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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데이트 능력시험 정답, 여자와의 대화 영역편

by 무한 2012. 9. 17.
데이트 능력시험 정답, 여자와의 대화 영역편
주말에 웹서핑을 하다가 재미있는 문제를 발견했다. <데이트 능력시험>이라는 이름의 문제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여자들을 속마음을 '수학능력시험'에 빗댄 문제인데, 그저 웃으며 넘길 수도 있지만 한 번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로 등장한 상황들은 실제로 연애할 때 종종 벌어지는 일들이니,

'참나. 저걸 어떻게 풀어.'


라며 넘기기보다,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왜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말이다. 자 그럼, 찌뿌둥한 월요일을 잠시 잊게 해줄 이야기, 출발해 보자.


1. '아무거나'에 대한 문제


<문제 1>
아래의 예문을 보고 물음에 답하시오

남자 - 우리 뭐 먹으러 갈래?
여자 - 아무거나
남자 - 피자 먹으러 갈래?
여자 - 좀 느끼하지 않아?
남자 - 그럼 삼겹살 어때?
여자 - 냄새배여


여자의 첫 번째 대답 '아무거나'의 의미를 실상황이라 가정하고 중의적이며 함축적인 견지에서 파악하고 이를 2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답]
음식점에 들어갔을 때, '앉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앉게 해 주는 것'은 9점짜리 배려다. 하지만 '좋은 자리를 권해주는 것'은 10점짜리 배려다. 선택을 상대에게 맡기면 그에 대한 책임까지도 상대에게 옮겨가기 때문이다. 부담은 덜어줄수록 좋다. 또, 뭔가를 권할 땐 상대가 고개를 끄덕일 만큼의 설득력을 보여줘야 한다.

[풀이]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매콤한 거? 아니면 달달한 거?" 등의 질문으로 함께 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또는 "곱창 한 번도 안 먹어봤다 그랬지? 오늘 도전!" 식으로 거침없이 리드하는 방법도 괜찮다. 피해야 할 것은 위에서처럼 메뉴이름만 툭툭 던지는 행위다. 저건 운만 띄운 것이다. 선택에 따른 '책임'은 여전히 상대에게 있다.

섬세한 데이트로 이름난 내 친구 J군의 경우, '스토리텔링'을 사용해 위의 문제를 해결한다. 그 음식이나 식당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냄으로 인해 꼭 가보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치킨 하나를 권하더라도,

"그 집 사장님이 오픈하기 전에 KFC에서 8년, 파파이스에서 3년 일을 했어.
치킨이 보통 겉에만 살짝 양념되어 있고 속은 퍽퍽하기 마련이잖아.
그런데 그 집 치킨은 이게 가슴살인지 다리살인지 구별이 안돼.
아, 그리고 생맥주 맛보려면 매일 맥주관 청소하는 집으로 가야 하는 거 알지?
그 집이 매일 맥주관 청소하는 집이야. 후회 안 해. 내가 보장할게. 어때?"



따위의 이야기로 듣는 사람의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든다. J군이 "치킨 먹으러 갈래?"라고 끝내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자. 저렇게 거창하게 말하라는 건 아니지만 '내가 이 메뉴를 권하는 이유' 정도는 꼭 덧붙여서 말해주길 권한다. "주꾸미 먹은 지 벌써 반년이 지났네. 오늘 저녁은 주꾸미로! 콜?" 정도면 충분하다.


2. '뭐가 미안한데?'에 대한 문제


<문제2>
아래의 예문을 보고 물음에 답하시오.

남자 - 그래. 내가 미안하다.
여자 - 뭐가 미안한데?
남자 - 아까 네 말 제대로 안 들은 거.
여자 - 아닌데?
남자 - 그럼 영화예매 안 한 거?
여자 - 이봐. 뭐가 미안한지도 모르잖아!!


여자의 첫 대답인 '뭐가 미안한데?'에서 유추하여 도대체 뭐가 미안한지 변증법적 견지에서 2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



[답]
2와 4의 최대공배수를 구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문제다. 최소공배수는 답이 명확하지만 최대공배수는 서로 합의한 범위가 있지 않으면 평생을 계산하고 앉아 있어야 한다. 얼렁뚱땅 "음, 한 100억?" 이라고 답해봐야 "아닌데?"라는 답만 돌아올 뿐이다. 합의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게 먼저지, 뭐가 미안한지를 구하는 게 먼저가 아니다.

[풀이]
보통 위와 같은 상황 뒤에 이어지는 일은, 문제를 해결하려던 남자가 입을 닫은 채 침묵을 지키는 것이다. 그럼 여자는 그때서야 자신의 심통이 심각한 상황을 만들었음을 자각하고 남자에게 다시 말을 건다. 하지만 애쓰던 남자도 슬슬 화가 나 '나도 할 만큼 했어.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라는 생각을 품고 있기에 가는 말이 곱지 않다. 가는 말이 곱지 않으니 오는 말도 곱지 않고, 자꾸 이런 부분에서 마찰이 생기니 이 힘든 연애를 왜 지속하고 있나에 대한 회의를 두 사람 모두 느끼게 된다.

권태기에 접어들지 않은 커플은 저 상황해서 "자? 아깐 내가 미안했어." 라며 화해를 시도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권태기에 접어든 커플은 저 갈등에 '상대의 한계'라는 답이나 '우린 서로 맞지 않아.'라는 답을 구하곤 이별을 통보하기도 한다. 같은 여자에게 물어봐도 "글쎄, 나도 모르겠네. 왜 화난 거지? 네 여자친구가 좀 까칠한가보다." 따위의 대답만 돌아오니 '맞아. 다른 여자는 안 그런데, 내 여자친구가 이상한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뭐 대략 그런 진행이 이루어진다.

먼저 합의를 하자. 이 좋은 시간을 답 없는 이런 이야기로 보내면 둘 다에게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하는 거다. 그러고 나서 만약 잘못한 게 있다면 하나하나 꺼내며 그 잘못을 저지른 이유와 그 잘못으로 인해 상대가 어떤 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는 얘기를 하자. "아까 네 말 제대로 안 들어서 미안해."가 아니라, 그 때 잠깐 한 딴생각이 뭐였는지와 그 행동으로 인해 무시당한 느낌을 받았을 것에 대해 미안함을 표시하는 거다. 다정하게 상대의 감정을 어루만진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화난 여자는 빙산과 같다. 그대의 눈에 보이거나 대충 추측한 것은 그 일각일 뿐이다. 빙산을 우습게 생각했던 타이타닉이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 그대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깨부수어 치우려고 하지 말고, 녹이자. 그게 가장 현명한 답이다.


3. '여자에게 중요한 것'에 대한 문제


문제 3번은 연애와 별 관련이 없는 까닭에 생략하기로 한다.

<문제 4>
아래의 항목 중 여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라 판단되는 것을 과학적인 근거에 입각하여 나열하시오.

아빠 / 택배아저씨 / 남자친구 / 명품핸드백 / 네이트 / 신상구두 
루저(<170cm) / 웰치스 포도 / 본인 소유 할인카드 / 남자친구 할인카드
외제차 / 수목드라마 / 공무원시험 / 살인자



[답]
'분위기 >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 > 나머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남자는 누드에 약하고, 여자는 무드에 약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저 항목들은 분위기 앞에서 아무 힘도 쓰지 못한다.

[풀이]
연애라는 말랑말랑한 분위기에 푹 빠진 여자사람이 있다면, 그녀를 가족도, 돈도, 친구도 말릴 수 없다. '연인'이라고 간판은 걸려 있지만 함께 있을 때 분위기가 없는 남자친구라면, 그는 '수목드라마'에게도 쉽게 밀릴 것이다.

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분위기가 전부다. 나머지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보조에 불과하다. 가끔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이상형'을 물었다가 낙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녀가 뭐라고 대답하든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다. 이상형에 대한 얘기도 분위기 앞에서는 쓸데없는 수다에 불과하다. 참고로, 이상형이 왜 그닥 의미 없는지를 알고 싶다면 말콤 글래드웰의 <스파게티 소스에 관하여>라는 TED영상을 보기 바란다. 영상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살짝 옮기면 아래와 같다.

사람들은 사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본인도 모르는 거예요!
하워드는 "마음은 혀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고 즐겨 말했습니다.
미스터리한 사실이죠!
그러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것을 항상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만약 여기 계신 여러분들께 어떤 커피를 원하시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하시겠어요? 모든 분들이 "깊고 진하며 풍부한 맛을 원한다."고 할 겁니다.
그 답이 어떤 커피를 원하는지 물었을 때 나오는 일반적인 대답입니다.
"어떻게 좋냐고요? 깊고 진하며 풍부한 맛이요!"라고 말입니다.
여러분 중 실제로 몇 퍼센트가 그 깊고 진하며 풍부한 맛의 커피를 원할까요?
하워드에 따르면 (실제로) 25~27%의 사람이 그렇다고 합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유가 든 연한 커피를 좋아합니다.

- 말콤 글래드웰, TED <스파게티 소스에 관하여> 중에서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를 물어 그대로 실천하려 하면 실패하고 만다. 분위기를 먼저 만들고, 상대가 그 분위기에 빠지도록 하는 것이 답이다. 


여자의 속마음에 대한 좀 더 세부적인 이야기들이 궁금하다면 [남자는 못 푸는 문제 1탄]과 [남자는 못 푸는 문제 2탄]을 참고하기 바란다. 그 매뉴얼들엔 여자의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나 잘게."



라는 말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대처방법이 담겨 있다. 자 그럼, 여자친구의 심술까지도 포용해 행복한 연애를 하는 노멀로그 독자들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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