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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천오백자연애상담

헤어진 지 두 달, 남친에게 잘못했던 것들만 생각나 괴로워요

by 무한 2017. 9. 28.

지영씨가 남친에게 잘못한 것보다, 남친이 지영씨에게 잘못한 게 더 많은데? 그리고 처음부터 세세하게 짚어보면 그는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고 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자긴 고칠 것 없이 그냥 그대로 연애하면 되고 연인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고쳐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인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연애 중 그 사람이 보는 저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저를 만나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그런 식이라면 이별 후 이별에 대한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며, 상대에게 지적당하거나 상대가 화를 낸 지점에서 내가 잘못했던 기억만을 되새김질하며 괴로워해야 한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연애의 오답노트를 정리해 보는 건 ‘내일의 나’를 돕는 작업이지만,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그걸 다 고칠 테니 지금이라도 다시 기회를 달라고 해볼까….’라는 생각만 하는 건 내일의 나를 죄인으로만 두는 것과 같다.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연인, 좋다. 다 내 마음대로 해도 이해해주고 나를 자신보다 아껴주는 걸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여자친구에게는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하면서 자신은 데이트 미루고 당구나 치러 다닌다면, 그건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 아닐까?

 

여친에게는 옷차림과 태도를 지적하면서, 자신은 여자친구가 담배와 술을 줄여 달라 말해도 나중으로 미루며 게임이나 할 뿐이라면, 그것 역시 그냥 이기적이고 오만한 지적질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연애는 서로의 마니또가 된 듯 하는 건데, 내 마니또에게 날 챙겨주고 나를 위해 해줄 것들만 이야기를 할 뿐 내가 마니또에게 해줄 것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침묵한다면, 그건 그저 일방적인 관계를 원하는 것 아닌가.

 

지영씨 입장에서는 남친에게 지적받았던 부분들이 ‘내가 잘못했던 일’로 여겨져 ‘내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이별이 찾아오진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연을 보면

 

‘남친 자신은 지영씨에게 뭘 얼마나 잘하고 얼마나 관계를 위해 희생했다고 저러는 거지? 자긴 원래 연락 잘 안 하는 타입이니 그건 여친이 이해해야 하는 거고, 반면 내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여친은 다 고쳐야 한다고 말할 뿐이면서? 게다가 그렇게 까다롭고 지적질 잘 하시던 분이 이별은 카톡이별을 택했네? 그것도 여친이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말 꺼내자 말 나온 김에 정리하자는 식으로?’

 

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난 지영씨에게, 당장 상대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았다는 것 때문에 다급함과 미련 가득한 모습으로 침전하지만 말고, 상대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 맞는지, 그리고 연애 중 상대는 지영씨를 위해 뭘 얼마나 어떻게 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한 번 돌아보길 권해주고 싶다.

 

 

우리끼리니까 빙빙 돌리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말하자면, 난 이 연애가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것처럼 보였던 부하직원에게 여자친구의 자리를 주었으나, 사귀어 보니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며 바라는 게 있는 것 같고 잔소리도 하려 들어서 정리한 것.

 

이라고 생각한다. 썸을 탈 때 지영씨는 상대에게 선물도 하고, 또 상대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같이 보러 가자고 먼저 제안했다. 때문에 상대는 ‘사귀면 저렇게 내 팬클럽이 되어 내조를 잘 할 사람’이라 생각하며 연애를 시작한 건데, 사귀어보니 이 관계에서도 자신에겐 의무와 책임이 주어져 있던 거다. 사실 그건 연애를 하려면 감당해야 할 당연한 것들인데, 좀 쉽고 편하며 자유로운 연애나 하고 싶었던 상대에겐 귀찮은 일로 여겨졌던 것 같다.

 

지영씨가 내 여동생이었다면, 난

 

“걔 너한테 한번이라도 져준 적 있어? 지적질에 네가 당황해서 어버버버 하고 있을 때에도 꼭 2절까지 하면서 지 할 말만 했던 애잖아. 그리고 지가 부탁한 걸 네가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을 때, 걔가 뭐라고 했어? 넌 뭐 그런 것도 안 준비해놓고 사냐고 그랬지? 야, 연인이라면 세상 사람들이 다 한 쪽의 허물을 지적하고 욕하는 상황이 와도 자신은 그 허물을 덮어주고 가려주려 하는 법인데, 그건 고사하고 남들도 안 그러는 걸 걔가 너한테 지적하고 말했던 거잖아. 걘 좋은 애가 아니야.

그리고 네가 서운한 점에 대해 말할 때 걔가 일순간 짜증내며 인상 쓰고 노려봤지? 그게 걔 본심이라고 보는 게 맞아. 여름에 데이트 할 때, 더위 때문에 둘 다 지쳤던 상황에서도 걔 본래 모습이 나왔잖아. 너한테 뭐라고 했어? 짜증난 표정으로 ‘아 잡지 마. 더워.’했잖아. 딱 이거 하나만 두고 애정이 있네 없네를 보라는 건 아니지만, 전부 다 종합해 보면 걔가 어떤 마음으로 널 대했던 건지를 알 수 있을 거야. 카톡으로 그렇게 이별통보를 해놓고는, 이후 업무시간에 카톡으로 업무 얘기하자 사내 메신저로 딱 잘라 대답하는 남자, 진짜 별로야. 뭐냐 그게.”

 

라는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다. 당장이야 막 꽃필 것 같던 연애가 피기도 전에 지는 것 같으니 다급하겠지만, 한 발짝 떨어져 다시 보면 ‘대체 왜 저런 남자의 간택을 받으려 아쉬운 모습 보이며 문제투성이로 여겨져야 하는지?’라는 의문이 들 테니 말이다.

 

이젠 남보다 못한 사이처럼 더 냉랭하게 구는 상대를 보며 ‘내가 뭔가를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걸 거야. 더 잘 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만 하지 말고, 그와 만날 때 행복하고 즐거웠는지, 정말 힘이 되고 위로가 되며 보금자리처럼 여겨지긴 했었는지를 다시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여기서 보기엔 남들 2년 사귀는 동안 당할 지적질과 엄포를 지영씨는 두 달 사이에 다 당하며 카톡으로 이별통보까지 받은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니, 가만히 돌아보면 사실 그래야 할 이유도 없는 다급함에서 벗어나, 이번 연애 이전 사람들의 애정을 받으며 반짝반짝 하던 그 모습을 다시 되찾길 바란다. 여덟 살 많은 이기적인 아조씨의 ‘지 맘대로 품평’은 개나 줘버리라고 여기며, 털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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