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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스킨십은 하는데 고백은 없는 남자, 어떡해? 외 1편

by 무한 2016. 3. 18.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이 안 나는데, 섹드립을 나누는 사이는 이후 상대와 그쪽으로 경험을 갖게 될 확률이 70% 정도 된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상대와 섹드립이나 음담패설을 나누다 보니 경계심이 사라지고, 나아가 터부시 되는 이야기들을 상대와 나누고 있다는 것이 '특별한 관계'라는 생각까지를 불러일으켜 일이 벌어지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면 또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아닌가요? 저도 좋아서 그런 거니 문제없는 것 같은데요?"

"저도 즐긴 거니 상관없어요. 만나 보다가 아니면 끊으면 되는 거잖아요."

 

라는 이야기를 하신 분들이 등장하곤 하는데, 난 거기까지 참견할 생각이 없다. 그렇게 살기로 하신 분들이 그렇게 사시는 건, 선택과 책임 모두 본인들의 몫으로 두기로 한 거니 내가 가타부타 할 일이 아니다.

 

다만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그게 꾸러기들의 설계인지도 모른 채 당하는 분들이나, 칭찬을 이용한 덫이라는 걸 모른 채 낭만적으로만 해석하는 분들을 위한 것이라는 걸 밝힌다. 남자가 '속궁합' 이야기로 설계하면, 훗날 헤어지게 되더라도 '이쪽으로는 날 잊지 못할 여자로 기억하도록 만들어 주겠어'라며 애쓰는 여자를, 남자는 뒤에서 그저 '멍청한 여자'쯤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스킨십은 하는데 고백은 없는 남자, 어떡해?

 

난 B양과 상대가 사귀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미 사귀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상대 입장에선 일 끝나고 나서 같이 술 마실 수 있으며 썸의 달달한 기분까지 누릴 수 있는 B양을 밀어낼 이유가 없다. 사귀자는 말만 나오면 바로 연애가 시작될 것이고, 그러면 둘은 연인이 된 것이니 마음껏 불타오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난 그렇게 두 사람이 사귀더라도 머지않아 B양이 상대에게

 

"오빤 나 왜 만나? 이러려고 만나?"

 

라는 말이 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만나는 패턴을 보면 상대가 10시에 퇴근한 후 새벽까지 B양과 술을 좀 마신 뒤 들어가는 패턴인데, 이대로라면 연애를 시작해도 그 패턴에 외박 정도만 추가되는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 와중에 상대는 B양의 손목을 잡고, 손을 잡고, 어깨동무를 하는 수순으로 스킨십 진도를 밟아가는 중이며, 다른 구실을 대긴 했지만 어쨌든 '다음번엔 하루 같이 있자'는 식의 이야기를 한 상태다. B양은 상대가 싫지 않은 까닭에 '밤샘, 그것은 넘나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저도 싫지는 않아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은 저도 큰데, 아무래도 사귀지 않는 사이에 밤새 같이 있자는 말을 하는 것이 좀 마음에 걸려서…."

 

라는 이야기를 하는 중이고 말이다.

 

난 B양에게 좀 더 멀리, 크게 보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순간의 감정에만 몰두해 '사귀자는 말'만 나오면 전부 해결되는 거라 생각하지 말고, 일단 상대와 해 떠있을 때도 만나보고, 술 없이도 만나보자. 이렇게 좀 상대에 대한 전 분야에 걸쳐 알아가며 겪어야지,

 

"만약 사귀게 된다면, 저도 그쪽(?)으로는 소극적인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막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엔 그 분이 황당해 할까요? 처음엔 좀 안 드러내고 있다가 슬슬 적극적으로 하는 게 나을까요?"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당장은 상대가 좋으니 뭐든 다 함께 하고 싶겠지만, 첫 단추 놔두고 두세 번째 단추부터 끼워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 특히 스킨십에는 후진이 없으며 앞서 말한 패턴으로 연애가 굳어져 버리면, 이후 그 관계를 되돌리려는 B양의 노력은 상대에게 '징징거림'으로 보이게 될 수 있다. 그러다 상대가

 

"넌 일 끝나면 근처로 와서 술 마시고 시간 같이 보내다 집에 들어가도 아무 말 없었잖아.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우린 영화도 안 보냐느니 대화가 부족한 것 같다느니 하는 얘기를 해? 너도 좋고 나도 좋아서 편하게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갈수록 바라는 게 많아지니 버겁다. 그만 만나자."

 

라는 얘기를 한다면, B양은 마음고생만 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니 순간의 감정으로 코앞의 일만 좇지 말고, 스킨십이 연애의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으로 좀 크게 만나보길 권한다.

 

 

2. 부모님이 반대하고 남친도 확답을 안 해줘요.  

 

미신이나 종교, 또는 자녀의 결혼으로 한 몫 챙기려는 욕심으로 인한 반대가 아니라면, 부모님의 반대는 두 번, 세 번, 네 번, 많게는 일흔일곱 번까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남친과 한 번 헤어졌을 때, 제가 저희 엄마께 남친의 이성문제에 대해서도 말씀드렸거든요. 그땐 저도 남친과 헤어질 마음이었기에 얘기했던 건데, 재회 이후엔 그것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참 잘못한 것 같아요. 그냥 저희 둘만의 싸움으로 놔뒀으면 문제없었을 텐데…."

 

난 P양이 어머니께 솔직히 털어 놓은 것, 그리고 P양 어머니께서 그걸 아신 뒤 더욱 심하게 반대하시게 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P양이 내게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묻긴 했지만, 난 아무리 봐도 이 관계를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거기서 그렇게까지 고생하며 이 관계를 식장까지 이어갈 필요가 없다. 노력한다고 해서 식장에 들어갈 수 있는 관계로도 보이지 않고 말이다.

 

우선, 사람이 솔직한 것과 무책임한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어떤 남자가 여친에게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털어 놓고, 이전까지 사귀었던 여자들과는 얼마 만에 관계를 가졌다는 얘기를 하며, 그의 동거녀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여자에게서 전화까지 온다고 해보자. 그 남자는 여친에게 다 털어 놓았으니 한 점 부끄러운 것이 없는 사람이며, 동거녀라고 주장하는 여자에게 전화가 와도 당당하니 감추거나 가리는 것 없이 개방적인 사람이라 봐야할까?

 

문제에 몰입한 채 답을 구하는 것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한 발짝 물러나 그 문제가 정상적인 문제인지를 봐야 한다. P양은 신청서에

 

"차라리 안 만났으면 어땠을까, 이성문제로 부딪혔을 때 그냥 헤어져버렸으면 지금 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됩니다."

 

라고 적었는데, 지금 P양의 사연을 읽는 내 마음이 그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예전에 헤어졌으면 좋지 않았을까?'정도가 아닌 '지금 헤어지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난 P양이 이해하기로 했다는 상대의 이성문제를 제외하고서라도, 그의 계획도 없고 대책도 없고 존중도 없는 태도를 이유로 그와 헤어지길 권하고 싶다. 그는 현재 P양과의 갈등이 생기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난 받는 대로 돌려주는 사람이라 너랑 똑같이 말 한 거다."

"그만 하자. 네가 다른 남자 만나는 게 더 빠를 거다. 너랑 살면 이혼할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난 P양이 대체 뭐가 아쉽고 부족해서 그 연애를 지속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다. 결혼 전제로 만나기로 했다는 건 말이 결혼 전제지, 둘에겐 계획도 대책도 없잖은가. 명절에 상대 가족 한 번 다 같이 볼 수 없는 이 '참고 이해해야 할 것이 많은 관계'를, 난 P양이 내려놨으면 좋겠다. 난 이걸 꾸역꾸역 밀고 나가 상견례하고 식장에 들어서는 것까지 성공한다 해도 이후의 삶이 평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P양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난 이 관계를 어떻게 더 이끌어 나갈 생각을 하기 보다는, 나이나 대인관계에 대한 P양의 두려움을 버리는 것에 더 힘 쏟길 권하고 싶다. 보통의 경우 사회생활 5년차, 6년차에 접어들면 특별히 돌보지 않는 한 인간관계는 정제되고 또 정제되어 얼마 안 남기 마련이다. 꼭 어떤 문제가 있어서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일과 생활에 바쁘다 보니 멀어지고, 그러다 보면 의무적으로 보는 회사 사람들 말고는 딱히 자주 보는 지인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이걸 좀 당연한 변화로 여기며, 거기서부터 조급해하지 않고 시작했으면 한다. 남친과 사귀고 2년 지났고 이제 서른에 접어들었으니 어떻게든 결혼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겪어 봤는데 그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돌아 나와야 한다. 그저 상대와 헤어지고 누구와 새로 시작할 자신이 없어서, 또는 그나마 나를 제일 잘 아는 이성이 상대라서 그 관계를 결혼까지 이어가려 하는 건, 차 끊길 시간이 가까워 온다는 생각에 목적지도 보지 않고 아무 버스에나 올라타는 것과 비슷한 일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P양의 나이면 늦은 것도 아닐 뿐더러 남친이 막차인 것은 더더욱 아니니, 지금처럼 딱 결혼식장까지만 보지 말고 더 멀리까지 내다보며 P양을 행복하게 할 선택이 무엇인지 일흔일곱 번 고민해 보길 바란다.

 

 

위의 두 사연 외에 '외국인과의 음란채팅'에 대한 사연도 다루려고 했는데, 그건 수위만 높을 뿐더러 별 내용이 없으니 생략하도록 하자. 지구 반대편에 사는 외국인과 채팅할 경우, 어차피 만날 가능성 없기에 거짓으로 꾸며 보여줄 수 있다는 점, 상대는 그 채팅 어플 죽돌이나 죽순이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진 영상 막 찍어서 함부로 보내다간 나중에 협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 등에 대해 생각해 보시라는 말만 적어두기로 하자.

 

불금이다. 불금이라 나도 좀 나가서 뛰어 놀고 싶은데, 주말에 하겠다며 미뤄 놓은 일들이 많아 그러기 어려울 것 같다. 자정까지는 꼼짝 없이 책상 앞에 붙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노멀로그 독자 분들께서 내 몫까지 불금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일을 다 마치면, 내게 주는 상으로 갈릭치킨을 시켜먹어야겠다. 치킨이 사랑이라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 발견한 갈릭치킨은 아가페적인 사랑이었다. 치렐루야. 다들 즐거운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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