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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과거의 썸남과 만나서 원나잇을 했는데요. 외 1편

by 무한 2016. 3. 2.

사연을 받아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의 단점 중의 하나가,

 

"정말 그걸 몰라서 물어보시는 건가요?"

 

라는 질문을 하고 싶을 정도의 사연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게 궁지에 몰릴수록 판단력이 흐려지고, '혹시나'하는 희망이라도 품어보고자 하는 일이 생겨 벌어지는 일인데, 그런 사연들이 많아지면 다른 독자 분들은

 

'당연한 얘기를 당연하게 하는 글들만 올라오네.'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노멀로그가 대학입시와 관련된 블로그라면, 자꾸 보통의 고민과는 먼

 

"수능점수 210점인데, 혹시 이 점수로 갈 수 있는 인서울 4년제 있을까요? 없겠죠? 재수하기는 정말 어려운 상황인데, 방법이 없을까요?"

 

라는 사연들만 올라오니, 관심도 안 가고 별로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 지는 것이다. 하지만 난 또 저런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야 말로 '머리로는 알지만 그래도 마음이 따라주질 않아 누군가가 냉정하게라도 얘기해줬으면 좋을 것 같은 기분'에 시달린다는 걸 알기에, 사연을 읽고도 그냥 넘어가기가 어렵다.

 

나도 아무 일 없는 지금은 멀쩡하지만, 컴퓨터 파워가 나갔을 땐 새벽 두 시에 폰으로 컴퓨터 관련 커뮤니티에 접속해 

 

"이 시간에 컴퓨터 파워 구할 곳 없을까요? 당장 작업할 게 있어서 컴퓨터를 써야 하는데 파워가 나갔네요. 혹시 문을 연 곳이 없을까요?"

 

하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당연히 새벽 두 시에 문을 연 컴퓨터 매장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어쩌면, 만약에'라는 희망에 시달리며 일단 질문을 던지고 보는 것이다. 이상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때의 상황과 사정이 사람을 잠시 그렇게 만든다는 걸 알기에, '정말 그걸 몰라서 묻는 건가' 싶은 사연도 다루는 거란 얘기를 좀 적어두고 싶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과거의 썸남과 만나서 원나잇을 했는데요.

 

K양의 사연에 한 문장으로 대답하자면,

 

"남자가 노리고 접근했고, 목적을 달성하고는 빠진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K양은 상대가 '과거의 썸남'이라고 했지만, 사실 그는 '썸남'이라기보다는 사귈 생각이 없음을 밝히고 선을 그은 남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잊을만하면 K양에게 연락했던 것은,

 

'날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확인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라고 할 수 있다. K양은

 

"그에게선 일 년에 두 번 정도 연락이 왔습니다. 도대체 왜 제게 연락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그와 저는 딱히 통하는 부분도 없고, 주고받은 대화 역시 재미도 감흥도 없이 나누는 대화가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전 '나는 그에게 그냥 심심풀이 땅콩인가'하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입니다."

 

라고 하셨는데, 상대는 그렇게 연락했다 다시 팽개치곤 또 다시 연락했을 때, 그때도 K양이 호의를 보이며 받아준다는 것에서 '아직 내게 호감이 있다'는 걸 확인했던 거라 보면 될 것 같다.

 

여하튼 그러다 상대가 K양이 사는 지방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고, 그때부터 연락이 잦아지며 자신이 K양 집 근처까지 갈 테니 만나자고 했다. 그걸 K양은 '나에 대한 호감이 생긴 것'으로 말하던데, 난 저걸 '찔러보기'라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만나서도 그는 계속해서 간을 봤다. 손을 잡았을 때 K양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봤고, 계속 잡고 있어도 뿌리치지 않는지도 확인했다. K양은 역시나 이걸 '그가 내게 더 집중한다고 느꼈다'고 말하던데, 난 그가 계속 간을 본 거라 생각한다. 이후 K양의 자취방에 가서 재워줄 수 있는지 등을 확인 한 것 역시, '원나잇'이라는 목적을 두고 떠본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그는 다시 돌아갔고, 저와의 대화에 성의 없이 대하고 있습니다. 저도 짜증이 나서 냉랭하게 대했더니, 이제는 아예 연락이 없고 말입니다. 원나잇은 그렇다 쳐도, 저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대화는 싫습니다. 현재 뭔가 찝찝한 상태라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싶은데, 그와 직접 이야기 하기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이전에도 그가 K양을 존중한 적 없으며, 만났을 때 갑자기 집중하고 잘해줬던 건 '모텔 앞에서 안 착해지는 남자 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대화를 시도해봐야 실망스러운 대답을 듣게 되거나,

 

"너랑 밤을 같이 보낸 건 진심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장거리 연애'를 할 자신은 없다."

 

등의 '그럴듯한 핑계'만을 듣게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6개월 뒤 상대가 다시 연락해도 K양은 그가 '집중하는 척'을 할 경우 또 받아줄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깔끔히 정리하길 바란다. 상대를 차단하고 연락처를 지우며, 다시 연락이 와도 받아주지 않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 나는 생각한다. 한 번 선을 넘은 상대는 이제 마음껏 넘나들 수 있다고 생각할 텐데,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거기에 넘어가지 말길 진심으로 권한다. 최악의 경우 또 출장와선 이제 '장거리 연애'를 하자며 들이댈 수도 있는데, 그것 역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떡밥일 뿐이라는 걸 절대 잊지 말길 바란다.

 

 

2. 부모님 문제로 여친과 헤어졌는데요.(1/2)

 

결혼이 무슨, 친구와 해외여행 가는데 상대 경비까지 부모님이 한 번 부담해주시는 게 아니다. 난 결혼을 부모님 도움 받아 가는 해외여행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L군의 생각에 놀랐다는 걸 먼저 말해주고 싶다. 취준생인 두 사람이 아홉수를 피해야 하니 스물아홉 전에 결혼하자는 얘기를 나누는 건, 둘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모든 경비를 부모님이 부담해주셔야 결혼이 가능한 상황에선, 부모님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L군의 연애가 어떻게 보일지를 돌아보자. L군은

 

"여자친구가 제 부모님 때문에 좀 힘들어 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전 일단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만나는 걸 줄이도록 했고요."

 

라고 말했는데, 저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다 마련해 줄 테니 너희 둘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라.'라는 반응을 보이실 부모님은 거의 없다.

 

부모님들께서도 날 때부터 부모님이셨던 것 아니고, 연애와 결혼 등의 모든 과정을 거쳐오셨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타인인 내가 사연을 읽기만 해도 이 연애가 '슈퍼 갑'인 여자친구와 그런 여자친구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L군의 연애라는 게 바로 보이는데, 이걸 마냥 좋게만 보실 부모님이 어디 있겠는가.

 

또, 상견례 비슷하게 서로의 부모님들께서 만나게 되셨을 때, 부모님들께서 냉정하고 현실적인 토의를 하신 것 역시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L군은 여자친구와의 연애에 대해

 

"저는 여자친구를 위해 무엇이든 바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자친구가 주장하면)제가 미안하다고 사과했습니다."

"대부분 제가 빌어야만 싸움이 끝났고, 그렇게 빌어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라고 설명했는데, L군은 그래야만 겨우 연애를 지속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L군의 부모님들까지 '을'이 되어 여자친구와 그 가족들을 모셔야 하는 건 아니잖은가.

 

L군 부모님 입장이 되어 L군의 연애를 바라보면, 혀를 차게 될 수 있다. 명절에 인사를 하러 둘이 와서는, 아들이 여자친구 불편할까봐 인사만 드리고 밖에 나가서 둘이 먹겠다고 하는데 어찌 그걸 흐뭇하게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또, 여친이 L군에게

 

"오빤 왜 나 취업 잘 될 거라는 얘기만 해? 취업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할 순 없어?"

 

라는 이야기를 한 건 부모님이 모르시지만, 저 말에도 L군이 "아,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네."라며 사과만 하고 있는 관계라는 걸, 부모님은 두 사람이 하는 행동만 봐도 파악하실 수 있다.

 

 

3. 부모님 문제로 여친과 헤어졌는데요.(2/2)

 

아래는 L군이 내게 한 말이다.

 

"저는 여자친구 부모님께도 헌신적으로 잘하고 가족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연애 중인 L군은 그럴 수 있지만, 역시나 L군이 그런다고 해서 L군의 부모님들까지 절대적으로 여자친구 가족들에게 헌신해야 하는 건 아니잖은가. 부모님이 집을 사주고, 차를 사주고, 결혼을 시키고, 이후의 생활까지 보장해주기로 하는 게 당연한 것도 아니며 쉬운 일도 아니다. L군은

 

'내가 사랑하는 여자이고 그 여자의 가족들인데, 우리 부모님은 왜 더 다정하게 못 대해주시나.'

 

할 수 있겠지만, 부모님 입장에선 그 반대(여자친구도 L군의 가족들에게 헌신하고 가족같이 지내는 것)가 안 되는 상황에서 혹 여자친구 부모님의 요구까지 더해진다면 마음이 차게 식을 수 있다.

 

만약 L군 부모님께서 서른네 평 아파트를 주기로 하셨는데 여자친구가 그걸 자기 명의라고 하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해보자. 그럼 L군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할 것 같다. 명의 문제는 큰일이라 잠깐 고민을 하더라도, 여친이 그렇게 안 하면 신뢰가 확인되지 않는 것이라 결혼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L군은 그렇게 하겠다는 답을 할 것 같다. 하지만 L군의 부모님들께서는 그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며 반대하실 수 있다. 그럼 L군은 부모님들께서 억지를 부리시며 자신의 사랑을 방해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 L군이 보여 온 태도를 보면 자연스레 이런 시나리오가 써진다.

 

이건, L군이 내게 묻는 "제 자신을 전부 바꿀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재회할 수 있을까요?"에 대한 대답을 듣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L군이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연애를 해왔다는 게 첫 번째 문제고, 결혼에 대해 부모님이 대입 등록금 내주시는 것 정도로 쉽게 생각했다는 게 두 번째 문제이며, 여친과 부모님을 마주치지 않게 하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게 세 번째 문제고, 다시 만나도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는 결혼할 방법이 없어 '여친의 자존심 세우기'와 '부모님의 현실적인 태도'를 손잡게 할 수 없다는 게 네 번째 문제다.

 

뜬금없는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난 무엇보다 먼저 L군이 일단 취업을 하길 권하고 싶다. 그래야 취업 후 2년 동안 돈을 모아 결혼하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도 알 수 있고, 돈과 관련된 부모님의 현실적인 태도도 좀 더 이해할 수 있으며, 데이트비용까지 전부 부담하며 여친을 접대하듯 했던 연애가 왜 잘못되었는지도 멀리서 볼 수 있고, L군에 대한 여친 애정의 크기가 과연 어느 정도였는지도 돌아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L군이 사흘 밤낮을 빌어 다시 사귀게 된다 해도 더욱 고립된 연애를 하지 않는 한 같은 문제로 또 헤어질 게 뻔하니, 상황이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게 일단 취업에 마음을 쏟길 바란다.

 

 

L군의 사연과 관련된 오해가 있을지도 몰라 몇 자 더 적어둘까 한다. 남친이 '중간역할'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그 연애가 설득력 있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상대를 모시는 연애를 하고 있다든지, 두 사람의 이렇다 할 계획이나 비전 없이 부모님의 도움만을 바라고 있다든지, 한쪽이 그저 얼굴도장 찍고 잠깐의 방문하는 것 정도로 부모님을 대하고 있는데 그런 상대에게 부모님이 다정함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베풀길 바란다든지 하면, '중재'가 들어갈 틈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L군 부모님과 여친 사이의 갈등은, 사실 '여친의 감사할 줄 모르는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며, 조심스레 말하자면 여친의 피해의식이나 자격지심이 '가상의 적'을 만들었다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L군이 늘 접대하듯 여친을 모시니 여친은 L군 부모님도 자신에게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자존심이 상한다느니 자길 무시한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녀는 L군 부모님이 뭘 사주겠다는 얘기를 하면 본인 집이 가난하다고 무시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돈으로 뭔가를 지원해준다는 얘기를 하면 그걸 자존심 상하는 일로 받아들인다. 또, 그 관계를 위해 본인이 하는 건 아무 것도 없으면서, 예민한 더듬이를 세운 채 '지금 날 최대한 정성껏 대하나, 안 대하나'만을 파악하려 든다. 누가 명절에 뭔가를 사오면 "뭘 이런 걸 사와, 이런 거 안 사와도 되는데."라는 이야기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건데, 그녀는 그걸 꼬아 들으며 '사온 사람 정성이 무시당했다'고 받아들이고 만다. 자리에 앉는 것 역시 본인이 그냥 앉아도 되는 건데, 그걸 두고도 그녀는 "앉으란 소리도 안 하더라. 날 얼마나 우습게 보면 그렇게 대하냐."라고 말한다.

 

그녀는 L군에게 이별통보를 하며

 

"오빠 가족 때문에 헤어지는 거니까 그렇게 알아."

 

라고 말했지만, 여기서 보기엔 그녀 잘못이 8할이다. 본인 가족들 앞에서 L군을 막대한 건 그녀의 성격 문제일 가능성이 큰데, 그녀는 나중에 그것까지도 '오빠 가족이 날 무시해서 나도 그렇게 한 것'이라는 이유를 갖다 붙인다. 그녀는 L군 부모님에 대해 말할 때 '너네 부모'라고 표현하며, 듣기 싫으니 '가족'이라고도 하지 말라는 말까지 한다. 그러면서 자신만이 상처 받고 무시당한 피해자라고 말하는데, 사실 가장 큰 상처를 받은 건 L군이니 L군의 마음 먼저 돌보길 권한다. 맹목적으로 다 버티고 견디려 하는 건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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