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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그 여자, 정말 어장관리 하는 걸까?

by 무한 2011. 3. 2.
지난 매뉴얼 [좋아한다는 남자, 남자친구 필요 없다는 여자]를 발행하고 난 뒤, 남자대원들의 '반성문'이 내 메일함에 넘치고 있다.

"저도 제 애정결핍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제 스스로가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가 왜 부담스럽다고 한 건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들 외에 스스로를 더럽고 추잡하고 뭐 고따위 단어들을 써가며 표현한 대원들도 있는데, 자진모리장단에 맞춰 자아비판을 하는 건 좀 자제했으면 한다. 뭐가 문제인지를 알았다면 '살 궁리'를 해야지, '살풀이' 춤만 추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살 궁리, 살풀이 라임 돋네.)

그리고 선천적으로 다정다감하며 오지랖도 넓은 편이라면 그 성격을 굳이 개조하거나 고칠 필요는 없다. 당신의 그 모습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도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단, 모든 공을 직구로 '전력투구' 하지만 말자는 거다. 당신의 다정다감하며 오지랖 넓은 성격은 '빠른 직구'라 할 수 있고, 그건 당신의 장점이다. 하지만 직구로 승부를 볼 수 없을 것 같다 싶을 땐 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기도 하고, 상대가 번트를 댈 수 있도록 유인구를 던지기도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 제 빠른 직구가 장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그 빠른 직구 때문에 경기에서 졌던 것 같네요. 앞으로는 직구대신 변화구만 던져야겠어요."

따위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거다. 그간 경기에서 졌던 건, 당신이 '빠른 직구' 하나만 고집했기 때문이지, 당신의 직구가 빨라서 진 것이 아니다. 장점은 장점대로 두고, 상황에 맞게 다른 공을 던지면 되는 거다. 자, 그럼 오늘은 남자로 하여금 전력투구를 하다 어깨가 빠지게 만드는 여자의 어장관리에 대해 살펴보자.


1. 남자친구와 요새 사이가 안 좋거든요.


여자사람의 위와 같은 멘트로 인해서 남자들은 또 연애에 대한 희망을 '퀵'으로 받는다. 왜? 남자가 가깝게 지내는 다른 여자에게 위와 같이 "여자친구와 요새 사이가 안 좋아."라는 이야기를 했다면, 그것은 '이별'에 대한 고민 중이란 뜻이거나, '난 조만간 자유의 몸이 된다.'라는 암시를 포함한 얘기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남자사람은 여자친구와 사이가 안 좋을 때 그 문제를 동굴에 들어가 스스로 해결하려하지, 누굴 만나 그 문제를 공유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털어 놓더라도 그것은 '해결책'을 구하고자 하는 물음이지 덩그러니 '상황설명'만 던지진 않는단 얘기다. 내게 도착하는 사연들을 보더라도 남자대원들이 보낸 사연은, 자신이 이미 '답안'을 내 놓고 '확인'을 받으려 한다거나, 자신이 낸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답 없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성대원들은 다르다. 남성대원의 사연이 '평론'이라면, 여성대원들의 사연은 '리뷰'에 가깝다. "이러이러하니 어떻다."라며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러이러 하다." 정도의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된다. 그런 까닭에 여성대원들이 보낸 사연엔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내용이 많다.

바로 이 차이 때문에 '오해'가 발생한다. 남자의 입장에선 분명 상대가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 상태'이며, '나에게 기대려는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자의 입장에선 그 이야기가 누구와도 할 수 있는 '대화'인 것이다.

위와 같은 까닭에 이 상황을 '어장관리'라고 단정짓긴 곤란하다. 단, 일부 여성대원의 경우 '남자친구'폴더 안에 '아는 오빠'와 '이성친구'폴더를 함께 넣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엔 상대에게 "그렇게 애매하게 집어 넣지 말고 제대로 구별을 해."라고 이야기 하는 것보다 스스로 '남자친구'폴더 밖으로 나오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미 그렇게 분류를 해 둔 폴더는 밖에 새 폴더를 만들지 않는 이상 바뀌기 어렵고, 당신이 상위 폴더를 차지하더라도 그 하위에 있는 '아는 오빠'와 '이성친구'라는 폴더는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옛 남친'이라는 폴더도 하나 추가해서 말이다.

이 상황을 겪고 있는 대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상대의 "난 너 좋은데."라거나 "난 오빠 좋은데."라는 멘트다. 그 멘트를 듣곤 '남자친구도 있으면서 좋다니, 뭐 하자는 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는 오빠로서 좋다거나, 친한 친구로서 좋다는 말이라고 인식하면 된다. 이 말이 못 미더운지 상대에게 "나 좋다는 게, 아는 오빠로서 좋다는 거야? 아님 남자로서 좋다는 거야?"라고 재차 확인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내가 대신 해줄 테니 그녀에게 묻진 말길 권한다. 그 답은,

"나도 잘 모르겠어."

라는 2형식 문장이다.


2. 난 남자친구 사귈 생각 없어요.

이 말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들었냐가 중요하다. 이 멘트가 가장 빈번히 쓰이는 상황은, 상대의 연애가 끝날 때 까지 물심양면으로 돕고 조언하고 다독이며 '내게 찾아올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막상 상대는 연애가 끝나고 나니 이쪽의 고백을 "남자친구 사귈 생각 없어요." 혹은 "전 이제 독신으로 살 거예요."따위의 이야기로 대답하는 경우다.

그럼 또 이 말을 들은 남자는 '하긴, 지금 막 이별했으니 정신적 충격이 크겠지. 그 충격이 잔잔해질 때 까지 더 기다려 보자.' 라든가 '내 정성이 모자랐군. 내일 부터는 감동이벤트와 감동CD등을 준비해야겠어.' 따위의 생각을 한다.

물론, 상대가 이별 후유증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이 이야기는 '난 남자친구 사귈 생각 없어요.'라기 보다는 '난 당신과 사귈 생각 없어요.'로 해석하길 권한다. 절대 '내가 남자친구의 유력한 후보이긴 하지만, 지금은 이별 후유증이 너무 심한 관계로 사귈 수 없다는 얘기군.'이라며 김칫국 원샷 하지 말란 얘기다.

상대의 '앞으론 연애 할 생각이 없으며 공부나 일에 매진하겠다는 얘기나, 혼자인 것이 훨씬 편한 관계로 누군가와 사귀지 않고 지내겠단 얘기'를 철석같이 믿어선 곤란하다. 그건 그냥 "난 사고내지 않고 조심히 방어운전만 할 거야."라는 다짐과 비슷한 거다. 아무리 조심해도 누군가 들이받으면 일어나는 것이 사고 아닌가. 좋은 예로는 "야구선수와는 절대 연애하지 않겠다."고 강조하던 아나운서가 야구선수와 결혼한 일이 있다.

이와 관련된 사연을 살펴보면, 상대의 이야기를 굳게 믿곤 기다리다 '다크호스의 출현'을 목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남자가 등장한 것이다. 그녀가 앞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신에게 거절했던 것들을 새로운 남자와는 하나 둘 함께 하는 것을 볼 수 있게 된다. 직설적인 대원들은 상대에게 왜 전에 했던 말과 다르게 행동 하냐고 따지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돌아오는 것은 반박하기 어려운 핑계뿐이다. 여린마음 동호회에 속해있는 대원들의 경우는 따지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의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내가 파리처럼 느껴진다. 내 관심은 누군가를 귀찮게 하고, 즐거운 두 사람 사이에 날아들어 환영받지 못하는 파리다. 그의 얘기에는 손뼉을 치며 웃지만, 내 얘기엔 손뼉을 치며 날 쫓으려 한다."

뭐 요따위 글을 적게 된다. "연애는 노력으로 등가교환 할 수 없습니다."라고 이전 매뉴얼들에서 누차 이야기 했다. 오늘은 "연애는 선착순이 아닙니다."라는 이야기를 적어두겠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제안은 이미 전 시간에 이야기 했다. "등업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상대에겐 쫓아다니며 등업하라고 권하지 말고, '준회원'으로 강등하자. 노력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대개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다.  


3. 뭐해?

이제 좀 마음이 잔잔해지나 싶었는데 느닷없이 날아드는 상대의 문자,

"뭐해?"

그러니까 이게 또 마음을 흔들어 한치 앞도 볼 수 없게 만드는 거다. 지난 번 '폭풍문자'를 보낼 땐 답도 없더니, 시간이 지나 이렇게 먼저 안부를 묻는 걸 보면 분명 마음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 대원들이 많다. 이 물음에 대해서는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나온 대사를 옮기는 것으로 답을 대신할까 한다. 

"여자가 먼저 연락할 때는 아주 심심하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대사 중
 

위의 대사에서는 분명 '두 가지 경우'를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의 대원들이 상대의 연락을 후자로만 해석한다. 미안하지만, 부킹대학 펜실베니아 연구소에서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아주 심심하거나'가 8, '마음이 흔들릴 때'가 2 정도의 비율을 보인다고 한다. 

당신이 어쩌다 졸업앨범을 들춰보게 되는 날처럼, 점점 '타인화' 되어 가는 것을 느끼며 아직 남아 있는 '인연의 끈'을 당겨 보는 것이다. 물론, 자신에게 열광하던 사람이 잠잠해져 가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며 이기적인 생각에 떡밥처럼 위의 멘트를 던지는 대원들도 있긴 하다. 

상대의 연락 동기가 무엇이든, 이 상황에 놓인 대원들에겐 이산가족과 60년 만에 만나게 된 기분으로 상대를 맞아주길 권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딱 거기까지란 거다. 엄청난 반가움과 벅찬 기쁨을 모두 표현하곤 그간 서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며 지내온 시간처럼 다시 지내면 된다. 상대가 한 발짝 더 다가오기 전까진 당신은 '반응'만 하란 얘기다. 호들갑을 떨며 만날 약속을 잡거나, 상대가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 해가며 설레발 칠 필요는 없다.

상대가 먼저 연락하고 당신은 답장을 해 주는 그 리듬을, 당신 스스로 망치지 말자. 그 리듬에 맞춰서 나가면 된다. 정말 상대가 당신에게 마음이 있어서 연락을 한 거라면, 당신의 답장만으로도 연락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이 말을 못 믿어서 또 다음 날 아침부터 "좋은 아침~ 잘 잤어?" 따위의 문자를 보내며 리듬 깨지 말자. '마음이 있는 그녀에겐 분명 다시 연락이 온다'에 내 국민은행 통장을 걸 테니, 제발 날 믿고 먼저 나서지 말길 바란다.


이렇게 매뉴얼을 적어 두었지만, 너무 쉽게 상대를 '어장관리'로 몰진 말길 권한다. 어장관리를 당하는 대원들의 공통점은 상대에게 뭔갈 원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그 욕심이 없다면 힘들 이유가 없다. 그런 까닭에,

"그녀에게 바라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그녀 옆에 남아서 평생 친구로 지내고 싶을 뿐입니다."


라는 사연이 도착하면, 난 속으로

'뻥치시네.'

라고 한 번 외친 후 사연을 읽기 시작한다. 관심이든 호감이든, 분명 당신은 상대에게 얻고 싶은 것이 있는 거다. 그 욕심이 있는 한 당신은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직구가 아닌 다른 공은 던질 생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어깨에 힘을 빼 보자. 그간 얼마나 자신이 어깨에 긴장을 하고 있었는지가 느껴지는가? 바로 지금처럼 어깨에 힘 빼고 가는 거다.

넉넉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가는 거다. 손해 역시 좀 봐도 좋다. 상대의 미니홈피에 안부 글을 남긴 친척오빠에게 "수정이랑 무슨 관계시죠?"라고 쪽지를 보내는 크고 아름다운 헛발질은 이제 그만 두자. 자신이 했던 헛발질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스스로를 자학하지도 말자.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앉아 있는가. 난 지난달에 커피메이커를 선물 받았는데, 선물 받은 다음 날 커피가 나오지 않길래 A/S센터에 전화해 기계가 하루 만에 고장 난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 어젠 사용하시는 데 문제가 없었는데 오늘 이상이 보이셨다고요?
- 네
- 커피와 물 모두 넣으신 거 맞으시고요?
- 말밥이죠.
- 네?
- 아, 맞다는 뜻이에요. 말밥이 당근이거든요.
- 아.. 네. 고객님 그럼 번거로우시더라도 제품을 저희...
- 어, 잠깐.
- 네?
- 제가 물을 위에 안 붓고 아래 주전자에 부어 두었네요.
- ......


이럴 수 있다는 거다. 그래도 괜찮다. 실수는 다시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상담원이 날 '바보'로 보겠지만 뭐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어깨에 힘 빼고 마음을 넉넉하게 가지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보자. 아직도 그대와 내겐 깃털처럼 많은 날들이 남아 있지 않은가. 부끄러운 몇몇 날은 그저 오답노트 폴더에 넣어 두고, 주어진 문제들을 하나 둘 또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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