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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2)

오지랖이 연애에 끼치는 세 가지 악영향

by 무한 2010. 10. 2.

메일로 도착하는 사연 중엔 자신의 연애 이야기가 아닌, 친구나 지인, 친척, 심지어 연예인의 연애 이야기를 주제로 한 사연들이 있다.

"7년을 사귀었으면 결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남자는 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인가요? 제 친구는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전 정말 열 받아서 가만히 못 있겠네요. 그 남자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해주고 싶은데 뭐라고 말해주는 게 좋을까요?"

"정말 이건 헤어져야 하는 겁니다. 제가 봤을 때에는 오히려 제 친구가 더 아까운데, 그 놈은 감사한 줄도 모르고 제 친구를 구박하더군요. 여성스럽지 않다느니, 살쪘다느니... 그렇게 지내면서 헤어지지 못하는 친구를 볼 때마다 답답합니다. 제 얘길 듣고 며칠 연락을 안 하기도 해봤다는데.. 그 때는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져서 또 연락하게 된다더군요... 아래 제 친구 미니홈피 주소를 적어 놓겠습니다. 무한님이 방명록으로 따끔하게 충고 좀 해 주세요."

"연예인 S씨의 얘기를 노멀로그에서 다뤄주셨으면 합니다. 연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제가 봐도 분명 S씨의 행동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는 S씨의 부인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S씨처럼 파렴치한 남자를 주의하라는 매뉴얼을 발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침드라마 찍는 것도 아니고, 이런 이야기들이 언론에선 그저 가십거리로만 다뤄져서 짜증납니다. S씨의 짓거리들을 다 파헤쳐 주세요."



간략하게 일부만 발췌해 옮겼지만, 타인의 연애를 주제로 보낸 사연들은 하나같이 길고 자세하다는 특징이 있다. 어느 대원은 친구와 나눈 메신저, 문자 기록까지 파일로 첨부하기도 했고, 또 어느 대원은 지인과 지인의 남친 미니홈피 주소, 사진 등을 첨부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의지나 생각대로 상대, 혹은 상대 커플에게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사명감의 출발이 '관심'과 '사랑'이라는 건 알지만, 그게 선을 넘는 순간 '간섭''참견'으로 바뀌는 것 아닌가.

오늘은 이처럼 '간섭'과 '참견'이 되어 버린 오지랖이 당신의 연애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도 오지랖을 낙하산처럼 펴 하늘을 날고 있을 몇몇 대원들이 있다면, 이 매뉴얼을 읽고 이제 그만 내려와 땅에 발을 디디길 바란다.


1. 짝사랑에도 오지랖의 문제가?



드넓은 오지랖은 짝사랑에서도 문제가 된다. 특히 상대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남자대원들에게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먼저, 상대는 그저 '대화'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쪽에선 '결론'을 찾아내려 안간힘을 쓰는 경우를 보자. 남녀의 차이를 다룬 매뉴얼에서 몇 번 이야기 했지만, 여자들의 대화는 '답'을 찾는 과정이라기 보단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억울함, 불편함, 황당함을 해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답'을 찾기 좋아하는 남자들은 여자와 대화를 나누며 "그건 이러이러한 일이라 꼭 그 사람이 잘못한 것 같진 않은데?"라거나 "그럼 그 문제를 해결해야지 왜 말만 하고 있어?"따위의 이야기를 하기 마련이다. 상대는 그저 "그래서 불편해."정도의 뉘앙스로 한 이야기를, 이쪽에선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하려 한단 얘기다.

실제로 상대가 도움을 필요로 해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으니, 구별하는 방법을 말하긴 어렵다. 그런 까닭에 이 과정을 겪는 대원이 있다면 '흑기사'정신으로 뭐든 하려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상대와 상의한 일이 아닐 경우 하지 말라는 말만 적어 두겠다. 센스와 융통성의 문젠데, 자신에게 이 두 가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넘치는 것 보다 모자란 것이 낫다."는 말을 지표로 삼으란 얘기다. 

둘은 그저 알고 지내는 오빠동생인 사이인데, 상대에게 '아버지'나 '선생님'이 되려는 경우도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가 진로나 인생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 당신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 아니라면, 그 부분엔 손을 대지 말자. 집에서도 터치 안 하는 '귀가시간'을 정해 상대를 압박하거나, 어느 부류와는 어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상한 얘기를 꺼내거나, 사회생활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하며 '불편한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정말 그 사람이 잘 되길 바라고, 마음이 있으니까 그렇게 얘기하는 거죠. 그게 아니라면 그런 이야기들을 하겠습니까? 잘못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항변하는 대원들도 있는데, 그 마음,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끼리니까 까놓고 말해보자. 당신이 상대에게 하는 충고들은 그저 당신을 상대에게 대입해서 낸 '당신의 답'아닌가. 그 답으로 인해 상대가 불편하지는 않을지, 아니면 당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는 다른 답을 구하진 않았을지,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고 하는 이야기들은 '참견'이며 '간섭'일 뿐이다.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선생님조차 "이 아이는 어떤 분야에서도 성공하기 힘들 겁니다."라는 얘길 했던 사람이 있었다. 당신은 그에게 원만한 인간관계의 필요성, 배워서 남 주냐는 얘기, 사회생활의 냉혹함 등을 설명해 줄 생각인가? 그의 이름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다.

상대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과, 상대에게 관심이 있기에 꺼내는 충고 등이 상대에겐 불편하게 느껴지는 '맞지 않는 옷'이 될 수 있단 얘기다. 그런데 왜 "넌 이 옷이 제일 잘 어울려. 이 옷을 입어."라는 얘기만 하는가. 내가 당신이 잘 되기를 바라기에 당신이 가는 곳을 24시간 CCTV로 감시하며 잠시라도 허송세월하거나 쓸데없는 짓을 했을 때마다 지적한다면, 당신은 숨 막히지 않겠는가? 지금 당신이 들여다보고 있는 건 상대의 손바닥이 아니라 당신의 손바닥이라는 걸 기억하자.


2. 타인의 연애에 대한 오지랖, 치명적 약점

 

오지랖 얘기를 할 때마다 항상 기억나는 인물이 있는데, 친구들의 연애를 위해서라면 언제나 자신을 희생하던 김참견군(28세, 무직)의 이야기다. 꼬꼬마 시절, 학원에서 현규가 승미에게 고백하려 준비할 땐데, 참견이가 그 얘기를 듣고 자신이 승미를 강의실에서 불러주겠다고 했다. 평소 여자애들에게는 그닥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 걱정되었지만 참견이가 "나만 믿어."라고 강하게 나오는 까닭에 지켜보기로 했다.

강의실에 들어간 참견이는 승미에게 "야, 잠깐만 나와봐."라고 했고 승미는 불쾌한 표정으로 "왜?"라고 말했다. 나는 현규와 강의실 창문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고, 참견이는 승미가 순순히 따라 나오지 않자 잠깐 멈칫 하며 우리를 봤다. 그리곤 다시 승미에게 "할 얘기 있으니까 잠깐만 나와 보라고."라고 얘기를 했고, 승미는 짜증을 섞어 "뭔데? 여기서 말해."라고 답했다. 주변의 다른 여자애들도 모두 주목하는 상황, 우리를 다시 힐끗 바라 본 참견이가 강하게 말했다. "쫌 나와 보라고!" 그리고 이어지는 승미의 대답.

"꺼져. 재수없어."

그렇게 참견이는 힘없이 터벅터벅 강의실 밖으로 나와 추수를 마친 농부의 표정으로 우리에게 말했다.

"야, 쟤, 안 나오는데?"

그 무렵 참견이가 담배를 배웠던 것 같다. 아무튼, 그 이후로도 참견이는 여러 가지 전설을 만들었다. 진환이의 마음을 거절한 영미에게 전화를 걸어, "야, 내가 이렇게 부탁한다. 진환이랑 사귀어 봐라. 내가 이렇게까지 부탁한다. 진짜."라는 얘기를 했고, "네가 뭔데?"라는 대답을 들으며 별이 되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어울리며 길거리를 지나다 누군가 괜찮은 여자가 지나갔다는 얘기를 하면, 항상 참견이가 가서 대신 번호를 따오겠다며 나섰고 자기 돈 들여가며 친구의 소개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그런 참견이가 자신의 오지랖에 회의를 느끼며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해도, 쟤들은 고마운 걸 몰라."

이 대사를 오지랖 특공대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특히 싸운 연인들에 대해 참견하길 좋아하는 대원들에겐 "물 베기 하는 분에게 전기톱을 주지 마세요."라는 얘기를 덧붙인다. 다른 사람들은 양말에 신발까지 신고 살아가는데, 혼자 남의 일에 발 벗고 나서지 말란 얘기다. 결국 아픈 건 자기 발이다. 타고난 오지랖이 발동하더라도 남의 연애에 대해서는 방청객 입장 정도만 취하자. 무대로 뛰어드는 순간 '난동'이 되니 말이다.


3. 커플부대원은 오지랖에서 자유로운가?



커플부대원의 경우, 짝사랑 시 발생할 수 있는 '상대에게 선생님이 되는 문제'와 더불어 '연인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더 커서 발생하는 문제'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커플부대원의 경우 상대가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이별'을 인질로 삼아 협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도착한 사연엔 남자친구가 "네가 다니는 회사는 비전도 없고, 결혼 하고서 계속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 그러니 지금이라도 공무원시험 준비해봐."라는 이야기를 했고,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는 여자친구에게 "네 생각이 그렇다면, 너와 결혼을 할 순 없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우리 그만 만나자."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을 때에는 별 느낌이 없는 법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여자친구에게 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장인어른이 될 분에게 들었다고 해 보자. 실제로 도착한 사연인데, 이번 추석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연봉은 어느 정도 되는가? 그 나이면 4000은 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회사를 옮길 생각은 없나? 24평이라도 서울에 있는 것과 변두리에 있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우리 딸 고생하지 않게 차라리 공무원 같은 걸 해 보면 어떤가? 둘 다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하는 얘기니 감정 상하진 말게나. 시간이 지나면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있을 걸세."



이런 얘기를 듣곤 "저 이 결혼 안 할랍니다."라는 이야기를 한 대원이 있었다. 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이런 얘기를 남에게 할 때는 잘 못 느끼지만, 남에게 들을 때에는 하나하나 가슴에 박히기 마련이다. 자극을 받아 열심히 살겠다는 마음 보다는 악감정이 든단 얘기다. 그러니 객관적이라면서, 잘 안다면서, 이게 해답이라면서 사랑하는 연인의 가슴에 못을 박지 말자.

자신의 연인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이 더 커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여자친구보다 친구가 먼저인 남자친구나 남자친구보다 쇼핑이 더 중요한 여자친구의 이야기들처럼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타인의 일에 간섭하느라 사랑하는 사람을 외롭게 만들지 말란 얘기를 해 주고 싶다.

아, 그리고 '남자친구 친구 아버지 장례식'에 대한 사연을 보낸 여자대원에게는, 둘이 가기로 한 여행보다 당연히 남자친구 친구 아버지의 장례식이 먼저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행 취소로 아무리 짜증났더라도 "왜 하필 이때 돌아가셔 가지고."라고 말한 건 분명 당신의 잘못이다. 그건 남자친구의 오지랖이 아니라 정말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일 아닌가. 그 일로 헤어지자고 한 남자친구 탓만 하지 말고, 입장을 바꿔서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인간성에 대한 완벽한 실망이 될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오지랖, 그게 마음대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없는 거란 것도 안다. 이제 괜히 남의 텃밭에 가서 삽질하는 일을 멈추고 싶은데 몸이 계속 남의 텃밭으로 향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의 근본에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것도 안다.

그 마음들을 자신에게 집중해 보자. 내 밭에 과일이 무르익어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법 아닌가. 타인의 밭만 계속 돌보면 내 밭의 작물들은 녹아버릴 것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타인의 야박함을 질타만 할 것이 아니라, 내 밭을 먼저 풍요롭게 가꾸잔 얘기다. 오지랖이라는 낙하산을 타고 하늘을 날 때에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겠지만, 당신에게도 편안하게 누워 쉴 곳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 열정과 관심을 자신에게 쏟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쉴 수 있는 커다란 보금자리를 만들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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