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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여자, 왜 그럴까?

by 무한 2011. 9. 8.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여자, 왜 그럴까?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는 이유
가 뭔지 묻는 여성대원들이 있다. 어느 대원의 사연을 읽어 보니, 아무래도 이에 낀 고춧가루가 짧은 연애의 이유인 것 같다. 그녀가 아프로디테라도, 이에 고춧가루가 꼈다면 아무래도 칠칠맞아 보일 테니까. 그래서 거울을 건넸다. 거울보고 확인을 좀 하라고.

거울을 받아 든 그녀는 구시렁대며 머리만 만진다. 답답하다. 저기, 이에 고춧가루. 라고 얘길 하자, 어머 신발(응?) 이게 뭐야. 라며 서둘러 고춧가루를 빼낸다. 같은 고민을 가지고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대원이 그 모습을 본다. 그리곤 이게 다 고춧가루 때문이래? 라며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최대한 벌린 채 이를 앙다물어 확인한다. 아니, 그게, 님은 입냄새가, 라는 얘기를 하려다 그만둔다. 역시 거울만 건네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오늘은 좀 솔직한 얘기들을 꺼내볼까 한다. "저기, 혹시 제 양말 드셨어요?"정도의 느낌으로. 자칫, 당황할 수도 있으니, 똥꼬에 힘 꽉 주고 읽길 권한다.


1. 안녕하세요 하지만양


하지만양의 주옥같은 대사를 먼저 좀 보자.

바빠서 그랬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런 얘기까진 하려 했던 게 아니었어요. 하지만
물론 제 맘 같을 수 없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기분 나빠서 그랬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대사들로 인해, 그럴려고 그런 건 아닌데 어쨌든 결론은 그렇게 된다. 언젠가 일방통행 길을 달리고 있는데, 역주행하며 내 앞을 막아선 어느 운전자가 떠오른다. 그 운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여기가 일방통행이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그래, 그럴 수 있다. 다들 그러려고 그런 건 아닌데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된 거니, 한두 번쯤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런데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그러려니 할 순 없는 것 아닌가. 게다가 늘 상대에겐 그러려니를 베풀지만, 이쪽에선 한 번도 그러려니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 당연히

나 안 해.


라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거고 말이다. 밥 먹거나 영화 볼 때 돈 비슷비슷하게 냈고, 뭐 사달라고 한 적 없으며, 선물은 받은 만큼 자신도 했다고 해서 '이기적인 모습'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다. 개인적으로, 돈이나 선물 같은 부분에서는 오히려 좀 둔감해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난 삼만 원짜리 밥 샀는데, 쟨 만사천 원짜리 밥 샀어.'라며 이를 갈 남자라곤 몇몇 좀팽이들 밖에 없으니 말이다.

'나만 편한 연애'나 '나만 행복한 연애'를 하려는 게 진짜 이기적인 거다. 그 이기적인 모습에 목 졸리며 타협을 시도하는 상대, 그대는 혹시 그 타협마저도 '하지만'을 앞세워 발로 차버린 적 없는가? 결국 도저히 못하겠다며 상대가 등을 돌리자, 이젠 나에게 

끝이란 거 알아요. 하지만


이라며 또 '하지만' 타령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덩-기덕 쿵더러러러 쿵-기덕 쿵덕. '하지만' 타령을 그만 두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대의 이기적인 모습에 숨 막혀 하는 상대에게, 오히려 서운하단 얘길 하고 있는 그대 자신을 말이다.


2. 안녕하세요 다혈질양


다혈질양에게 긴 얘기를 했다간,

그래요. 다 내 잘못이죠. 됐어요. 내가 꺼져 줄게요.


라며 뒤돌아 가버릴 수 있으니, 요점만 살펴보자. 

다혈질인 여자는 시한폭탄이다. 조심한다고 터지지 않는 게 아니란 얘기다. 언젠간 터지는데, 정확히 언제 터질지는 알 수 없다. 그녀는 자신의 실수에 스스로 분노한다. 당황한 남자친구가 다독거리려 애쓴다. 하지만 그에겐 불똥만 튈 뿐이다. 그렇게 화상을 입은 남자친구는, 다음번에는 불똥을 피하기 위해 침묵한다.

야! 넌 왜 아무 말도 없이 그러고 있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조심해도 불똥은 튄다. 여자친구의 '다혈질 프로세서'가 작동되면, 남자친구의 침묵마저도 도발이 되는 것이다. 불똥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남자친구는 결국 이별을 고한다. 그리고 그 이별을 들은 다혈질양은,

그래 내가 미쳤지. 너한테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어. 내가 병신인데.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응?)



라며 폭발한다. 그리곤 나에게 "전 정말 바보인 것 같아요. 전 왜 이렇게 멍청하죠? 근데, 생각해 보니까, 그 자식도 정말 나쁜새..."라는 메일을 보낸다. 탐나는 상자에 담긴 시한폭탄 그녀에게, 남자들은 다가왔다 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3. 안녕하세요 고지식양


사람이 살다 보면 살이 좀 찔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고지식한 여자는 구멍이 하나 밖에 없는 벨트다. 딱 그 구멍에 맞는 배 둘레를 유지하지 못하면, 벨트를 푸는 것 말고는 사용할 방법이 없다. 자신이 정한 원리 원칙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새 구멍을 좀 내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간, 

싫은 거면 싫다고 말을 해, 괜히 구멍 핑계대지 말고.
더 큰 벨트가 필요한 거면, 큰 벨트가 필요하다고 말을 해.



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 그녀의 원칙대로 행동한다면 큰 문제가 일어날 일은 없다. 그러나 크게 재미있을 일도 없다. 다큐멘터리만 나오는 TV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냥, '무난함'의 연속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고지식한 그녀에겐 애교도 기대하기 어렵다. 연애에서 애교란, 다음 수업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쉬는 시간'과 같은 건데, 그 '쉬는 시간'이 없다. 공부하다 피곤하면 알아서 조금씩 쉬고 그래, 라고 말하는 교사를 마주하는 것 같다. 정말 쉬었다간, 그렇게 계속 쉬고만 있을 거냐는 구박을 받게 된다. 게다가 그녀는

가끔, 농담에도 정색하곤 한다.

농담을 해선 안 되는, 그리고 쉬는 시간이 없는, 그런 수업을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견디기 어려워 건의를 하면, 그 건의에 상처만 입는 선생님이 있는 수업이라면 더더욱.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 상처를 주려는 게 아니다. 분명 다 멀쩡한데, 왜 자꾸 짧고 아픈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지 궁금하다면, 혹시 위와 같은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살펴보길 권하는 거다. 내 자전거의 크랭크셋은 멀쩡하고, 체인도 멀쩡하다. 하지만 체인오일을 바르지 않고 자전거를 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부속 모두 상처를 입고 마모가 된다.

물론,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이 짧고 아픈 연애를 반복하게 만드는 전부는 아니다. 그간 급한 남자들만 만난 까닭에 그런 연애만 반복하게 되었거나, 둘이 함께 서 있을 단단한 기반을 만들지 못해 바람에 날린 걸 수도 있다. 이번 시간에는 우선 '나'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문제만 살펴봤다는 걸 밝힌다. 하지만양과 다혈질양, 그리고 고지식양이 "이거 점집 가서 푸닥거리라도 해야 하는 건가요? 끊었던 교회라도 다시 나가 봐요?"라는 얘기 대신, 거울을 유심히 들여다보길 바라며 말이다.



▲ 아, 이런. 수동적양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어 버렸다. 그건 나중에 이어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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