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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그녀는 왜 친구로 지내잔 대답을 들었을까? 외 1편

by 무한 2014. 6. 26.

그녀는 왜 친구로 지내잔 대답을 들었을까? 외 1편

답은 간단하다. J양의 경우, 상대가 이쪽에게 관심이 있는 걸로 오해할만한 행동들을 했다며 그것만을 근거로 고백을 해서 그렇다. 물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심증만 가지고 승부를 본 까닭에 결과가 참담했고, 이제 막 친해지고는 있었지만 아직 단둘이 맥주 한 잔 한 적 없는 상황에서 성급히 고백을 한 까닭에 상황은 좀 어려워졌다.

 

그러나 아직 아무 것도 끝난 것은 없으니, J양은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길 바란다. 아직 좋은 느낌은 분명 남아 있다. 지금 당장은 친구로 지내자는 답을 듣긴 했지만, 그걸 디딤돌 삼아 한 걸음 더 오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J양이 알아야 할 것들과 취해야 할 태도, 그리고 바꿔야 할 모습들엔 뭐가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1. 그녀는 왜 친구로 지내잔 대답을 들었을까?

 

가장 먼저 J양이 바꿔야 할 모습은, 자신과 썸남의 관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듯한 태도이다. J양은 사연신청서 '데이트 시 비용문제'를 적는 란에도,

 

"그 친구가 62, 제가 38 정도로 부담했습니다."

 

라고 적을 정도로 세밀하다. 보통의 사람들이 "6:4 정도요."라고 적는 것과 달리, J양은 정말 그간 둘이 쓴 돈의 합을 구한 후 그걸 백분율로 계산해 소수점 찍어 대답할 기세를 보인다. 이런 J양의 모습은 상대가 한 말이나 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제가 술자리에서 다른 사람 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그가 자기 폰이 사진 더 잘 나온다고 그걸로 찍어 보라고 저에게 줬어요."

"같이 사진을 찍는데 제 쪽으로 기댔어요. 보통 이성과는 그렇게 안 하잖아요."

"함께 걷다가 제가 고동 먹고 싶다는 얘기를 했어요. 종이컵에 주는 거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노점이 있었고, 썸남이 그걸 사줬어요!"

 

 난 언젠가 겨울에,

 

"제가 추워하니까 소개팅남이 자기 외투를 벗어서 저에게 덮어 줬어요.

그는 정말 젠틀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여성대원 때문에 슬펐던 적이 있다. 그 정도 친절은 별다른 마음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친절이 낯설기에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격하는 것. 뭐,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지만, 저런 친절만을 근거로 '분명 그가 나에게 마음이 있어.'라고 쉽게 결론 내리는 건 곤란하다. J양에게 썸남이 한 행동들 역시, J양에게 반하거나 J양과 연애 할 마음이 없어도 할 수 있는 행동들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고동 얘기만 하더라도, 이십대 중반의 나이에 같이 길 걷다가 먹고 싶다는 거 하나 사주는 건 그렇게까지 큰 의미를 부여할 일이 아니다. 내 생각엔, 이 부분에서 J양이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J양이 수정해야 하는 태도 중 또 하나는, 밥 먹자고 했다고 정말 밥만 먹고 헤어져 버리는 것이다. 우리가 펜션을 가더라도 펜션 자체는 장소일 뿐이고, 거기서 고기를 구어 먹거나 펜션 주변의 관광지를 산책하는 것이 핵심 아닌가. 그런데 J양은 이번 봄에도 상대에게 벚꽃 보러 가자고 하곤, 만나서 정말 벚꽃만 보고 헤어졌다. 사람들 모여 있으니 같이 술 마시자고 불러내선, 정말 술만 마시고 집에 가 버렸고 말이다.

 

보통 이런 사연들이 도착하면 난 "1절만 하세요."라고 권하기 마련인데, J양에게 난

 

"전주만 듣고 취소 버튼 누르지 마세요."

 

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고지식하게, 영화 볼 목적으로 잡은 약속이라고 해서 정말 영화만 보고 헤어져 버리면, 역사가 쓰일 시간이 없다. 보통 역사는 영화 다 끝난 후 같이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밥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울 때 쓰이는 법이다. 정류장에 같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화가 길어지니 타야 할 버스를 몇 대씩 보내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 친해지는 거라는 걸 꼭 기억해 두자.

 

하나 더 추가하자면, 카톡대화를 할 때 첫 호칭은 "현규야~"라고 부르더라도, 그 다음 부터는 "너는 밥 먹었어?"라는 식으로 말하길 권해주고 싶다. J양은 "현규는 밥 먹었어?"라고 이름을 부르며 말하는데, 그런 호칭이 둘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고백할 때에도 J양은 "난 현규 좋아하는데…."라면서 남에게 말하듯 했는데, 그러지 말고 앞으로는 '너'라고 호칭하자.

 

상대는 모태솔로 철벽남이다. J양은 그가 모든 소개팅을 거절하고 이성 보다는 선배 형들과 친하게 지내니 '혹시 동성애…?'라고 상상하고 있는데, 역시 혼자 너무 깊게 생각하며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들춰보진 말자. 그럴 시간에 차라리 카톡대화 한 마디라도 더 나누는 게 낫다. 그리고 상대와 만날 때에는 '두 사람 다 아는 지인들'을 포함시키지 말고, 둘이 만나자. 단둘이 만나면 어색하고 뻘쭘한 까닭에 계속 지인들을 불러 자리를 마련하게 될 순 있는데, 나중에 연애도 지인들과 다함께 할 것은 아니잖은가. 넘어져도 J양이 스스로 일어나 보겠다고 생각하며 상대와 단독으로 만나자. 여름이니 피서 얘기 하고, 팥빙수 같이 먹고, 개봉하는 영화들 같이 보다 보면 문제없이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퇴짜의 기억은 얼른 잊고, 한 번도 퇴짜 맞은 적 없는 사람처럼 그렇게 스며들어 보길 권한다. 상대와의 연락은 서서히 늘려 매일 하고!

 

 

2. 폴과 썸을 타게 된 그녀.

 

글쎄 이건, 아무리 봐도 서로 반반 마음을 쏟아 만나는 관계가 아니고 그냥 일방적으로 M양이 엎드려 절 받고 있는 관계 같은데….

 

우선 난, M양이 상대에게

 

"내 딸과 함께 있어."

 

라고 했다가, "내 딸이 아니라 내 친구의 딸이야. 내가 취했나봐."라고 정정하게 된 부분에 주목했다. M양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M양에게 딸이 있다고 받아들인 뒤에도

 

"응. 나중에 나도 거기 데려가줘."

 

라고 답했다. M양이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딸이 있든 없든, 그게 폴에게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그냥 잠시 한국에 머물고 있는 거고, 그러는 와중에 한국인인 M양이 다가오자 '여행지에서 통성명을 하게 된 외국인'을 대하듯 그가 M양을 대하고 있는 것 같다.

 

M양은 그와의 관계에 대해

 

"제가 만나자고 하면 만나는데, 저쪽에서 적극적으로 만나자고 하지는 않아요."

 

라고 말한다. 만남 외에 만나서 하는 일만 보더라도,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M양이 차려 놓은 밥상에 수저 올려 밥을 먹는 것 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M양이 가이드를 해주고, 그가 그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만나는 것처럼 말이다. 대화를 하나 보자.

 

M양 - 지금 일어난 거야? 그럼 저녁에 어떻게 자려고?

폴 - 몰라. 술 많이 마시면 잘 수 있어.

M양 - 뭐야. 지금 나보고 술 마시자는 거야? ㅋㅋ

폴 - 그럼 어디?

M양 - 진짜?

폴 - 복잡하지? ㅋ

M양 - 어쩌자는 거야? ㅋㅋ

폴 - 마실 수 있어. 그런데 어디서? 이 시간에는 힘들어.

M양 - 알겠어. 나 잘게.

폴 - 왜 그래. 그러지 마. 내가 너희 동네로 갔으면 좋겠어?

M양 - 몰라. 네가 나랑 어울리기 싫으면 안 그래도 돼.

폴 - 물론 그러고 싶지. 어디로 가면 되는지 말해줘.

M양 - (집 주소를 불러주며) 택시 기사님께 이 주소 보여드려.

 

대부분의 대화가 저런 식이다. 상대는 사실 별로 뭔가를 할 생각이 없는데, M양이 "넌 뭐 하고 싶어?"라고 찔러내서 답을 받고, "그래. 그럼 그거 같이 하자."라는 식으로 말해 진행되는 방식. M양은

 

"갈 곳 생각해 둔다더니 결국 저보고 정하라고 미뤄서 어이없…."

 

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 대화도 따지고 보면

 

M양 - 내일은 나 저녁때 시간 될 것 같아. 내일 우리 뭐 할 거야?

폴 - 아무거나 괜찮아.

M양 - 네가 나보고 시간 있냐고 물어 본 거잖아.

M양 - 내일까지 생각해 봐.

M양 - 나 잘게. 졸려.

 

라는 식으로 M양이 그에게 부여했던 의무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이게, M양이 말하는 것과 달리 '썸'으로 보이지 않는다. 둘은 사귀자는 말도 없었고 사귄다는 말도 없었지만 연인들이 하는 일을 다 하고 있다. 물론 그게 그가 원해서 그러는 건 아니고, M양이 그렇게 유도해서 벌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그는 M양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인다거나 자기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다. M양이 멍석도 깔고 또 혼자 흥도 둗우니, 그저 거기에 잠깐 반응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둘이 하는 행동들만 보면 연인 같지만, M양이 연락을 안 하면 바로 연락두절로 이어지고 마는 관계인 것이다.

 

한국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그냥 잠깐 들어와 있는 거고, 교육과정이 끝나면 본국에 돌아가 평생 살 거라고 했던 그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난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까닭에 현재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지인이 먼저 다가와 말 걸고, 가이드도 시켜주고, 집으로 손을 잡아 이끄니, 그저  거기에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 정도의 의미만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먼저 연락 한 번 하지 않는 상대에게 이쪽에서 정회원 자격을 줘 놓곤

 

"이제 그에게 저에 대한 애정만 생기면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죠?"

 

라는 얘기를 하진 말길 권하고 싶다. 그건 마치 내가 M양에게 말도 없이 70만원을 입금해 놓곤, "돈 입금 했으니 제게 카메라 보내세요. 파신다고 한 적은 없지만 제가 돈을 보내서 거래가 성립되었으니, 물건을 주셔야 하잖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일 아닌가. 돈은 돌려받을 수라도 있지만 헌신과 호의는 돌려받을 수 없다. M양과 연애 할 생각 없는 사람에게 열심히 베풀며 "이 사람 꾸러기 인가요?"하지 말고, 더 난감해지는 상황에 놓이기 전에 여기서 이만 접길 권한다. 상대가 외국인이라 상황파악이 잘 안 된다면, '한국인 연하남'으로 놓고 생각해 보자. 그럼 모든 게 명쾌해 질 것이다.

 

 

밥을 아직 안 먹고 여기까지 글을 썼더니, 배웅글을 적을 힘이 없다. 소고기 세일하는 시간 맞춰서 사다 먹으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며칠 전에 별 기대 안 하고 두꺼운 소고기를 사다가 구워먹었는데, 우왕ㅋ 굳ㅋ. 이따가 또 그 맛을 느낄 생각을 하니, 침이 고인다. 독자 분들도 오늘은 소고기 한 번 잡솨 보시길. 두 번 드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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