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결혼하자며 다가온 구남친 외 1편

by 무한 2013. 7. 5.
[금사모] 결혼하자며 다가온 구남친 외 1편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하지만, 한 주 내내 글을 읽지 못해 같이 놀던 친구 하나 사라진 기분을 느끼고 있을 독자 분들이 혹시 계실 지도 모르기에 잠시 집에 왔다. 걱정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덕분에 주말쯤이면 다 잘 해결될 것 같다.

병원에서 '병원풍경'이라는 3부작의 글을 구상했는데, 밀린 사연이 많으니 그건 다음 주 중에 발행하도록 하자. 간병인들 사이의 치열한 심리전, 짬 안 되는 의사와 고참급 간호사의 신경전 등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몇 가지 있었다. 난 1층 로비를 지키는 올빼미족에 속했는데, 그 무리는 낮 동안 열심히 잠을 잔 까닭에 밤에 잠이 오지 않아 아기새처럼 TV만 바라보고 있는 환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제는 올빼미족 구성원들 모두 밤새 한마음이 되어 축구중계를 보았다.

예고는 이쯤하고,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결혼하자며 10년 만에 다가온 구남친.
 

대개 이런 사연의 경우 구남친이 결혼을 '구실'로 앞세워 다시 다가오는 경우가 많은데, T양의 사연은 구남친이 정말 결혼 할 생각으로 다가온 게 맞다. 내가 추측한 그의 속마음은 아래와 같다.

ⓐ 3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 솔로다. 누구를 만나 처음부터 알아가긴 늦었다.
ⓑ 돌이켜보면, 이십대 초반에 한 T양과의 연애에 가장 많은 미련이 남는다.  
ⓒ 과거에 상견례 비슷한 것까지 했기에, T양과의 결혼이 어렵진 않을 것이다.
ⓓ 많이 싸우고 타퉜지만, 시간이 지났으니 T양도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 서로의 조건도 잘 맞고, 공유하고 있는 추억도 있다.
ⓕ T양도 여태껏 솔로라고 하니, 내가 다가가면 분명 날 받아줄 것이다.
ⓖ 내가 조금만 양보하면 결혼해도 큰 문제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향지원한 대학에 별 감동 없이 입학하는 느낌이랄까.

"그럴 리가요. 처음 만났을 때 옛날얘기, 요즘얘기, 결혼얘기, 미래얘기 등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기애애하고, 그냥 얼굴 보고 있어도 웃을 정도로
그렇게 분위기가 좋았는데…. 게다가 그가 과거에 미안했다고 사과도 했고요."



그런 분위기는, 한 10년간 못 보고 지냈던 대학교 동창만 만나도 느낄 수 있다. 서로 기억의 조각 맞춰보고, 어디가 달라졌네 늙었네 안 늙었네 하면서 웃고, 누구누구는 뭐했다더라 하면서 정보 교환하고, 어떻게 사는지 묻고, 앞으로 뭘 할 예정인지 계획을 들여다보고….

T양과 구남친이 느낀 건 '반가움'이 아니었을지 생각해 보길 권한다. 그걸 둘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착각하는 건 위험하다. 늘 말하듯,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재회 후 '우리가 왜 헤어졌었는지'를 깨닫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지 3개월. T양과 (다시 현남친이 된)구남친은 아주 오래 겪었던 문제들로 또 삐걱거리고 있다.

결론짓자면, 구남친에겐 '아내'의 역할을 충실히 할 여자가 필요한 거고, T양은 상대가 '내 사랑'이 될 남자이길 바라는 거다. 목적지가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차를 타고 가려 하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T양은 이런 관계에 지쳐

"그냥 다 포기하고, 그와 책임감 없는 연애만 하고 싶네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런 연애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책임감 없는 연애' 할 상대가 필요한 게 아니니 말이다.

"시간을 더 갖자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혹시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선이나 소개팅)가
있다면, 자기 몰래 하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저건, "내가 하자는 건 연애가 아니라 거래야."라는 말이라고 봐도 된다. 실제로 T양 역시 '거래조건'으로만 따지면 상대보다 나은 남자가 주변에 없기에 상대에게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난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연애냐 거래냐, 선택은 T양의 몫이다.


2. 화류계에서 일하는 여자친구.
 

이건 뭐 길게 얘기할 것도 없이 완벽하게 공사당한 케이스다. 내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통장을 다 걸고 장담할 수 있다. H씨는 상대에게 '호구'일 뿐이다. 

화류계여성들이 H씨 같은 남자를 공략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카톡을 트고, 그 후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고민'이라고 꺼내 놓으며 상대에게 요구한다. 

"오빠 나 얼굴에 상처가 났어. 뭐 발라야 빨리 낫나 좀 알아봐줘."


저 멘트 하나로도 대한민국 호구 수십 명은 술집으로 부를 수 있다. 보호본능을 자극받은 남자는 듀오덤 같은 걸 붙여야 한다는 대답을 할 것이고, 그녀는 그걸 가져다 달라며 술집으로 부를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남자가 술집에 오면 고객이 된다. 연애하는 기분 느낄 수 있게 기분 좀 맞춰주고, 같이 나가고 싶은데 일 하는 중이라 그럴 수 없다며 아쉬워한다.(이렇게 밑밥을 깔아두면, 일 그만두라며 남자에게서 숙식과 돈을 제공받기가 수월해진다.)

귀걸이가 갖고 싶다고 해서 바로 귀걸이 사달라고 말하는 화류계 여성은 없다. 한 쪽 귀걸이를 잃어버려서 속상하다는 톡을 보내면, 남자가 귀걸이를 사들고 술집으로 찾아올 테니 말이다. 그렇게 귀걸이 사진 하나로 새 귀걸이도 받고, 매상도 올릴 수 있다. 

남자가 이 어정쩡한 관계에 지친 것 같을 땐, 호칭을 한 단계 높여주는 것으로도 금방 달랠 수 있다. 우선, 남자가 이별을 통보하면,

"그래, 오빠 말대로 하자. 오빤 늘 일방적이네."
"오빠한테 받은 것들 다 보내줄게. 주소 불러줘."
"난 이제야 마음을 열기 시작했는데, 오빠는 닫기 시작했나보네."



정도의 멘트만 해줘도 쉽게 붙잡을 수 있다. 남자가 뭐라고 말하든 그건 듣지도 못한 말인듯 무시해 버리고 "너 나쁜 놈."이라는 말만 계속 하는 것이다. 그럼 그 말에 죄책감과 보호본능을 자극받은 남자는 '내 생각이 짧았다. 상처가 될 말을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한다. 그런 남자에게 '오빠'에서 '서방'이나 '남편'으로 호칭을 변경해 주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두 계절은 더 뜯어낼 수 있다. (너무 자세히 적으면 악용하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으니, '돈 관리'를 핑계로 발라먹는 부분부터는 생략하자.)

"여자친구는 절 처음 봤을 때 손님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히 H씨의 사연은 '공사'라고 소개하기도 좀 민망할 정도다. 카톡으로 몇 글자 보내면 H씨 혼자 열심히 갖다 바친 까닭에, 상대의 행동이 교묘하지도 않다. 상대가 일하는 술집에 H씨가 발을 끊기만 해도 그녀에게서 연락이 올 일이 없으니, 궁금하면 시험해 보길 권한다.(단, 지금처럼 술집 밖에서 옷 사주고 구두 사주느라 하는 연락은 무효다.)

"오빠 힘들면 내가 일해서 좀 도와줄까?"


저 말에 감동할 수 있다는 게 난 놀랍다. 현재 그녀가 쓰고 있는 카드가 H씨 카드인데, 같이 매장 들어가서 왜 구두만 사주고 옷은 안 사주냐며 매장 문 열고 나가버린 사람이 그녀인데…. 


사실 소제목 3번까지 작성하는 중이었는데, 얘기가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3번은 한 문장으로 대답을 요약할까 한다.

"바쁜 남자는, 바쁜 채로 그냥 좀 두세요."


일에 바뻐 주변 사람들 챙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일단 그렇게 살도록 내버려 두는 게 가장 좋다. 그럼 어느 순간 그렇게 살아온 날들에 대한 후회도 본인이 알아서 할 것이고, 바쁘게 사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라는 것도 본인이 알아서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런 '깨달음의 시간'을 가질 틈도 없이 계속 이쪽에서 팬클럽 놀이 하면, 상대는 그 관심과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한 줄로나마 언급해 달라고 했던 S양이 있었는데, 성병 옮기는 걸로도 모자라 "부모님이 알면 안 되는데 왜 자꾸 일을 크게 만드냐."고 말하는 남자친구와는 헤어지는 게 답이다. 카톡대화 보니까 남자친구가 S양에게 "개소리 하지 말고."라는 말도 하던데, S양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런 남자와 사귀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남자를 만나든, 남자친구와는 돈거래 하지 말길 권한다. 이십대 초반부터 엄마한테 돈 받아서 남자친구 돈 빌려주는 여자는, 서른이 넘어 보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빌려준 돈 달라고 했다가 '지랄병'이란 소리 듣는 인생이 행복하겠는가? 빌릴 땐 상황이 어떻든 계좌이체로 빨리 좀 보내달라고 부탁해놓곤, 돌려줄 땐 나중에 한가해지면 준다는 사람이 세상엔 꽤 많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 혹시 동네에 비행기나 탱크 전시된 전시관이나 공원 있으면 소개 좀 해주세요. 진짜로요.





<연관글>

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2년 전 썸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Y양에게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