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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요사연모음] 애독자 사연 특집

by 무한 2013. 3. 29.
[금요사연모음] 애독자 사연 특집
애독자라면서 "근데 무한님 여자신가요? 남자?"라고 묻는 훼이크 꾼들이 있어서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진짜 애독자'들의 사연이 있기에 아직 세상은 살만 하다.

오늘은 그 '진짜 애독자'들이 보낸 사연을 좀 다뤄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까'나 '빠' 둘 중 하나만 합시다.
 

우선, D씨와 상대의 코드가 너무 다르다. 드립도 상대를 봐가면서 해야지, 아무렇게나 들이대다간 뺨 맞는 수가 있다.

"일 더하기 일은?"


저런 드립은 상대가 센스 충만할 때나 꺼내야 한단 얘기다. 고지식하며 유행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그것도 몰라? 일 더하기 일은 귀요미잖아."라는 얘기를 했다간 "그게 뭐죠?"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D씨는 웹에서 유행하는 드립들을 대화에서 자꾸 사용하는데, 상대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요."라는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에게 D씨의 드립은 모두 '헛소리'와 같고, 때문에 D씨는 그냥 '나잇값 못 하는 싱거운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상대를 웃게 만들어야 관계에 진전이 있을 거라는 그 강박에서 벗어나자. 그리고 이건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김광민의 피아노 독주를 좋아하는 여자에게 '강남스타일'로 들이대는 건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그녀에겐 '기억의 습작'정도의 감성으로 다가가야 한다. 

여하튼 위와 같은 이유로 상대는 D씨를 '헛소리하는 남자'로 여기고 있는데, 여기다 대고 D씨는 또 자신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오빠 행세'을 하려 한다. 무슨 생각에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상대에게 '지적질'을 하는 것이다. "넌 너무 염세주의야." 등의 이야기로 말이다. 상대의 시각에서 보자면 이게 참 웃기지도 않은 일이다.
 
남의 얘기라고 가정하고 한 번 보길 바란다. 내가 뜬금없이 A양에게 말을 걸어 "나올 수 있으면 지금 좀 볼까마귀~ 까마귀~"라는 1차 드립을 쳐 놓고, 그녀가 거절하자 "넌 사람 만나는 걸 너무 두려워하는 것 같아. 바리케이트를 칠 필요는 없잖아. 왜 스스로를 그렇게 고립시키지?"라는 얘기를 하면, A양이 뭐라고 생각할 것 같은가? 두 말 할 것 없이, 내가 약 같은 거 하는 사람인 줄 알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은 또, 

"신림의 팜므파탈~ 까칠해서 더 매력적이야."


라는 얘기를 하면, 정신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까(안티)'나 '빠(극성팬)' 둘 다 권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둘 중 하나만 하자. 그녀가 피하면 차 몰고 회사를 찾아가 기사 놀이 하고, 또 그러다 그녀가 조금 다가오면 그간의 복수라도 하듯 심술을 바른 독설을 늘어놓는 남자. D씨가 봐도 이게 정상인의 모습으로 보이진 않을 것 아닌가?

하나 더. D씨가 현재 하고 있는 건 '카카오 스토리 날파리 떼'가 하는 것과 똑같은 짓이라는 걸 잊지 말길 권한다. 상대가 카스에 '현재심경'을 말하는 글을 올리면 그걸 보고 선착순 하듯 상대에게 말 거는 행위. 그런 거 하지 말자. 노멀로그 애독자가 거기서 그러고 있다는 게, 난 참 가슴이 아프다. 그녀의 뒤를 쫓지 말고 앞장서라는 얘기를 질리도록 하지 않았던가. "(카스에서 본 뒤)고흐전 보고 싶다며, 주말에 같이 보러 갈까?"라고 묻는 건, 그냥 그녀의 뒤만 쫓는 행위다. 앞장서자. 
 

2. 연애학 박사.
 

최다 사연 투고자 S양의 사연이다. 그녀와 만난 '맞선남'만 모아도 관광버스 한 대에 다 못 태울 정도다. 이게 난 처음엔 심증만 있어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남자와 선을 본 까닭에 그 중 쭉정이도 많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S양에게 있다.

S양은 남자를 한 명 만날 때마다 하나의 논문을 완성 한다.

"오늘 만난 남자는 금사빠 였어요."
"이번 남자는 초식남 이더군요."
"무한님, 여자를 경악하게 만드는 남자 하나 추가해 주세요. 제가 발견 했어요."



듣다 보면 다 맞는 말 같긴 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대의 그런 '막장'스러운 모습을 S양이 이끌어 낸다. 하루 연락이 없었다는 이유로,

"우리가 적은 나이도 아니고, 서로 시간 낭비하지 않게 이렇게 문자로 말씀 드립니다.
호감이 있었지만 어제 연락하지 않으시는 걸 보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우리는 더 만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다음 번에 선을 보실 땐, 좀 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임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라는 얘기를 하면, 그 누구라도 좋은 말로 대답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저 말에 상대가 "착각이 심하신 것 같네요. 연애는 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잘 지내세요."라는 대답을 했다고 내게
 
"무한님, 큰일 날 뻔 했어요.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네요. 저런 남자였어요."


라는 얘기를 하는 건, 하아, 진짜 어떡하지?

가족이나 친구들이야 당연히 S양 편이니, S양이 무슨 얘기를 하든 그 말만 듣고 "남자가 정말 별로였네."라고 얘기할 것이다. 거기서 위안을 얻어가며 '똥차를 피해서 다행'이라고 넘기다보면, 이건 진짜 방법이 없어진다. 사연을 웹 여기저기에 올리며 '동정 여론'을 얻으시는 것 같은데,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청춘은 다 지나가고, 어느 새 전철을 타면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때가 되면 더 이상의 선도 들어오지 않아 웹에 올릴 글도 없을 것이고 말이다.

선 자리는 두 사람이 만나서 대화를 하는 자리다. 시식코너 가는 마음으로 다녀와선 상대에 대한 소감을 논문으로 작성할 필요 없단 얘기다. 상대와 코드가 맞는다고 생각하면 세 번 말고, 세 달은 만나보자. 상처 입을까 두려워 '퇴짜 맞기 전에 판 엎어 버리는' 못된 습관을 버려야 한다. 맞선 자리에 나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있지 말고,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 만남에 집중하길 바란다.


3. 5년의 연애.


해가 갈수록 K양 사연의 숫자가 늘어가는 게 재미있다.

"삼 년을 만났는데…."
"사년동안…."
"오년 째…."



그런데 문제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 같다. 그는 처음에 '이제까지 그런 적 없던' 문자에 답하지 않는 행동을 보였고, 그 다음에는 '이제까지 그런 적 없던' 메일에 답을 하지 않는 행동을 보였다. 지금은 이쪽에서 열심히 붙이려고 노력해도 '연락 없음'으로 대응하는 수준까지 가게 되었다.

사연을 읽다 보면, 달려오는 기차를 바라보곤 둘이 철로에 서서 '누가 먼저 피하나, 피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며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둘 다 소심하면서도 자존심이 센 까닭에, 아니, 이런 얘기 다 접어 두고 바로 결론으로 가보자. 상대는 K양이

'나 아니면 안 되는 여자.'


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권태 덩어리 같은 연애에 화를 내는 건 K양 이었고, 원하는 게 이별이라면 그렇게 하자는 것도 K양 이었으며, 다시 연락해 그 만남을 이어간 것도 K양 이었다. 그걸 셀 수 없이 반복했으니, 그 공갈협박에 이제 무덤덤해지고 만 것이다.

아아! 헤어지는 게 사실은 무서우면서도 "우리가 아닌, 다른 이유가 있어서 헤어지려는 거라면 그렇게 하자."라는 이야기로 남자친구의 마음을 확인하려 하는 약하고 슬픈 여자여!

힘들겠지만 이번엔 버텨야 한다. 이번엔 처음으로 남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한 것이니, 후회를 하든 미련을 갖든 그건 고스란히 남자친구가 할 수 있게 내버려 두자. 이 기회를 놓치면 위기감은 더욱 극한의 상황에서야 생길 것이고, 위기감이 없는 한 K양은 매년 내게 사연을 보내게 될 것이다. 내년엔,

"육 년을 함께 한 사람인데…."


라는 내용의 사연을 말이다. 멘붕을 벗어나기 전까진 내게 속에 있는 말 다 털어 놔도 좋으니, 그렇게 버티면서 하루하루를 지내보자. 애독자를 위한 VIP창구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부담 없이 메일을 보내주기 바란다.


* 드리는 말씀

썸을 타는 남녀의 카톡대화는 3개월 치 대화까지 소화가 가능합니다. 커플의 사연은 대화 분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개월 치 대화까지는 소화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읽을 수 있는 양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 분량이 넘어가면 솔직히 토할 것 같습니다. 자비를 베풀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자비심 없이 '카톡 대화 내보내기'로 사연을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루 수십 통의 사연이 도착하는데, 눈이 너무 아픕니다. 지금도 눈동자를 움직일 때마다 찌릿찌릿 합니다. A4 100장이 넘어가는 카톡대화는 '의미 있는 대화' 위주로 편집을 좀 부탁드립니다. 중간 중간 글씨에 색을 넣어 부연설명 해 주시는 거, 완전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노멀님. 애독자 입니다." 뻥치시네.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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