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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그는 왜 사귀는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연락했을까?

by 무한 2013. 11. 12.
그는 왜 사귀는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연락했을까?
매뉴얼을 시작하기 전에 이 얘기부터 하자. 내가 '부탁'을 사용하라고 한 건, 남자가 여자의 부탁에 약하니까 그 부분을 활용해서 가까워지길 권했던 거다. 원수관계가 아닌 이상,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

"썸남씨 고향이 통영이죠? 저 이번에 동피랑 마을 구경 가려고 하는데,
혹시 추천해 주실 곳 있으세요? 꼭 먹어봐야 할 먹거리라든지…."



하며 1절만 흘려도, 상대가 알아서 2절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뭐 타고 가는지, 언제 가는지, 누구와 가는지, 몇 박 예정인 여행인지 등을 묻기도 하며, 나아가 훗날 여행을 잘 다녀왔는지까지 관심을 가지며 자신이 추천한 여행지 및 맛집에 대한 소감 등을 들으려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내가 이 '부탁'을 권하란 얘기를 했을 땐, 아래와 같은 방식의 친해짐을 말했던 것이다.



▲ '부탁'과 '보답'을 사용해 가까워지는 모습.


하지만 사연의 주인공인 S양은, 이걸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말았다.



▲ '부탁'과 '보답'을 잘못 사용한 나쁜 예.


S양이 처음 '부탁'을 사용했을때, 썸남이 그 부탁에 관심을 가지고 성실하게 도와주자, S양은

'어머, 완전 감동이야. 썸남이 날 위해 이렇게까지 해줬어!'


라며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감격해선 '썸남도 나한테 관심이 있었나 보구나.'하는 오해까지 하고 만 것이다. 이거 아무래도 풍차와 싸우겠다며 돌진한 '여자 돈키호테'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여하튼 출발해 보자.


1. 그는 정말 S양을 어장관리 하는 걸까?


여기서 보기엔 심남이의 '처음과 나중'에 달라진 모습이 없다. S양이 부탁을 하니 심남이가 들어준 거고, 또 거기에 대한 보답을 S양이 하니 이제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해 '친한 직장동료'로 잘 지내는 것 같다. 그런데 왜 S양은 그가 자신을 어장관리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 이유를 보자.

ⓐ 그의 팀 회식에서 그가 "사내에서 미모로는 S양이 제일 예쁜 것 같다."라고 말했다.
ⓑ 흐지부지 되어갈 때 쯤 한 번씩 떡밥 주듯 그가 툭툭 연락한다.
ⓒ 그와 같이 사적으로 밥을 먹은 적도 있는데, 그건 단순한 호의라고 하기 어렵다.
ⓓ 여자친구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얘기 안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여자친구가 있었다.



S양의 저 주장에 하나하나 반박을 해볼까 한다.

먼저, ⓐ는 실제로 S양이 사내에서 제일 예쁜 까닭에 그런 말을 했을 수 있다. 그냥 "소녀시대 멤버 중에 누가 제일 예뻐?"라는 질문에 대답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길만한 가벼운 멘트다. 그런 얘기를 한 후 그가 S양에게 사적으로 계속 연락을 해 왔는가? 아니다. 오히려 그는 S양이 밥 먹을 약속을 잡으려 해도 다음에 먹자고 미뤘다.

S양이 주장하는 ⓑ는, 여기서 보기엔 직장동료끼리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다. 이전에 지나가는 말로 그가 "나중에 조개구이 같이 먹어요~"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으니, 다음에 마주쳤을 때 당연히 "아 진짜 우리 조개구이 먹으러 가야 하는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고 보니 우리 밀린 토크가 많은데, 다음 주에 점심이나 같이 먹으며 풀어보죠~"라는 말 역시 '떡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왜? 그는 다른 여직원들하고도 종종 그렇게 밥을 먹으니까.

ⓒ는 좀 억지다. 첫 번째는 직장 동료 껴서 같이 먹으려 하다가 동료가 빠져 둘이 먹게 된 거고, 두 번째는 S양이 밥 먹자고 한 거 썸남이 거절했다가 사이가 어색해지니까 시간이 지난 뒤 썸남이 약속 잡은 것 아닌가. 또 이십대 후반의 직장동료 둘이 밖에서 술 한 잔 하면, 자연히 어떻게 살아왔는지, 연애는 몇 번이나 했는지, 지금 만나는 사람은 있는지, 결혼은 언제 쯤 할 예정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걸 두고 S양은 "그런 이야기들이 마치 저에게 하는 이야기처럼 들려서 저도 모르게 또 설레게 되었어요."라고 말하는데, 난 그걸 'S양이 김칫국 마셨다'고 해두겠다. 

ⓓ가 좀 애매하긴 한데, 정황상 그는 사내연애를 하는 중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여자친구와 사귀는 걸 비밀로 하게 된 것 같고 말이다. 그런데 둘의 대화를 보면, 그는 분명 S양에게 여자친구가 있음을 밝혔다. 그 부분을 보자.

"그가 자기는 편하고 자기랑 잘 맞는 사람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여자친구가 생긴 건가 싶어서, 제가 축하한다고 말했어요. 한 턱 내라고.
그랬더니 한 턱 쏘고 나중에 두 배로 얻어먹겠다며 은근슬쩍 넘기더군요.
긴가민가해서 그의 팀에 있는 후배에게 물어봤는데,
후배는 팀 회식 때 그가 여자친구 없다는 얘길 했다고 하더라고요."



본인이 여자친구 생겼다고 확실하게 말하는데, 그걸 안 믿고 그 사람 지인에게 가서 그 사람 연애하는 중인지, 아닌지를 물으면 어쩌자는 얘긴가? 믿기 싫은 그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 본인이 맞다고 한 걸, 타인에게 다시 물은 뒤 아니라는 대답 듣고 안심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도록 하자.

더 확실한 증거는 그가 S양에게 소개팅을 시켜줬고, S양 역시 그 소개팅에 나가 썸남 지인을 만났다는 거다. 그 후 소개팅남과 잘 안 되니, 썸남은 다시 다른 남자를 소개해 준다는 이야기를 했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S양이 그를 '어장관리하는 남자'로 낙인찍는 건, 너무 S양 자신 위주로만 생각한 행동 아닐까?


2. 보고도 안 믿으면 곤란하다.


S양은 사전에서

"그런데…."
"하지만…."
"…싶다가도…."



저 세 가지만 지워도 연애를 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상대를 파악하고 그의 행동을 통해 진심을 걸러내는 건 S양도 잘 한다. 다만, 위에서 말한 저 세 가지를 사용해 보고도 믿지 않으려 해서 문제가 된다. S양이 한 말을 보자.


"그간 말이 아닌 그의 행동을 지켜봤을 때,
그런 식으로 말만 내뱉었던 일들이 많아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가 말한 것에 예의상 리액션은 했지만, 역시 그 이후 흐지부지 되었고요.
그런데…."



"별 뜻 없는 멘트라는 건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썸남이 가까워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제게 관심이 없는 게 맞는 건가 싶다가도…."



S양의 첫 생각이 맞는 거다. 사연을 통해 본 S양의 썸남은, 다른 여직원들과도 사내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는 걸 어려워하지 않을 정도로 이성을 대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런 태도로 S양을 대한다고 그걸 '관심'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그리고 S양이 그가 던졌다고 하는 주장하는 '떡밥'은, '예의상 하는 말'로 나 역시 자주 사용하고 있다. 호주에 사는 한 독자와 내 카톡을 잠시 보자. 

독자 - 호주에서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 새 책 내신 거 축하드려요. 
무한 - 감사합니다. ^^
독자 - 호주에 놀러 오실 일 있으실 때 말씀해 주세요. 제가 가이드 해 드릴게요!
무한 - 네. 캥거루 소시지 먹으러 갈 때 연락드리겠습니다. ^^



난 당장 호주에 갈 계획이 없고, 나중에 호주에 가게 된다 하더라도 저 약속을 떠올리며 "저 호주 갑니다. 전에 분명 가이드 해 주신다고 하셨죠?"라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호주에 갈 생각도, 계획도 없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어떻게 될까? S양의 사연에서 보이는 썸남의 멘트들은 대부분 저 "네, 나중에~"의 막연한 약속뿐이다. 분명 아니라는 게 명확하게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그런데, 하지만, 싶다가도'로 가리며 못 본 척 하진 말자.


3. S양을 말리기 위하여.


사실 난 이 매뉴얼을 S양을 말리기 위한 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위에서 다룬 내용들은 '착각'과 관련해 발행한 매뉴얼들에서 몇 차례 한 이야기라 굳이 또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와 점심을 먹으면서,
제가 가진 호감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버리려고요.
감정정리가 안 되어서 저도 힘들고, 그렇게 확실하게 말하고 로그아웃 하려고요."



라고 말하는 S양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보기에 그는 S양에게 '관심'으로 여겨질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와 가까워지기 위해 '부탁'을 사용한 건 S양이고, 그가 자기 일처럼 그 부탁에 임하자 그 모습에 반한 것도 S양이다. 그 일 이후 적극적으로 먼저 연락하며 다가간 건 누군가? 상대인가? 아니다. 그것도 S양이다.

"그는 회사에서도 착하고, 순박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저는 그가 연애에서도 '좋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호감을 표현해도 그가 그걸 나쁘게 이용할 거라 생각 못 했고요."



그는 '좋은 사람' 맞고, S양의 호감을 나쁘게 이용한 적도 없다. 그는 그저 팀 회식 자리에서 S양을 칭찬했고, S양의 부탁을 들어주었으며, 또 S양과 자신의 (S양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괜찮은 남자라고 했던)지인을 이어주기도 했다. 그는 회사에서 S양과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했고, S양이 밥 먹자고 했을 때 자신이 미뤄 거리가 멀어진 것 같자 그 약속을 구체화 시키려고도 노력했다. 아무리 봐도 '호감을 나쁘게 이용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S양이 자신의 착각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를 나쁜 사람 만들려고 하면 나쁜 사람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 보기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 그러니 만나서 "호감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하진 말자. 그랬다간 상대에게 '이상한 여자'로 보일 확률이 98.72%이다. 상대는 그 흔한 '선 연락'도 S양에게 안 하는 남자 아닌가. 오히려 술 마시고 카톡 보낸 건 S양이고 말이다.

"그에게 더 이상 휘둘리고 싶지 않아요."


미안하지만, 그가 휘두른 게 아니라 S양 혼자 제자리에서 돌고 있었던 것 같으니 아무도 원망하지 말고 이번 해프닝은 조용히 마무리 하자.

"소문처럼 여자친구가 사내에 있다면,
저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연애 할 때 여자친구가 아닌 다른 여자와는 분명히 선을 긋는 남자가 있는 반면, '친구로 지내는데 뭐 어때서?'라며 선을 긋지 않는 남자도 있다. 난 매뉴얼을 통해 그런 태도를 지양하길 권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니, 선을 긋지 않는 사람에게 이쪽의 기준을 내세워 따지기 보다는 '이건 좀 아닌 것 같다.'싶을 때 이성의 끈을 꽉 잡고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썸남이 '지나가는 말'로 한 약속을 두고도, S양은 홀로 그 약속을 기다리다 실망해 울어버릴 정도로 예민하기에 걱정이 된다. 또 이미 착각의 탑을 놓게 쌓을 정도로 S양이 썸남에게 반한 까닭에, 행여 썸남이 양다리를 할 마음을 먹고

"우리가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따위의 말로 끼를 부려도 넘어갈까봐 염려가 된다. 내가 위에서 열심히 말리긴 했지만, 대개 이런 사연을 보내는 대원의 8할이

"못 먹어도 고!"


를 외치며 브레이크를 밟지 않기에, 이렇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경우'를 적어둔다. 썸남이 S양에게 관심을 가진 게 맞다면 달에 가져다 놔도 그 관심이 뚜렷하게 보일 테니, 지금처럼 긴가민가하며 현미경 들이대도 잘 알아보지 못 하겠을 땐 '관심이 아닌 것'임을 얼른 알아채자. 



▲ 새 책 나왔다고 계속 알려서 죄송합니다. http://normalog.com/1549 하아, 이 먹고사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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