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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얼굴만 아는 사이, 친해지는 방법과 주의점

by 무한 2012. 9. 5.
얼굴만 아는 사이, 친해지는 방법과 주의점
에미넴의 <Lose Yourself>는 이렇게 시작한다.

Look, if you had one shot, one opportunity
(만약에, 네가 단 한번, 단 한 번의 행운으로)
To seize everything you ever wanted-One moment
(원했던 모든 걸 쟁취할 수 있게 된다면)
Would you capture it or just let it slip?
(그 기회를 잡겠어, 아니면 그냥 날려 버리겠어?)



'얼굴만 아는 사이' 또는 '인사만 하는 사이'와 관련된 사연을 보낸 대원들은, 앞으로 상대를 마주하는 순간 위의 노래를 떠올리기 바란다.

말을 걸었다가 체포되었다거나, 상대에게 따귀를 맞았다는 사연은 받은 적 없다. 이상한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상대를 부담스럽게 만든 까닭에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렸다는 사연은 좀 있는데, 그에 관해서는 오늘 사례를 들어 정리할 예정이니 참고하면 된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얼굴만 아는 동창생


십여 년 전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남자를 자꾸 마주친다는 여성대원의 사연이 있었다. 그 남자와는 학교 다닐 때 얼굴만 알던 관계로 같은 반인적도 없고, 서로 인사를 해 본 적도 없다고 한다. 당시엔 '같은 학교 남학생 1' 정도의 존재감만 가지고 있던 남자였는데, 세월이 지난 뒤 그는 시선이 자꾸 갈 정도로 훈훈하게 자라 있었다.

"정류장에서 몇 번 눈이 마주쳤는데
저한테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지는 않네요.
이제 와서 제가 갑자기 인사를 하면 웃길 것 같아요.
다음에 만나면 눈이 마주쳤을 때 방긋 웃어주면 될까요?
아니면, 저 아냐고 물어본 뒤에 번호 좀 알려달라고 할까요?"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다음에 만났을 때 그냥 간단히 "혹시, 백마중학교…." 정도로 운만 띄우면 된다. 길거리에서 동창생을 만나 대화를 하게 된 거의 모든 사람(학교 다닐 땐 서로 모르는 관계였던 사람을 포함해서)이 '동창'이라는 공감대가 형성이 된 후엔 의무적으로 친근함을 드러낸다. "너 맞지? 와 반갑다. 요즘 뭐해?" 식으로 악수 한 번 해 주면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질 것이다. 아침에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여자사람의 인사와 미소, 악수까지 받는 것은 남자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는 걸 기억해 두길 바란다.

여린마음이라 도저히 출근 길 정류장에서 말을 걸기 어렵다면, 휴대폰 메모 어플에다 "혹시, 백마중학교 졸업하시지 않으셨나요?"라고 적은 뒤 상대에게 슬쩍 내미는 방법도 있다. 본인이 발휘할 수 있는 센스를 활용해 어떤 식으로든 변형해도 좋다. "맞으면 머리 위로 동그라미"라고 이어서 적은 뒤 상대가 동그라미를 하면 웃으며 대화를 나누든가, "혹시 제가 아는 사람이 아니면 너무 민망할 것 같아서 이렇게 메모로 적어요. 2학년 때 3반이었죠?" 라며 하고 싶은 말들을 메모에 가득 적어 내밀어도 좋다.

"네. 백마중학교 졸업생 맞아요. 혹시 미술 선생님?"


따위의 반응이 돌아올 수 있으니, 자기 관리는 미리미리 하자.


2. 같은 건물에 직장이 있는 회사원


같은 건물에 직장이 있어서 종종 마주치게 되는 여자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연이 있었다. 유일한 해답은 인사다. 그런 상황에서 거의 모든 선배대원들이 인사로 시작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대형매장 다른 파트에서 일하는 직원을 좋아하는 한 대원은 출퇴근 도장을 찍듯 열심히 상대를 찾아다니며 인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마주쳐도 인사를 했다. 두 사람은 지금 연인으로 지내고 있다.

갑작스런 인사에 당황한 상대가 화답을 하지 않는다 해도 절대 주눅 들지 말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할 때 한 번 신호음이 울렸는데 답이 없다고 끊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우직하게 꾸준히 인사하면, 눈인사든 배꼽인사든 답이 올 것이니 꾸준히 인사하자. 문제는 계속 인사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한 번 인사해 놓고 답을 못 받았다며 피하거나 다음부터는 모른 체 해서 발생한다.

혹시 상대를 좋아한다는 것이 소문이 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소문을 내는 다른 사람들이 그대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자리 뜨면 사라질 일에 혼자 겁먹지 말자. 상대에게 '저 사람이 나한테 관심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면 성공이라는 것만 기억하자.

가장 중요한 건, 이 '인사 작전'을 사용함에 있어 그대가 미리 큰 그림을 그려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 몇 번 하고 말 좀 걸어 보다가 상대의 반응에 일희일비 하면 곤란하다. 친해졌을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 상대가 이미 연애 중인 경우, 혹은 상대가 그대를 부담스러워 할 경우까지 모두 생각해 두자. 농구코트에서 절실한 마음으로 공을 던진다고 모두 골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평생을 인사 한 번 나누지 않은 채 지나칠 수 있었던 사람과 대화를 하는 사이로 가까워졌다는 것에 의미를 두자. 그러면 조급증으로 상대를 겁먹게 하거나, 얼른 사귀자며 매달려 관계를 망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3. 이것만은 꼭 참자


'얼굴만 아는 사이'에서 좀 더 발전시키려다 '얼굴 마주치기 불편한 사이'로 전락한 선배 대원들의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A. 개인정보 사용이나 스토킹으로 이젠 안녕

두 경우 모두 전에 한 번씩 소개한 적 있는 내용이다. 몸담고 있는 회사의 고객인 여자사람을 좋아하는데, 대 놓고 연락처를 물을 용기가 없어 몰래 그녀의 개인정보를 조사한 후 연락한 대원이 있었다. 상대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사사로이 사용한 거냐, 어디까지 본 거냐며 펄쩍 뛰었다. 108배를 하며 사죄해도 모자를 판에 이 대원은 '개인정보를 본 것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연락처만 봤다. 너무 마음에 들어 그랬다. 혹시 남자친구 있냐?'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넘어가려 했다. 회사로 연락이 갔고, 위기까지 몰렸던 이 대원은 나에게 "그녀와의 관계를 만회하려면 어떡하죠? 회사에서 징계를 받았으니, 개인정보 사용한 대가는 저도 치른 것 같은데." 라며 사연을 보냈다.

상대에 대한 기본정보를 알아낸 뒤 그걸로 상대의 신상을 털어 접근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걸 반할만한 이성이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고 역지사지 하지 말고, 시커먼 아저씨가 그대의 뒤를 캔 거라고 바꿔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럼 상대가 느꼈을 공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B. 말 건 뒤 다짜고짜 데이트 신청, 고백으로 이젠 안녕

상대가 연락처를 준 것을 '연애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대원들이 있다. 그 대원들은 연락처를 받자마자 말문이 이제 막 터진 사람처럼 상대에게 연락을 하고, 얼른 진도를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데이트 신청을 하거나 문자, 카톡 등을 이용해 고백까지 한다.

같은 지역에 사니 친하게 지내자고 말을 걸어온 사람이, 갑자기 "근데 집에 정수기 있어요? 정수기 없으면 제가 싸게 드릴 수 있는데."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 보자. 친하게 지내자는 말은 그저 접근하기 위해 흘린 말이고, 본심은 '정수기 판매'라는 생각이 들 것 아닌가. 상대가 외로움에 허우적거리는 중이라면 그런 대시도 가리지 않고 받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대에 대해 '이성에게 늘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 걸음 한 걸음 안전하게 올라도 될 계단을, 한 번에 뛰어 오르려다가 다치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말자.

C. 사랑의 표현을 한다며 부담 주다가 이젠 안녕

인사를 하거나 연락처를 물어 본 행위로 표현은 충분하다. 그런데 그것으론 부족한 것 같아서 매일 뭘 사다가 전해주고, 속마음이 다 드러나 보이는 카톡을 보내고, 심지어 '난 당신을 위해 이런 짓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지 무리수를 대원들도 적지 않다.

그런 식으로 친구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은가. 매일 "너 이거 좋아해? 이거 가져.", "난 우리 우정을 위해 이렇게도 할 수 있어.", "내가 이렇게 하는 건 너랑 친구가 되고 싶기 때문이야." 따위의 말을 하는 사람 말이다. 상대를 위해 목숨도 걸 수 있다는 얘기를 하기 전에, 상대의 이름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부터 알아가기 바란다. '나 지금 달아올랐어.'라는 얘기는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설레발이다. 

이 외에 '상대의 'NO'가 'YES'인줄 알고 들이대다가 이젠 안녕.' 이라는 경우도 있다. 상대는 쉼표든 마침표든 하나 찍어 좀 여유를 가지고 싶은데, 이쪽에서는 상대의 의사를 무시하고 관계를 자기 마음대로 진행하려는 경우다. 상대를 위해 무슨 희생이라도 할 것처럼 들이대 놓고는, 정작 존중해야 할 상대의 의사는 무시해 버린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희생만 하는 건 메조히즘일 뿐이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내지 못해 그저 후회스런 과거로 만들어 버린 일들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그렇게 세월을 보낸다고 훗날 만회할 기회가 남들보다 갑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거대한 존재가 나타나 "넌 그간 많은 기회를 놓쳤으니, 이번엔 꼭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내가 도와주겠다."며 발 벗고 나서지도 않는다. 인생에 후회라는 구멍만 늘다가, 2061년 여름에 찾아 올 핼리 혜성도 못 보고 지구별과 안녕 할 수 있다. 

2061년쯤 되면 쑥스럽다느니, 거절당할까 두렵다느니 하는 지금의 얘기가 얼마나 우스울 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 마음으로 다가가는 거다. 인생은 하나의 긴 놀이인데, 같이 놀자고 말하는 게 뭐가 이상한가. 어려운 거 아니다. 순대 간을 좋아하는지, 허파를 좋아하는지 그런 거부터 하나씩 알아 가면 되는 거다. 상대에게도 코 흘리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숨지 말고 다가가자.



"혹시, 힘찬유치원 나오지 않으셨어요?" 생각할수록 웃긴 얘기로 다가가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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