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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밀사모] 밥 먹자더니 취소하는 남자 외 2편

by 무한 2014. 1. 3.
[밀사모] 밥 먹자더니 취소하는 남자 외 2편
밀린 사연 모음 말고 예전처럼 하나씩 다뤄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오늘까지는 밀사모 하자. 한 해 중 크리스마스 전후, 그리고 발렌타인데이 전후해서 사연이 가장 많이 오는데, 사연이 밀리다보면 그 중 자신의 사연이 소개되지 않는 것에 대해 앙심을 품는 대원들이 생긴다.

"왜 제 사연은 다루시지 않는 거죠? 지금 저 무시하시는 건가요?"
"열심히 적어서 보냈는데 기분 나쁘네요. 제가 보낸 사연 깨끗이 지워주세요."
"제 사연 안 올라오네요. 완전 실망했습니다. 다시는 노멀로그 갈 일 없을 겁니다."
"답장 없는 썸남보다 무한님께 더 화가 나네요. 그렇게 살지 마세요."



종로에서 뺨 맞고 온 대원들이 대부분이니, 내게 화풀이를 좀 해도 괜찮다. 그러라고 있는 게 노멀로그 아닌가. 화풀이를 하는 대원들 중엔 어그로(주목)를 끌어 창구를 연 뒤, 사과를 가장한 상담을 하려는 목적을 지닌 대원들도 있는데, 우리끼리니까 훼이크는 쓰지 말기로 하자. 다 티 난다. 여하튼 화재신고를 하듯 마음에 난 불을 꺼 달라고 요청을 하는 사연들, 하나라도 더 살펴보기 위해 밀사모를 발행하고 있으니 오늘까지만 좀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1. 밥 먹자더니 취소하는 남자.


K양의 썸남은, 며칠 전에도 이야기 한 적 있는 '썸의 즐거움만 취하는 남자'라고 할 수 있다. 그 매뉴얼을 보고 K양이 눈치 챘으면 참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대원들이 K양처럼

'저 사연을 보낸 사람이 만난 건 꾸러기가 확실하지만,
내가 만난 남자는 꾸러기가 아니라 썸남이니까….'



라는 생각에 재차 사연을 보낸다. 뭐, 괜찮다. 역시 그러라고 있는 게 노멀로그니까. 이미 다룬 적 있는 부분이니 여기서는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딱 두 가지만 살펴보면 된다.

ⓐ썸남이 자기 얘기만 하고 있진 않은가?(내용은 대부분 '자기 자랑'이다.)
ⓑ핑계가 뭐든 간에, 그가 약속을 지켰는가 안 지켰는가?



'썸의 즐거움만 취하는 남자'들은 대개 자기 얘기를 하기 바쁘다. 그들은 "멋있다, 대단하다, 재미있었겠다."같은 리액션이 나올만한 이야기들을 풀어 놓는다. 보통의 대화에선 그런 리액션을 받은 후 "너는 그런 적 없어?"같은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지만, 그들은 달콤한 호응을 받는 것에만 집중하는 까닭에 계속 자기 얘기만 한다. 한참을 얘기 하다가 반응이 잠잠해지거나 얘기하기 지치면-또는 더 이상 심심하지 않으면-

"이제 자야지? 일찍 자~"


같은 얘기만 할 뿐이다. 또 그냥 그렇게 끊기가 뭐해서 괜히 공수표를 발행하거나, 여자가 자신에게 무장해제 되어 있다는 걸 확인하고자 약속을 빌미로 떠보는 경우도 있다.

"진짜 눈꽃축제 한 번 보러 가야 하는데, 이번 주나 다음 주에 콜?"
"내일은 청계천(여자의 직장) 나갔다 와야겠네. 내일 커피 한 잔 할까?"
"나 주말에 노원(여자의 집) 갈 일 있는데, 주말에 뭐하심?"
"동성친구랑 가듯이, 정말 순수하게 내가 여행가자고 하면 갈 수 있어?"



여자는 저런 말들에 '이제 진짜 썸을 타게 되나 보자.'하며 마음이 부풀지만,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저 말들이 대개 마음에도 없는 약속을 그냥 한 번 잡아 본 것을 불과한 까닭에, 약속을 깜빡 했다는 핑계나 갑자기 일이 생겼다는 핑계, 혹은 다음에 가게 되었다는 핑계들이 돌아올 뿐이다.

K양에겐 K양이 뭔가를 잘못해서 저런 일들이 벌어진 게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러니 K양이 어떤 실수를 해서 관계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한 번 저런 훼이크에 넘어 갔으면 다음번엔 무작정 '예스'만 외치지 말길 권해주고 싶다. 내일 보자고 했다가 취소하고, 다음 주에 보자고 했다가 취소하고, 연말에 보자고 했다가 취소하는 남자에겐 "커피 너나 마셔. 두 잔 마셔." 해도 괜찮다. 반했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공수표만 받아 챙기고 있으면, 상대는 계속해서 종이에 그린 돈만 K양에게 주게 된다는 걸 잊지 말자.

"바쁘면 미리 다음에 만나자고 연락 좀 주지 ㅠㅠ 나 집에 갈게."


하지 말고, "난 널 정말 괜찮게 봤는데, 넌 네가 한 말에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이구나."하고 명확하게 말해주길 바란다.


2. 어장관리인가봉가.


딱 한 문장이 걸린다.

"그는 다른 여자 동기들에게는 따로 주말에 불러내서 밥을 사주기도 하고."


라는 부분. 이거 혹시 M양이 빠진 동기들 모임이었는데 마침 그 동기들이 그 사람만 빼고 다 여자였기 때문에 벌어진 일 아닌가? 사연과 카톡대화로 미루어 보았을 때가 그가 '친절한 남자'인 것은 맞지만, 어장관리하는 남자는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저게 그가 다른 여성 동기에게 단둘이 만나자고 연락해서 밥을 함께 먹은 것 맞는가?

당장 답을 들을 수 있으니 일단 그가 다른 여성동기에게 연락해 밥을 먹은 게 맞다고 치자. 그렇다 하더라도 그가 M양에게 한 건 어장관리가 아니다. M양에겐 그가 주말에 연락하지도 않았고, 구체적인 약속을 잡으려 노력하지도 않았다. 먼저 연락을 하거나 여지를 남기는 등의 행동도 하지 않았고 말이다.

"그가 커피 산다고 한 건요? 그게 여지 남긴 거 아닌가요?"


그건, M양이 상대의 점심값까지 계산을 했으니까 다음번에 커피 한 잔 사겠다는 거지, 특별히 M양에게 작업을 걸기 위해 꺼낸 멘트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제 주변의 남자들은 그가 태생적으로 어장관리 하는 남자 같다고 하던데요?"


어디를 봐서? 회사일이 힘들어 M양이 울고 있을 때 그가 퇴근도 안 하고 얼마쯤 위로해 준 거? 아니, 남도 아니고 사는 곳이 가까워서 매일 출근길에 만나 같이 오는 여자 동기가 울고 있는데, 그걸 두고 모른 채 할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또 그가 그걸 빌미로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술자리로 이끈 것도 아니고, 위로를 핑계로 작업을 건 것도 아니잖은가.

이후 회사를 그만둘 때 M양이 '작별의 선물'을 준 까닭에, 상대에게 M양은 '정 많고 고마운 동기'가 되었다. 그런 동기에게 나중에 밥 한번 사겠다고 말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선물을 받고 그가 감사인사 한 것에 대해 M양은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누구라도 선물을 받으면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밥 한 번 살 테니까 나중에 꼭 연락하라는 말을 할 때도 있고 말이다.

"지금도 제가 연락을 하면 답장은 꼭 와요.
동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답장은 꼭 와요. 이건 어떻게 봐야 하죠?"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된다. 그는 M양을 '정 많고 고마운 동기'로 생각하며 대하고 있는 거다.

"저는 정말 저 사람의 말 한 마디, 눈빛 하나하나에서 진심을 봤었는데,
그게 정말 어장관리 하느라 그런 것이었는지, 진실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모든 남자를 '남'아니면 '남친'으로 갈라서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동기라고 해서 헷갈리면 그냥 친구라고 생각하기 바란다. "그래, 나중에 밥 한 번 먹자."할 수 있는 친구다. 친구가 고마워서 고맙다고 한 건데, 그걸 두고 "저 고마움의 표현은 뭐죠? 전 진심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건가요?"하면 이상해지는 것 아닌가. 상대의 말 한 마디, 눈빛 하나하나를 다 연애랑 연결 지으려고 하니까 결론이 산으로 가고 마는 거다. 어떤 남자가 M양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게, 전부 M양과 사귀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그러는 건 아니잖은가. 상대의 친절을 분석하려 들지 말고, 그냥 고맙게 받도록 해보자.


3. 육식녀인가봉가.


유미는 반전매력이 있구나. 사연을 읽으며 난 유미가 짝사랑 중인 초식녀인 줄 알았는데, 카톡대화를 보니까 완전 육식녀야. 특히

"그럼 내가 말 편하게 해도 될까?"


라는 부분에선 팜므파탈의 향기까지 나. 정확히 카톡대화 12분 만에 말을 놓더라. 과외를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딱 고등학교 남학생 가르치는 과외선생님 말투야.

"그래, 그럼 그때 보자 진호야~."


같은 말투 말야. 난 이게 좀 그래. 보통 이런 말투로 대화하는 남녀의 경우,

여자 -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남자 - 네, 물어보세요. 뭐가 궁금하세요?
여자 - A가 A를 말하는 거 맞지?
남자 - 네 맞아요.
여자 -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내일 학교에서 보자.
남자 - 네 누나. 쉬세요. 내일 봬요.



위와 같은 수준의 대화만 계속 하게 되거든. 묻는 사람도 사실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고, 답해주는 사람도 별 감흥이 없는 그냥 간단한 형식적 문답. 게다가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남자는 계속 존대를 쓰니까 가볍게 할 수 있는 말도 못 하게 돼. 내가 우리 작은어머니와 카톡할 때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너랑 심남이랑 한 살 차이라며. 이 '선생님과 학생'의 느낌이 드는 대화 좀 어떻게 해보자. 개인적으론 차라리 유미가 말을 좀 더 천천히 놓았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미 놔 버렸으니 어쩔 수 없고, 심남이에게도 말을 좀 편하게 하도록 유도해 봐.

그리고 카톡대화를 할 때에는 정신줄을 좀 붙잡아. 멍해지면 안 돼! 네 물음에 심남이가 대답하면, 넌 '이제 무슨 얘기 하지?'하면서 가만히 있거든. 그러다 2~3분 후에 다시 힘겹게 말을 걸어서 대화를 이어가고 말이야. 오빠가 늘 얘기하잖아. 상대가 무슨 얘기를 하면 그 얘기를 주제로 삼으라고.

"그때 오시지 그러셨어요. 정말 재미있었는데!"


상대가 저렇게 얘기하면,

"일이 있어서 못 갔어. 뭐 하고 놀았어?"


하면 되거든. 그럼 뭐 하고 놀았는지 상대가 얘기할 거 아냐. 그 중에 둘이 공통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 사람 얘기 잠깐 해도 되고, 아니면 술을 많이 마셨냐고 물으면서 상대의 주량을 슬쩍 물어봐도 되고 말이야. 그런데 넌

"그 날 일이 있어서 못 갔어. 재미있었다고는 들었어."


정도로 대답만 하고 별 리액션이 없거든. 솔직히 내가 심남이라고 해도 유미의 저 '종결자 말투'에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금방 떠오르질 않아. 이거 문답이 아니라는 걸 잊지 마. 그리고 상대에게 신세를 좀 져도 되니까 전부 다 혼자 하려고 하지 마. 상대가

"언제 어디서 하는지 아세요?"


이렇게 물었을 때, 넌 "응. 단톡방에서 약도 보고 찾아 갈게."하고 말잖아. 그러지 말고 "<황소고집>에서 하는 거 맞나?"정도로 그냥 좀 모르는 척도 해봐. 만나서 음료수 뚜껑 같은 거 잘 못 열겠다며 열어달라고 부탁도 하고. 그러면서 애정전선도 형성되고 그러는 거거든. 유미 네가 힘이 세서 남들 잘 못 여는 꿀병 뚜껑을 팍팍 열 정도라고 해도, 심남이 앞에서는 좀 열어 달라고 부탁하고 그러는 거야. 대신 뭐 먹으러 가서는 수저 같은 거 놓을 때 냅킨 깔고 놓아주고 그러는 거라고. 혼자서도 잘 한다고 '너는 네 할 일을 해라, 나는 내 할 일을 할 테니.'하면 석봉이 어머니 되고 마는 거야.

마지막으로 걱정되는 것 하나는, 유미 네가 여린 속마음과는 다르게 현실에서는 살짝 의욕이 넘친다는 거야. 그래서 카톡대화에서도 막 "그날 너랑도 친해져야겠다!!"같은 말을 하는데, 오빠는 유미가 얼마 후 썸남과 종강파티를 같이 하다가 맹렬하게 들이댈까봐 걱정이 돼. 그런 대원들이 꽤 많거든. 술김에 갑자기 용감해져서 상대를 쓰담쓰담 하거나 술주정 부리는 사람들. 그랬다간 '진상 누나'가 될 수 있으니까, 주워 담을 수 없는 물을 엎지르진 말자. 관심을 표현하고 싶다면, 상대에게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고 거기에 너도 관심을 가져봐. 그럼 같은 버스에서 서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은 채 가는 게 아니라, 옆자리에 앉아 수다 떨듯이 갈 수 있을 거야. 알았지?


내일(1월 4일) 새벽에는 3대 유성우 중의 하나인 사분의자리 유성우가 극대기를 맞는다. 오전 7시가 극대기라고 하니 별똥별을 보고 싶으신 독자 분들께서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셔서 북쪽 하늘을 쳐다보시면 되겠다. 백화점이 있는 동네에 살고 계신 분들은 시간당 60개 정도의 별똥별을 보실 수 있으실 것 같고, 동네에 목욕탕이 없는 곳에 살고 계신 분들은 시간당 최대 130개까지 별똥별을 보실 수 있으실 것 같다.

북쪽이 어디인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폰에 구글 <스카이 맵>어플을 설치하시길 권해드린다. 사분의자리는 현재 용자리에 편입되어 별자리표에는 없고, 용자리와 목동자리를 찾으신 후 그 두 별자리 사이를 중심으로 떨어지는 유성우를 즐기시면 되겠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니, 혹 소원을 비실 분들은 소원에 번호를 매겨 두는 것을 추천 드린다. 예컨대 "여자친구 생기게 해 주세요."라는 소원을 빌 경우, 필드에서 별똥별을 보자마자 소원을 말해도 "여자…."까지 밖에 말하지 못한다. 그러니 그걸 '1번'으로 설정해 둔 후, 별똥별이 떨어지면 "1번!"을 외치시면 된다. 그럼 다들 행복한 별빛샤워 하시길 바라며!



▲ "무한님은 무슨 소원 비실 건가요?" 제가 아프지 않고 200살까지 살게 해 달라는 소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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