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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물고기가좋다

집에서 키우는 가재, 먹이는 뭘 줄까?

by 무한 2010. 12. 29.
가재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항 앞에 얼굴을 들이밀면 "여어, 왔어?"라며 두 손을 들어 반겨주고(물론 가재들에게는 경계의 표시겠지만), 지들끼리 장난치는 모습을 보여준다(물론 가재들에겐 목숨이 걸린 일이겠지만).

지난 글에서 치가재들이 탈피를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치가재 중 한 녀석이 은신처에서 탈피각을 가지고 나와 먹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 자신이 벗어 놓은 탈피각을 들고 나와 먹고 있는 녀석.



가재는 탈피를 하며 성장한다. 무럭무럭 자란다기 보다는 탈피 한 번에 훅, 또 다음 탈피 한 번에 훅, 이런 식으로 자라는 것이다. 탈피 후 이전보다 전체적으로 몸집이 커지는데, 트레이드마크인 집게발의 경우 어느 시기엔 눈에 띄게 커진다. 그래서 가재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집게발 뻥튀기'라는 용어가 쓰이기도 한다. 

한 어항에 여러 마리의 가재를 키울 경우, 이 탈피 하는 과정 중이나 탈피 직후에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탈피 직후 가재의 몸은 말랑말랑한 상태이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가재의 먹이가 되기 쉽다. 또한 탈피 시 다른 가재가 건드려 탈피 중 목숨을 잃는 '탈피사'를 당할 위험도 있다.

가재 단독사육의 경우에도 탈피각을 다 벗지 못하거나, 탈피각을 다 벗었지만 아가미가 밖으로 돌출되거나, 무사히 탈피를 마친 듯 보였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이 '탈피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탈피와 관련해 '탈피사'나 '의문사'가 일어나는 일이 꽤 많기에 가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무사 탈피 축하드립니다."라며 인사를 나눌 정도다.  




▲ 먹이를 찾아 여과기 입수부를 어슬렁거리는 한 녀석.


제목에 "먹이는 뭘 줄까?"라고 적어 놨는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가재는 잡식동물이라 뭘 줘도 다 먹는다. 물에 가라앉는 '날 음식'이라면 대부분 다 먹는다. 심지어 스펀지 여과기에 달려있는 스펀지까지 뜯어 먹는다. 

내 경우, 치가재(오렌지 클라키)들을 처음 데리고 온 날 '열대어 사료'를 줘 봤는데 잘 먹지 않아 가재 전용 사료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 뒤 녀석들이 어항에 적응을 한 후로는 멸치, 고구마, 당근 등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들을 넣어주면 사양하지 않고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맛 좋네, 고구마. 근데 구운 건 없나?"라며 군고구마를 찾는 녀석.


지난 글에서 잠시 이야기 했듯, 가재는 한 가지 먹이만 급여하면 '단식투쟁'에 들어가는 거식증 증세를 보이는 까닭에 먹이의 종류를 바꿔서 급여해야 한다. 우리 집의 가재들은 아직 치가재라서 그런지 몰라도 뭘 주든 "잘 먹겠습니다."라며 달려들어 먹는다. 오늘 저녁엔 간디(애완견) 간식인 육포를 좀 줘볼까 생각 중이다.

아, 가재는 먹이에 따라 성장속도와 발색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수초만 준 것
(식물질)
새끼 멸치, 새우만 준 것
(동물질) 
 양쪽 다 준 것
(동,식물질)
 10일 후  몸길이 12.5mm
빛깔은 약간 불그스름
살아 남은 수 10마리
 몸길이 15mm
빛깔은 조금 거무스름
살아남은 수 8마리
몸길이 18mm
빛깔은 두 종류
살아남은 수 10마리 
 20일 후  몸길이 15mm, 9마리 몸길이 18mm, 7마리  몸길이 25mm, 7마리 
 30일 후  몸길이 16mm, 8마리 몸길이 31mm, 6마리  몸길이 42mm, 5마리 

3개의 수조에 몸길이 11mm의 가재를 10마리씩 넣고, 먹이를 달리하여 기른 실험의 결과이며 [에로이카 자연관찰 탐구, '가재의 상태']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골고루 먹는 것이 가재든 사람이든 좋다는 얘긴데 '골고루 먹은 가재는 왜 수가 반으로 줄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 아예 고구마에 입을 대고 우걱우걱 뜯어 먹고 있는 녀석.



웹에서 본 '가재 먹이'중 특이한 것들은, 생선회, 소고기, 떡밥, 번데기, 메뚜기 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생선회'는 생먹이에 가까우며 수질오염을 적게 시키고 부유물이 많이 남지 않는 다는 점에서 좋은 먹이라고 생각된다. 단점이 있다면, 비싸서 나도 잘 먹지 못하는 생선회를 가재 먹이로 줄 순 없다는 거다. 서더리(생선의 살을 발라낸 나머지)를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 치가재가 다섯 마리나 되다 보니, 필연적으로 먹이로 인한 갈등이 생긴다. 


가재를 사육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먹이는 사료생먹이로 나뉜다. 사료로는 거의 테트라비트, 히카리 크랩퀴진, 크러스트, 가재깡 등이 있고, 생먹이로는 냉짱(냉동 장구벌레), 냉미(냉동 미꾸라지), 그리고 먹이용으로 판매되는 물고기와 새우 등이 있다. 그 외 채소류에는 당근, 오이, 상추 등이 있다.




▲ 먹이로 넣어 준 멸치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 녀석.



가재 먹이에 관심을 갖다 보니 '생먹이를 무한 번식 시켜서 주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 대상으로는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하는 렘즈혼(달팽이)과 생이새우, 그리고 구피(물고기)가 리스트에 올랐다. 가재들이 좀 더 크면 일산시장(재래시장)을 찾아가 생이새우를 구입해 올까 싶다. 




▲ "제일 맛있는 머리는 왜 빼고 준거야!!"라며 투덜대는 중인 한 녀석.



가재에게 먹이를 너무 많이 주거나 너무 자주 주면, 거식증에 걸리거나 먹이의 부패로 인한 수질오염의 위험이 있는 까닭에 먹이 급여는 이틀에 한 번 꼴로 해 주는 것이 '정석'처럼 알려져 있다.




▲ 어항 구석에서 고독과 사료를 함께 씹고 있는 한 녀석.


밤에 가재 어항에 오이를 넣고 잠자리에 누우면, 잠시 후 가재가 나와 오이를 아삭아삭 씹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오이 씹는 소리가 들리나요?"

들릴 리가 없잖아요.
정신줄 꼭 잡으세요.




▲ 사료를 손에 쥔 기쁨에 문워크로 은신처까지 이동 중인 한 녀석.


아직 꼬꼬마인 치가재들은 머리와 몸이 투명한 까닭에 섭취한 먹이가 그대로 보인다. 앞으로 몸 전체에 오렌지 빛이 뚜렷하게 자리를 잡으면 앞으로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최대한 가까이서 한 컷 찍어 봤다.




▲ 삼킨 먹이가 몸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아직은 집게발과 다른 발의 차이가 크지 않아 '새우'처럼 보이는 녀석들이지만, 앞으로 몇 번의 탈피를 마치고 나면 물고기도 두동강 내는 큰 집게발을 가지게 될 것이다.


 


▲ "추천 버튼은 이렇게 쿡, 누르는 겁니다."라고 설명 중인 한 녀석.


자, 그럼 2주차의 적응을 끝낸 오클(오렌지 클라키) 치가재들의 이야기와 먹이 이야기는 이것으로 줄이고, 다음 시간에 공쥬님(여자친구) 집에 찾아온 화이트 클라키(하얀 가재)이야기도 살짝 소개할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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