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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돌싱과 골드미스를 울리는 둥지남, 그들의 특징은?

by 무한 2012. 6. 18.
돌싱과 골드미스를 울리는 둥지남, 그들의 특징은?
M양의 카톡 프로필에 멍하니 기본 배경사진만 남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던 상태메시지가 텅 비어 있다. 올해 들어 내 주위에서만 세 번째다.

돌싱과 골드미스들에게 열심히 바람 넣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손을 놓아버리는 남자들이 있다. 이건 사실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상황'의 문제에 더 가깝지만, 희한하게도 그들의 모습엔 공통점이 있기에 그 이야기들을 좀 해볼까 한다.


1. 하얗게 불타올라


연애를 시작한 대부분의 커플이 보이는 특징이라 '둥지남'만의 특징이라 하긴 좀 그렇지만, '이건 너무 빠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격하게 가까워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안정'이나 '결혼', 또는 '마지막 사랑'이라는 테마를 들고,

"다 이해할 수 있다. 다 받아들이겠다."


라는 맹목적 이해심을 앞세워 다가온다. 그리고 그 모습에 돌싱이나 골드미스 대원들이 감격하면, 둘은 빠른 시일 내에 살림을 합치게 된다. 사연과 주변의 사례들을 통합했을 때, 모두 남자가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는 수순을 밟는 것을 볼 수 있다. 난 이러한 근거를 들이대며 지인의 동거를 반대한 적 있는데, 소용없는 짓이었다.

"내가 남자 처음 만나보는 것도 아니고, 다 생각하고 하는 거야."


동거를 했다가 헤어진 수많은 대원들이 했던 고민들, 그러니까 같이 살 때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나 함께 산다는 것의 은밀한 기쁨, 혹시 나중에 잘못되면 그땐 어떻게 될까에 대한 막연한 불안 등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남들과 다르다 생각한다. 뭐,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자.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 얼마간은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함께한다.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면 '대책을 세워두고 저렇게 불태우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연애에 탐닉한다. 야구장, 캠핑장, 수영장, 볼링장 등을 함께 다녀온 후기가 거의 주마다 하나씩 올라온다.

"이제야 인생을 사는 것 같아. 행복해."


저런 이야기를 하는 지인이 있으면, 나는 종종 '상대에 대해 아는 건 얼마나 되는가?'를 묻곤 한다. 이렇게 글로 적어 놓으니까 분위기 깨는 질문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적절하게 부러워하는 척과 버무려 내놓는다. 대답하는 지인은, 상대의 직업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상대의 직업이 '인테리어'라고 대답한 지인의 경우, "나중에 우리 살 집 환규씨가 인테리어 하기로 했어."라는 얘기를 할 뿐이었다. 물론 지인에겐, 구체적으로 상대가 뭘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야 인생을 사는 것 같다는데, 그런 것 따위가 중요하겠는가.

그런데, 그래서 망한다. 왜 불타오르는지, 누구랑 불타오르는지도 모른 채 그냥 하얗게 불타오르다 보니 나중엔 재만 남는다.(아래에서 더 설명하겠지만, 다 타지 않은 대원이 있더라도 상대의 필살기로 인해 재만 남을 때까지 타게 된다.) 난 개인적으로 이시기를 '한 여름 밤'이라 부른다. 호르몬 덕분에 별 고민 없이 즐길 수 있는 저녁 시간이다. 하지만 아무리 즐겁더라도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에 대한 충전(탐구)은 해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날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연애의 까만 화면을 보게 될 테니 말이다.


2. 끊지 못하는 남자


상대가 그간 벼르고 있던 것처럼 보이는 '여자친구 생기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는 까닭에, 연애의 즐거움은 꽤 오래 지속된다. 친한 친구가 그와 같은 상황에 빠져 있다면, "너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건지, 아니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들을 너와 함께 하는 건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정도의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좋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냥 무조건 가만히 있길 권한다.

개인차가 있는 부분인데,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세 달 정도가 지나면 서서히 상대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문제는 대략 

술, 게임(도박 포함), 옛 여자(스폰서 포함)


에 관한 것 정도로 추릴 수 있다. 술 문제는 그간 매일 함께 마셔왔기에 잘 몰랐을 가능성이 큰데, 전과 달리 상대가 '다른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자주 갖게 되면서 그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된다. 더 이상 내숭을 부리거나 이쪽에게만 몰입할 필요가 없어진 상대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게임의 문제도 '본래 모습으로의 회기'라는 점에서 술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옛 여자 문제는 조금 난감하다. 마지막 사랑 운운하던 상대가, 이전 마지막 사랑들(응?)과 연락을 하는 것이다. '이 사람도 나와 같겠거니' 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대원도 있다. 숫기 없는 척 하던 상대가 알고 보니 어느 아주머니 스폰서와 관련이 있었던 것이다. 혹시 모두 동일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아주머니와는 채무관계가 있기 때문에 엮여 있는 거다.' 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건 뭐, 흔치 않은 경우니 여기까지만 적어두도록 하자. 

여하튼 둥지남들에게는 '끊지 못하는 남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애 초기엔 찾아볼 수 없었던 문제들이 고개를 들면 자연히 갈등이 생기는데, 이 역시 아래에서 이야기 할 '필살기' 때문에 계속해서 여자 쪽이 양보하는 식으로 둘의 연애가 흘러간다.


3. 그의 필살기, 결혼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해라."라며 상대가 꺼내 놓는 최고의 필살기는 '결혼'이다. 돌싱과 골드미스가 결혼으로부터 마음 편할 수 없다는 걸 아는지, 그는 갈등이 생기면 '결혼 얘기'를 꺼내 그 자리를 봉합한다. 치료하지 않은 채 무작정 봉합만 하니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인들에게 해 놓은 말도 있고, 상대를 조금만 고치면 문제가 해결 될 것 같고, 이 사람 이번에 놓치면 또 언제 누굴 다시 만나나 싶기도 하고, 즐거웠던 시간을 돌아보면 이건 잠시 찾아온 갈등인 것 같고, 대략 이런 식의 합리화를 통해 상대에게 질질 끌려가기 시작한다. 위에서 소개한 지인도 마지막 3개월간은 남자가 몇 번 짐 싸서 나가고, 번호키 번호 몇 번 바꾸고, 뭐 그런 일들을 벌이며 어렵게 어렵게 버티다가 헤어졌다.

이들에겐 미래에 대한 '계획'과 '장담'만 있을 뿐, 눈에 보이는 진전은 별로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눈에 보이는 거라고 해봐야 "결혼하면 우리 아버지께서 구리에 있는 아파트를 마련해 주실 것 같다." '말' 뿐이다. 부모님들께 드리는 인사는 여자 쪽에 치우쳐 있거나, 남자 쪽에 치우쳐 있다. 한 쪽에서는 곧 결혼할 것 같은 분위기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또, 두 쪽 다 인사를 드렸다 해도 상견례나 구체적인 결혼계획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는 경우도 있다.

위와 같은 일들을 겪으며 되돌리긴 늦었다는 생각으로 합리화만 계속 하다가, 바스라질 것 같은 신경 말고는 남은 게 없는 대원들이 있다. '결혼'이나 '안정'이 아쉬워 온 몸으로 버티지 말고,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만 지켜보고 가망이 없다면 미련 없이 놓아두길 권한다. 


'불행 끝, 행복 시작'을 가져다 줄 사람만 찾아간 '둥지남'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사랑과 안정이라는 둥지를 약속하지만, 알고 보면 본인이 유목생활을 하고 있는 그런 '둥지남' 말이다.

"돈 문제로 자주 싸우긴 해도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고 참고 견뎠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이 더는 없길 바란다. 늘 얘기하지만, 쉬운 여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아쉬운 여자가 바로 쉬운 여자다. 그대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상대라고 해서 무작정 올인 하는 것도 피하길 권한다. 지금은 잠수 중이라 소식을 알 수 없는 그 '둥지남'들도, 처음엔 정말 그런 남자 세상에 또 없을 것 같을 정도로 열과 성을 다했다. "쉽게 달아오른 냄비는 쉽게 식는다."는 옛 말씀을 잊지 말자. 또, 늦은 것 같다고 대충 건너뛰지 말고, 천천히 살펴 제대로 가자.



▲ 전화 숨어서 안 하고, 돈 빌리지 않으며, 맺고 끊음 확실한 괜찮은 남자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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