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사연이네? 그럼 내 사연?'


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사연의 주인공께는 매뉴얼 발행 후 답장을 받았고, 거기엔 상대를 관찰하기 위한 현미경은 내려두고,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울을 들여다보겠다는 의미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러니 다른 분의 사연에

"저 저렇지 않았어요. 이거 각색된 거예요. 제 얘기랑 달라요."


라는 댓글을 달고 계시는 독자 분께는, 진정하셔도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건 그렇고, 한 달 전부터 금속탐지기를 사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찾아와서 요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바람이 내게 불어왔는지 모르겠지만, 금속탐지기를 들고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다이몬의 소리가 마음으로부터 들려오고 있다. 다이몬의 소리는 탐지기를 들고 어디로 가야할지 까지를 명확하게 내게 제시하고 있다. 잠깐만, 이렇게 써 놓으면 사람들이 날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은데?(응?)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길!



▲ 전에는 무슨 부화기를 사서 유정란을 병아리로 부화시켜야 한다는 소리가 들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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