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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타고 무리지어 위협하는 무리 혼내주기 1부

by 무한 2012. 4. 10.
오토바이 타고 무리지어 위협하는 무리 혼내주기 1부
앉아서 글만 쓰다 보니, 몸이 너무 평준화 되어가는 것 같아 산책을 나섰다. 저녁 열한시를 막 넘긴 시각. 인적이 드문 동네 외곽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걸었다. 기분을 좀 낼 겸 클럽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어깨를 들썩여가며 걸었다.

'그래, 이렇게 연습해 두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보여 주는 거야.
같이 놀러 간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도록!'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기에 난 더욱 깊숙이 망상에 젖어 들었다. 머릿속에 클럽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 중앙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 하며 춤을 추는 상상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현실 속 내 고개는 더욱 격하게 끄덕거려졌고, 손동작도 추가되었다. 으스대는 모양으로 턱까지 좀 내밀며 걷고 있었는데,

저 앞의 벤치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난 재빨리 춤을 멈추곤 옷을 터는 시늉을 했다. 방금 내가 밟았던 스텝은 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준비운동을 위한 것이었다는 걸 보여주려 무릎을 가슴높이까지 올리며 걷기도 했다. 다행히 그들은 날 전혀 의식하고 있지 않은 듯했다.

그들을 분간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 난 그들 옆에 세워진 오토바이들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치킨이라든가 무슨 피자라는 상호가 적힌 오토바이였다. 벤치에는 다섯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있었다. 그 중 몇은 건강이 좋지 않은지 바닥에 한 가득 침을 뱉어 놓고 있었다. 축농증과 비염으로 고생하셨던 옛 동네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할아버지는 동네에서 '킁킁 할아버지'로 불렸는데, 늘 '킁킁'하며 코 먹는 소리를 내셨으며 침을 자주 뱉으셨다.

'아픈 사람이 있는가 보구나.
걱정이 되어 저렇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나 보다.'



하며 그들을 막 지나칠 때였다. 빨간 점퍼를 입은 남자와 파란 점퍼를 남자가 무서운 표정을 한 채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픈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그러는 것 같았다. 나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한 번 지어 그 둘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곤 시선을 피해줬다.

십여 분 쯤 지났을까. 내 뒤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토바이 한 대가 달려왔다. 아까 날 쳐다봤던 빨간 점퍼를 입은 남자였다. 남자는 금방이라도 나를 들이받을 것처럼 경적을 울리며 오토바이를 몰았다. 난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재빨리 자리를 피해줬다. 내가 비켜 준 도로로 지나가며 그가 뭐라고 외쳤는데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대체 왜 저 남자는 나에게 다급히 소리를 지르며 달려 온 것일까. 바닥을 한 번 보고서야 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 내가 자전거 도로로 걷고 있었구나.'


남자는 이어폰을 낀 채 자전거 도로로 걷고 있는 내가 걱정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얼른 자전거 도로에서 비키라는 의미로 경적을 울려가며 알려줬던 것이다. 고마웠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로는 오토바이가 다닐 수 없게 되어 있는데, 그는 아직 그걸 모르는 것 같았다. 다음에 만나면 꼭 알려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 후 다른 오토바이가 달려왔다. 인도로 걷고 있는데도 그 오토바이는 경적을 울려가며 내 쪽으로 향했다. 난 그들이 길을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그 오토바이는 나와 닿기 직전에 방향을 틀어 자전거 도로로 올라섰다. 내 덕분에 길을 제대로 안 것이 고마웠는지, 오토바이 뒤에 탄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날 보며 해맑게 웃었다. 나도 그녀를 향해 웃어주는 걸로 인사를 대신하고 있는데,

다른 오토바이가 또 나를 향해 달려왔다. 이번엔 인도가 아닌 자전거 도로로 달려오고 있었다. 오토바이가 나를 지나치는 순간, 뒤에 탄 남자가 나를 향해 구긴 종이를 던졌다. 대체 왜 종이를 던졌을까 의아해하다 이유를 알아냈다. 그는 야구팬이고, 얼마 전 프로야구가 개막해 신이 났던 것이다. 난 야구팬은 아니지만 함께 놀아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 오토바이가 달려올 때, 난 근처에 있던 무료신문 배포대를 접어들었다. 그러곤 타격폼을 잡은 채 달려오는 오토바이와 마주 섰다. 배포대를 머리 옆으로 치켜들자 달려오던 오토바이가 멈췄다. 난 계속해서 타격폼을 유지했다. 그들은 뒤로 돌아 반대쪽으로 가 버렸다. 배포대가 야구 배트보다 크기 때문에 반칙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그 뒤로 오토바이는 오지 않았다.

나는 이 일을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이야기 했다. 엄마는 내 얘기를 들으시더니 요즘 무서운 사람들이 많으니 밤엔 거리에 나가지 말라고 하셨다. 난 밤거리가 무섭진 않은데, 사람들이 밤거리의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엄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내 얘기를 들은 동생은 비슷한 경험이 있다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일산에 살 때 주엽역 근처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이 이야기는 내일 이어서 하도록 하자.



▲ 오늘은 '혼내주기'가 안 나왔네요, 내일은 '혼내주기'가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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