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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고지식한 사람들에게 연애가 어려운 이유는?

by 무한 2016. 6. 7.

남에게, 특히 이성에게 뭔가를 받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솔로부대원들이 있다. 난 그 대원들을 ‘솔로부대 고지식 중대원’이라고 부르는데, 만약 내가 솔로부대원이며 ‘고지식 본부중대’에 속하는 한 여성대원에게 행운의 2달러를 선물하면, 그녀는

 

“너무 불편해요. 제가 어떻게 갚으면 되죠? 환율 1200원으로 계산해서 원화로 드리면 되나요? 어떻게 갚으면 되는 건지 말해주세요. 그리고 2달러를 주신 진짜 의미가 뭔지 좀 말해주세요. 아무 사이도 아닌데 2달러를 줄 리는 없는 거잖아요. 2달러를 받는 것 때문에 저는 지금 아무 것도 못하고 있어요. 그냥 도로 가져가시며 안 되나요? 혹시, 마음이 있어서 2달러를 주신 거라면 왜 꾸준히 선톡(먼저 카톡으로 연락하는 것)은 안 하시는 거죠? 아 진짜 머리 터질 것 같아요.”

 

라며 괴로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또, 그녀가 ‘아는 남자’를 대할 때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과 달리, ‘썸남’이나 ‘남친’이 된 상대에게는 보다 엄격한 기준의 ‘바라는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정말 좋아하는 거라면, 제게 그 정도쯤은 해줄 수 있었을 텐데요.”

“순위에서 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가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의 반응은, 제가 기대했던 반응보다 한참 모자란 것이었습니다.”

 

관계, 또는 연애에 임하는 자세가 이렇게 경직되어 있으면, 매번 누구를 만나든 ‘이 사람도 아닌 듯’이란 생각으로 결국 상대와의 연을 잘라 내거나, ‘내가 바라는 관계’만을 고집하다 상대를 질리게 만들 수 있다. 오늘은 이런 대원들을 위해,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살펴보자.

 

 

1. 사귈 거 아니면 남남.

 

고지식한 대원들은,

 

나에게 조금이라도 호의를 보이는 이성 = 내게 관심 있는 이성

 

이라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제 갓 친해진 어느 이성이 연락을 해 올 경우

 

‘이 사람이 내게 관심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기대를 펼치고, 머지않아 상대와 사귀게 될 거라 생각하곤 한다. 내가 매뉴얼을 통해 늘 얘기하듯 이성은 ‘아는 오빠’, ‘아는 동생’, ‘동네 친구’, ‘동호회 친구’ 등의 다양한 카테고리에 분류될 수 있는 건데, 이 대원들은

 

- 나와 곧 사귈 사람.

- 남인 사람.

 

이라는 두 카테고리에만 이성을 분류하는 것이다.

 

물론 그 중에는 다양하게 카테고리를 나누어 놓고 있는 대원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대원이라고 해도, 자신이 정해둔 ‘친함’의 기준을 넘어서는 이성이 있으면, 곧바로 저 위의 두 가지 카테고리 중 어느 것에 넣어야 할지 결정하려 마음이 급해진다. 예컨대 ‘학교 선배’라는 카테고리에 분류해 둔 채 최대한 학업이나 학과와 관련된 얘기만 하던 이성이 사적인 연락을 해오면,

 

‘뭐지? 나 좋아하나? 왜 카톡을 보냈지? 친한 선후배라고 해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카톡을 하는 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닌데, 상대는 무슨 마음으로 이러는 거지?’

 

하며 패닉에 빠지는 것이다.

 

저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내게

 

“무한님이 보시기에도 그 시간에 카톡을 하는 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 않나요? 그래서 전 정말 신경 쓰이고 헷갈립니다.”

 

라는 하소연을 하는 대원도 있는데, 난 그런 대원들에게

 

“일반적이든 아니든, 상대가 변칙적으로 다가오더라도 좀 그것에 맞게 대응해 보세요. 이게 뭐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 사이에 연락하면 일반적인 거고, 저녁 10시부터 12시까지는 의뭉스러운 거며, 저녁 12시부터 새벽 4시 사이에 연락한다고 음흉한 건 아니잖아요. 상대가 무례하게 굴거나 이쪽이 불쾌함을 느낄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면, 오로지 ‘목적이 뭐냐?’라는 것만 알아내려 눈에 불을 켜지 말고 그냥 그렇게 지내보세요.”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2. 타인을 향한, 타인에게만 너무 엄격한 기준.

 

위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한 여성 대원이 ‘뭐지? 나 좋아해서 이러는 건가?’하는 생각으로 상대를 바라보다가, 그게 아닌 것 같자 한 이야기를 보자.

 

“바로 이날, 제가 어장관리 당한 거라는 사실을 제대로 깨달은 것 같습니다.”

 

기대만 앞세우고 있었던 까닭에, 너무 빨리 상대에게 분노하고 만다. 그녀가 이어서 한 말도 보자.

 

“굉장히 신경 쓰이고 힘들더라고요. 정말 이분 카톡을 차단해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시험기간에 이 사람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휘둘리는 게 엄청 힘들었거든요.”

 

보통의 경우, 그럴 땐 ‘내 의사’를 밝히기 마련이다. “이쪽으로 올 지도 모른다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는데, 안 오시나요?”정도의 카톡만 보내도 바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 않았는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나에 대한 마음이 있나, 없나’만을 보려고 뒷짐 진 채 벼르고만 있다가, 결국 혼자 마음고생만 하게 되고 말았다.

 

또, 누군가가 ‘이따가 그쪽에 갈 수 있으니 볼 수 있으면 보자’라는 이야기를 했을 땐, ‘나도 이따가 봤으면 좋겠다’는 뉘앙스의 대답을 해줘야 하는 거다. 추임새를 넣어줘야 대화가 매끄러운 법이고, 누군가가 연락을 하면 반갑게 맞아줘야 또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아닌가. 이런 리액션을 생략한 채 그냥 누가 오면 오나보다, 가면 가나보다 하고 있으면, 그 철저히 수동적인 태도에 상대의 호감도 식어버리고 말 것이다.

 

더불어 상대에 대해서만 매의 눈으로 관찰하며 ‘이러는 건, 경우가 아니지.’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이쪽이 상대에겐 어떻게 보일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길 권한다. 위의 사연을 보낸 여성대원은 상대에게 음료 챙겨준 적 있고, 쿠키도 구워다 준 적 있다. 상대 역시 고지식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행동에 대해

 

‘얜 나에게 마음이 있는 게 틀림없어. 안 그러면 쿠키까지 구워다 줄 리 없잖아?’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연락을 하면 받아주지만 선톡을 하는 일 없고, 만나자고 하면 ‘만나면 만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라는 태도를 보일 뿐이라면, 오히려 그걸 두고 상대가 이쪽의 태도를 ‘어장관리’로 봐도 이상하지 않다. 고지식함의 최대 단점이 자칫하면 ‘남에게는 엄격하고, 나에게는 관대한 태도’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니, 자신이 과연 그 밸런스를 잘 맞추고 있는지를 때때로 돌아보길 바란다.

 

 

3. ‘이상적인 연애’에 대한 강박.

 

상대도 사람인 까닭에 실수할 수 있고, 시행착오도 겪을 수 있다. 난 매뉴얼을 통해 ‘떠보기’나 ‘주변에 도움 요청하기’ 등을 지양하길 권하고 있지만, 그게 누구라도 불안한 마음이 되면 저지르기 쉬운 일이니 하지 말자는 거지, 그런 일을 저지르는 순간 ‘인간 실격’의 판정을 받고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혀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이상적인 연애 상대의 모습을 미리 정해둔 채, 현실의 상대를 평가하며 오로지 ‘감점’만 해나가진 말자. 그래버리면, 누굴 만나든 ‘얘는 이래서 불합격, 쟤는 저래서 불합격’의 결론만을 내리며 다가오는 모든 이성과의 연을 잘라내는 일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상대가 지나가는 말로라도 약속을 해놓곤 지키지 않는 등의 행동을 한다면 그것에 대해 분명히 말하고, 기다리게 만들었으면 이쪽이 기다렸다는 걸 어필하자. 이렇게 짚을 건 짚고 밝힐 건 밝히고 넘어가야지, 그렇지 않고 ‘지켜보다 잘라낼 생각’으로 가만히 있으면, 상대는 이쪽을 또 가마니로 볼 수 있다. 자꾸 지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늦지 말라고 주의를 준 뒤 다음번엔 안 늦는지를 봐야 하는 거지, 속으로 상대가 늦는 횟수를 체크하다가 ‘세 번 늦었으니 너는 이제 아웃’이라는 판정만 내리면 조율이 불가능해진다.

 

상대와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감정과 생각을 꺼내 상대에게 전달해야 상대도 알 수 있는 거지, 그걸 혼자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으면 상대는 알 방법이 없다. 단, 감정과 생각을 밝히는 것이 ‘일방적인 주장’은 아님을 잊지 말자. 주장을 하더라도, 상대의 주장과 이쪽의 주장은 같은 무게를 지닌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고 우기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 있으니, ‘설명’의 느낌으로 전해보길 권한다.

 

혹 이별을 하게 된다면, 그땐 이쪽의 고지식한 성향 때문에

 

‘어떻게든 되돌려야 해. 이 연애가 이렇게 끝나면 내 연애 이력과 삶은 엉망이 되고 말 거야.’

 

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길 권한다. 고지식한 성향을 지닌 대원들은 헤어지자는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미련까지 전부 다 털어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직전의 연애’를 어떻게든 되돌려야 한다는 강박을 갖는 경우도 있다. 특히 자신의 잘못으로 이별이 찾아왔다고 생각할 경우 ‘내가 망쳤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2년이고 3년이고 계속 표류하곤 하는데, 누구든 사귀다 헤어질 수 있는 것이니 그 이별로 인해 모든 게 끝났다거나 다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진 말길 권해주고 싶다.

 

학창시절 자신의 옆에 앉았던 짝꿍들 이름 전부 다 기억하며 사는 사람 없고, 지금까지 만난 모든 사람과 여전히 연락하며 지내는 사람 없지 않은가. 연애 역시 사귀다 보면 헤어질 수 있는 거고,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 만나게 될 수 있는 거니, 모든 게 자신이 생각하는 제자리에 있어야 된다는 강박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았으면 한다.

 

훌륭한 운동선수라도 이번 시즌에 좀 못할 수도 있는 거고, 어느 게임에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어느 게임에서 한 번 졌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운동선수가 있다면 그에게 그 괴롭힘의 시간이 전부 슬럼프가 되고 마는 것처럼, 연애에서도 남들 다 잘 지내는데 혼자 식음을 전폐하거나 괴로움을 잊으려 술만 찾으면 영혼이 피폐해지고 피부엔 주름만 는다는 걸 기억해두길 바란다. 웃지 않는 사람은 사랑스럽지 않은 법이니, 사랑스러워지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웃을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 나가자.

 

 

자, 오늘 준비한 얘기는 여기까지다. 새끼 고양이들 이름 공모는, 총 160명의 독자 분들께서 참여해주신 결과

 

1.조니/대니 – 46표

2.짜장/카레 – 41표

3.별이/연이 - 30표

4.초콜릿/캐러멜 -25표

5.깜냥/꽁냥 – 12표

6.흑자/노른자 – 6표

 

로 ‘조니/대니’로 정해졌다. 연휴 동안 통계를 낸 후 이미 그렇게 부르고 있긴 한데, 고양이들은 강아지들과 다른지 소리에 별 관심을 안 보인다. ‘손’이라는 명령어 연습시키려고 손을 내밀며 말하면 그냥 발톱 세운 발로 ‘저리 치위’라고 말하듯 툭 쳐버리고 만다. 둘 다 이제 이빨이 많이 나서, 가끔씩 손을 무는데 깜짝깜짝 놀란다. 배변도 전에는 휴지로 톡톡 치면 엉덩이 갖다 대며 해결했는데, 이제는 지들이 바닥을 긁은 뒤 거기다 해결하곤 자꾸 묻으려고 든다. 어미로부터 배운 적도 없는데 알아서 척척 해나가는 게 신기하다.

 

‘조니/대니’라는 이름이 <왕좌의 게임>을 본 사람들에게는 금방 설명할 수 있는데, 안 본 사람들에게는

 

“<왕좌의 게임>이라는 미드가 있는데, 거기에 ‘존 스노우’와 ‘대너리스’라는 주인공들이 있다. 그 주인공들의 이름에서 ‘조니’와 ‘대니’를 따온 거다. 소설에서는 ‘대너리스’의 애칭이 ‘대니’인데, 그렇기 때문에 ‘대니’로 한 거지 ‘대니얼’에서 따온 게 아니다. 여자 주인공 이름이고, 그 이름을 받은 건 암컷 새끼 고양이다. 세 가지 색이 섞인 고양이는 무조건 암컷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라며 긴 설명을 해야 해서 좀 그렇다. 어머니께서는 ‘별이/연이’라는 이름이 예쁘다며 마음대로 ‘별이/연이’로 부르시고 있는데, 그러지 마시라고 좀 더 부탁드려야 할 것 같다. 어차피 무슨 이름으로 부르든 녀석들이 못 알아듣는다는 게 함정이긴 한데, 여하튼 ‘조니/대니’라는 이름이 녀석들에게도 각인될 수 있도록 매일 몇 번씩 불러줘야겠다. 연휴 끝난 뒤라 그런지 좀 몽롱하긴 한데, 다들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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