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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늘 참다가 폭발하는 남친, 또 헤어졌어요. 외 1편

by 무한 2015. 12. 7.

매뉴얼 예고를 하고 나면 꼭 일이 생기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습니다. 그래서 금요일에 발행한 매뉴얼에서 예고했던, '주말 매뉴얼'을 발행하지 못했습니다. 기다리셨던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난달쯤 매뉴얼에서 '의학적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그건 '혼자 상상한 썸에 대해 현실의 상대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언젠가 어느 학원에서 한 아주머니가 대학생 남자에게 '우리 관계에 대해 넌 할 말이 있지 않냐. 날 자꾸 쳐다봤던 건 뭐냐.'라고 한 것과 비슷한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일부 독자 분들께서 저걸 '가임기'와 관련된 것으로 오해를 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댓글 대화를 저도 보기는 했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이후 두 번 정도 '가임기'와 관련된 것으로 아예 확신해버리신 분들께서 댓글을 남기신 까닭에, 그게 아니라는 걸 밝혀두도록 하겠습니다.

 

또 하나, 뭔가가 있었는데 첫 사연이 하도 강렬해서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가 까먹고 말았습니다. 생각나면 다시 매뉴얼을 통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피로한 월요일이니, 굵고 짧게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1. 늘 참다가 폭발하는 남친, 또 헤어졌어요.

 

남친을 놓치기 싫건 좋건, 이건 못 되돌립니다.

 

"남친이 이번엔 완강한 까닭에 계속 고집부릴 걸 알곤 있지만…."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남친은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모든 정이 다 떨어진 겁니다. 여자친구와 여자친구 부모님이 자신을 대놓고 무시하는데, 그걸 다 버티고 결혼을 강행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리고 궁합을 봐줬다는 그 역술가. 남자친구가 그 자리에서 역술가의 멱살을 안 잡은 걸 보고, 전 K양 남친이 정말 착한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자네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이, K양을 만난 거야. 그것 말곤 없어."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저건 역술가가 본인이 한 말 수습하려고 나름 애쓰다가 한 헛발질 입니다. 역술가는 이미 K양 부모님이 사주와 궁합을 보러 왔을 때, 결혼이 파탄 날 정도로 안 좋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을 들은 K양 부모님께선 K양 남친이 있는 자리에서 마음에 안 든다, 결혼 안 시키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K양 남친은 거기까지도 참았는데, 이후 다함께 역술가를 찾아갔을 때 문제가 생깁니다.

 

역술가는 K양 남친이 함께 오니, 앞에 두고 좋지 않은 말만 읊을 수 없어 '네가 뭐 한 건 없고, 잘 한 일이라곤 K양을 만난 거다'라는 뉘앙스의 말로 돌려서 말합니다. 그러자 K양 부모님께서 합세해 남친을 같이 무시하시고, K양도 그냥 다 맞는 말일 거라 생각하며 죄인의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K양 역시 평소 남친을 무시했으며, 남친 마음을 찢을 정도의 이야기를 한 적도 많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참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인데, 남친은 그 한계까지 다 참아냈던 것 같습니다. K양과 K양의 부모님, 그리고 역술가가 벌인 일은 사람의 힘으로 버틸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건 K양이 K양의 입장에서 적어 보낸 사연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읽다가 확 피가 끓었던 부분이 어딘지 아십니까?

 

"남친이 희생한 게 많으니, 그건 인정."

 

그러는 거 아닙니다. 그러면 안 되는 겁니다. 희생과 봉사가 필요하면 돈 주고 사람을 쓰는 게 맞는 겁니다. 남친이 스스로의 처지에 기죽어 데릴사위처럼 거기서 그렇게 살았는데, 그런 사람 마음을 그렇게 갈기갈기 찢는 거 아닙니다. K양이 사람으로선 해선 안 될 정말 큰 실수를 한 거고, 진짜 큰 잘못을 한 것입니다.

 

"수준 차이 나는 결혼이라 다들 반대함. 너무 안 어울리게들 많이 봄."

 

그럼 그냥 헤어지시길 권합니다. 옆에 있을 땐 무시하고 상처 주면서 또 상대가 그만 두겠다고 하니까 놓치기 싫다고 하는 건, 묶어놓고 밟겠다는 얘기밖에 안 되는 겁니다.

 

"헤어지잔 말 들은 후, 남친에게 고쳐가는 모습 및 잘 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음."

 

그런 모습을 얼마쯤 보여주는 걸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다시 만난다고 해도 K양 부모님께서 반대를 하시면, 그땐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또, 이미 마음속에서 상대를 무시하며 내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그런 와중에 좋은 모습 좀 보여 억지로 결혼까지 이어놔 봐야, 같은 부분에서 문제가 또 터지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제가 이 재회, 나아가 결혼까지 반대하는 건, K양 마음속에서 남친에 대한 아무런 존중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이별이 겁나 그저 져주는 척 하며 만나면, 나중엔 정말 손 쓸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건 서로 잘 모르는 상황에서 오해로 인해 무시를 하게 된 게 아니고, 남친에 대한 K양의 무시가 부모님에게까지 옮겨간 경우입니다. 때문에 손 쓸 방법이 없으며, 덮어두고 관성으로 만나거나 잠깐 아닌 체 하며 만나는 건 '도로 끝. 길 없음' 표지판을 그저 못 본 척 하며 질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K양은 어느 정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 남친이 마음을 돌릴지를 물었는데, 기대한 대답과 달리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만 쓰여 있어서 불쾌하지 않으십니까? 그러시다면, 남친의 마음이 K양에게 무시를 당하는 동안, 또 위에서 이야기 한 들을 겪는 동안 얼마나 무너졌을까도 한 번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K양이 지금 보이고 있다는 '좋은 모습'이란 걸, 보통의 사람들은 평생 서로에게 보이며 삽니다. 그건 상대를 사랑할 때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모습입니다. 그러니 '어떤 노력을 얼마쯤 더 해야 하는지'를 물으시기 전에, K양이 상대를 정말 사랑하는 게 맞는지, 상대와 남은 평생을 보내면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있는지, 상대와 낸 결론을 마음 다해 지켜나갈 자신이 있는지 등을 먼저 생각해 보시길 권합니다.

 

 

2. 현 남친과 잘 사귀고 있는데, 첫 남친이 계속 생각나요.

 

아니, H양. 이러시면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첫 남친에게 못 해준 게 후회되어서 두 번째 남친에게는…."

"첫 남친에게 보란듯이 세 번 째 남친을…."

"첫 남친에 대한 미련으로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중략)

"현 남친과 잘 사귀고 있는데, 첫 남친이 계속 생각나요."

 

첫 남친과 헤어지고 난 뒤 H양이 사귄 남자를, 한 손으로 셀 수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다 '첫 남친'과 이어서 신청서를 적어주시면, 이건 그냥 '답정너'가 될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니 전부 그래서 그랬었다고 하시면, 저는

 

"아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게 진심이라면 첫 남친에게 노크를 해봐야죠."

 

하는 얘기 말고는 할 말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H양이 한 말 중에 좀 핀트가 안 맞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아래 문장입니다.

 

"저도 성공해서 그 애를 만나고 싶었어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보통 저런 마음이라면, 연애를 다 접고 뭔가에 매달리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H양은 소개팅도 하고, 또 주변의 남자도 만나고, 심지어 다음 연애를 하다가 다시 또 다른 연애를 하고, 뭐 아무튼 그랬단 말입니다. 당시 H양의 마음이 정말 저랬을진 모르겠지만, 그랬다 하더라도 이후의 행동은 '다음 연애', '다음 남자'로 이어졌습니다.

 

H양이 두 번째 남친과 헤어지고 나서 뼈저리게 느꼈다고 하셨던 거 기억나십니까?

 

"너무 슬펐어요. 저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 안 된 거니까. 그래서 그 뒤로는 진짜…."

 

여기서 보기엔 저런 마음에 큰 차이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현재 H양이 '첫 남친'을 주제로 생각하니 모든 인과관계를 첫 남친에게 엮는 것뿐이지, 두 번째 남친이 주제라면 바로 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인과관계를 묶을 수 있습니다. 그 둘 뿐만이 아니라 잠깐 사귀었다는 남자에게도 엮을 수 있고,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나 예전부터 알던 남자에게도 엮을 수 있습니다.

 

그냥 H양을 제 동생이라고 생각하고 말하자면, 저는

 

"너 지금 행복에 겨워서 배 두드리며 딴 생각하는 거야. 현 남친이 '이보다 더 잘 할 순 없다'는 태도로 3년간 우직하게 곁에 있어주는데, 첫 남친에게 연락해보면 수동적으로 답하고 답장도 안 한다고 거기에 한눈 팔면, 내가 장담하는데 나중에 피눈물 흘린다."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아니, 사실은

 

"누리려고만 하지 말고 너도 베풀어. 누가누가 잘 하나 보면서 헌신하는 남자 사귀고 있으니, 마음도 정착을 못 하고 걸핏하면 딴 생각 하게 되는 거잖아."

 

라는 얘기를 더 해주고 싶습니다. H양은 현 남친과 잠깐 헤어진 그 짧은 기간에도, 다른 남자 두 명과 사귀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연애 유목민'의 연애습관이 굳어지면, 나중에 정말 고생합니다. 그렇게 굳어져서, 현재 H양이 하려고 하는 유적발굴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이 잡듯 발굴하기'를 하는 선배대원들도 많습니다. H양은 '첫 남친'을 그 대상으로 두고 있지만, 나중이 되면 '옷깃 스쳐간 모든 남자'를 대상으로 유적발굴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몇 년 지난 후, 

 

"사실 그 오빠는 세 번째 남친을 사귀기 전에 잠깐 썸을 탔던 오빠예요. 그땐 제가 어리고 뭘 몰라서 변리사가 어떤 직업인지도 몰랐고, 그 오빠보다 당시의 남친이 더 대시를 해서 사귀었던 건데…. 지금 그 오빠에게 다시 연락을 해봐도 될까요?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는 사연을 보내게 될 수 있단 얘깁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했지만 H양이 여전히 "누구를 만나든 첫 남친이 생각난다. 내가 한 모든 행동은 첫 남친과의 이별에 의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하시면, 저는 첫 남친에게 가보시라는 얘기 말고는 할 말이 없습니다. 다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그냥 '어설프고 어리숙했던 시절의 미숙한 연애'일 수 있는 것 때문에 지금 H양에게 주어진 행복을 차버리려는 건 아닌지, 정말 곰곰이 생각해 보시라는 얘기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끝으로 하나만 더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H양은 인기가 많고 자존심이 셉니다. H양이 첫 남친에 대해 갖고 있는 감정은, 애틋함이라기보다는 '이별의 순간에 그가 단호하게 돌아선 냉정함', '연애 중 느꼈던 일종의 상대적 열등감', '지금도 수동적으로만 답하는 그의 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돌이켜보면, 전 단 한 번도 그 애에게 솔직하지 못했어요."

 

라는 이야기 같은 건 접어두시고, 지금 주어진 행복에 감사하는 마음을 키우시길 권합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솔직하지 못했던 건 이후 몇몇의 남친에게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자꾸 의미부여하며 '회귀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지 마시고, 옆에 있는 남친을 소중하게 대해주시길 권합니다.

 

 

자,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연을 굵고 짧게 쓰려고 했는데, 이거 어쩌다보니 배웅글만 굵고 짧게 쓰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다들 즐거운 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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