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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상대가 먼저 다가와도 썸으로만 끝나는 여자 외 2편

by 무한 2014. 2. 10.
상대가 먼저 다가와도 썸으로만 끝나는 여자 외 2편
지난 매뉴얼의 제목이 '[금사모] 그녀와의 뜨거운 안녕 외 2편'이었다. 그런데 어느 독자 분께서 그 글을 직장에서 동료 분 컴퓨터로 보시다가

[금사모] 그녀와의 뜨거운…

까지만 제목이 출력된 까닭에 동료 분께 오해를 받았다는 댓글이 있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밀사모]나 [금사모]라는 말머리 없이 바로 제목을 적기로 했다. 밀사모나 금사모의 경우, 뒤에 '외 몇 편'이라고 적는 것은 계속할 예정이니, 그 표시를 힌트로 삼으시면 되겠다.

자 그럼, 밀사모(밀린 사연 모음) 출발해 보자.


1. 상대가 먼저 다가와도 썸으로 끝나는 여자.


P양이 말했다.

"먼저 폰번호를 물어오거나 다가왔던 남자들을 꽤 있어요.
그런데 그들과 며칠 새에 금방 흐지부지 되고 말아요.
데이트 한두 번 하고 나서 남자가 급하게 식는 경우도 많고요.
제가 상대에게 아예 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이성으로 안 보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제가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틀어져 버리고 맙니다.
대체 제 어떤 부분 때문에 심남이들이 연락을 끊는 건지 궁금합니다."



난 그 이유를 금방 알 것 같던데? 1분 안에 이해시켜 드릴 테니 아래의 대화를 잘 보길 바란다. P양과는 정반대의 상황으로, 도서관에서 어떤 여자 분이 남자의 전화번호를 받아 간 직후의 카톡대화다. 

남자 - 저한테 번호 받아 가신 분 맞죠? 
남자 - 제 전화기에 걸린 번호로 친구 추가하고 이렇게 톡 드려요.
여자 - 네, 안녕하세요. 이따가 집에 가서 추가 하려고 했는데. 
남자 - 도서관 자주 오시나 봐요?
남자 - 혹 무슨 시험 준비하시는지?
남자 - 아니면 책 읽으러 오시는 건가요?
여자 - 아, **준비하고 있어요. 남자님은?
남자 - 저는 병아리 감별사 시험공부 하고 있는데 빡시네요. 
남자 - 공부해서 유학도 갈 예정이거든요. 
남자 - 독일 쪽이 병아리 감별 분야에서는 알아주는 곳이라 
남자 - 그쪽으로 유학을 갈 예정이에요. 독일어도 공부하고 있고요. 
여자 - 네. 저녁 드셨어요?
남자 - 지금 저 걱정해 주시는 거? ㅋㅋ
남자 - 저녁은 집에 가서 먹으려고요. 
남자 - 도서관 보통 아침 몇 시에 오세요?
여자 - 저는 한 10시쯤?
남자 - 그럼 내일부터는 같이 공부할래요? 
남자 - 저는 9시에 오는데 자리 맡아둘게요 ㅋㅋ 
남자 - 고맙다고는 안 하셔도 됩니다~ ㅋㅋ 
남자 - 아, 점심도 같이 먹으면 되겠네요. 도시락 싸오시나요? 아니면 도서관 식당?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 그녀는 아마 그를, 차가운 도시남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사람과의 대화가 너무 고팠던 한 남자가 방언 터진 듯 혼자 북과 장구를 치고 있다. 위의 상황에서 남자가 도서관 휴관일에

"오늘 도서관도 휴관인데 뭐해요? 저는 킨텍스 놀러 왔는데 전시회 하네요.
이거 완전 보고 싶었던 건데 ㅋㅋ 식사는 하셨나요? 집이에요?"



라는 톡까지 그녀에게 보낸다면, 그녀는 그를 어떻게 생각할까?

P양은 자신이 '썸남이 아닌 보통의 모임 친구'인 남자들과는 잘 지낸다고 했는데, 그들과의 카톡대화와 썸남과의 카톡대화를 비교해 보길 바란다. P양은 보통의 남자들과 1-2-3-4-5로 친해지는 반면, 썸남이 나타나면 5-5-5-5-5로 친해지려 한다. 아직 노래 전주도 안 나왔는데 "내가 왼 손을 들면 너는 오른 손을 들어! 쎄이 호오~, 쎄이 호호~, 쎄이 호호호~ 소리 질러~ 수꾸림~"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서로의 이름과 나이도 모르는 상황에선 "쎄이 호오~"까지만 하길 바란다.


2. 날 사랑하지 않는 그대?


카톡대화가 참 후끈 합니다. 언젠가

"자기를 물어 버리겠어. 멍멍~ 괴롭혀 주겠다~ 이리 와. 엉덩이도 물어야지!"


라는 이야기를 하는 여성분의 카톡대화를 보고 컬쳐쇼크를 받은 적이 있는데(실제로는 저 멘트 보다 7배쯤 더 진한 멘트들이었습니다.), L양의 사연도 만만찮습니다. 무슨 야설을 하나 읽은 느낌입니다. 아 잠깐만, 제가 꼭 야설을 읽어본 적 있어서 이런 느낌을 안다는 얘기는 아니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카톡대화가 저런 반면, 사연 신청서에 L양이 적어 놓은 이야기들은 철저히 이성적입니다. 사실 전 L양의 사연신청서를 먼저 읽은 까닭에 조금 기대를 했습니다.

'L양이 이렇게 자기 생각을 정리해 조리 있게 풀어갈 줄 아는 여자니까,
카톡대화도 논리정연하고 지혜로운 멘트들이 담겨 있겠지?'



라는 기대 말입니다. 그런데 카톡대화를 열어보니, 신청서에서 보았던 청명한 여자사람은 흔적도 없고, 저돌적인 육식녀가 한 분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분의 카톡대화를 제가 잘못 연 것이 아닌지 다시 확인까지 한 번 했을 정도로 말입니다.

L양은 말했습니다.

"저는 지난 남자친구들과 항상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였고, 모든 고민을 나누었으며,
많은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남친과는….
그리고 사랑과 관심과 예쁨을 받던 과거의 연애와 달리 지금의 연애는…."



저는 L양이 말한 과거의 연애를 '역할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콩깍지가 벗겨지기 전까지 우쭈쭈쭈만 하며 사귀는 연애. 별도 달도 따다 줄 것 같던 그 사람들은 왜 지금 L양의 곁에 없을까요? 가장 친한 친구였고, 모든 고민을 나누었으며, 많은 생각을 공유했다던 사람들이 왜 지금은 남남이 되었을까요?

연애할 땐 구남친들과 가장 친한 친구였고, 모든 고민을 나누었으며, 많은 생각을 공유했다? 전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말 그랬다면 L양은 '전 남자친구들'이라는 단어를 쓸 일이 없었을 겁니다. 푸념을 늘어놓는 것과 고민을 나누는 것으로 착각하고, 또 붙어 있는 시간이 많은 것과 친한 것을 혼동했으며, 수다를 떠는 것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헷갈린 게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연신청서에 적은 이야기의 절반만이라도, 남자친구와 터놓고 대화 할 수 있기를 권해드립니다. 대화가 어렵다면 편지나 이메일을 활용하시면 됩니다. 지금처럼 카톡으로 불평만 툭, 던지는 일만 피하시면 됩니다. 남친에게 뭘 더 어떻게 해달라고 주문하지 말고, 그냥 덤덤하게 '난 이러이러하다.'라는 것을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문제를 내고, 상대의 답을 들어 보고, 거기에 또 내 답을 말해가며 조율해 나가는 게 연애입니다. L양이 바라는 대로 금방 사랑에 빠져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남자와 연애를 하면, 그들은 역할극이 질릴 때쯤 무대에서 내려와 자기 삶으로 돌아가 버릴 것입니다.

잠깐 머물 텐트야 5분이면 치지만, 평생 살 집은 설계에만도 몇 달 걸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장 들어가서 쉴 수 있는 쉼터를 찾는 건 그만하시고, 보금자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시행착오 가득한 연애를 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기초공사는 지겹고 지루할 수 있겠지만, 그게 L양의 평생을 책임져 줄 것입니다. 우리, 빠른 연애 말고 바른 연애 합시다.


3.  좁지만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여자의 짝사랑.


윤지야, 난 사연 신청서에서 

"친한 친구 두 명과는 모든 걸 다 털어 놓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라는 문장을 보면 좀 답답해. 저런 경우는 대개 썸남, 혹은 심남이가 그 '깊은 관계'에 편입되지 못하고 이방인이 되는 일이 많거든. 나쁘다거나 틀렸다는 얘기는 아냐. 인간관계에 대한 저런 태도가 가진 단점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

겁이 많은 사람들이 주로 저런 인간관계를 가져. '내 편 아니면 모두 이방인'이라는 잣대로 타인들을 분류하는 것이라고 할까. 그래서 '내 편'에게는 한 없이 자상하고 온화하지만, 그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네가 누구든 난 관심 없습니다. 내 편이 되려는 사람이 아닌 이상."


라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이미 친분이 형성된 '내 사람'들과는 레벨 9~10 수준의 대화를 할 수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과는 레벨 1~2 수준의 대화도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야. 그러다보니 자연히 낯도 가리게 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싫어하게 되며, 꼭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 가서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는 일이 벌어지지.(무언가를 혼자 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과는 살짝 다르다는 걸 밝혀둘게. 그것과 이것에는,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까.)

윤지 너의 카톡대화를 봐봐. 대부분이 "야.", "자?", "너 그날 와?" 정도의 짧은 문장들이야. 뭐, 그런 식으로 밖에 대화할 줄 몰라도 연애는 할 수 있어. 윤지 너 열 번 넘게 연애 했다며. 네가 누군지도 모른 채 사귀자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거든. 그런 사람들과 연애하는 거면 몰라도, 둘만의 기반이 단단하게 만들어진 연애를 하는 건 힘들어. 가장 중요한 애정부터가 누락되어 있는데 그게 무슨 연애야. 미안하지만 그건 '오는 남자 안 막는 것'일 뿐이야.

내가 보기에 윤지의 사연은, 앞으로 상대와 연락도 자주 해가며 가까워지면 되는 아주 간단한 해결책이 있어. 그런데 윤지는 썸남이 이쪽에 마음이 있는 건지, 사귈 가능성이 있는 건지만 묻고 있지. 윤지 입장에선 만약 상대가 이쪽에 마음이 없는 거라면 '남'으로 분류한 뒤 정리를 해야 하니까. 그거, '내 편 아니면 모두 이방인'이라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점이거든. 누군가에게 실망하면 그 부분을 조율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인연을 끊어 버리는 거.

이런 식으로는, 윤지가 '나 좋다는 남자'가 나타나면 그와 사귀고, 그러다 그에게 실망하게 되면 다신 안 볼 사람으로 분류해 버리는 연애만 반복하게 될 것 같아.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좀 길게 잡고 썸남과 친해지는 건 어떨까? 2월 안으로 사귀지 못하면 큰일 나는 무슨 시한부 아니잖아. "썸남이 저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던 것 같다고 친구가 그러더라고요."따위의 뒷다리 긁는 얘기는 그만하고, '친한 사람'정도의 자리를 마련해줘 보자. 지금 윤지는

- 내 사람
- 남



이렇게 두 가지 카테고리만 가지고 있는데, 그러지 말고 '내 사람'이라는 카테고리를

- 내 사람
- 친한 사람
- 아는 사람



으로 좀 나눠 봐봐. 그러면 상대의 마음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그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피곤한 일도 피할 수 있고, 또 조금만 실망해도 인연 끊으며 윤지 자신도 상처받는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오늘은 아침부터 병원에 가야하는 관계로 서둘러 글을 마쳐야 할 것 같다. 현재 1월 중순(1월 17일)에 도착한 사연들 까지 끝냈으니, 그 이후에 사연을 보내신 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린다.(밀사모는 다급한 최근 사연 한 편에 밀린 사연 두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톡 역시 열심히 대답해도 현재 145개가 밀려 있는데, 병원에 다녀와 열심히 대답해 드리도록 하겠다. 왕가네도 안 보고 바쁘게 주말을 보냈는데 여전히 할 일이 산더미다. 맛있다는 커피도 소개받았으니, 병원 다녀오면서 하나 구입해 열심히 복용하며 사연도 읽고, 또 카톡 답장도 드리고 하겠다. 그럼 다들 힘내서 월요일 보내시길!



"병원엔 왜 가시나요? 어디 아프신가요?" 200살까지 살기 위해 검진 받으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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