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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크리스마스 데이트 신청방법과 어필하는 데이트방법

by 무한 2010. 12. 18.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자, 솔로부대원들의 사연으로 메일함이 넘치고 있다. "왜 사람들은 로마의 축제에 자신들이 들떠서 저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크리스트교의 축제일뿐인 크리스마스에 대해 노멀로그에서 한 번 자세히 언급해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사연을 보낸 대원이 있었는데, 오늘날 이 시점에 우리가 'Cristes maesse'를 언급하며 기원 전 336년경 로마의 이야기를 꺼낸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크리스마스의 유래를 파헤치기보다 울퉁불퉁해진 마음을 먼저 달래자.

상콤한 크리스마스 계획을 통지해 준 솔로부대원도 있었다. "무한님, 저 크리스마스에 등산 갑니다. 징글벨 들으면서 북한산 오를 건데, 눈 좀 와 줬으면 좋겠네요." 라는 사연은 "형, 저 휴가 복귀하고 오늘 군대에 들어갑니다. 다음 휴가 때 또 뵈요. 하하."라고 말하던 친척동생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그러니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고, 또 걷는 게 걷는 게 아니다. 

이런 대원들이 있는 반면, "저랑 별 관계 아닌 여자사람이 크리스마스 날 같이 영화를 보자네요?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도대체 이 여자사람이 왜 저한테 크리스마스에 같이 영화보자고 하는 걸까요? 먼저 연락이 온 것도 이상한 일인데, 영화를 같이 보자니...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라는 사연을 보낸 남성대원이 있었고, "심남이랑 크리스마스에 만나고 싶어요!! 공략법 좀 제발 제발 알려주세요. 데이트 하게 되면 과하지 않게 어필하는 방법도요!"라는 여성대원도 있었다.

자, 그래서 오늘 매뉴얼을 준비했다. 우선, 그 일이 꿈에서 벌어진 것이 아닌지 자세히 체크해 보길 권하며(꿈 얘기를 현실과 착각해 사연으로 보내는 대원들이 많다), 그게 꿈이 아니라면 지금부터 크리스마스 데이트의 신청과 주의할 점, 어필하는 방법, 후유증이 남지 않는 데이트를 하는 방법 등을 살펴보자. 이거 너무 길어지는 거 아닌가? 아무튼, 출발해 보자.


1. 크리스마스에 뭐하냐고 절대 묻지 않는다


왜 방문판매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이 초인종을 누른 후 "화장품 안 필요하세요?"라고 묻지 않고, 물 한 잔을 부탁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해도 되냐고 묻는지를 살펴보자. 심리학에서는 작은 부탁을 먼저 한 후 큰 부탁을 하면 상대가 수락할 가능성이 높은 이 심리 "Foot in the door Effect"라고 하는데, 대략 '문에 발 들여 놓기 기법'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기법을 응용하자면,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대에게 데이트신청을 하더라도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음 주 토요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또한, 상대에게 크리스마스 약속이 있진 않을지 걱정할 필요도 없다. "다음 주 토요일에 뭐해?"가 아니라, "그거 알아? 다음 주 토요일에..."로 일단 발부터 들이미는 거다.

단, 만약 상대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약속이 있다고 할 경우, 그럼 그 다음 날은 어떠냐고 한 번 물어보는 것 까진 괜찮지만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하거나 데이트를 구걸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작년에도 얘기했지만 올해도 여전히 계속 헛발질을 하는 대원들이 있기에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에이, 너무 비싸게 구는 거 아니에요? 얼굴 좀 보여줘요~"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저녁이나 같이 먹죠?"
"집에 있기 너무 심심한데, 영화나 같이 볼래요?"
"회사 앞으로 여섯시까지 갈게요. 올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요따위 멘트들은 하지 말란 거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식으로 찔러보거나 상대와의 만남을 '심심풀이용'으로 만들지 말자. 당신의 절실함을 들키지 않는 선에서 용기를 내야 한다는 것, 절대 잊지 말자.


2. 고백 보다는 선물을 준비하자


단지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고 해서 고백을 하는 것은 그닥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너무 외로워서 그동안 들이대던 사람들 중 한 명을 크리스마스용 애인으로 선택했어요."라는 사연을 보낸 솔로부대원도 있었다. 꼭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분위기에만 의지해 고백하는 것은 그 분위기가 사라지고 나면 스스로 서지 못하고 다시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데이트를 '계기로' 둘의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은 좋으나, 이번 데이트에 모든 걸 걸고 하얗게 불태우려고만 하는 건 '도전'이 아니라 '도박'이란 얘기다.

"질질 끄는 거 싫고, 그냥 고백해서 사귀면 좋고 아니면 말겁니다."라고 얘기하는 대원들은 고백을 해도 무방하다. 단, '촛불이벤트'를 준비 중인 대원이 있다면, 좋아하는 여자사람에게 고백하기 위해 공원에서 촛불이벤트를 준비했다가 바람이 심하게 불어 불이 나, 크리스마스를 소방대원, 경찰 분들과 함께 보냈다는 어느 솔로부대원의 사연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자, 위의 대원들을 제외하고 좀 더 살펴보자. 당신에게 놓여진 '크리스마스 과제'는 '분위기 만들기'다. 상대로 하여금 당신이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단 얘기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 있으면 '포근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 작은 케이크를 추천한다. 케이크는 존재만으로도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상대가 부담스러워 한다면, "이거, 기프티콘 당첨된 거 있어서 바꿔왔어."정도로 가볍게 넘길 수도 있다. 케이크를 함께 먹으며 자연히 상대가 초코를 좋아하는지, 생크림을 좋아하는지, 버터크림을 좋아하는지도 알 수 있고 말이다.

그 외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크리스마스 선물, 관심 있는 상대에게 들이대기]라는 매뉴얼에서 길게 이야기 한 적 있으니 그 매뉴얼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요점은, 크리스마스에 한 번 받고 잊혀지는 그런 선물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이 좋단 거다. 꼭 거창한 뭔가를 준비하지 않더라도, 평소 상대의 핸드폰 액정보호필름이 너덜너덜한 상태라면 근처 휴대폰매장에 들러 새 필름으로 교체해 줄 수 있고, 낡은 USB가 마음에 걸렸다면 용량크고 디자인도 괜찮은 USB로도 바꿔줄 수 있다. 바로 이때 필요하기에 늘 '관심 있는 상대'와 상상연애만 하지 말고, 세밀하게 관찰을 해 두라고 말했던 것이다.


3. 라디오 DJ에게 어필방법을 배우자


어제 볼 일이 있어 영등포엘 나갔다 저녁을 먹게 되었다. 30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다 먹어야 하는 곳이었는데, 내 앞쪽에 대학교 선후배로 보이는 커플이 서 있었다. 살짝 거리를 두고 있는 모습과 여성분이 존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아직 사귀고 있는 사이 같진 않았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여성분이 스마트폰을 이제 막 구입했는지, 남성분이 여성분의 스마트폰을 쥐곤 무슨 어플을 받아주고 뭘 깔아 주겠다며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처음엔 이것저것 설명해가며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남성분에게 여성분도 관심을 가지고 집중했으나, 시간이 지나며 남성분 혼자 계속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여성분은 가게를 둘러보거나 바깥을 내다보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이상할 정도로 스마트폰에 집착하고 있는 남성분을 바라보며 저러다 말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그 남성분은 테이블에 앉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서도 그 남성분은 "아, 맞다. 그것도 깔아줄게. 다시 줘봐."라며 계속해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음식이 나왔을 때도, "먹고 있어봐."라는 말만 던져놓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고 말이다. 그 남성분을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가 "스마트폰 말고,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세요."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 정도 였다.

데이트 시 무슨 얘기를 나눠야 할 지 모르겠다면, 라디오 DJ에게서 그 해답을 찾자. 그들은 '목소리'하나 만으로도 청취자를 사로잡을 만큼 탄탄한 진행 실력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많은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하고 있는 까닭에 이야기의 소재나 관심사를 고르는 것에도 탁월하다. 상대가 적극적이며 밝은 성격이라면 낮시간 DJ에게, 상대가 감성적이며 예민하다면 저녁시간 DJ에게 그 방법을 배우자. 멜로영화를 보고 흉내 내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실질적인 방법이다.

그들은 절대 혼자 흥분해 자기 얘기만 늘어놓지 않으며, 청취자를 따분함 속에 방치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하자. 또한, 청취자들이 보내온 사연을 읽고 그 사연을 주제로 이야기를 자연스레 풀어나간다는 것과 침묵에 겁먹어 초조함을 내비치지 않는다는 것도 기억하자. 이 방법들이, 바로 당신을 상대에게 어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힘을 빼자. 목에 힘을 빼지 않으면 노래를 편하게 부를 수 없듯 데이트 신청과 데이트 시의 힘빼기는 상당히 중요하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상대의 마음 전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이 당신에게 흘러올 수 있는 작은 수로를 하나 내는 것이다. 이번 데이트는 마음을 얻기 위한 '협상'이 아닌, 그 수로 하나 내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데이트 신청이 실패했다고 해서 너무 낙심하지도 말자. 부끄럽지만, 나 역시 솔로부대 복무 시절엔 "크리스마스 다음 날 아침, 토사물처럼 쌓인 눈들 사이로 술이 덜 깬 욕망들이 걸어 다닌다." 따위의 문장을 적기도 했다. 하지만 인생이 조막만한 방에서 라면이나 끓여먹다 외로움에 질식사로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 잠시 손을 들어 손바닥을 살펴보고, 그 손으로 누군가의 손을 꼬옥, 쥐어주는 생각을 해보자. 차갑고 황량한 바람 불던 마음에 따뜻함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따듯함을 추위에 떠는 누군가에게 나눠줄 수 있는 '준비'를 하자. 마음에 차갑고 황량한 바람이 분다고 누군가가 채워주길 바라지 말고, 내 마음을 먼저 채워두잔 얘기다. 그럼, 지금 느낀 그 따뜻함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키우길 바라며, 이번 매뉴얼은 여기서 마친다. 좋은 주말되시길!




▲ 크리스마스 데이트 경험담 normalog@naver.com 으로 보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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