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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모태솔로남을 좋아하는 모태솔로녀 Y양에게

by 무한 2012. 4. 2.
모태솔로남을 좋아하는 모태솔로녀 Y양에게
'아니, 이 사람들 뭐 하고 있는 거야?'
라는 느낌이랄까. Y양이 보낸 사연은 당황스러웠다. 이미 둘은 연인사이 못지않게 연락을 주고받고, 게다가 여기저기 이곳저곳에 둘만의 깨알 같은 의미부여도 하는 중이다. 그런데 왜 Y양은 마음을 접네 마네 하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전 27년간 솔로로 살아왔어요."


라는 Y양의 말에 답이 있었다. Y양은 모태솔로였던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Y양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다. 그간 이런 상황일 땐 Y양이 상대에게 연락하는 횟수가 늘고, 상대는 점점 연락을 줄이다(혹은 피하다) 서먹서먹해지는 사이가 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상대도 Y양의 연락에 성실히 반응하고,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연애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건 또 왜 그런 것일까?

"오빠도 지금까지 연애 해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모든 의문이 풀렸다. 난 사실 Y양이 첨부한 카톡대화를 보며, 상대에 대해 '남자 끼리나 사용하는 투박한 말투를 여과 없이 이성에게 던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마음이 있어서 문자를 보내는 게 분명한데 왜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 청소년처럼 구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모태솔로라면 가능하다. 모태솔로부대원 중엔 짝사랑으로 포지션을 굳힌 이성을 제외한 나머지 이성을, 모두 동성처럼 대하는 대원들이 꽤 많으니까.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간질간질한 관계를 유지하면, 둘은 조만간 재채기하듯 연애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연에서 그 간질간질함을 성급히 없애려는 Y양의 모습이 조금씩 눈에 띄기에, 오늘은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1. 짝사랑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금까지 Y양은 상대에게 훌륭하게 다가갔다. 아는 남자가 상대뿐이라 상대에게 질문한 것들이, 상대의 '문제해결 프로세서'를 자극했다. 이를테면,

"오빠, 엔진오일은 얼마 만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해요?"


같은 질문들로 Y양은 상대를 다가오게 만들었다. Y양은 상대에게 답을 듣곤 카센터를 찾느라 바빠서 답문을 못 보냈는데, 상대는 자신의 답이 도움이 되었나 궁금해 다시 Y양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사는 곳도 알게 되고, 나중엔 '늦게 출근 하는 사람이 커피 쏘기' 같은 걸 하기도 했다.

여기다 다 적을 순 없지만, 그 외에도 '상사 뒷담화 하며 둘만의 암호 만들기''둘이 대화했던 것들을 일상에서 발견하면 사진 찍어서 보내기',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하며 순위 맞추기 내기' 등을 했다. 그러다보니 출근하며 보내는 굿모닝 인사와 잠들기 전 보내는 굿나잇 인사도 어색하지 않게 나누게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Y양은 상대에게 가랑비처럼 젖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감질났는지, Y양은 짝사랑 할 때 몸에 벤 습관들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무리한 요구를 한 뒤 상대가 당황해 하면 자기비하를 하는 습관, 마음 접을 준비를 미리 다 마쳐놓고 상대의 마음을 떠보려 하는 습관 등등.

상대에게 부담만 주는 그런 습관에서 얼른 벗어나야 한다. 그런 습관들은 "오빠, 엔진오일은 얼마 만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해요?"라는 위의 멘트를,

"혹시 시간 괜찮으면 오늘 카센터 같이 가 줄 수 있어요?"
(2분 후)
"아, 오빠 시간 곤란하면 혼자 다녀 올 수 있어요. 괜찮아요."
(10분 후)
"오빠 뭐해요?"



이렇게 만들어 버린다. 또 한 번의 팬클럽 가입이 되고 만단 얘기다. 상대에게 기대하고 기대려 하는, 짝사랑의 관성에서 어서 벗어나길 권한다.


2. 내부자 연애상담은 즉시 그만두기


상대도 알고 나도 아는 지인에게 연애상담을 하는 건, 직거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택배거래를 하는 것과 같다. 그것도 배송 중 발생할 수 있는 파손이나 분실 등에 대한 책임은 모두 본인이 지기로 한 채로 말이다.

Y양의 경우를 보자. 그녀는 지인에게 '상심했다'고 했을 뿐인데, 그 말을 지인은 '마음을 접었다'고 상대에게 전했다. 그 전에 '호감이 있다'고 한 말은 '좋아 한다'고 전했고 말이다. 직접 말을 전한다 해도 점을 하나 찍냐, 두개 찍냐에 따라 의미가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Y양의 지인은 아예 단어를 바꿔서 이야기를 전했고, 그 말을 들은 상대는

"난 Y양이 그렇게 날 좋아하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라고 말했다. Y양은 저 이야기를 지인에게 전해 듣고,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알았으니 앞으로 상황이 더 좋아질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던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저건 간접적으로 고백을 한 번 한 거다. 그 고백으로 인해 Y양은 '코드가 맞고 잘 통하는 후배'에서 '날 좋아하는 후배'가 되어 버렸다. 손만 뻗으면 어렵지 않게 쥘 수 있는 대상이 된 것이다. Y양은

"지인이 마음을 접었다고 전했으니, 쉬운 여자가 된 건 아니잖아요."


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뭐 그게 그렇게 말로 '좋아함', '지금은 마음 접었음' 이라며 딱딱 맺고 끊고 할 수 있는 거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시각이 바뀌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도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상대가 날 좋아한다는 걸 눈치 채고 받는 문자들이 예전과 똑같은 의미를 가질까? Y양이 하는 말 한 마디, 문자 하나도 '날 좋아하는 애'가 보낸 것으로 해석하기 시작할 텐데?

지인을 통해 손 안대고 코 풀려는 일은 즉시 그만두길 권한다. 이제는 상대와 직접 대화를 나누자. 그 창구를 지금 개통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도 빙빙 돌려가며 의사소통을 해야 하니 말이다. 10년이 지나 '난 왜 그때 직접 말 한마디 못 했을까.'라는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분명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이다.


3. 밥 먹기, 영화 보기, 통화하기


Y양의 심남이는 '솔로 최적화'가 이루어진 남자다. '마초덩어리'라고 할까. 이성과의 대화를 위한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다. 툭하면 내기를 하자고 하고, 조금 다정하게 말했다 싶으면 여지없이 '꼭 다정하게 보내려고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님'을 증명하는 코멘트를 덧붙인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참 멋없다. 

물론, Y양의 심남이와 같은 '마초'도 '귀염둥이'로 바꿀 수 있는 여자들이 있다. '참 잘했어요'도장을 가지고 있는 여자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Y양은 그런 여자에 속하지 않는다. Y양은 '왜 상대가 젠틀하게 굴지 않을까?'를 고민한다. 상대는 누군가를 젠틀하게 대하면 두드러기 같은 게 나는 줄 알고 있는데 말이다.

젠틀한 남자를 기준으로 심남이를 파악하려 하면 답이 나오질 않는다. 심남이는 마초를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 그렇게 살펴보면 심남이가 '계기'를 만들기 위해 무지 노력하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카톡 대화만 보더라도 

칭찬받으려 자꾸 Y양에게 뭔갈 보내주는 모습 
자신의 일상을 은근슬쩍 Y양에게 알리는 모습
내기를 제안해 둘만의 자리를 만들려는 모습



등이 눈에 띈다. 눈치가 빠른 여자라면 한 발짝 앞으로 나가 이미 만남을 가졌을 만하다. 하지만 Y양은 모태솔로고, 저 모습들에 

칭찬받으려 자꾸 Y양에게 뭔갈 보내주는 모습 
RE : 그게 뭐가 대단하냐며 대충 넘김.
자신의 일상을 은근슬쩍 Y양에게 알리는 모습
RE : 방해 안 할 테니 열심히 하라며 연락 안함.
내기를 제안해 둘만의 자리를 만들려는 모습
RE : 지기 싫다며 내기 거절. 혹은 승낙만 하고 흐지부지.



위와 같은 대처를 해 버렸다. '쭈삼 내기' 처럼 구체적인 디딤돌만 놨어도 벌써 둘이 벚꽃놀이 계획 세우고 있을 텐데 말이다. 마음을 접네 마네 하는 얘기야 말로 접어두고, 한 발짝 앞으로 나가길 권한다. 


"연애만 시작하면 그간 해보고 싶었던 것들 한꺼번에 다 하겠다."라고 마음먹지 말고, 사귄다는 선포가 필요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함께 해보길 권한다. 주말에 상대는 친구네 집에서 TV 재방송을 보고, Y양은 친구와 동네 마실 다니는 게 웬 말인가. 왜 통화하거나 만나진 못하고 둘이 그렇게 카톡으로 연락만 주고받느냔 얘기다. 

스마트폰을 카톡머신으로만 쓰지 말고, 게임이라도 하나 다운 받자. 그래서 상대와 1시간 내에 더 많은 점수를 낸 사람이 밥 사기를 하는 거다. 아님 성격 분석 어플을 다운 받아 "이거 정말 잘 맞는데, 한 번 해봐요."라며 내미는 거다. 물론 상대는 결과를 확인한 뒤 "뭐야, 하나도 안 맞아."라고 할 가능성이 높지만 말이다. 그런 건 아무 상관없다. 그렇게 디딤돌만 놓으면 둘은 한 발짝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저를 좋아하게 된다면 그런 거고, 아니면 아닌 거고. 그냥 그렇게 생각할래요."라고 시무룩한 표정 짓지 말고, 지금 바로 어플 다운!



▲ 둘 다 남한테 피해주는 거 싫어하고 실수할까 두려워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됩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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