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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호감가는 여자와 카톡대화를 튼 다음에 해야 할 일은?

by 무한 2012. 11. 29.
호감가는 여자와 카톡대화를 튼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먼저, Y씨가 셀카사진을 잔뜩 첨부했으니, 사진에 대한 얘기부터 좀 해보자. 화장실에서 셀카를 찍는 게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화장실에서나 막 찍어선 안 된다. 화장실 셀카는 조명도 은은하고 배경도 깔끔한 화장실을 찾았을 때 찍는 거다. Y씨가 보낸 화장실 셀카를 보면 전당포나 철물점이 위치한 상가 화장실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배경에는 변기가 보이고, 거울은 얼룩덜룩 하다. 게다가 모자를 쓴 Y씨의 얼굴에는 시커멓게 그림자가 생겨 있다. 이건 안 찍느니만 못한 셀카다.

패션에 대해선, 아마 멋쟁이인 내 친구 J군이 봤으면 이런 말을 했을 것 같다.

"점퍼 입고, 모자 쓰고, 이어폰 꽂는 거 독서실 패션이야.
그것도 남방에 니트 입는 총무급은 아니고,
휴게실에서 폰으로 미드 보다가,
여자애들 라면 먹으러 오면, 배고파서 라면 사러 갈 재수생 오빠 스타일.
헤어스타일도 좀 바꿔야해.
지금은 학교 두발단속 피해서 요령껏 머리카락 기르는 고등학생 스타일이거든."



신념이나 철학이 있어 현재 패션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자기 스타일을 만들기 위한 시도를 몇 번 해보길 권한다. 개인적으로 Y씨의 경우 남방과 노르딕 가디건, 면바지로 코디를 하면 부드러움을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카키색 위주의 코디를 즐기는 것 같은데, 그건 찬바람이 휑, 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Y씨는

"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취준생(취업준비생)이니까요."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으나, 취준생이라고 롤업 하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여하튼 잡설은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1. 물어야 할 것, 묻지 말아야 할 것.


사연을 읽으며 가장 답답했던 것은, 긴장한 Y씨가 정작 물어봐야 할 건 안 묻고 이상한 것들만 묻고 있다는 거였다.

(카톡 연락을 하게 된 다음 날)
"음악 좋아하세요?"
"주말엔 보통 뭐 하세요?"



호감가는 여자에게 전화번호를 물어 연락하게 된 거라면, 난 제일 먼저 이름부터 물을 것 같다. 그러고는 (매번 이름을 부르면 이상하니)짧은 질문엔 주어를 생략하더라도, 긴 질문에는 꼭 이름을 넣어 말할 것이다. 하지만 Y씨는 이틀이 지난 다음에야 상대에게 이름을 물었다.

이름을 물었으면 그 다음엔 상대의 생활과 관련된 질문을 하고, 거기에 내 얘기도 섞어 가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밟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또 Y씨는 둘과는 전혀 관련없는 질문들을 해댔다.

"혹시 치과 잘 하는 곳 아세요?"
"(도서관)근처에 일찍 여는 식당 아세요?"
"문구점 정류장 근처에 말고 또 있나요?"



사실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것들을 가지고, 말을 걸기 위해 아무렇게나 질문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식으로 둘을 엮으려고 한다.

Y씨 - 죄송하지만, 혹시 (도서관)근처에 일찍 여는 식당 아세요?
상대 - 김밥천국 말고는 잘 모르겠어요. 식당에 일찍 가본 적이 없어서…
Y씨 - 아, 김밥천국 24시간이군요. 감사합니다. ^^ 언제 밥 한 번 같이 먹어요~
상대 - 넹~



기한 지난 아메리카노 무료 쿠폰 같은 대화다.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

영화 좋아하세요? / 네. / 언제 한 번 같이 보러 가요. / 네.
와인 좋아하세요? / 네. / 언제 한 번 같이 마셔요. / 네.
오늘은 일찍 가셨나 봐요? / 네. / 수고하셨어요. 푹 쉬세요. / 네.
오늘은 어제보다 따뜻하네요. / 네. /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네.



저런 대화의 무한반복이라고 할까. 책장을 넘기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분명 다르지 않은가. 몇 주든 몇 달이든, 저런 식으로 영양가 없는 질문만 하는 건 책장을 넘기는 일일 뿐이다. 정말 궁금한 걸 용기내서 물어보길 권한다.(단, "나에게 관심이 있냐, 없냐?"를 물어서는 안 된다. 관심은 확인받는 게 아니라, 갖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2. 때로는 물러서지 말고 강력히 리드할 것.


상대에게 하려는 제안이 말이 되는 제안인지, 그리고 상대가 불편해 하진 않을지를 우선 충분히 생각하자. 그렇게 했을 때에야 '물러서지 않는 것'이 리드가 되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 놓고 우기는 건 그냥 '땡깡'일 뿐이라는 걸 먼저 기억해 두길 바란다.(물러서지 말라는 얘기를, 상대에게 강요하라는 얘기로 오해하는 대원들이 많아서 하는 소리다.)

Y씨의 대화를 보자.

Y씨 - 곧 집에 가실 거죠? 같이 가실래요?
상대 - 음... 그건 좀 어색하지 않을까요?
Y씨 - 아, 생각이 짧았네요. 전 밤길이 위험할 것 같아서... 죄송해요.
상대 - 아니에요. ^^
Y씨 - 다시 한 번 죄송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상대 - 네~ 대신 진짜로 밥 한 번 먹어요~
Y씨 - 네 ^^


눈치도 없고 센스도 없다. 남들은 상대가 거절을 해도 어떻게든 마음을 돌리려 노력하는데, Y씨는 상대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지레 겁을 먹고는 물러나 버렸다. 저럴 땐 강하게 리드해야 한다.

(코믹)
상대 - 음... 그건 좀 어색하지 않을까요?
무한 - 만약 어색하면, 제가 어색할 때마다 말춤을 출게요. 괜찮죠?


(진지)
상대 - 음... 그건 좀 어색하지 않을까요?
무한 - 오늘 한 번 어색하고 나면, 다음 번엔 덜 어색하겠죠! 정문에서 봐요~


(무한스타일)
상대 - 음... 그건 좀 어색하지 않을까요?
무한 - 사실, 제가 혼자 집에 가기가 무서워서 그래요.(응?)



상대의 스타일에 따라 이쪽의 멘트는 달라지겠지만, 목적은 모두 동일하다. 한 번 흔들어 보고 마는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확 잡는 거다. 하나 더. 미안해 할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죄송하다고 오버 할 필요 없다. 실수를 했다 해도 "정말 미안해서 그러는데, 제가 내일 저녁 살 게요." 식으로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니, 허리 숙여가며 사과만 하진 말자.


3. 그게 상대의 예의상 친절이든 뭐든, 활용할 것.


'모르는 남자'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범위까지 들어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상대가 예의상 그 범주에 넣어준 것이든, 아니면 친구라고 생각해 그 범주에 넣어준 것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늘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되는 건 앞으로의 일이니, 지금 당장 그렇지 않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 없다. 

상대가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해 실망한 사람들은, 대개 이쯤에서 무모한 고백만 하다가 관계를 망쳐 버린다. Y씨에게도 그럴 기미가 보인다. Y씨는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지금' 결판을 내려 한다.

"일찍 여는 식당 아세요?"
"죄송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런 이야기들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백을 한다고 효과가 있을까? 

지금은 무슨 '같이 첫 식사를 하는 날, 밥 먹고 난 다음에 고백' 따위가 필요한 게 아니다. 상대가 보이는 것이 예의상의 친절이든, 친구로 생각해 보이는 호의든 그걸 활용해서 친해져야 한다. 길게 보자. 도서관에서 얼굴이 안 보이면,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연락하는 사이가 되는 게 먼저다. 안부 문자나 힘 내라는 문자, 그런 건 우리 동네 안경점에서도 보낸다. 그거 보낸다고 가까워지는 게 아니란 얘기다. 

Y씨는 

"그녀가, 제가 호감 가지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까요?"


라고 말했는데, 그건 우리 집 간디(애완견, 애프리 푸들)라도 눈치 챌 수 있는 일이다. 초콜릿 주고, 음료수 주고, 취미 묻고, 밥 먹자고 하고, 집에 같이 가자고 하는데 어떻게 눈치 못 챌 수가 있겠는가. 쓸데없는 걱정이나 염려는 그만하고 일단 상대랑 밥부터 좀 먹자. 상대가 

"네~ 대신 진짜로 밥 한 번 먹어요~"


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의상 친절인 것 같다느니 뭐라느니 하면서 손 놓고 있는 Y씨가 안타깝다. 연인이 아닌데 같이 밥을 먹었다거나 함께 영화를 봤다고 구속되는 거 아니다. 제발, '친구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 사귀기로 한 다음에 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부터 하나씩 해 나가자. 그러면 되는 거다.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다.'부터 시작하자. 상대가 아직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다짜고짜 사귀자고 들이대는 건, 상대에게도 부담스럽고, Y씨에게도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야.'라는 실망을 안겨줄 수 있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만들어가기 시작하면, 이 만남은 연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무척 높다. '언제 한 번'이라는 걸 더욱 명확하게 '금요일 저녁' 쯤으로 구체화 시키자. 그리고 상대가 털어 놓는 이야기들에 "화이팅!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뭐라고 표현은 못 하겠는데, 진심을 좋은 결과 있길 기원할게요."라며 자르지 말고, '내 얘기'로 받아지기 바란다. 취준생의 마음은 취준생이 제일 잘 알지 않는가. 공감대를 만들어 '우리 얘기'를 써 나가면 되는 거다. 고등학교 축구부 합숙훈련 하듯 상대에게 화이팅만 외치지 말고, '대화'를 하자.  



▲  한 뼘의 여유도 없이 쫓기듯 고백하면, 거절당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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