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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결혼 직전 드러난 남친의 과거, 어떡해? 외 1편

by 무한 2014. 6. 16.

결혼 직전 드러난 남친의 과거, 어떡해? 외 1편

J양이 말한 대로

 

'남들처럼 평범하게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축복을 받으며 사는 것.'

 

이 가능하기 위해선, 먼저 그럴 상황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J양 커플은 그렇지 않다. 또 늘 얘기하듯 결혼의 필수조건은 경제적 독립과 정신적 독립 두 가진데, J양 커플에게선 이 두 가지도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당장은 좋겠지만, 이건 마치 기름이 반 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주유소가 없는 긴 길을 가겠다는 것 만큼이나 그 끝이 분명하게 보이는 일이다. 약혼까지 한 두 사람에게 나도 무작정 축하만 해주고 싶지만, 곧 밟게 될 지뢰들이 눈에 훤히 보이기에 이 얘기를 꺼내기로 했다. 출발해 보자.

 

 

1. 결혼 직전 드러난 남친의 과거.

 

목돈마련을 위한 남친의 위장결혼 전적에 대해선, 사실 나도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J양이 말한 남친 집안의 경제력을 보면 위장결혼까지 해가며 돈을 구해야 하는 상황도 아닌 것 같고, 또 삼십대 중반인 남친의 나이를 봐도 철없이 눈앞의 것만 보고 저지를 나이도 아닌데, 대체 왜 그랬던 건지 나도 궁금하다.

 

남친의 그 과거가 드러난 이후, 위장 결혼한 상대와의 이혼 수속이 진행되고 있지 않는 것 역시 난 의아하다. 그쪽에 대해 난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만약 약정기간이 있는 것처럼 얼마 후에야 이혼을 할 수 있다면 그걸 밝히고 약속할 수 있을 텐데, J양의 남친은 왜 이혼신고 하겠다는 결론을 지은 지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실을 J양, J양의 남친, 남친의 부모님은 알고 있다. J양의 부모님만 모르고 계신다. 그래서 J양의 부모님께선 내년쯤으로 이야기가 나왔던 결혼계획을, 올해 시키자며 상견례 자리에서 앞당기셨다. 난 모든 게 제자리에 있는 줄 아시고 결혼을 빠르게 추진하시는 J양의 부모님을, J양이 말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J양이 남친에게서 납득할 수 있는 '이혼이 미뤄지는 이유'를 들었다면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거나 안 드리는 건 자유지만, J양이 납득할 수 없다면 반드시 J양이 부모님께도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아무 것도 모르시는 J양 부모님의 재촉으로 인해 식부터 올려 버리면, 훗날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난 사실 위의 문제보다, 결혼이 그저 최종 목표인 듯한 둘의 태도가 더욱 문제라고 생각한다. J양과 남자친구는 둘 다 경제적으로 부모님께 의지하고 있다. J양은 직업이 없고, J양의 남친은 부모님의 사업을 도와드리곤 있지만 돈이 부족해 위장결혼까지 했다. J양은 이를 두고

 

"위장결혼은 정말 순수하게 쉬운 목돈이 생기니까

그 돈으로 저희 둘의 미래를 생각하며 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라고 말하는데, 목돈이 다 떨어지고 난 뒤 다시 목돈이 또 필요하게 되면 그땐 어쩔 생각인가? J양은 두 집안의 어른들께서 도와주실 의사가 있으시고 그럴 형편이 되시니 그건 문제가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 했는데, 언제까지고 부모님 도움 받으며 부모님께서 모아놓으신 돈 소비하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거, 둘이 잠깐 어디 놀러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 반평생을 같이 할 결혼에 대한 이야기다. J양은 '먹고 사는 건 오빠가 다 알아서 해결해 주겠지.'라고 아무 근거 없이 그냥 믿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전에 말했듯 누가 뭘 담당할 건지, 뭘 챙길 것인지도 정하지 않고 같이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여행이야 가서

 

"숙박은 오빠가 알아서 준비하는 거 아니었어?"

"넌 어떻게 여행가는데 돈 한 푼을 안 가지고 와?"

"오빠가 여행가자고 했으니까 오빠가 다 알아서 할 줄 알았지."

 

라고 싸우다 돌아오면 그만이지만, 결혼은 쉽게 무를 수 있는 게 아니잖은가.

 

또, 이제 겨우 1년 만났으면서 '지금까지 잘 했으니, 앞으로도 잘 할 거야.'라고 무작정 마음 놓고 있는 J양의 태도도 문제다. J양은 아직 상대의 화난 모습, 우는 모습, 다급해 하는 모습, 짜증내는 모습 등을 못 본 거지, 그에게 그런 모습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같이 먹고 마시고 놀러 다닐 때 보인 상대의 모습이 전부라곤 생각하지 말자. 어쨌든 상대는 빨리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전부 다 J양 뜻대로 맞추겠다는 얘기를 하고, 무작정 다 알아서 해결하겠다는 식으로 말한 것 같은데, 결혼은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살게 되는 시작이지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결혼을 위해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일단 그냥 봉합해 버리면, 그 문제가 다시 고개를 내미는 건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난 두 사람이 '결혼'만을 이야기 하지 말고, 결혼 한 이후에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길 권해주고 싶다. 살림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정적인 수입은 어느 정도 되는지, 혹시 맞벌이를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2세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결혼관은 무엇이고 미래에 대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길 나눠보기 바란다. 같은 호주에 가더라도 누구는 인적이 드문 사막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할 것이고, 누구는 시드니에서 관광을 하기 바랄 것인데, 그렇다면 둘이 같은 비행기를 타는 것까진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호주에 도착한 순간부터 서로를 걸림돌로 여길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껍데기에 불과한 '결혼식'에 매달리는 건 그만 하고, 서로가 서로의 동반자가 될 수 있는지부터 살펴보길 바란다.

 

 

2. 여행지 게스트하우스 주인과의 썸.

 

소라씨 안녕. 소라씨가 아직 연애 꼬꼬마라서 눈에 뻔히 보이는 작업을 해놓고는 남이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피구왕 통키를 알고 있을 나이의 남자라면 소라씨가 어떤 상태인지 금방 파악할 수 있지.

 

- 여행지 추천해 달라며 카톡을 계속 보냄.

- 잘생겼다며 같이 사진 찍자고 함.

- 여자친구 없냐고 물어봄.

- 과거 연애에 대해 물어봄.

- 여행 마치고 돌아간 후에도 계속 연락하며 관심 표현함.

 

그러니까 이건 소라씨가 말한 대로 '좋아하는 티'를 낸 정도가 아니라, 그냥 막 들이댄 거야. 근데 이걸 소라씨는

 

"선톡이 오고 답장도 바로바로 오는 걸 봐서는,

그 사람도 제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라고 말하잖아. 그게 아니라 그에게 소라씨는 자신의 팬클럽 회원인 거고, 팬 관리를 위해서 소라씨가 무슨 소리를 하든 그는 다 받아주고 있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제가 게스트하우스에 또 가면,

그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는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 소라씨는 애초에 주도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 그러니까 넘겨주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이 사람이 작업멘트를 날리는데, 그게 좀 싫긴 해요."

 

응. 내가 봐도 상대의 오버가 좀 심하더라. 그는 대놓고 비행기 태우거나, 그냥 정형화된 접대용 멘트를 하면 여자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 이럴 땐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거거든. 근데 그는 괜히 더 나서다가 마이너스 점수를 받고 말아.

 

나서는 거 얘기하니까 내 친구 김치가 생각나네. 김뭐뭐는 친구 이름이고 '치'는 '깝치미'에서 '치'만 빼와 결합한 건데, 꼬꼬마 때 그 친구를 좋아하는 성당 후배가 있었거든.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는 김치가

 

"넌 눈이 예쁘구나."

"나도 오늘 하루 종일 네 생각 했어."

 

따위의 드립을 치다가 망쳐버렸지. 역시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상대의 '짝사랑하는 오빠'로 시작해서 가까워질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김치는 어렸을 때 본 만화나 소설 등의 판타지를 떠올리며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간 거야. 상대가 봤을 땐 진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멘트인데, 김치는 자기 판타지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폼을 잡은 거지.

 

소라씨에게 난, 지금 소라씨가 하나 둘 발견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의 본 모습에 더 가깝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 소라씨도 게스트하우스에서 그를 보고 반했던 건, 그에게 소라씨의 판타지를 덧씌운 거거든. 곤란한 일이 생기면 척척 해결해 주는 남자, 이쪽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가이드를 해주는 남자, 다음에 오면 뭘 어떻게 해주겠다고 약속해 주는 남자, 여행 전반을 살피듯 안부와 기분을 묻는 남자. 그런 긍정적인 모습들만이 결합해서 그의 이미지가 된 거지.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라는 게, 낭만이 포함된 직업이잖아. 여행자들이 들르는 곳에서 늘 파티 하듯 보일 수도 있고, 스쿠터 타고 이리저리 다니는 게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고, 작은 밭을 일구거나 장작을 패는 등의 생활이 남들 다 하는 일반적인 생활이 아니니까. 물론 현실로 들어가면 손님들의 망가뜨린 집기 수리하고, 빨래하고, 화장실 청소하고, 비수기에는 수익 걱정하는 등의 모습이 있지만, 여행자가 잠깐 들러 그를 보기엔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잖아. 소라씨가 이런 환상을 그에게 덧씌웠던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봐봐.

 

요즘은 무슨 직업이든 '서비스'가 결합되기 마련인데, 특히 젊은 층이 패기 있게 시작한 숙박사업은 '서비스'가 많이 포함 될 거야. 입소문의 힘을 잘 아는 세대인데다가, 아직 권태에 빠지지 않았을 때라 이익이 별로 나지 않아도 그냥 사람 만나는 게 좋고 그 분위기가 좋아서 하는 경우도 많거든. 내가 보기에 그가 소라씨의 여행 전반을 가이드 해주려 하는 건, 그런 '서비스'의 의미가 더 큰 것 같아. 소라씨가 아니라 내가 그에게 문자를 보내도 그는 친절하게 다 설명해 줄 걸? 현지에 있는 사람이라 시간배분도 잘 할 테니, 내가 계획을 말하면 그 계획은 그 시간에 하기 힘들다고 조율해 줄 거고 말이야. 맛집 소개든 관광지 소개든 그것도 잘 해주겠지. 그러니까 그의 그 호의와 친절이 소라씨만을 향한 건 아니라는 것도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그곳에 다시 가냐 마냐 너무 걱정하진 마. 관광지에 게스트하우스 주인과 알고지내면 좋잖아. 그가 베푸는 호의와 친절을 전부 이성적 관심으로 해석하지 말고, 주인이 고객에게 베푸는 서비스로 생각하고 지내봐. 별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그 사람 하나 때문에 가는 거라면 나는 반대지만, 이번엔 친구랑 같이 가서 구경도 좀 더 하고 첫 여행의 시행착오도 만회할 생각이라면 겸사겸사 가도 좋을 것 같아. 내가 강력하게 뭘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소라씨가 그를 겪는 동안 환상이 깨질 거라 생각하기에, 더 길게 적진 않을게.

 

 

며칠 전 밤하늘이 잠깐 맑았던 날 나가서 별 사진, 달 사진을 찍다가 몸살이 걸리고 말았다. 이제 거의 다 나았으니 웃으며 살 수 있는 얘기지만, 사실 난 내가 '살인진드기'에 물린 건 줄 알고 덜컥 겁을 먹었었다. 게다가 사진 찍으러 가는 곳이 말라리아 위험지역이기도 해서….(말라리아 예방약을 사먹으려 조금 전에 검색하다보니 말라리아 증세가 나랑 비슷한 것 같다. 내일 바로 병원에 다녀와야겠다.)

 

 

 

▲ 클릭하시면 원본 크기로 보실 수 있습니다.

 

내일 만약 글이 안 올라오면 말라리아 예방약 타러 간 걸로…. 몽롱한 월요일 기운 내시길!

 

▲ 내가 자주 가는 관측지가 말라리아관련 제한(위험)지역이었다니…. 지뢰도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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