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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먼저 연락하지 않는 소개팅녀, 마음이 없어서 그런 건가요?

by 무한 2016. 7. 23.

마음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 재미는 확실히 없다. 재미가 없으니까 연락도 없는 걸 거고, 그 두 가지가 다 없으니 마음도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위트가 없으면 다정함이라도 있어야 하고, 센스가 없으면 경청이라도 할 수 있어야 하며, 말주변이 없으면 과감함이라도 있어야 한다. 이런 게 그냥 다 전부 없는 거라면, 밥과 깍두기만 가지고 손님대접을 해야 할 때처럼 난감한 상황이 되고 만다. 그 깍두기가 정말 놀랄 정도로 맛있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밥상을 상대가 맛있게 먹을지 아닐지를 묻고 있는 L군에게 난 솔직히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기 어려울 것 같고, 밥과 깍두기만으로 밥상을 차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왜 냉장고에 있는 뭐라도 사용해 국이라도 하나 끓여야 하는지를 이야기 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인사 한 뒤 자기 얘기만….

 

아래 질문에 대답해 보자.

 

- 상대가 최근에 본 영화는?

- 상대의 직장 회식은 언제?

- 상대가 얼마 전 친구 만났을 때 한 일은?

 

L군은 내게

 

“그건 모르겠는데요. 그런 걸 아는 게 중요한 건가요? 지금이라도 물어볼까요?”

 

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난 저 지점들을 아는 게 중요하단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난 두 사람의 카톡대화를 통해 L군이 최근에 본 영화가 뭔지, 직장 회식을 언제 했는지, 얼마 전 친구 만났을 때 뭘 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저것 외에도 L군에 대해서는 취향까지 파악이 될 정도로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상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왜?

 

- L군이 자기 얘기만 했을 뿐, 묻지 않았으니까.

 

면접 보듯 상대의 물음에 대답만 할 뿐 잘 되묻지 않는 건, 대인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징이다. ‘쉬는 날 주로 무엇을 하는가?’라는 주제가 나왔다면 이쪽이 먼저 대답하더라도 상대에게 되물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쉬는 날 난 주로 영화를 봄.”

“최근에 본 영화 ***인데 완전 재미있었음.”

“이런 영화는 사실 극장에서 봐줘야 하는데 블라블라.”

 

라며 혼자 신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되묻기를 권하고 나면, 이걸 그저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여, 상대에게

 

“난 주말에 이러이러한 걸 했어. 넌? 아, 그랬구나.”

“난 이제 밥 먹으려고. 넌? 아, 그렇구나.”

“난 오늘 저녁에 뭐뭐 하려고. 넌? 응, 잘 해.”

 

라며 기계처럼 묻기만 하는 경우가 있다. 난 누가 봐도 영혼 없이 ‘되묻기를 위한 되묻기’라는 걸 알 수 있는, 저런 리액션은 안 하는 것만 못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상대가 어떤 친구들을 만나는지 답했으면 “중학교 때 친구들? 다 오래 사귄 친구들이겠네?”정도의 질문으로 이어가야지, “그래. 재미있게 놀아.”라고 말하면 더는 대화하고 싶어지지 않을 수 있다.

 

 

2. 월요일에 연락하고, 다음 연락은 금요일에?

 

월요일엔

 

“좋은 한 주 보내~”

 

라는 이야기를 한 뒤, 한참 지나 금요일에

 

“좋은 주말 보내~”

 

라는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썸 타는 사이가 된 것도 아니고 해서, 자주 연락하면 부담스러울까봐 연락을 자주 안 했던 것입니다.”

 

그럼 대체 언제 친해지고 썸은 어떻게 타려고 그러는 건가? L군이 하는 얘기는

 

“제가 카메를 사긴 했지만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아니고 해서 많이 찍진 않고 있습니다. 나중에 잘 찍게 되면 그때 많이 찍을 예정입니다.”

 

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사진을 잘 찍고 싶으면 일단 많이 찍어봐야 하는 건데, L군은 카메라를 가방에만 넣어둔 채 ‘잘 찍게 되는 날’이 오길 기다리고만 있는 것 아닌가.

 

L군이 3, 4일 만에 연락할 때마다 급속도로 ‘예의상 대답’으로 변해가는 상대의 태도를 보길 바란다. 그 전엔 막 두 시간씩 대화도 하고 그랬는데, L군이 며칠 만에 연락하니 두 문장으로 대화가 종결되는 경우도 생기지 않는가.

 

그리고 L군은 며칠 만에 연락해선 생존신고만 한 뒤 퇴장하는 까닭에, 둘의 대화는 약속조차 잡을 일 없는 사람들의 형식적인 안부 인사처럼 되어가는 중이다. 상대가 정말 놀랍도록 대화를 잘 이끌어 가주고 계속 L군에게 질문을 해주니 그나마 여기까지 온 거지, 보통의 경우였으면 둘의 대화는 3일 만에 종결되고 말았을 것이다. 안부 물은 뒤 자기 얘기 하다가 상대가 좀 지루해하는 것 같으면 끝인사 하는 남자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들어주며 언제나 반갑게 맞아줄 여자는 많지 않다.

 

연락하는 타이밍에 대해 너무 고민할 것 없이, 하루의 시작과 끝 정도는 L군이 챙겨도 된다. 이게 L군을 밀어내는 사람에게 L군이 들이대는 게 아니라, 소개팅으로 만나 상대도 L군에게 호감을 보이는 중에 하는 연락 아닌가. 그러면 L군이 상대를 초대했다 생각하며 뭘 좀 내오거나 말이라도 걸려 해야지, 그저 소 닭 보듯 멀뚱멀뚱 보며 ‘왜 아무 말도 없지? 나한테 마음이 없는 건가?’하고 있는 건 좀 심각한 문제다.

 

 

3. ‘좋은 인상’만을 심어주려 하다간, 경직될 수 있다.

 

L군이 내게 보내는 신청서에 쓴 그 문장들을, L군의 친구와 지인들도 보고, L군의 부모님도 보신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자체 필터링 과정을 거쳐야 하는 까닭에 경직된 채 글을 쓰게 되며,

 

‘이 문장은 친구 A가 보면 날 이러이러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 다르게 고쳐써야겠다.’

 

라며 계속해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밤에 열심히 쓴 글을 아침에 읽어보곤 모두 지워버릴 수 있으며, 혹시 누군가가 비웃을만한 문장이 들어간 것 같아 계속해서 ‘고쳐 쓰는 일’에만 매달릴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는 것에만 함몰되면, L군 본래의 모습은 사라지고 누가 봐도 그냥 무난할 뿐인 모습만 보여주게 될 수 있다. 배우가, 영화 촬영 현장이 아닌, 어느 시상식에 초대되어 테이블에 앉아 있을 때의 모습과 비슷해지는 거라 생각하면 되겠다.

 

L군과 상대의 대화를 읽다 보면, 겉핥기식 이야기들만 오가며 한 뼘도 깊이 들어가지 않아 지루해지고 만다. 상대가 친구 애 돌잔치가 있어서 이번 주말에 못 만날 것 같다고 하면 친구가 결혼을 일찍 했다는 이야기도 하고 좀 그래야 하는데, L군은 그저

 

“아 글쿠나 ㅠㅠ”

 

하고 말 뿐이다. 그러고는 대화의 목적이 사라진 사람처럼 “굿밤~”이라며 서둘러 대화를 종결하고 말이다.

 

얼른 더 자주 연락하고, 많이 만나고, 썸 타다 연애까지 이어지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내가 늘 얘기하듯 상대라는 한 사람에 대해 관심을 좀 가졌으면 한다. ‘상대와 볼 영화를 결정하기 위해서’라는 목적만을 가지고 대화할 게 아니라, 정말 상대가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 물어보고자 질문하잔 얘기다. 상대를 아는 게 먼저고 그 다음이 연애다. 연애라는 목적을 위해 상대에게 힌트 달라고 하듯 질문해선 안 된다.

 

L군이 정말 상대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상대를 탐험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가면, 상대가 길 가다 새하얀 고양이만 보게 되어도 바로 L군에게 먼저 연락할 것이다. 지금 여기 이런 고양이가 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3, 4일에 한 번 연락하며 겉핥기식 대화를 할 뿐이라면,

 

L군 – 오늘 쉬는 거지? 한 주 수고 많았어~

상대 – 고마웡 ㅎㅎ 너도 수고 많았어~

상대 – 아, 나 며칠 전에 하얀 고양이 봤어. 완전 새하얀 고양이.

L군 – 우리 동네에도 고양이 있어.

L군 – 페르시안 고양인데, 누가 키우다 버렸나봐.

L군 – 고양이 버리는 사람들은 진짜 벌 줘야 해.

(상대에게 답톡이 오지 않음)

L군 – 지금은 페르시안 고양이가 먼지 너무 많이 묻어서 회색 고양이가 됐어.

상대 – 불쌍하다 ㅠㅠ

L군 – 불쌍하지 ㅠㅠ 내가 입양해서 키울 수도 없는 상황이고….

(상대에게 답톡이 더 오지 않음)

L군 – 아무튼 주말 잘 보내~

상대 – 응응. 너도~

 

라는 대화로 끝나고 말 것이다. 저런 경우엔 상대가 며칠 전에 봤다는 새하얀 고양이 언제 어디서 본 건지, 고양이 상태가 어땠는지, 혹시 사진 찍은 게 있는지 등을 좀 물어보면 된다. 그러면서 자연히 애완동물 키워본 적 있냐는 이야기로 이어나가도 되고 말이다. 몸에 잔뜩 들어간 힘 좀 빼고, 친한 친구와 대화할 때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좀 나누길 바란다.

 

 

상대가 점점 말이 없어지는 건, 마음이 없어서라기보다는 L군이 저런 형태의 대화만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라는 얘길 다시 한 번 해주고 싶다. 누군가를 집에 초대해서 라면이라도 끓여주는 상황이라면, 하나만 넣은 달걀도 상대에게 일단 상대에게 권하고 상대 그릇과 수저를 내 것보다 좋은 것으로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상대가 내 ‘라면 먹는 모습’을 보려고 와 있는 것도 아닌데, 내꺼 다 챙기고 달걀도 내 그릇에 덜면 상대는 분명 오래 머물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위의 일들은, L군이 나쁘다거나 좋은 사람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경험이 없고 잘 몰라 벌어진 일들이다. 다만 이걸 계속 모른 채 ‘나한테 마음이 없는 건가?’하는 고민만 하고 있으면 답이 안 나올 수 있으니, '얼른 사귀는 것'보다는 '상대'에 더 집중하며 L군의 마음을 표현해 보길 바란다.

 

자 그럼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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