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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도루묵 통발 잡이, 절대 실패하지 않는 방법 및 조행기 12월 동해 도루묵 통발 잡이는, 낚시꾼들에게 ‘봄 벚꽃놀이’ 같은 느낌이다. 풍족한 가을 낚시가 끝나고 수온이 떨어지면 고기들은 깊은 바다로 가버리곤 하는데, 그런 와중에 반대로 알을 낳기 위해 연안을 찾는 녀석이 있으니 그게 바로 도루묵이다. 도루묵 얘기가 나오면 늘 등장하는 것이 그 이름에 관한 일화다. 일화의 주인공은 선조로 임진왜란 때 피난을 가며 주리다가 ‘묵’이란 생선을 먹고는 감탄해 ‘은어’란 이름을 내렸고, 이후 전쟁이 끝난 후 그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수라에 올리라 했지만, 맛 뽐내는 다른 찬들 사이에 있는 도루묵은 그때의 맛이 아니라 ‘도로 묵이라 하라’고 해 ‘도로묵’이 되었다는 이야기. 물론 좀 더 들어가자면 -피난 기록은 음력 4월 30일. 그럼 그땐 도루묵이 안 잡힐 땐데? -.. 2019. 12. 23.
고향에 돌아와 대인관계도 바닥난 상황인데, 연애는 어찌…. 바다에서 배를 원하는 곳에 대어 두기 위해선, 무거운 닻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조류에 의해 배는 계속 바닷물이 흐르는 방향대로 흘러갈 테니 말입니다. 당연한 얘깁니다만, 세워두려면 그렇게 닻을 내리고, 다시 또 출발할 땐 닻을 올려야 합니다. 인생에서도 그렇게, 닻을 내리고 올려야 할 시기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보금자리로 삼고 있던 곳에서 새로운 곳으로의 물리적 이동이 생겼을 때가 그렇고, 마음 두고 있던 어떤 관계가 끝났을 때가 그러하며, 줄기에서 가지로 갈라진 것처럼 인연의 갈림길을 꽤 지나왔을 때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닻을 내리고 올리는 것이, 마음 여린 사람들에겐 참 힘든 것 같습니다. 겁이 나는 까닭에 닻을 다 올리진 못한 채 닻과 연결된 줄만 조금씩 늘.. 2019. 12. 19.
5년째 짝사랑 중, 도와주세요. 아니면 잊게 해주세요. 이건 성훈씨를 까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성훈씨의 시각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보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먼저 적어둘게. 사실 이건 두 번째로 다시 쓰는 매뉴얼인데, 첫 매뉴얼에선 내가 “당신은 한국의 하루키입니까?” 라고 시작했거든. 근데 그렇게 시작하면 예민하고 여린 성훈씨가 ‘그저 날 놀리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 있기에 고양이자세 두 세트 하고 와서 다시 쓰는 거야. 요즘 칼을 하도 갈았더니 어깨랑 목이랑 허리가 너무 아파서. “뭔갈 준비하고 계신가 봐요? 칼을 가는 마음으로 준비하신다는 표현이죠?” 아냐, 진짜 칼을 가는 거야. 180방, 320방, 1000방, 4000방 순으로 숫돌을 준비해서 집에 있는 모든 칼을 다 갈고 있어. 잡은 고기 회 뜰 때 칼이 안 들어서 시작한 건.. 2019. 12. 6.
결혼 얘기하다 결국 헤어졌어요. 뭐가 문제였을까요? 강원도 모 지역에, 시세보다 놀랄 정도로 싸게 집 하나가 급매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집을 가지고 있는 지인 A가 다른 지인들에게 추천했던 매물인데, A는 자신의 집에 놀러 왔을 때 그런 곳에 살고 싶다던 지인들에게 서둘러 구입하길 권했습니다. 하지만 구입하는 사람은 없었고, A는 “그냥 지금 사기만 해도 앉아서 돈 버는 거잖아? 근데 왜 안 사지?” 라며 답답함을 내비췄습니다. 사지 않은 지인들의 이유는 가지각색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다 한 번 놀러 가는 건 좋지만 거기서 살고 싶진 않아서일 수 있고, 그것보다 더 괜찮은 매물이 나올 거란 생각 때문일 수 있으며, 이득은 못 보더라도 그냥 가까운 곳에 적당한 집을 사고 싶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더 단순하게는 아직 집을 사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라거.. 2019.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