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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남자와의 대화가 어려운 여자 외 2편

by 무한 2014. 1. 17.
[금사모] 남자와의 대화가 어려운 여자 외 2편
어제는 하루 종일 앓느라 매뉴얼을 발행하지 못했다. 간만에 뼈와 살이 분리되는 듯한 몸살을 진하게 앓고 나니, 새로운 삶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직 다 낫지 않아 침을 삼킬 때마다 내 침이 아닌 남의 침을 삼키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가만히 있어도 온 몸의 맥박이 뛰는 게 느껴지던 어제에 비하면 많이 잔잔해진 것 같다. 기침을 해도 머리가 울리지 않으니 이젠 좀 살 것 같다.

자 그럼 힘을 내서,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남자와의 대화가 어려운 여자.


H양은 "이 사람 카톡 답장이 너무 느리고, 무성의 한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데, 내가 보기엔 두 사람 다 비슷하게 원인제공을 한 까닭에 남자만 탓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초반의 카톡대화를 보면, H양 역시 3~5분 후에 대답을 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먼저 말을 걸어 놓고도 계속 지연된 답변을 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남자 입장에선 '이 사람과 대화를 할 땐 톡 보내놓고 계속 폰 들여다보고 있을 필요 없어.'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문제는, H양이 상대의 말을 잘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H양 - 퇴근 하셨어요? 우리 언제 그거 먹어야죠~
상대 - 그건 술 먼저 마시고 먹어야죠!
상대 - 술 먼저 먹죠 ㅎ
상대 - 아, 퇴근은 했는데 집에서 또 일을 해야 해서 ㅎ
H양 - 에구 퇴근했는데 쉬지도 못하겠네요.
(이후 졸리다는 얘기 조금 하다가 굿나잇 인사를 함.)



H양은, 상대가 "언제 어디서 술을 마십시다."하는 이야기를 하기 전까진 그가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주 확실한 데이트 신청이 있기 전까진 형식적인 안부인사만 주고받는다. 위의 대화만 하더라도 "무슨 술 마시고 먹어야 더 맛있나요?"하는 멘트 하나 던지면 알아서 잘 풀릴 것 같은데, H양은 손 시리다는 얘기, 이제 자야겠다는 얘기만 할 뿐이다.

상대로 하여금 할 말이 없게 만들어 버리는 문제도 있다.

"완전 피곤하네요. 얼른 몸 좀 지지면서 쉬어야겠어요."
"이미 (집에)도착했지요. 씻고 이제 잘 준비 하고 있어요."
"피곤할 텐데 푹 쉬세요~"
"쉬시고 굿밤~~"



입장을 바꿔 상대가 저런 멘트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H양도 더 할 말이 없지 않을까? 대화가 열려 있으면 열린 채로 두자. H양이 마무리 인사 하며 대화를 닫을 필요 없다. 상대가 운전하느라 답장을 보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그럴 땐 '열린 결말'로 그냥 놔두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상대가 H양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은 적은 없지 않은가. H양이 잘 때 상대가 답을 보내면, 다음 날 아침에 그 답에 꼬리를 물며 자연스레 또 대화할 수 있으니 서둘러 마무리 짓지 말자. 그게 지금처럼 급하게 마무리 짓고 다음 날 안부인사로 다시 대화 시작하는 것보다 낫다.

두 개 더. 첫째, 문장에 물음표가 있으면 질문이다. 상대의 "오늘은 술 한 잔 하고 있어요?"라는 말은, H양이 친구를 만난다고 하니 그 친구와 술을 먹냐는 질문이다. 그런데 그 질문을 두고 "술 한 잔 하고 있다는 말이세요?"라고 되물으면 '말을 잘 못 알아듣는 여자'가 된다. 말을 잘 못 알아듣는 건 사실 상대도 마찬가지라, 난 둘의 대화를 읽으며 참 답답했다. 두 사람 모두 문자로 대화하는 것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은데, 앞으로 되도록이면 전화통화를 하길 권한다.

둘째, 최대한 긍정적인 리액션을 하자. 지나가는 말로 한 걸 상대가 기억 못한다고 "제가 저번에 얘기했는데…."라고 이야기 하면, 상대는 난처해 질 수 있다. 그리고 상대가 "지금쯤이면 주무실 준비를?", "집으로 걸어가고 계실 것 같은데."하며 H양의 '현재 상황'을 자꾸 맞히려 하는데, 그럴 땐 그걸 애교로 보며 한 번쯤 놀란 척 해주기도 하자. 지금처럼 "아뇨. 벌써 도착해서 씻고 나왔어요."라며 "땡, 너 틀렸어."하면 상대가 의욕을 잃을 수 있다. 그러니 "오올~ 거의 맞힐 뻔 하셨네요.", "요태까지 날 미행한고야?", "평소라면 그랬겠지만 오늘은 추워서 부스터 썼어요."정도의 대답을 해주자. 그러면 상대는 칭찬 받은 고래처럼 춤추며 또 맞히려 들 것이다.


2. 긴 연애를 못 하는 여자.
 

마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롭기 때문에 '오는 남자'와 사귀는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J양에겐 그간 만난 네 명의 남자에 대한 애정도 보이지 않고, 현남친에 대한 애정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연애를 위한 연애를 하는 느낌이랄까. 

J양이 지금 하고 있는 연애 역시,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남자친구는 시험 준비로 잘 못 만나고, 연락도 잘 못 함.
- 만나면 대부분은 모텔에서 데이트 하고 헤어짐.
- 남자친구가 수험생이라 돈이 없으니 데이트 비용은 J양이 부담.
- 남자친구는 어려운 집안사정까지 말하며 J양에게 기대려고 함.
- 사귄지 50일. 남자친구는 말을 함부로 하고 답장도 대충 함.



만약 J양이 내 지인이었으면, 난

"여어, 너 요즘 봉사활동 하러 다닌다며?
그거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은 되는 거야?"



라는 말을 해줬을 것 같다. 또 J양은 자체 필터링을 한 얘기로 친구들에게 상담을 해

"그게 현실에서의 연애지. 넌 너무 영화 같은 연애를 꿈꾸는 것 같아."


라는 답을 들었다고 하는데, 난 그게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연애'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현실과 영화는 물론 다르지만, 저건 '현실과 영화가 다르니까'라는 말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카톡대화를 보면 무슨 어디 햄이 맛있다는 얘기밖에 없는데, 그런 연애를 뭐 하러 하고 있는가?

같이 있기만 해도 좋은 남자와 만나길 권한다. 현재 J양은 일단 자신에게 들이대는 남자가 있으면 연애를 시작한 후 그가 자신을 기쁘게 해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는 그의 추악한 모습만 확인하다 100일도 지나지 않아 진절머리를 치게 될 뿐이다.

"연애를 하면 할수록, 남자들의 목적이 다 잠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J양은 '급한 남자'들의 열정적인 구애를 받아들였고, 그가 원하는 걸 다 주면 J양이 원하는 걸 줄 거라는 생각에 -거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쉽게 모두 허락했다.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되었는가? J양이 원하는 걸 받기는커녕, 데이트를 하는 날엔 으레 모텔에서 모든 걸 해결하고 헤어지는 관계가 되지 않았는가. 이 악순환을 그만 멈추길 권한다. 남자친구와 동네 한 바퀴를 걷고만 들어와도 마음이 풍요로워 지는 현실의 연애도 있다. 그러니 걸으며 모텔이 어디 있나만 살피는 지금 그 남자의 손은, 그만 놓길 바란다.


3. 똑똑한 지수양에게.

 
지수야, 넌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는 몸이잖아. 부모님께는 자랑스러운 귀한 딸이고 말야. 그런데 남자친구를 보면 남자친구 역시 너랑 같은 입장이거든. 걔도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고, 부모님께 자랑스럽고 귀한 아들이야. 이걸 먼저 좀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지수 부모님께서 지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 지수가 필터링 해서 들을 수 있거든.

딸을 향한 지수 부모님의 마음은 나도 이해해. 그런데 그건 밖에서 보자면 다분히 지수만을 위한 조언이거든. 반대로 남친 쪽 부모님들께서는

"너랑 결혼할 여자는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내조 잘 하는 현명한 여자면 된다."


하는 이야기를 하실 수도 있잖아. 여기서 마찰이 생기는 거야. 여자 쪽 부모님은 맹목적으로라도 희생할 수 있는 남자가 좋다고 말하고, 남자 쪽 부모님은 역시 헌신할 줄 아는 여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하지. 현재 너희 커플은 어때? 대개 남자친구가 희생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지? 너희 부모님께서 남자친구에게 '데려다 주는 것'에 대한 말씀을 하신 후, 왕복 두 시간이 넘는 거리를 늘 남자친구가 데려다 주고 있고 말야.

내가 보기엔 그래서 남자친구가 지친 것 같아. 그래서 너에게 "우리 연애에서 나만 희생하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한 거고 말야. 꼭 '데려다 주는 것'과 관련해서 한 말은 아닐 거야. 둘의 데이트 전부를 내가 녹화영상으로 본 게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분명 다른 부분에서도 그렇게 느끼는 게 있었을 거야. 어떻게 아냐고? 지수 너의 말을 들어보면 알 수 있어.

"정말 남자친구가 제게 희생을 요구한다면,
그러니까 그를 위해서 제 몸을 돌보지 않는 수준의 희생을 요구하면, 저는 그러기 싫어요.
지금과 반대로 남자친구가 자기를 집에 바래다주길 바란다면,
못 할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해요. 이런 제가 이기적이라고 생각되긴 하는데,
이기적인 건 맞지만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것도 맞아요."



저런 속마음은 반드시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거든. 카톡대화만 봐도 그래. 남자친구는 지수의 눈치를 봐가며 조심히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데, 지수는 그런 게 없어. 기분 나빠지면 바로 토라져 버려. 그 부분을 남자친구도 정확히 지적하거든.

"내가 너한테 중요한 사람인지 아닌지, 의문이 생기더라."


내가 공쥬님(여자친구)하고 여행을 가면, 운전할 때 자라고 해도 공쥬님이 안 자. 졸려도 참고 내가 심심하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걸기도 하고, 내가 졸릴 것 같으면 공쥬님이 운전하겠다며 자꾸 자리를 바꾸려고 하지. 휴게소에서 어깨도 주물러 주고, 내가 운전하고 있는 것에 미안해하기도 해. 자랑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뭔가 하는 걸 공쥬님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려고 꺼낸 얘기야.

집에 데려다 주는 것도 그래. 내가 공쥬님 집에 데려다 주면, 공쥬님은 집에서 호박즙을 가지고 나와 주기도 하고, 자기 목도리를 내게 해 주기도 하고, 추울까봐 편의점 들어가서 따뜻한 음료를 산 뒤 손에 쥐어 주기도 해. 전에 말했듯이 다시 날 데려다 주겠다며 나서기도 하고. 지수는 남자친구에게 어떻게 했나 곰곰이 생각해 봐. 그저 카톡으로만 "잘 가~ 오늘도 고마웠어♥"라며 톡 하나 보낸 게 전부는 아닌지.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글쎄. '불만을 말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 건 좋은 생각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된 결론을 못 내는 것 같아. 불만을 말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으면 불만을 이야기 한 후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데, 지수 커플은 그게 안 되거든. 서로의 불만을 털어 놓으며 갈등만 깊어져. 말로는 "알았어. 그 부분은 고쳐볼게."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그래? 웃으며 데이트 할 때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지?'하면서 상처만 받아. 그럴 바에는 차라리 '불만을 말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게 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지수는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불만에 대해 전부 "고쳐볼게."라고 대답하는 게 정답은 아니야. 남친이 A가 서운하다고 말하면, 지수 역시 A는 이러이러했던 거고, 나도 A라는 부분에 대해 서운한 이러이러한 부분이 있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거거든. 예컨대 남자친구가 꾸미는 것에 대해 지적한 적 있잖아. 그럼 너도 네가 느꼈던 남자친구의 코털, 블랙헤드, 귀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 되는 거야. 그래야 걔도 '아, 내가 지수 눈의 티만 봤지 내 눈의 들보는 못 봤구나.'하는 생각을 하겠지. 반박하며 싸우라는 게 아니야. 같은 얘기라도 "그건 너도 만만찮은데?" 대신 "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나도…."하며 부드럽게 말할 수 있잖아. 이런 과정을 다 생략한 채. "알았어. 앞으로는 꾸미도록 해볼게."하면 '불만을 말하는 시간'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잊지 말길 바라.

마지막으로, 완벽주의자인 남자친구에겐 내가 매뉴얼을 통해 몇 번 이야기 한 적 있는 문장을 소개해주길 권할게. 소설가 양귀자의 <모순>에 나오는 말이야. "인생은 탐구하며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가며 탐구하는 것이다."라는 말. 남자친구도 아직 꼬꼬마인 까닭에 "앞으로 6년 공부하고, 또 4년 더 공부해야 한다. 10년이다. 10년 동안 우리가…."라며 걱정을 짊어지고 있는데, 그건 행복한 올해를 보내고, 또 올해보다 좀 더 행복한 다음 해를 보내고, 그렇게 또 다다음 해를 보내면 되는 일이라는 걸 말해줘. 10년이면 오늘 심은 손목만한 나무가 품에 가득 찰 정도로 굵어질 수 있는 시간인데, 손목만한 지금의 애정을 가지고 10년 후의 일까지 점치지는 말자고 말해봐. 알았지?


그나저나 어제 주사를 맞을 때 바지를 너무 많이 내렸던 것 같다. 꼬꼬마 시절에 주사를 맞을 땐 엉덩이가 다 보일 정도로 바지를 내렸던 것 같아 그만큼 내렸는데, 간호사가 깜짝 놀라며 커튼을 닫고 주사를 놔 주었다. 그런데 간호사도 필요 이상으로 내 엉덩이를 여러 번 친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웃자고 한 소리고. 노멀로그 독자 분들은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아프니까 삼계탕도 먹고, 인삼차도 마시고, 공쥬님이 주물러 주고 해서 좋긴 한데, 몸이 괴롭다. 아프신 분 없이 다들 건강하게 불금 보내시길!



▲ 메일 확인을 일부러 안 하는 게 아니고 밀려서 못 보고 있는 거랍니다. 열심히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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